코딩 진로 - IT 진로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
류채윤.맹윤호.박민수 지음 / 호모루덴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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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지금까지 내 인생사에 끼어들 틈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스스로 취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여겼다. 중학생 때부터 전역 후까지 작가라는 업만 바라보고 달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의욕에 비해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18년도 초에 급작스러운 글쓰기 번아웃을 겪은 뒤 글쓰기에 흥미를 잃고 마냥 게임에 빠져 살았다. 그러다 19년도부터 취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막상 취업을 생각하니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놈팡이였다.

 

전문대에 학점은 바닥을 기었고, 스펙은커녕 자격증도, 흔한 알바 이력 한 줄도 없었다. 게다가 자존감도 바닥이어서 자소서를 쓰려는 순간 오만가지 괴로움이 몰려와 손대기도 싫었다. 외국어는 그나마 영어인데, 이것도 쉬운 문장만 읽는 수준이었다. 노답 인생이 바로 나였다. (쓰다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아아, 굳세어라, 나 자신이여!)

 

마음을 가다듬고 토익과 ITQ로 준비를 시작했다. 토익은 생애 처음으로 결제한 인터넷 강의였다. ITQ는 워낙 쉬우니까 패스. 그러나 중간짜리 토익 점수와 ITQ는 내세우기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이래저래 찾다가 공부한 것이 컴활 1급이었고, 6개월의 사투 끝에 올해 초에 취득했다. 공부하면서 엑셀과 엑세스의 프로시저에 재미를 느껴 영역을 확장해보고 싶었다. 곧장 파이썬 책을 사서 요즘은 매일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근황에서 만난 코딩 진로는 내게 참으로 고마운 책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타이밍으로 세상에 나타났는지.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어 나의 막연한 코딩 공부에 대한 동경이 현실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4부로 되어 있는 이 책은, 1부에서 맹윤호 개발자가 비전공자에서 개발자가 되는 과정을 말해준다. 2부는 취업 컨설턴트인 류채운 컨설턴트가 취업 준비의 정의와 실질적 방법을 알려준다. 3부는 박민수 인사 담당자가 이야기하는 외국계 기업 취업 방법이다. 마지막 4부는 이들이 앞으로 IT업계 전망이 어떨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문송합니다를 탈출하자

 

꿈을 파악하는 과정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과 함께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추려내는 거라면, 적성을 파악하는 과정은 내가 과연 이 직업이 가진 일상의 무게를 견뎌 낼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 p.82, 맹윤호

 

맹윤호 작가는 총 4개의 직업에 도전했다. 하나는 국어국문학과 전공을 살린 교사였으나, 드센 학구열로 인한 교사의 운명과 감정 기복 없이 학생을 응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교사에 대한 진로를 접었다. 두 번째는 배우였다. 단역 배우 알바를 해보니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가 나왔던 장면은 대부분이 편집되었다고. 그렇게 배우의 꿈을 접었다. 세 번째는 진로는 소설가였다. 국문학과와 소설은 국어 교사만큼이나 밀접한 연관성을 지녔다. 그러나 소설 시장은 아주 대박을 내지 않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직업군에 속했다(내가 굉장히 공감한 부분이다!). 전자책으로 한 편 출간했다 절판한 후에 그는 네 번째 카페 창업의 진로를 탐색했다. 일단 프랜차이즈 카페에 취업했으나 하필 고른 업체가 불만 제로에 나왔던 업체였고, 그만큼 본사의 검열이 깐깐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무례한 손님과 영업시간, 목 좋은 곳의 임대료, 인건비, 원가, 프랜차이즈 비용 등이었다. 자영업은 아직 무리라고 판단해 접었다.

 

그의 최종 선택지는 IT 분야였다. 비전공자로서 프로그래밍을 익히기 위해 컴퓨터 공학 전공 수업을 듣고,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공부했다. 그 결과 기대치 않게 성적을 좋게 받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 후, 대기업의 협력 업체에 지원해 근무하면서 웹 개발 공부를 하고 해커톤 등의 대회에 참가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최종적으로 그는 개발자로서의 삶을 이룩했다.

 

나는 IT 이전에 그 흔한 엑셀도 어려워하는 컴맹이다. 비전공자 그 이상이며 전형적인 문송합니다루트를 탄 사람이다. 이제 막 문송을 탈출해 코딩을 배워보려는 내게 맹 작가의 행보는 희망 그 자체였다. 그저 대단할 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곧 좌절을 느낀 것은 과정에서의 차이 때문이었다. 그는 문과 루트를 탔어도 계산적이고 자기 관리가 되는 사람이었다. 교사를 꿈꿀 때 비용, 시간, 경쟁률을 따져보았고, 카페 창업 때는 위에 언급한 요소를 계산했다. 반면에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마냥 희망을 갖기에는 무리였다.

