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죽어야 고치는 습관, 살아서 바꾸자!
사사키 후미오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정지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SNS로 네이버 블로그만 사용한다. 이웃들의 포스팅을 훑다 보면 좋은 습관을 가지거나 형성 중인 분들이 꽤 많다. 새벽 기상을 기록하시는 분, 감사 일기를 매일 쓰시는 분, 가계부를 공유하시는 분, 규칙적으로 달리시는 분 등등. 그분들의 성실함과 공개적으로 올리는 용기에 랜선 밖에서 감탄하곤 한다. 아마 이미 습관이 되어서 작성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분도 계실 것이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분도 있으리라.

 

그런 게시물들을 보면서 새로운 습관에 대해 자극받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면 더 피로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기존 습관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좋아서 들였던 몇몇 습관을 빼면 나는 예전과 달라진 점이 없었다. 그러다 도서관 독서회 4번째 책으로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를 접하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일단 뭐라도 해보기를 결심했다.

 

실패한 습관

 

블로그 게시물 중 가장 본받고 싶었던 습관은 새벽 기상이었다. 평소에도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긴 했다. 자정쯤 잠들어 오전 7~8시에 깨어났으니까. 나쁜 습관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시간 활용이 아쉬웠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밥 먹는 행위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또 독서심리상담 수업을 가는 날이면 바빠지는 몸과 마음도 불편했다. 그래서 과감히 기상 시간을 앞당겨 알람을 맞췄다. 슬프게도 그 시간에 일어난 적은 거의 없었고, 설혹 일어났다손 쳐도 다시 잠들기 일쑤였다.

 

아침에 늦잠을 자는 이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가 다시 자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눈을 뜨지도 못한 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 p.148

 

내가 실패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세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첫 번째는 진입장벽이었다. 평소 자정쯤 잠들던 습관은 진입장벽이 낮았고, 바로 설정한 새벽 기상은 진입장벽이 높았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했으니 눈이 떠질 리 만무했다. 두 번째 걸림돌은 내 자신을 과신한 탓이었다. 그동안 자존감이 급상승하면서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기상 후 계획이 없었다.

 

찰스 두히그에 따르면 습관은 신호-반복행동-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나의 새벽 기상은 여기에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다시 새벽 기상

 

실패한 새벽 기상은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 자정 취침, 7~8시 기상을 유지하면서도 새벽 기상의 꿈은 계속 간직했다. 그러던 중 만난 한 문장이 마음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몇 번이나 그 습관을 반복하면 어차피 5분 후에는 눈이 번쩍 떠질 테니까.’라는 기분이 들어서 으싸!”하고 일어날 수 있다. - p.123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만으로도 어떤 일을 하는 태도가 변한다. 나는 진입장벽을 낮췄다. 일단 눈이 떠지면 꾸물거리지 말고 벌떡 일어나는 것을 우선시했다. 그게 시간이 어찌 되었든 말이다. 그렇게 결심한 새벽 기상의 시작은 묘했다. 자기 전 독서를 하면서 뜨거운 물을 마셨는데, 그로 인해 새벽 4, 소변이 마려워 깨어났다. 순간 뇌리에 메시지가 번뜩였다. 이것은 습관의 시작인 신호이자 환경설정이다. 곧 정신 차려지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잠자리가 아닌 의자로 향했다. 그리고 첫 시작의 보상을 줬다. 데일리 리포트의 기록과 새벽 독서. 다소 충동적이었지만 내적으로 굉장히 보람찼다.

 

다시 시작한 새벽 기상 덕분에 취침 시간도 당길 수 있었다. 오후 10~11시 사이에 잠들게 된 것이다. 현재까지 나흘 동안 성공하면서 반복행동에 돌입했다. 작은 성공만으로도 동기가 충만해지는데 확 앞당겨 큰 성공을 거뒀으니 자기효능감이 어마무시하게 상승했다. 자기 과신도 고려해 목표를 잘게 쪼갰다. 희망 기상 시간은 5, 기본 기상 시간은 6시로 알람을 설정했다. 미리 정해두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기 때문에 자책감이나 자기부정감이 생기지 않는다.(p.161) 정리하면, 어쩌다 새벽녘에 눈이 떠지는 것과 알람은 신호이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반복행동’, 그것을 기록하고 내가 하고픈 일을 하는 것은 보상인 것이다. 요즘은 새벽 기상에 어울리는 행동을 찾아 습관화하려고 탐색 중에 있다. 시작하기에 가장 빠른 시간은 지금이다.(p.165)

 

습관 만들기의 중요한 점

 

책의 3장에는 습관 만드는 방법 50단계가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라 분리하기란 어렵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선순위 세 가지를 정리하려고 한다.

