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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하는 마음 일하는 마음 2
김필균 지음 / 제철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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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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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의 천재들 -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찰스 다윈에서 당신과 나에게로 이어지는 미루기의 역사
앤드루 산텔라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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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 해야 할 일, 반드시 해야 할 일의 목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그 일을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아낸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모두는 다윈과 동급이라 할 수 있다. - p.22
 
대학생 시절, 과제가 너무 하기 싫었다. ‘문예창작과’의 특성상 레포트의 대부분은 창작이었다. 단편 소설, 시, 비평, 동화, 시나리오, 희곡……. 과제마다 기한은 널널했다. 보통 2주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문제는 항상 레포트 어셈블로 도래했다는 점이다. 여력이 없던 나는 선택과 집중으로 관심 분야 외 과제를 포기했다. 관심 분야는 구상하는데 기한을 다 쓰고, 제출 하루 이틀 전에 핫식스의 힘으로 밤새우며 과제를 마쳤다. 미루고 미루어 데드라인에 걸쳐 끝낸 것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는 시공을 초월한 금언(金言)도 미루기의 고수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이유 없이 미루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이 볼 때는 게으름으로 보이겠지만, 당사자는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치밀하게 생각하는 중이다. 합리화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제대로 봤다. 미루기는 대체로 정신승리를 위한 합리화에 불과하다.
 
저자도 자신의 글쓰기를 미루는 행위를 합리화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이 합리화가 왜 타당한지 풀어낸다. 미루기를 연구하는 교수 조 페라리의 대화를 통해, 로마의 위대한 왕 중 하나인 ‘아우구스티누스’와 종교 귀의를 미루지 않아 성인이 된 가상의 인물 ‘엑스페디투스’를 통해, 진화론의 아버지 ‘찰스 다윈’을 통해, 희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통해, 메모가 아포리즘으로 유명해진 ‘게오르그 크리스토프 리히텐베르크’를 통해, 펜실베이니아의 ‘폴링워터’라는 별장을 지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통해 미루기가 얼마나 위대한 행동인지 설명한다. 아니, 위대하진 않더라도 나쁘지 않다고 설득하고 있다.
 
주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미루다’를 검색하면 사전은 이렇게 말한다.
 
정한 시간이나 기일을 나중으로 넘기거나 늘이다. by 네이버 사전
 
그러니까 하기는 하겠지만 지금 당장 말고 나중에 하겠다는 뉘앙스이다. 여기서 나는 미루는 행위와 하지 않는 행위를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일이 지나더라도 어떻게든 해냈다면 그것은 미룬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과물이 없다면 그것은 하지 않은 것이다. 위에 저자가 예로든 인물들은 전부 당장 무엇을 하진 않았지만 결과물들이 있는 존재들이다. 다빈치가 주조하려고 했던 대형 청동상 <그린 카발로>가 구상에서 그쳤어도 미뤄졌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남긴 다양한 결과물 덕분이다. 다빈치 사후 500년이 지나 그의 구상은 미국의 미술품 수집가 찰스 텐드가 고용한 조각가 니나 아카무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러니 이 역시 미뤄진 결과물이다.
 
그 중 ‘엑스페디투스’만 예외다. 기독교에 귀의하려고 하자 까마귀로 변장한 악마가 조금만 더 미루라고 종용한다. 그는 까마귀를 짓밟아 죽이고 곧장 기독교인이 되었다. 악마의 유혹을 뿌리쳤기에 성인이 되었을까? 이 인물이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가 된다. 무엇이 되었든 미루지 않고 모든 일을 곧장 실행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 인물은 가상이고 성인인 것이다.
 