 

아무래도 코딩을 익혀 직업으로 갖고 싶다면, 공부 이전에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할 듯했다. 맹 작가처럼 자기 관리와 계획, 시간과 비용에 대한 계산, 나 자신에 대한 탐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점이 뒷받침되어야 내가 코딩을 익히는 진정한 이유가 나타나고, 방향이 잡힐 것이다. 방향이 확실하면 공부에는 속도가 붙기 마련이니 직업을 가지는 속도도 빨라지리라. 좌절부터 해결하고 희망을 갖는 게 순서다.

 

취업 준비의 지도

 

가지고 있는 의미가 크다면 그만큼 노력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 p.201, 류채운

 

1부에서 의지와 희망을 얻었다면, 2부와 3부에서는 실질적인 도움과 용기를 받았다. 특히, 요즘 자기소개서를 쓰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차에 딱 맞춤형 해결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이력서야 뭐, ……, 한숨만 나올 뿐이다. 내 생각에 인사 담당자가 내 이력서를 보면 자기소개서 넘기기도 전에 탈락시킬 것으로 보인다. 거의 백지라고 봐도 무방하다. 류채운 컨설턴트는 이력서는 나의 첫 모습, 자기소개서는 나의 첫마디 말과 같다고 했다. 그러니까 나의 첫 모습(이력서)은 엉망진창에 폐인의 행색을 하고 있었으며, 나의 첫마디 말(자소서)은 개소리를 월월 짖는 중이었다. 이력서는 당장 수정할래야 할 수 없으니, 나는 그냥 자소서에 신경 쓰기로 했다. 글쓰기야 원래 내 전공이었고, 가다듬으면 볼 만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아니나 다를까. 내 자소서는 하지 말라는 대로 쓰여 있었다. 구구절절 관심 없는 내 사연 적어 놓고, 막연하게 의지를 드러내고, 어떤 경험은 구체적인 내용 없이 ‘OO에 참가했음만 나타냈다. 작성 당시에도 내가 보기 부끄러워서 손 놓고 있던 글이었다. 자신이 보기에도 민망한 글은 남이 보기에 눈살이 찌푸려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책의 조언을 참고하면서 기본 자소서를 수정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엉망진창인데, 지난 자소서처럼 내가 보기에 시공이 일그러지는 정도는 아니다.

 

항상 아무런 경력 사항도, 경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나의 과거를 돌아보니 마냥 하릴없이 살아온 것도 아니었다. 지금도 꾸준히 독서하고 서평 쓰고 있으니 백수 놀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존감 낮고 자신감이 없어서 나 자신을 하찮게만 여겼다. 그 탓에 내 과거를 비하하고 있었을 따름이다. 이런 점을 깨닫자 자신감 뿜뿜이 한창인 요즘이다.

 

제목이 코딩 진로인 만큼 IT 계열 회사 취업에 중점을 둔 이력서와 자소서 작성법이지만, IT 관련 용어만 빼면 모든 취업 준비에 통용된다. 핵심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보여야 한다이니까. 취업이 되는 그 순간까지 자주 들여다보면서 내 자소서를 완성시킬 계획이다.

 

코딩은 기본이 된다

 

맹윤호 개발자는 IT 기술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이 말을 들으니 고딩 때가 떠오른다. 당시 떠오르던 능력은 엑셀과 html작성이었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자격증 공부를 권유하며 지원을 약속했지만, 수포자이자 영포자였던 나는 계산하는 엑셀과 영문인 html작성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렇게 간과한 지 십여 년이 지나자 나는 그 기본 중의 기본이 된 컴활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땄다.

 

이 과정을 어떤 서순이라고 생각하면, 현재 떠오르는 코딩 기술은 얼마 후 필수이자 기본이 되어있을 것이다. 일반 사무원 지원 자격 요건에 파이썬 이용 가능자등이 적혀 있지 않을까? 우대 요건이 아닌 기본 요건에 말이다. 내가 컴활과 파이썬을 공부하는 것도 그런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뭐 의지만큼 익힐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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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취준생이라면 IT 전공이든 아니든 누구나 읽어두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서평의 제목도 어그로 같지만 취준생 바이블이라고 적어 봤다. 현재 내가 지원하고 싶은 기업은 IT 분야가 아닌 일반 사무직이지만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IT에 관심이 없다면 2부와 3부만 읽어도 괜찮을 듯하다. 늦은 나이에 처음 도전하는 취업인데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P.S. - 양심에 찔려 고백하자면, 3부는 대충 읽었다. 외국계 기업은 생각도 안 했거니와 영어 알러지가 돋아서 눈이 글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도 이력서와 자소서 쓸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꼭 나중에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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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걸 조로 열린책들 세계문학 74
존스턴 매컬리 지음, 김훈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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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이런저런 영웅에 대해 자랑하면 엄마는 조로같은 거냐고 하셨다. 엄마 세대에게는 조로가 최고의 영웅 캐릭터였다고. 나는 초능력자나 공상과학 영역의 인물들을 좋아했으니, 가끔 TV 프로그램에서 클립으로 보여준 조로는 영 별로였다. 그냥 사람이 눈만 가리는 가면을 썼는데 왜 못 알아보는 건지 의문이었다. 액션 또한 칼싸움밖에 없어서 빔 쏘고 총 쏘고 대포 쏘는 현대 영웅에 비하면 초라해 보였다. 그 후로 이 영웅은 내 머릿속에서 싹 잊혀졌다.