 

(1). STEP 45 자기효능감은 성공할수록 높아진다

 

자기효능감은 간단히 말해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일이다. 자신이 바뀌고, 성장하고, 배우고, 새로운 난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 p.245

 

45단계를 처음 소개하는 이유는 작은 성공의 중요성 때문이다. 어떤 습관 만들기에 성공한다면 다음 습관을 만드는데 수월해진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자기효능감이 상승하는 습관은 데일리 리포트(DR)’이다. 이전 서평에서도 자주 언급했는데, DR은 내 행동을 관찰하기에 가장 좋은 기록이면서 쉬운 행동이다. 나는 기상 후 1시간을 주기로 내 행동들을 적고 있다. 최대한 가감 없이 적는다. 내가 지양하는 행동을 했어도 적는 것이다. 가령, 유튜브의 유혹에 넘어가 1시간을 유튜브로 보냈다면 유튜브 시청이라고 적으면 된다.

 

DR은 솔직해야 효과가 좋다. 왜냐하면 하루를 마감할 때 일과를 돌아보면서 반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간혹 TV에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면 넋을 놓고 볼 때가 있다. 그것을 기록한 다음, 여백에 반성한 내용을 적는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조심하게 된다. 이렇게 하루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반성이 끝나면 스스로를 칭찬한다. 끊이지 않고 쓰면서 습관이 되면 이보다 더 어려운 습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록을 습관화했으니 다음 습관을 관찰하고 반성하기도 쉬워졌을 테니까.

 

좋은 습관 하나를 몸에 붙이면 다른 습관도 익히고 싶어진다. 그럴 때마다 자기효능감이 커지기 때문에, 다른 좋은 습관도 더욱 만들기 쉬워진다. 그래서 모든 면에서 선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 p.247

 

(2) STEP 09 - ‘핵심습관을 먼저 공략한다.

 

핵심습관은 다른 습관에 도미노 같이 좋은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습관을 말한다. - p.120

 

나의 핵심습관은 역시 DR이다. 새벽 기상, 독서, 일기, 식사, 샤워 등 나의 모든 행동은 DR을 벗어날 수 없다. 좀 더 확장하면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습관화하고 싶은 것들을 죄다 기록한다. 예를 들면, 읽은 책을 플래너에 기록하기, 습작한 날을 캘린더에 동그라미 표시하고 분량 기록하기, 독서 하고 서평 쓰기, 그날의 행동과 감정, 생각을 일기에 쓰기가 있다. 지금 쓴 것 중 서평과 습작 빼고는 전부 습관이 되었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간헐적으로 하는 것들은 습관이 되기 어렵다. 그러니 핵심습관은 매일 할 수 있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3) STEP 49 언젠가 무너질 수도 있다

 

언젠가 무너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너진 습관을 계속해서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 p.257

 

미끄러지거나 무너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이후의 대처이다. 저자는 그래서 습관이 어떻게 자리 잡았는지 정성껏 기록해두라고 한다. 기록은 다시 습관 리듬을 찾을 때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그러므로 나는 마지막도 DR을 강조하고 싶지만, 여기서는 사고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융통성을 갖춰야 한다. 만약 습관 만드는 방법이 나랑 맞지 않는다면 경로를 틀면 된다. 어떤 일로 인해 중단했었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바꿔서 안 된다면 또 바꾸면 된다. 습관을 지속한다는 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습관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일과는 다르다.(p.259) 일관성은 소신으로 두고 습관은 유연하게 만들자. 습관을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

 

습관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썼지만, 결국 핵심은 꾸준히이다. 중요한 것은 목표가 아니라 그 챌린지가 끝난 31일째에도 스쾃을 지속하는 것이다.(p.234) 습관은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행동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의식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무의식적으로 좋은 습관을 행하는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일단 뭐라도 해볼 요량이다.