누군가는 주변에 미루지 않고 곧장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저자가 다윈이 걸었던 산책로에서 했던 고민을 보면 다시 없다는 확신이 든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해야 하는 일을 미뤄야 한다. 런던으로 돌아가면 길 위의 모험을 미뤄야 한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무언가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 p.231
 
현실에 사는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 때 다른 일은 미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서평을 쓰면 독서를 미룬다. 설거지를 하면 청소를 미룬다. 선택은 포기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미루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미루기와 포기의 차이는 나중에라도 그 행동을 한 결과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즉, 미루기의 합리화 조건은 현재의 평가가 아니라 미래의 평가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자타공인 합리화의 전문가지만, 결과 없이는 미룬 게 아니라 ‘하지 않음’이다.
 
미루기에 미덕이 있다면, 그건 분명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는지(또는 우리가 안 하고 있는 일을 왜 안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일 것이다. 해야만 하는 일을 미루는 건 세상이 내게 바라는 일이 정말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 p.39
 
그러나 이런 합리화가 불안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더 나은 결과가 생길 것도 같고, 다른 길이 있을 것도 같아 당장 하지 않게 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이 일로 인정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내면이 방어기제로 미루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완벽주의라며 포장한다. 설득력은 있지만, 하지 않음을 설득할 수는 없다. 이런 미루기는 다윈이나 다빈치처럼 나은 방향이 아닌 자멸적 결과로 향한다. 실천은 하나도 없이 생각에서만 그친다.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감정을 통한 지연은 수정해야 할 문제이다.
 
이 책이 왜 인문교양으로 분류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은 합리화의 동물이니까 인문교양인 건가? 유우머라면 납득이 가지만, 나는 그냥 참고문헌 많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애덤 그랜트의 『오리지널스』에서 나온 것처럼 전략적 지연, 미루기의 과학적 근거를 기대했으나…… 하기 싫음에 대한 자기위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되겠다. 하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오리지널스』의 4장만 따로 보는 게 낫다. 그나마 마무리를 잘해서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수준이다.
 
오늘 구매하고 교보문고 내 카페 자우에 앉아 1일 1독 하는 마음으로 완독했다. 불행은 내가 이 책을 구매했으며 밑줄을 그었다는 점이고, 다행은 재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나는 오늘 다른 책 독서를 미뤘다고 생각하련다. 이 또한 자기합리화 마무리인가? ㅋㅋㅋz

이 길을 따라가면 해야 하는 일을 미뤄야 한다. 런던으로 돌아가면 길 위의 모험을 미뤄야 한다. 어떤 선택을 내려도 무언가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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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 - 독립근무자의 자유롭고 치열한 공적 생활
서메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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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점: 9/10

평 점: 9/10

구매/대여처: 교보문고 구매(오프라인)

 

 

  이 책을 집은 이유는 순전히 팬심 때문이었다. 영어 학습에 꽂혀 있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서메리작가를 처음 봤다.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자신의 학습 방법을 설명하는 모습에 반했다. 책 사러 교보문고에 도착하자마자 메리 졓아! XD”하면서 구매했다.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장르 불문 사는 편이니, 팬심이 취향을 압도하는 것 같다.

 

 <초판을 사서 받은 한정판 에코백. "도비는 이제 자유의 몸이에요!" 그렇다. 서메리 작가는 도비의 삶을 살았던 것이었다.>

 

  나는 사회경험이 전무하다. 취업 경력도 없고, 알바 경력도 없고, 대인관계도 미약하다. 그래서 내 사회적 체질이 어떠한지 알 겨를이 없었다. 산 책이라고 무조건 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이기에 사자마자 펼쳐봤는지 모르겠다. 부족함을 알아야 호기심이 동하고, 호기심이 동해야 관심이 생기는 법이다. 그렇게 펼쳐본 책은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도 위로도 되고 조언도 되었다.