 

다시 이런 기억이 떠오른 것은 최근 중고서점에서 구매해 읽었기 때문이다. 한 번 서점에 들어가면 빈손으로 나올 수 없어서 어떻게든 책을 고르는데, 익숙하지만 내용은 전혀 모르는 쾌걸 조로가 눈에 들어왔다. 뒷면 소개글에는 친숙한 영웅들인 슈퍼맨, 베트맨, 스파이더맨 등 이중 정체성 영웅의 원형이라고 쓰여 있었다. 내 어릴적 우상의 원형이라니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비록 현대 영웅물보다 재미는 떨어질지언정 원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했다.

 

돈 디에고 베가는 서부 지역에서 세력이 강한 베가가문의 아들이다. 이 청년은 잘생긴 외모와 든든한 뒷배경을 가졌지만, 항상 무기력하고 지친 행색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가세가 무서워 앞에서는 아첨을 떨고 뒤에서는 비아냥댄다. 군인 곤잘레스 페드로 상사와 라몬 대위는 대놓고 무시하는 수준이다.

 

무기력한 청년 디에고는 몰락한 폴리도 가문의 딸 롤리타와 결혼하고 싶어하는데 이유가 단순하다. 나이가 되었으니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귀족으로서 아무하고나 결혼할 수는 없고, 가문의 평판은 맞춰야 하기에 가장 적당한 집안이 폴리도 가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접근을 가주인 돈 카를로스 폴리도와 그의 부인은 재기의 기회로 생각하고 환영 하지만, 롤리타 폴리도는 전혀 아니다. 인생의 한 번뿐인 청혼을 열정과 사랑의 노래 없이 허락하는 것은 처녀의 특권을 내다 버리는 짓이었다. 롤리타는 수치심을 느끼며 디에고를 거절한다. 하지만 디에고는 뭐가 문제인지 모른다. 자신의 부유함을 보여주면 마음이 돌아설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반면,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이라 불리는 조로는 디에고와 다르게 온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고 다닌다. 억울하게 매 맞은 이들을 대신해 복수하고, 부당한 권력 행위를 징벌한다. 그리고 유유히 사라진다. 치안 담장이자 현상금에 눈이 먼 페드로 상사는 발에 불이 나도록 조로를 추적한다. 역시 진급이 걸려 있는 라몬 대위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조로 추적에 더욱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각각 수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술집에서 허풍 떨던 페드로 상사는 부하들 앞에서 조로에게 장난감 취급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그리고 매번 추격에 실패한다. 라몬 대위는 롤리타에게 반해 두 번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첫 번째 거절에서는 조로에게 부상당하고, 두 번째 거절에서는 강제로 키스하려다 등장한 조로에 의해 엉덩이를 걷어차이며 쫓겨난다. 이로 인해 라몬 대위는 조로에 대한 복수에 이를 갈고 폴리도 가문까지 엮는다.

 

롤리타는 다른 의미로 마음에 불이 붙었다. 돈 디에고 베가가 떠난 후 그가 더 열정적이기를 바라며 조는 사이, 인기척에 눈을 떠보니 옆에 조로가 있었다. 그는 그녀가 바라마지않던 열정적인 언어로 사랑을 고백한다. 범죄자로 쫓기는 사내지만, 그의 행동에는 비겁함이 없고 당당하며 사랑에 적극적이다. 게다가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라몬 대위로부터 구해주기까지 했다. 라몬 대위와 지사의 합작으로 폴리도 일가가 일반 범죄자 감방에 수감되는 고초를 겪으나, 그마저도 조로가 구해낸다.