 

P.S - 참신하거나 색다른 내용이 담긴 책은 아니었다. 그러나 작가의 경험과 일상을 바탕에 두고 근거를 제시하며 썼기에 무리 없이 읽혔다. 개인적으로는 용기와 계기를 심어주기도 했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공부법 - 모든 공부의 최고의 지침서
고영성.신영준 지음 / 로크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책이 있다.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해준 책 말이다. 디테일한 개념은 각자 다르겠지만, 대부분 그 책으로 인해 지나온 나날과 살아가는 나날, 그리고 남은 나날에 대한 시선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치거나 힘들면 인생책을 펼쳐보게 된다. 나에게는 그런 책이 두 권 있다. 문학에서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이고, 비문학에서는 단연 완벽한 공부법(이하 완공)이다. 전자가 꿈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면, 후자는 그 희망에 대한 믿음과 실천 방법을 알려줬다.

 

완공을 처음 접한 건 올해 2월 초였다. 신박사의 영상을 보고 게임을 접었다. 그 후 독서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잘못된 독서를 했다는 신박사의 말과 6개월(빡겜)간 책을 멀리했던 두려움 때문에 손대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방황하던 중 영상에서 완공을 언급했다. 바로 중고서점에서 구매해 와 읽었다. 일독 후 두려움이 서서히 가셨다. 더딘 속도로 조금씩 독서량을 늘려갔다. 3월부터 게임 시간이 독서 시간으로 바뀌었다. 내가 스스로 구멍 내던 삶은 완공으로 짜깁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공부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묶은 공부 개론서이다. 체계적인 자신만의 공부법이 없다면 참고서로 탁월하다. 14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내 변화의 계기가 된 챕터 몇 가지만 써보고자 한다. 전부 다루면 좋겠지만, 나에게 가장 많이 도움 된 세 챕터를 골랐다.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으로, 이 부분부터 공략하면 나머지를 익히는데 수월하리라 믿는다세 챕터는 <믿음>, <메타인지>, <환경>이다.

 

믿음: 자신(自身)을 자신(自信)으로

 

완공을 만나기 전, 나는 세상 모든 것에 비관적이었고, 모두를 불신했으며, 내게 재능이 없음을 한탄했다. 마음은 해야지하면서도 몸은 해봤자 뭐 되겠냐하며 노는 쪽을 택했다. 중학교 3학년부터 소설가를 꿈꿨지만, 언제나 조금 쓰고 지쳐 포기했다. 잦은 포기는 무기력으로 학습되었다. 대학 1학년, 동화 창작 과제를 했으나 돌아온 것은 이건 글이 아니다라는 교수의 혹평이었다. 그 한마디에 우울증까지 겪었다. 어머니와의 대화로 간신히 회복한 후, 펑크난 학점을 메우기 위해 1년을 더2년제를 3다녔다.

 

재수강 기간에 만난 시학 교수가 내 시를 응원해주었다. 나는 잠시 시로 마음을 돌렸다. 그러나 입대를 하면서 그 교수와 연락이 끊겼다. 제대 후 2년간 도전해봤지만 터무니없는 실력으로는 결과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도 나름 심혈을 기울였던 터라 자체 번아웃(burnout)으로 또다시 포기를 선언했다. 18년도 상반기는 집안 사정으로 바빴고, 후반기는 게임으로 보냈다. 여기까지가 부끄러운 나의 과거다.

 

정리하면, 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었고, 고정형 사고방식에 자기효능감도 바닥이었다. 이런 믿음을 어떻게 전복시켰을까. 먼저 미래에 대한 기대는 유튜브 채널 <뼈아대><완공 특강>으로 고쳤다. 교수의 한마디는 나를 절망시켰지만, 고작가의 한마디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18시간 동안 게임 하는 거 쉽지 않다.” 나 역시 하루 평균 16시간 동안 게임 했다. 기대는 강점을 먹고 자란다.(p.25)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나의 강점이었다. 이 시간을 독서에 투자한다면 뭐가 달라도 달라질 것이었다. 기대할 만한 미래가 생겼다.

 

사고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내 사고방식이었던 고정형 사고방식은 지능, 성격, 재능 등은 타고나는 요소라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노력만 한다면 모든 요소가 변한다고 믿는다. 전자는 실패, 비판, 고난, 시련 등을 한계로 받아들이는 반면, 후자는 성장의 자양분으로 여긴다. 모든 면에서 고정형 사고방식과 성장형 사고방식은 대척점에 있다. 고정형에서 성장형으로 넘어가는 것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다. 동시에 가장 희망차기도 했다. 왜냐하면, 바뀌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성장형 사고방식의 가능성을 암시하기 때문이었다.