 

  저자가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되어 안정기까지의 여정을 담긴 책이다. 퇴사한 이유와 프리랜서가 되기 위한 준비, 고충, 예비 프리랜서에게 전하는 조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사를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이지 않은 생각할 거리를 전했다. 가령, 퇴사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질문은 회사 체질이 아닌가였다. 업종이나 업무,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비슷하게 힘들어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든 생각이었다. 성격이 아무리 좋아도, 체력이 아무리 넘쳐도, 땅콩 알러지 있는 사람이 땅콩을 참고 먹을 순 없다. 아니, 심하면 목숨 걸린 문제라 먹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그런 체질이 개인의 결함으로 생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자기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저자는 말한다. , ‘회사 체질은 직장인의 행복과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현주소를 묻는 질문이다.

 

  만약 저자처럼 회사 체질이 아니라면? 두 번째 고민할 질문은 먹고살 기술이 있는가이다. 저자는 영문학과를 나와 번역으로 길을 잡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기술을 새로 배워야 했다. 더불어 일러스트레이터와 1인 출판사까지 하면서 불안에 대비했다. 어쨌든 생계를 유지하려면 수입이 있어야 하고, 그게 창업이든 프리랜서든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 기술이 있다 하더라도 실력이 없으면 누가 찾아줄까. 어쩌면 가장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부분이다.

 

  체질을 알고 기술과 실력이 생겼을 때 필요한 덕목은 책임감과 인내심이다. 비단 저자가 말하는 프리랜서 분야에만 해당하는 덕목은 아니다. 책임감은 인간관계의 핵심인 신뢰가 달린 문제다. 인내심은 생의 모든 부분에 절대적이다. ‘책임감과 인내심이란 자질은 부와 명예는 몰라도, 최소한 생계 걱정을 하지는 않도록 도와줄 마법의 열쇠다(p.262)’라는 말은 저자의 조심스러운 성격이 전하는 겸손한 표현이다. 대가들의 이력을 보면 책임감과 인내심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계가 유지됨의 시작이 책임감과 인내심이라면, 부와 명예를 이루는 것도 이 두 가지 요소가 핵심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덧붙일 요소가 있다면 겸손과 자기계발, 적확한 메타인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졸꾸정신이 전부고 끊임없는 독서가 전부다.

 

  본인의 사회적 체질 파악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강도가 아닌 빈도라고 하는데, 생리적으로 편한 환경에 놓여야 스스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생업을 찾는다면, 흔히 말하는 놀면서 일한다아니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산다라는 생활패턴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체질은 어떠할까. 위에 적었듯이 직장 경험이 없으니 회사 체질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예전에는 뭐든 혼자 하는 게 좋았고, 타인은 거슬리는 존재였다. 내 행동에 대한 평가는 나만이 옳았다. 지름길이 있다고도 생각했고,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타인에게서 나에게 부족한 점을 배우는 게 행복하고, 실력을 키워 내가 가진 능력을 나누고 싶다. 개인주의자에서 벗어나 이기적 이타주의자를 지향한다. 부족함에도 아웃풋 독서의 일환으로 꾸준히 서평을 쓰려고 노력하고, 더 깊이 생각해보려고 한다. 서메리 작가가 했던 것처럼 의식적인 연습으로 실력을 키우려고 한다. 아직은 개인 체질이지만 어울림 체질로 개선할 예정이다. 무던히 노력해야지.

 

  저자가 직접 겪은 현실적 조언은 내게 놀라움을 주었다. 4대 보험의 유무로 갈리는 금융업계의 태세전환. 만약 퇴사를 준비 중이라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은행 업무는 총정리해서 끝마치라고 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퇴사 전의 처리속도에 비해 퇴사 후 10배가량 늘어난다고. 번역가의 단가도 새로웠다. 내 주변에 번역가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번역가가 아니더라도 퇴사 후 이직이 아닌 진로를 꿈꾼다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한때 나에게도 프리랜서라면 프리랜서인 소설가를 꿈꾼 적이 있었다. 재능신화의 노예이며 고정형 사고방식의 화신이어서 졸꾸하지 못하고 포기했더랬다. 소설가만 포기하지 않고 독서와 글쓰기 모두를 포기했다. 너무 안일하고 단순하게 생각한 탓이다. 서메리 작가가 느꼈던 것처럼 나도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곧 바뀔 예정인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그 시점이 오기 전에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엉겁결에 내 인생이 그 자리에 고정돼 버릴까 두려워하고 있다(p.35). 이제는 두려움을 마주하면서 먹고살 기술을 공부하고 책임감인내심을 기르면서 다시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생겼다. 졸꾸하면서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언젠가 글쓰기로 생계유지 정도는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소박한 기대를 가지면서 좋은 글을 써준 서메리 작가에게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한 번도 멈추지 않은 것. 나는 단 한 번이라도 멈춰 서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자세히 관찰했어야 했다.- P16