 

조로가 롤리타를 구해내기 전, 그는 용기와 담대함으로 자신의 세력을 형성한다. 이번에는 자신을 쫓던 신사들의 마음에 열정을 지핀 것이다. 불의를 참지 않는 진정한 신사 정신을. 그들은 조로를 도와 폴리도 가문 구출에 일조한다. 최후의 장면에서 조로와 롤리타가 술집에 갇혀 차라리 함께 죽기를 바랄 때도 신사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이용해 지사와 군인들을 저지한다. 이들의 열정에 반한 디에고의 아버지, 돈 알레한드로 베가도 공식적으로 합류해 조로 지지를 선언한다. 덕분에 조로와 롤리타는 죽음 앞에서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고 목숨까지 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로가 마스크를 벗으면서 일대의 모든 이들에게 환호성을 불러일으킨다. 열정적이고 당당하며 칼 솜씨가 뛰어난 카피스트라노의 재앙이 바로 무기력하고 소심하며 항상 지쳐있던 돈 디에고 베가였던 것이다! 디에고는 열다섯 살 때, 자신과 친하던 인디언과 수도사가 핍박 당하는 것을 보고 조로가 되기로 결심했고, 모두를 속이기 위해 디에고일 때는 무기력한 모습을 꾸며냈다. 진실이 밝혀지자 아들의 의욕 없음을 걱정하던 돈 알레한드로 베가도, 외모와 가세만큼 열정적이기를 바랐던 롤리타도, 그를 무시했던 곤잘레스 페드로 상사도, 조로를 따르던 신사들도 모두 기뻐해 마지않았다.

 

지금은 클리셰로 치부되는 내용이다. 물론 여전히 인기는 있지만, 흥미롭지는 않다고나 할까. 디에고와 조로가 동일 인물인 점이 마지막에 가서야 드러났어도 읽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니 읽기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당시에는 엄청난 반전이었으리라 생각하면 원형을 읽는 것에는 시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원형의 변주가 널리 퍼지고 퍼져서 클리셰가 되면 분명 읽은 적이 없음에도 이미 읽었던 느낌이다. 내가 가장 아쉬움을 느꼈던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웅 캐릭터에 영감을 준 아버지 격의 서사는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쾌걸 조로가 쓰이지 않았다면 베트맨도 슈퍼맨도 스파이더맨도 없었을지 모른다. 있었어도 이중 정체성이 가져다주는 스릴 없이 당당하게 돌아다니는, 더욱 진부한 내용으로 전개되었을지도. 아니면 등장 시기가 매우 늦어졌을까. If의 세계는 뭐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넘어가고. 아무튼 쾌걸 조로가 등장했기에 나의 추억이 풍성해졌다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다. 바로 이 점이 진부해도 좋게 평가되는 원형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영웅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봐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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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일기 - 코로나19로 봉쇄된 도시의 기록
팡팡 지음, 조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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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해의 메인 이슈도 코로나다. 백신이 개발되면서 좀 나아지려나 기대했지만, 변종이 등장해 다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변종에도 효과적인 백신이 있어도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처방받으려면 한참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최대한 벗지 말아야 한다. 현재는 예방이 곧 백신인 셈이다.

 

이런 핫이슈를 몸소 경험하고 있으니 우한일기를 마주했을 때 아니 구매하고, 아니 읽을 수 없었다. 코로나의 발원지가 어디냐, 바로 우한 아니었던가. 뭐 발원의 근거는 논란이 있다고 쳐도, 초기 확산이 두드러졌던 곳이 우한이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리원량 의사가 코로나의 위험성을 설파했으나 중국 정부는 헛소문을 퍼트린다며 처벌했다. 중공식 입막음 때문에 환자 선별이 늦어졌고 전염성이 매우 강한 COVID-19는 우한을 집어삼켰다. 의료체계가 붕괴 수준에 이르러서야 중국 정부는 극약처방으로 우한을 봉쇄했다. 팡팡은 봉쇄3일 차부터 해제 명령이 나온 날까지의 60여 일 동안 우한 상황과 개인적인 경험 및 의견을 중국 SNS에 일기 형식으로 올렸다. 우한일기는 그 내용을 모아놓은 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수많은 인민들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중국 각 지역 공무원들의 평균 수준, 그리고 우리 사회의 고질병까지 들춰냈다. 이 병은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악랄하고 끈질긴 병이다. 게다가 언제쯤 치료가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고치려 노력하는 사람도, 치료받으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 p.48

 

호시절에는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알 수 없다. 전부 평균 이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분이 가능해지는 시점은 위기 상황이 당도했을 때다. 진짜 유능한 사람들은 위기 대응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투자의 격언 중 하나인 버핏의 말은 투자를 벗어나 모든 상황에 어울린다. “물이 빠져야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안다.”