 

책에서 제시한 성장형 사고방식 형성 방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뇌의 가소성을 믿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것이다. 뇌는 부지런히 쓰면 쓸수록 신경 간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 내며 성장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p.32) 나는 과학적 근거는 잘 믿는 편이라 , 이런 게 있었어?’하며 쉽게 믿었다. 실패에 대한 개념은 사실 힘들었다. 자기방어기제(회피, 포기, 합리화)가 쉴 새 없이 발현했다. 아마 장시간 고정형 사고방식이었던 사람들은 이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지 않을까. 나처럼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일단 인정했다. 그 후 그럴 수도 있지”, “할 수 있다”, “개선해보자등으로 자신을 다독였다. 항상 성장두 음절을 되뇌었다. 아직 완전한 성장형 사고방식은 아니지만, 많이 완화돼서 실패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짧아졌다. 요즘은 성장대신 졸꾸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자기효능감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상승했다. 성장형 사고방식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500여 쪽의 완공을 읽고, 목숨 걸었던 게임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하찮았던 내 자신이 쓸모 있다고 느껴졌다. ‘나도 가능하잖아?’ 성장하겠다는 다짐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 나를 그 방향으로 이끌었다.

 

메타인지: 모르는 것을 모름을 알다

 

메타는 about(~에 대하여)의 그리스어 표현으로 메타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관한 인지 능력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떠한 결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아는 능력인 셈이다. - p.57

 

이 책에서 하이라이트이자 충격적인 챕터는 단연 <메타인지>이다. 메타인지가 낮으면 공부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 나의 메타인지는 인생의 바닥에 닿은 것도 모자라 구멍 뚫는 중이었다. 여기서 안다는 어떠한 개념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영역과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영역이고, ‘모른다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어설피 아는, 이른바 까지 포함하는 영역이다. 나는 모른다안다로 과신했고,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의 낮은 메타인지가 벌인 일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아는 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예를 들면, 책의 저자 소개를 읽고 마치 그에 대해서 다 아는 듯이 말하기, 책의 내용 그대로 인용하면서 내 생각인 양 말하기, 상대방 의견 묵살하기 등등. 내가 모르는 부분은 철저히 배제하며 말꼬리를 잡으려 애썼다. 당연히 모르기 때문에 논리에서 개박살났고 그 사람과는 연을 끊었다. <목표> 챕터에 증명목표라는 것이 나온다. 보여주기식 목표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고정형 사고방식과 낮은 메타인지가 콜라보하면 발생한다. 증명목표는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애쓰게 되고, 포장지가 떨어졌을 때 조급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점점 자기파괴적 스트레스에 갇혀 현상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둘째, 현상 회피에 집중하니 공부와 독서의 개념이 이상해졌다. 나는 수학과 영어의 기초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중고딩 때, 영어는 진즉 포기했다. 모르는 단어를 익히기보다 뉴스에서 비판하는 영어 사교육에 매몰되어 더러운 세상! 어차피 나는 해도 안 된다, 때려치자!’ 생각하며 쳐다도 안 봤다. 수학은 자존심만 남아 각 학년에 맞는 문제집을 선택했다. 있어 보이려고 수학의 정석도 샀다. 그러나 중딩 때는 집합만, 고딩 때는 지수와 로그만 펼치다 그만뒀다. 독서도 마찬가지였다. 소설가가 꿈인 고정형 사고방식 소년은 창작론이나 작문법 따윈 필요 없다며 소설, 그것도 판타지장르만 깨작깨작 봤다. 대학생 때도 읽는 게 아니라 보기만 했다. ‘그래도 나는 책을 읽잖아?’하는 안도감에 도취된 까닭이다.

 

마지막 셋째, 시간의 경중이 뒤집혔다. 시험 기간, 3, 과제, 연애, 그리고 게임. 앞의 4가지와 뒤 1가지 중 어떤 게 중요할까. 학창 시절, 시험 기간은 나에게 있어 자유 시간이었다. 시험공부 대신 게임공부를 했다. 당시 <서든 어택>이라는 게임이 유행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라이플 점사를 잘할지, 클랜전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 공부를 매우 열심히 했다(어휴, 나새끼……). 3 때는 수능 100일 전까지 RPG 게임에 몰두했다. 과제는 마음에 드는 강의만 골라서 하고, 나머지는 게임에. 1년 연애 중 데이트 시간보다 게임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최근의 게임 중독까지. 아무튼, 일련의 사건들이 전부 낮은 메타인지 덕분이었다.