회사의 규모나 업계, 업무의 성격과 관계없이 비슷한 성격의 괴로움을 느낀다면, 나는 특정한 회사가 아니라 회사라는 조직 자체에 맞지 않는 사람인 게 아닐까? 한마디로 ‘회사 체질’이 아닌 것 아닐까?- P29

따라서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진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결정하고 뛰어들 필요가 있었다.- P48

업계를 막론하고 한 분야의 프로라면, 그것도 경력과 평판이 전부인 프리랜서라면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되고 납기에 맞추지 못한다는 건 애당초 자격 미달이었던 것이다.- P97

무제한의 자유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그만큼 큰 불안이 존재하고,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보호해 줄 사람도 없다는 뜻이다.- P211

이렇게 다양한 업계의 현실을 조금씩 체험하는 동안 내가 깨달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프리랜서에게 책임감과 인내심보다 중요한 자질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P260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주가 아니라 취미와 호기심이다.-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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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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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점: 8/10

평   점: 9/10

구매/대여처: 교보문고(오프라인)

     

 

  시립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회를 신청했다. 첫 책은 문유석 판사의 쾌락독서. 내 기억에 이전 저서 개인주의자 선언은 진지했다. 이 책도 그러려니, 쾌락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비슷한 무게감일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듯, 하마터면 알량한 내 짐작 때문에 즐거움을 놓칠 뻔했다.

 

  제목에 걸맞은 완급조절. 때로는 웃으면서, 혹은 진지한 시선으로 저자의 책을 대하는 태도 확장을 엿볼 수 있다. 3장 구성으로, 1장은 성장기 독서다. 자유롭게 철저히 본인 취향에 맞춰 책을 읽는다. 2장은 그렇게 읽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한다. 3장은 사회로 사유가 확장된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내내 어느새 내 생각 자투리를 끄적이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어떤 책이든 자기가 즐기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혼자만 읽지 말고 용기 내어 책 수다를 신나게 떨어야 더 많은 이들도 함께 읽게 된다는 것. - p.16

 

  여러 가지 독서법이 있다. 다양한 책도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불변의 정답은 없다. 독서는 받아들이는 자세고, 지극히 주관적이다. 읽는 내가 즐거워야 타인과 신나게 대화할 수 있고 계속 읽어나갈 수 있다. 내게 즐겁지 않은 독서는 노동이 된다. 노동은 피로를 생성하고, 피로는 도망치거나 그만두고 싶은 감정을 불러온다. 그렇게 독서는 하기 싫은 행위가 되는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재미있는 책은 최대한 멈추지 않고 본다. 여기에 지식과 정보,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매번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책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 독서에 부담을 지운다. 또 내가 흥미 있는 분야만 읽는 편독도 해롭다. 한쪽으로 쏠린 생각은 현실감각마저 기울게 만든다. 결국, 이 책 저 책 읽어야 한다. 나는 어렵고 재미없는 책은 오래 두고 매일 조금씩 읽는다. 잘 모르겠으면 인터넷에 누군가 해석해 놓은 것을 참고한다. 영상이든 서평이든. 그래도 모르겠다면! 일단 접는다. 내공을 쌓은 뒤에 읽기로 하자. 하하하.