 

우리는 실시간으로 우한 의료체계가 속절없이 붕괴하는 소식을 접했다. 병원으로 밀려드는 군중을 공무원들은 제어하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전염병 소식을 숨겼고 민중을 속였다. 사람들은 정부가 전염병으로 속이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예전에 사스로 크게 데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신속하게 전문가의 의견을 발표했다. ‘사람 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막을 수 있고 통제 가능하다.(p.59)’ 작가를 비롯한 우한 사람들은 안심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중공식 통수를 예상하지 못했다. 의견의 주인공 전문가는 발표 후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의견을 정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세심하게 돌아봐서 이렇게 감염된 것이다, 대충 봤다면 감염되지 않았다라는 뻔뻔한 말을 했다.

 

그들의 무능함 여파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졌다. 코로나 확진으로 부모가 격리되는 바람에 집안에 홀로 있다 아사한 아이가 있었고, 기저질환이 있던 중증 환자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보호자가 코로나로 사망해 졸지에 고아가 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미처 정비하지 못한 채 봉쇄된 의료 최전선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희생정신을 발휘해 간신히 버텨냈다. 그 과정에서 리원량 등 몇몇 의료진이 세상을 등졌다. 건강한 시민들은 건강을 망치지 않도록 집안에 박혀 있어야만 했다.

 

전염병을 막는 과정도 일상생활과 같아서 수많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다. 하지만 어리석지 않은 사람이 더 많고, 모든 일이 다 어리석은 것도 아니다. - p.86~87

 

정부와 공무원이 속인 대가로 우한 시민들은 꼼짝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금세 살기 위해 행동했다. 기간을 두고 한 가구당 한 사람씩 나와 생필품과 식료품을 구매했다. 주변에 직접 나서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문 앞까지 배달했다. 나중에는 젊고 건강한 청년을 중심으로 장보기 그룹이 생겨 시민들의 주문에 맞춰 대신 장을 봐주었다. 27일 차 일기에서 작가는 우한 사람들의 삶이 화창한 날씨처럼 활기차다고 썼다. 인간의 적응력과 생활력이란 참으로 대단함을 느꼈다.

 

물론 쓰레기 같은 부류의 개인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잖이 그랬듯 우한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 진실을 거짓으로 호도하는 사람, 권위를 내세워 개소리하는 사람 등. ‘그들 대부분이 전염병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염병 통제는 더디고, 어쩔 수 없이 계속 집안에 머물러야 하는 우리가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대가를 치른다(p.241)’

 

하긴 악당 같은 게 어디 바이러스뿐일까.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고 인민들이 죽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 기증한다는 명목으로 물품을 모은 후 인터넷에 내다파는 사람들, 일부러 엘리베이터에서 침을 튀기고 이웃집 대문 손잡이에 침을 묻히는 사람들, 병원에서 구입한 긴급 의료용품을 훔치는 사람들까지. 물론 사방으로 소문을 지어내고 모함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사람이 존재하는 한 바이러스는 영원히 존재한다. 그렇다, 사회생활도 이와 같아서 사람이 있는 곳에는 바이러스 같은 사람(덜떨어진 사람)도 늘 함께 있다. - p.139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느꼈다. 불과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몰상식한 인간들 때문에 집단감염이 또 발생했었다. 지금도 집단감염이 발생하지 않아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몇십 명 이상이 모이는 장소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질병인 바이러스는 시간이 걸려도 치료제나 백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적 민폐 바이러스는 약도 없다. 성숙한 시민의식만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래, 우리의 머리는 선생님의 가르침에 달린 게 아니고, 신문에 달린 것도 아니고, 회의 문건에 달린 건 더더욱 아니다. 머리는 우리의 어깨 위에 달려 있다. 우리의 머리는 독립적으로 사고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p.23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05&aid=0001412034


서평을 쓰기 전에 이런 기사를 봤다. 요약하자면 중국 정부가 코로나로 인한 노인 사망자 수를 숨겼다는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는 내용이다. 재차라고 하니 이전에도 한번 있었던 모양새다. 봉쇄 해제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여전히 우한은 진행 중인 듯하다. 우리야 중국이 중국했다로 치부할 수 있어도, 이미 정부의 배신을 겪은 우한 시민 역시 그러할까? 워낙 정부의 입김이 강한 나라이니 사건의 온상이 제대로 드러날지 미지수다. 의혹을 제기한 기자와 언론사가 무사할는지……. 아마도 이 책에서 배울 교훈은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의 저런 모습을 학습하지 않도록 국민으로서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리라. 그나마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여서 다행이다.

 

다시 한번 느낀 점을 강조하면,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기에 어디서나 깨어 있는 부류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끝으로 작가가 일기에 실은 고등학생의 글을 나도 내 서평에도 실으면서 마무리한다.