 

알았음에도 방치하는 것도 낮은 메타인지가 하는 일이다. 나는 메타인지를 높이고 싶었고, 이 녀석이 더 많은 구멍을 내기 전에 막아야 했다. 내 마음가짐이나 의지력은 믿지 않았다. 고정형 사고방식에 고마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이 부분이다. 무엇이든 의지력으로 해결하려 한 덕분에 더는 내 의지를 믿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높일 수 있을지 고심하던 차에, <믿음><메타인지>와 함께 티키타카를 한 스트라이커는 <환경> 챕터였다.

 

환경: 강제성과 의지의 선순환

 

결심보다 강력한 것은 바로 환경이다. - p.323, 신박사의 통찰

 

나는 게임보다 독서가 하고 싶었고, 글을 쓰고 싶었고, 궁극적으로 메타인지를 높이고 싶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데일리 리포트(이하 DR)’였다. 일단 내가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는지 알아야 했다. 앞서 말했듯 나는 내 의지를 불신했다. 쓰자는 마음으론 안 쓸 게 분명했다. 그래서 핸드폰 알람을 기상 시간부터 취침 전까지 1시간마다 울리도록 맞췄다. 몇 시간 안 쓰더라도 머릿속에 ‘DR을 써야 해가 맴돌게끔 설정했다.

 

그리고 초강수를 둬서 게임의 아이템을 싹 정리했다. 내가 빠져있던 게임은 RPG 장르였기 때문에 장비가 없으면 실질적 플레이가 어려웠다. 모든 아이템을 팔고 생긴 돈으로 <체인지 그라운드> 추천도서를 구매했다. DR 기록을 위해 의식적으로 독서 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고 읽은 책을 기록했다. 기록 수가 하나씩 늘어가니 더 늘리기 위해 책을 읽었다.

 

자신 스스로 데드라인을 만들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기한 내에 성공하면 자신에게 보상을 주거나 실패하면 벌금을 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친구끼리 약속을 해도 좋고 주변에 공표해도 좋다. 만약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하고 그것을 지킬 수 있다면 공부뿐만 아니라 무엇을 해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p.313

 

4월부터는 서평도 쓰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최소 서평 한 편이라는 자체 데드라인을 두었다. 책상 앞에 결심을 적은 포스트잇을 붙여두고 매일 봤다. 내 오랜 꿈을 위한 소설 쓰기는 습작 시작할 때 하루 A4 1쪽 쓰기로 설정했다. 만약 1쪽 쓸 시간이 없었다면 유연하게 조정해 5줄을 최소로 잡았다. 어떻게든 안 쓰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쓰는 쪽을 선택했다. 쓴 날은 달력에 표시했다. 작은 성공을 위한 환경설정이었다. 집에서는 집중력이 떨어져 도서관으로 습작 장소를 옮겼다. 동시에 내가 서평과 소설을 쓴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 지금 서평에 개인사를 밝히는 이유도 환경설정의 일부이다.

 

그렇게 해서 25, 314, 412, 513, 44권을 읽었고, 서평은 4, 5월 합해서 12, 단편소설은 2편을 썼다. 아직 멀었지만, 작은 목표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환경설정을 통해 나는 강제하는 환경이 의지를 만들고, 의지가 다시 환경을 설정하는 선순환을 느꼈다. 요즘은 디지털 미니멀리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위한 환경을 조성 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는 SNS 앱과 웹툰 앱을 삭제했고, 유튜브는 책 읽기 어려운 상황에서만 보는 것으로 한정했다. 글 쓸 때는 노트북을 비행기모드로 바꾼다. 이제 스마트폰도 멀리 두는 습관도 형성해야겠다.

 

쓰고 보니 내용이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공부가 단순히 지식 학습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공부를 지속적인 성장이라고 정의하면, 나는 완벽한 공부법을 익히는 중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며칠 전, 완공이 짜깁기 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재독했다. 다시 읽어보니 짜깁기가 맞았다. 다만 그 대상은 책 내용이 아니라 구멍 숭숭 난 내 넝마주이 인생이었다. 이 책은 내 구멍투성이 믿음, 메타인지, 목표, 동기 등등 모든 부분에 걸맞은 지식을 짜서 기워줬다. 아마 완공으로부터 도움받지 못했다면 두 가지 부류가 아닐까 섣부른 일반화를 해본다. 하나는 구멍 없는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삶에 구멍이 난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 전자라면 축복이고, 후자라면……그저 응원한다.