 

  독서회에 가입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나도 책 수다 떨고 싶다!’였다. 남는 독서를 위해 서평도 쓰지만, 교류까지는 아니다. 독서의 아웃풋으로 서평도 좋지만, 역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던가. 지금까지 독서로 인간에 대해 간접경험 해왔다면, 직접경험의 아웃풋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태껏 인간관계와 담을 쌓고 지낸 터라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독서회를 선택했다. 시작부터 너무 세면 못 버틸 것 같아서. 계획에는 강도조절이 필요함을 실천한 것이다. 차근차근 꾸준히. 이렇게 내공을 쌓아 나중에 자주 만나는 독서모임을 만드는 게 나의 큰 목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책 이동진 독서법을 읽다가 깊이 공감하는 구절을 만났다.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라는 구절이다. -p.252

 

  <알고 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1>의 강릉편. 프로그램 멤버(유희열, 유시민, 황교안, 김영하, 정재승)가 모여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정재승 박사의 말이 내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독서가 어떻게 습관이 돼요. 독서는 쾌락이 되어야 평생 독서하는 어른이 되죠.”

 

  즐겁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즐거움을 느껴야 흥분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쾌락에 중독되면서 그 행위를 계속하고 싶어진다. 불건전한 방향으로 가면 문제가 심각해지지만(마약, , 도박 등), 독서의 방향으로 가면 가성비 높은 행복을 잦은 빈도수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나의 관점에서 이보다 나은 소확행이 있나 싶다. 나는 그림도 재미없고, 노래도 잘 안 듣고, 게임도 안 하고, TV도 잘 안 본다. 그나마 여행을 선망하지만, 취준생이라 그럴 돈까진 없다. 이러니 취미에서도 가성비를 따지게 되는데, 독서를 따라올 만한 요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책의 장르는 얼마나 다양한가. 소설 질리면 에세이, 아니면 인문학. 인문학에 지치면 사회과학. 발전하고 싶으면 자기계발서. 생판 모르는 과학서. 이해까지는 무리여도 일단 장난감은 지천에 널렸다.

 

  거기다 독서의 효과. 내가 얻은 효과는 감정의 절제, 타인에 대해 공감과 이해하려는 태도다. 예전 같으면 욱하고 성질내면서 싸웠을 일도 요즘에는 한 번 쉬어가면서 생각하게 된다. 가족이라지만 표면적이고 딱딱했던 아버지, 동생과 부드러운 분위기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소중해지기도 했다. 볼 일이 있어 만나게 되는 모르는 사람과도 웃으며 인사도 한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 아무 연고 없는 사람과 인사는 못 하지만.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높아짐을 느끼니 독서를 안 할 수가 없다. 덕분에 취준생의 조급함을 덜 느끼면서 매일 소확행을 건진다.

 

*어느 날 노교수는 딸에게 말했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그저 인내 하나 배우러 오는 것 같다.” -p.256

 

  독서를 하면 똑같은 말이어도 영상이나 음성으로 전해 들을 때와는 다르게 울림이 크다. 그 느낌을 서평이나 일기에 옮겨 적으면 실천의 계기가 된다. 좀 더 발전한 하루를 살게 된다. 매일 1%씩 성장했을 때 1년이면 37배 성장한다고 한다. 복리로 누적되기 때문에 1%라는 수치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조금씩 변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결과는 처음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인내가 포함된다. 어떤 분야에도 참지 않고, 견디지 않고 나오는 결과는 없는 것 같다. 아니, 결과는 단적인 면이다. 결과는 다시 원인이 되고, 원인은 과정을, 여기에 다시 인내가……. 인내의 무한 반복인 것 같다. 저자의 처외조부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께서 하셨다는 저 말의 울림이 어째서 이토록 크게 다가오는지. 책의 문장이 나를 덮칠 때는 필시 내 상황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인내의 용기를 얻었다. 인내하자. 공부도, 관계도, 고통도. 멍청하게 참고만 있지는 말자. 참으면서, 견디면서 내가 할 일은 새로운 활로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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