 

오히려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대부분의 문제는 사회의 어두운 면에 관심을 기울일 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밝은 빛에 과하게 취해 있을 때 나타난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빛은 우리의 시력을 망가뜨리죠.”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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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섀퍼의 돈
보도 섀퍼 지음, 이병서 옮김 / 에포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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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옛말을 행해서 덕도 많이 봤고, 지나고 보면 틀린 말이 거의 없어서 후회하거나 실망하는 일도 적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른의 말 중 완전히 틀렸다고 확신하는 말이 생겼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돈이 사람 망친다’, ‘돈이 화를 부른다등등. 어렸을 때는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만화나 소설, 드라마에서 대개 부자란 악역으로 그려졌으니까.

 

돈 공부를 하기 전, 그러니까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돈을 나쁘게 생각했다. 아니, 변명이었다. 경제적 활동을 미루고 싶고,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은 자의 변명. 따지고 보면 그런 생각이란 기본적으로 잘못되었다. 이 세상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 그만 살고 싶어 자살해도 누군가는 금전을 지불해야 한다. 세상과 연결하는 창구에는 돈이 걸쳐 있다. 선행도, 악행도 돈을 요구한다. 자본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공산주의도 돈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화폐가 발달한 이래 돈이 힘을 잃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므로 돈을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었다. 엄밀히 말해, 돈은 중립이고 나의 돈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였다.

 

보도 섀퍼의 돈은 돈에 대해 나의 마음가짐을 좋은 인간 방향으로 이끈다. 투자와 자기계발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인 보도 섀퍼는 돈은 좋은 것이며 우리가 마음 먹기에 따라 벌 수 있는 액수가 달라진다라고 말한다. , 먼저 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자신의 경제적 가능성 그릇을 크게 키워야 하루빨리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1부와 2부로 나눠, 1부에서는 돈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2부에서는 투자 마인드를 가르쳐준다. 나는 1부에 집중했다.

 

돈에 대한 믿음

 

돈은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내 마음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나 스스로 나의 성공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 p.33

 

나는 돈을 소중히 다룰 줄 몰랐다. 받는 족족 쓰기 바빴다. 내게 돈의 소중함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애정과 관심은 과잣값으로 받았으며, 들리는 말이라곤 돈에 대한 불평불만 뿐이었다. 나는 돈을 저주하면서도 갈구했다. 그 결과, 할아버지 지갑에 손도 대보고, 학교에 낼 우윳값도 삥땅(?) 쳐보고, 삥을 뜯겨도 아까운 줄 몰랐고,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을 내놓고도 가지 않은 기염을 토했다. 그 외에도 말하기 부끄러운 여러 사건이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까워서 몸부림칠 사건들이다. 그런 와중에도 알바라고는 초딩 때 전단지 알바와 고딩 때 횟집 알바 한 달이 전부였다.

 

이런 행위들의 기저에는 돈은 나쁜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했다. 나쁘니 모아두면 안 되고 빨리 써버려야 했다. 또 나쁜 것이니 인위적으로 벌려는 노력도 나쁜 행동이었다. 또한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니 내가 굳이 벌 이유도 없었다. 나쁜 돈은 누군가가 벌고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될 일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것이 지금까지의 내 돈에 대한 개념이었다. 보도 섀퍼는 이런 관점을 낙관주의라고 말하며 멀리할 것을 권한다. 낙관주의는 모든 일을 긍정적인 면만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돈은 나쁘다라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이로운 부분만 취했다. 쾌락을 채우며 안위를 누렸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 많은 용돈을 받았으면서도 텅장이고, 돈 버는 경험도 없는 것이다. 모든 일은 나에게 후회로 돌아왔다.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대한 책임은 항상 우리에게 있다. - p.51

 

과거의 일들은 무책임에서 비롯되었다. 돈 들어가는 모든 일은 부모님이 해결해주셨다. 내 생에 처음으로 제대로 일한 횟집 알바에서는 손님과 싸우고 얼마 안 가 관두었다. 돈 버는 것에 대한 책임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책임 회피를 선택했고, 그 후로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책임지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잘못된 행동이었다. 저자는 책임지지 않는 행위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의 크기를 의미한다.

 

부나 행복은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지는 과정에서 생긴다. - p.60

 

그러기 위해선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성장의 기회가 오고, 해결 방안을 찾으면서 관리 영역이 확장된다. 책임의 크기만큼 나에게 되돌아오는 대가도 커진다. 또한, 책임지는 행위는 그것의 중요도를 정확히 인식하고 휘둘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돈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는 순간 변명의 피라냐 떼가 나를 물어뜯으러 달려든다. 변명뿐인 삶의 최후가 보이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에게 벌어진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부를 위한 4종 경기

 

저자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앉아서 기다린다고 기적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기적을 불러들이기 위해 운동선수처럼 훈련을 해야 한다. 그는 이것을 4종 경기라고 부르는데, 1경기: 독서, 2경기: 성공일지, 3경기: 세미나, 4경기: 롤모델이 그것이다.