 

언제까지나 내 삶은 완벽한 공부법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이제야 살아있음이 즐겁다. 직업을 갖기 전에 새로운 몸가짐 마음가짐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새로운 분야의 공부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줄어들었다. 현재 독서심리상담에 도전했다. 만약 공부에 의문이 든다면 나는 다시 이 책을 펼쳐보리라 감히 예단한다. 나의 업을 찾을 때까지 목숨 걸고 독서해야겠다는 각오를 새로 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는 기본 전제가 있다. 사는 건 어렵다. 원래 그렇다.
 
방금 언급한 전제가 워낙 공공연해서 금방 잊는다. 또 인간은 합리화를 잘해서 곧잘 다른 탓으로 돌린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진득하게 붙잡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진다. 나의 경우, 한창 시를 습작할 때, 공모전 몇 번 시도해보고 ‘난 재능이 없어’ 자책하며 그만두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중고등학생 때는 소설 습작이 5장을 넘지 못했다. 얼마 쓰고는 지쳐서 그만두었다. 열정은 가졌으나 끈기는 전혀 없었다. 그나마 있는 열정도 전기 주전자 같았다. 잠깐 끓었다가 식어버리는. 그러니까 나는 ‘그릿(Grit)’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과거가 나에게 이 책을 읽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릿이란?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grit이 있었다. - p.29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마치 재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들을 대중이 접할 때는 이미 전문가가 된 후여서 그렇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아 탁월함을 갖춘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며 계속해서 정진한다.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천재일 수도 있다. 아직 재능이란 존재는 확실히 규명된 게 아니니까. 하지만 저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노력이 없다면 크게 의미 있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의 계산법은 이렇다. [성취 = 재능×노력²] 즉, 질과 양으로 성공을 판단한다면 끝없는 연습을 통해 재능을 타고난 사람과 동일한 기술 수준에 이른 노력형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p.81)
 
※그릿은 성장한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성공한 사람만 그릿을 가진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관심 분야가 다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 내에서 계속 죽거나 패해도 다시 한다. 여행 매니아는 A지역에 실망했다고 B지역을 안 가지 않는다. 나는 민음사판 『롤리타』를 3만원에 샀는데(문학동네로 저작권이 넘어간 줄 몰랐다) 그렇다고 책구매가 재미없지 않다. 오히려 이런 실수가 나의 책구매 개념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분야가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그릿은 존재한다.
 
그릿은 누구에게나 존재함은 물론 더욱 성장한다. 저자가 친절히 제시한 그릿 척도로 나의 그릿을 측정했다. 일독한 3월 8일에는 3.7점, 50%에 조금 못 미쳤다. 약 2개월 후 다시 측정한 점수는 3.9점으로 60%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내 경험과 더불어 저자의 주장처럼 지금 당장 그릿이 없든 낮든 간에 노력하면 점수는 변화한다. 여기에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이 그것이다.
 
※희망
 
희망은 나머지 세 요소 모두에 필요하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희망이 없다면 그릿은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 우리가 과정을 견뎌내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이 어떠냐가 중요하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에 따르면 어떤 인생의 관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능, 인격, 재능 등 인간의 자질이 이미 정해져 있어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형 사고방식’과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은 성장을 위한 초석에 불과하며 노력과 전략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성장형 사고방식’이 두 가지 관점이다.
 
만약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내가 공모전 몇 번의 떨어짐으로 시를 포기한 것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단정할 것이다. 당연히 끈기 있게 도전할 리 만무하다.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실패에서 배울 점을 찾고 더 나아지는 방법을 연구한다. 필요하다면 조력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서라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두 관점은 완전한 이분법이 아니다. 대부분 내면에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정형 사고방식이 나란히 존재한다. 언행불일치를 범하기 쉽다. 이럴 때는 고정형 사고방식의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고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잘 다독일 수 있으리라.
 