 

1경기: 독서 - 말해 뭐하겠는가. 문자가 생긴 이래 수천 년을 검증해온 방법이 바로 독서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다면 필시 독서가일 것이기에 굳이 첨언할 필요는 없겠다.

 

2경기: 성공일지 감사일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인간의 부정편향은 생각보다 강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기록해둔다면 힘들거나 괴로울 때 큰 도움이 된다. 실수나 실패로 자괴감에 휩싸였다면 성공일지를 열어 자신감을 되찾도록 하자. 그것을 비료 삼아 나의 관리 영역과 목표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3경기: 세미나 독서가 간접경험이라면 세미나는 직접경험이다. 당연히 영향력은 직접경험이 훨씬 우세하다. 현장에서 강사의 말을 보고 듣고 느끼면 습득에 더 큰 도움이 되고, 운이 좋으면 강사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추가로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을 관찰하여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

 

4경기: 롤모델 우리는 주변 환경을 모방하면서 성장한다. 나은 사람이 많으면 발전하고, 못한 사람이 많으면 정체되거나 도태된다. 그렇기에 나보다 나은 사람을 롤모델로 모방하면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일은 당신에게 왜소한 일이라는 뜻이다. - p.89

 

여기에 용기를 더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파이도 작기 마련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지 않는가. 4종 경기로 단련하면서 위험을 감수한 도전을 한다면 행운(기회)이 왔을 때 확실히 거머쥐고 우리는 경제적 자유라는 기적을 일으킨다.

 

돈에 대한 신념

 

충고를 받을 때는 기본원칙이 있다. 당신이 도달하고 싶은 곳에 이미 도달해 있는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충고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 p.139

 

앞서 어른들의 돈에 대한 부정적인 말은 나에게 안 좋은 신념을 심어주었다. 돈 공부를 시작하면서 바꿔가고 있는데 아직 흔적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그것도 곧 떨쳐버릴 수 있을 듯하다. 곰곰이 떠올려보니 그 어른들 중 부자는 아무도 없었다! 본인이 가진 것이 없기에 편히 소비할 수 없는 현실을 돈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 전가했던 것이다. 이제는 그들의 말을 믿지도 듣지도 않는다.

 

세상에는 돈에 대한 좋은 신념을 심어줄 부자와 그들이 쓴 책이 많다. 내가 따르고 기억할 충고는 모두 거기에 있다. ‘돈은 좋은 것이라는 신념을 가졌지만, 아직 미흡해 책에서 요구한 바와 같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앞으로의 내 숙제는 이 책을 비롯한 많은 투자서와 부자들의 말을 읽고 들으면서 확실한 신념을 새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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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굉장히 인상 깊게 읽어 나름 할 말이 많았다. 2부인 투자 방법과 가치관은 현재 나의 견해차가 있어 몇 번 더 들춰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1부만으로도 이미 이 책은 평생 소장욕을 자극했다. 앞으로도 돈에 대한 가치관과 신념이 흔들릴 때마다 열어볼 듯하다. 돈 공부를 한다면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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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
앙리 샤리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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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을 소설로 쓰면 열 권은 나온다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책을 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극히 드물 것이다. 시간, 의지, 기술적 문제는 물론, 무엇보다 막상 풀어보면 재미가 없을 게 분명하다. 평범한 사건이라면 극적 요소와 갈등을 집어넣어야 하고, 특별한 사건이라면 적당한 긴장감과 완급 조절이 필요한데, 웬만한 이야기꾼이 아니고서야 일대기를 그렇게 조성하기란 쉽지 않다. 말로 하기도 어려운데 글로 쓰는 것은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저자 앙리 샤리에르는 해냈다. 31년 프랑스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받아 들어간 도형지에서 탈출해 자유인 신분이 되기까지 장장 13, 길고 지난한 과정을 한시도 지루할 틈 없이 풀어낸 소설이 빠삐용이다. 앙리 샤리에르는 웬만한 이야기꾼을 넘어 대단한 달변가였다. 게다가 책머리에 있는 초고 편집자의 글을 보면 구두점과 오탈자 빼곤 손댄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하니 천부적인 작가이기도 했다.

 

그의 인생을 담은 소설은 다양한 탈출 시도를 담고 있다. 첫 번째 탈출은 생로랑 도형지의 병원에서, 두 번째는 리오 아샤, 세 번째부터 여섯 번째는 콜롬비아 감옥, 일곱 번째는 루아얄 섬에서, 여덟 번째는 생 조제프, 그리고 마지막 아홉 번째 디아블 섬에서 탈출에 성공했다. 영국령 기아나의 조지타운을 걸쳐 베네수엘라로 이동한 빠삐용은 얼마간의 수용소 생활을 거친 후 베네수엘라 시민증을 얻게 되었다. 마침내 자유인이 된 것이다.

 

자유인의 신분을 얻는 과정에서 빠삐용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첫 번째 탈출에서 미리 매수한 브로커 지저스라는 인물은 받은 돈에 비해 너무 낡은 배를 주어 빠삐용 일행을 곤경에 빠뜨릴 뻔했지만, 브르통과 나병 환자들 덕분에 멀쩡한 배를 구해 지장 없는 항해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탈출 후에 만난 과지라 부족은 빠삐용에게 두 번 다시 없을 행복한 시간을 선사했다. 그들과 동화되어 지낸 몇 개월의 기억은 빠삐용이 독방에서 격리 수감 생활을 할 때 버팀목이 되었다. 특히 과지라 부족 아내인 랄리와 조라이마는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콜롬비아에서는 드가의 형인 조제프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번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신의 생계(그는 포주였다.)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조제프는 빠삐용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루아얄에서는 마튜 카르보니에리, 부르세, 나릭, 케니에의 도움을 받아 탈출용 땟목을 거의 완성할 뻔했다. 베베르 셀리에가 밀고하지만 않았다면. 빠삐용은 그를 죽일까 고민했지만, 스스로 그를 죽일 권리가 없다고 결론 내려 놔둔 것이 화근이었다. 생 조제프로 이송되기 전에 빠삐용은 셀리에를 죽였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인죄가 적용되지는 않았다.

 

생 조제프에서는 미친 사람인 척하여 요양원에 들어가 탈출을 꾀했다. 의무병으로 지원한 실뱅과 함께 기름통과 물통으로 만든 뗏을 이용했으나 파도를 계산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뗏목은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고 빠삐용은 푹 젖은 채 간신히 살아남았다. 실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박살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빠삐용은 무기력에 빠져 미친 척을 관두고 다시 정상인 수용소로 돌아갔다. 그는 군의관에게 말해 디아블로 수용소를 옮겼다. 끝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디아블은 상대적으로 육지가 가까운 작은 섬이어서 탈출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곳에서 창이라는 중국인의 도움을 받아 실뱅과 함께 코코넛 부대로 만든 뗏목을 타고 탈출에 성공했다. 바다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육지에 도착하지만, 실뱅은 유사를 조심하지 않아 빠져 죽고 말았다. 빠삐용은 그런 친구를 둔 채 살고자 떠나는 자신의 이기심을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루아얄의 육지에서는 흑인 장의 도움을 받아 창의 동생이 있는 이니니 수용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창의 동생인 치치와 다른 중국인 반 위와 함께 배를 구해 조지타운으로 완전히 탈출했다. 평화롭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신분은 탈주자여서 빠삐용은 다른 프랑스인 탈주자와 함께 조지타운을 벗어났다. 그리고 베네수엘라에 도착해 영원한 자유인의 신분을 획득했다.

 

벽 앞면은 문명사회가 허울 좋게 그려져 있고, 뒷면은 거칠거칠한 콘크리트의 질감 그대로다. 자유는 벽 너머에 있고, 그 벽을 넘기 위해서는 예쁘게 그려진 문명사회를 밟고 올라가 더렵혀야 한다. 그렇기에 제도는 넘어오지 못하게 막을 따름이다. 빠삐용의 탈출은 제도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 스스로 자유를 쟁취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게다가 프랑스가 아닌 베네수엘라에 정착함으로써 열강이 곧 발전된 문명사회라는 허울을 벗겨버렸다.

 

빠삐용이라는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사전을 찾아보니 나비 외에 경박한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또 그의 가슴팍에는 나비 문신이 자리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앙리의 별명일 따름이다. 하지만 나비가 자유로움의 상징임을 생각해보면 탈출하는 과정에서 애벌레에서 번데기까지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 번데기가 갈라지고 화려한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나비의 모습과 드디어 자유인이 된 앙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빠삐용이 단순한 소설이었다면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앙리 샤리에르의 실제 탈출 경험담이 바탕이어서 나에게 다가오는 감동도 커다랬다. 코로나와 취업 준비로 나는 나름대로 고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할 입장은 아니다. 물론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1:1로 비교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근성과 집념은 시대를 막론하는 역량이기에 나의 나비를 날리기 위해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빠삐용은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할까. 나에게 당면한 과제다.

"그놈의 우리 아름다운 조국에는 아름다운 정의감은 없는 것 같아요, 드가. 우리나라보다 아름다운 나라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더 인간적으로 다루는 나라는 많을걸요." - P77

과지라 부족은 백인들이나 다른 부족들이 몹시 두려워하는 부족이지만 내게만큼은 잠시 숨을 돌릴 정박항이었고, 문명세계 인간들의 사악함에 비교도 할 수 없는 피신처였다. - P260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만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나의 유일한 종교이다.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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