휴스가 연락을 해온 이유 중 하나는 그릿 척도의 한 문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는다’는 문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것 말이 안 돼요. 실패했는데 낙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낙담이 되던데요. ‘나는 실패해도 오랫동안 낙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58
 
※관심
 
실험해보라! 시도해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 p.161
 
우리는 보통 관심이 생겨야 어떤 일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열정을 좇아라, 라는 말이 방증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나온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요.” 그럴 수 있다. 관심이나 흥미가 안 생기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반대로 해보길 제시한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흥미나 열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일이 본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 직접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적재산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사람에 따라 쉽지 않다. 고정형 사고방식에 소심했던 나의 직접경험은 극심한 가뭄의 땅과 같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있다.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글쓰기에 내 나름의 열정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 영어, 뇌과학,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다. 요즘은 나처럼 직접경험이 바닥이어도 관심을 찾는 방법이 많다. 그중에서도 내 취향은 독서이다. 책의 장르와 양이 워낙 많아 질리지 않으면서 깊이 사고할 기회를 준다. 직접경험이 어려울 때 간접경험을 많이 쌓아두면 좋다. 그중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
 
“시도하고 다시 시도해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라.”는 그린베레의 신조도 새겨들어야 한다. - p.104
 
잘못된 연습과 노력은 독약이 될 수 있다.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나는 영어 듣기가 전혀 안 된다. 고등학생 때도 영어 듣기 때문에 영어를 포기했다. 계속 들으면 들린다는 친구와 교사의 말에 등하교 버스와 시간이 날 때마다 듣기 파일을 들었다. 그러나 들리기는커녕 영어가 싫어져 때려치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한 결과다. 단어를 모르니 들어도 모를 수밖에.
 
올바른 연습 방법은 ‘의식적인 연습’이다. 의식적인 연습이란 반성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통해 지금의 연습이 목표와 방향이 같은지,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잘못한 부분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의식’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이 개념을 만든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을 보면 3F가 나온다. 연습 시간 동안 집중(Focus)하고 피드백(Feedback)을 한 뒤, 그 피드백에 맞게 수정(Fix it)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며 오랜 시간 연습했을 때에야 비로소 해당 분야의 전문가적인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목적
 
자신의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행운아들은 “내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직업과 전반적 삶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듯 보인다. - p.204
 
그릿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목적이 세상과 밀접하다고 여긴다.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열정의 지속성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행동에서 보람을 얻기 때문이다. 어느 기금 모금 부서의 직원들은 기부금 조성에 열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장학금 수혜자가 직원들의 수고 덕분에 학업을 마치고 유학도 갔다 왔다는 사연을 듣자 직원들이 조성하는 기금 규모가 세배 늘었다. 수혜 학생에게 직접 사연을 들었을 때는 그런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아야겠다며 고무되었다(『오리지널스』 8장 참조).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그릿의 성장을 돕는 최고의 목적이다. 남을 위해서 내 이득을 취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소위 ‘배워서 남 준다’ 전형이다. 나도 서평을 쓸 때 누군가에게는 도움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면 하기 싫다가도 어찌어찌 계속 쓰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다른 사람 역시 나를 도와준다. 이런 마음가짐은 꾸준함을 지속시킨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내가 보이게 투지를 기르는 어려운 방법과 쉬운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방법은 혼자 투지를 기르는 거죠. 쉬운 방법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동조 욕구를 활용하는 거고요. 투지가 강한 사람들 곁에 있으면 본인도 더 투지 넘치게 행동하게 되거든요.” 그(댄 챔블리스)는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 p.323
 
그릿은 다른 말로 하면 ‘졸꾸 정신’이다. 졸꾸는 ‘졸려도 꾸준히’의 줄임말로 내가 존경하는 신영준 박사가 만든 단어이다(어원은 ‘졸라 꾸준히’였지만 대중성을 위해 순화했다고 한다). 나는 졸꾸 정신을 되새기면서 동기부여를 한다. 하지만 인생의 전제조건처럼 쉽지 않다. 이런 마음을 물리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문화 합류이다. 그러니까 졸꾸하는 사람들 무리에 노출되는 것이다. 나는 올해 2월부터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 지금은 습관이 되었다. 매일 독서 한다. 물론 간혹 읽기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빡독 경험이나 독서 후 서평 쓰는 블로거분들을 떠올린다.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2기 모집도 죽은 의욕을 되살린다. 분야는 달라도 세상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면 지쳐도 힘이 나지 않을까.
 
그릿은 나침반이다. 나침반은 만들고 방향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맞춰지면 길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원하는 곳으로 끝까지 길을 안내해준다.(p.92)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서는 그릿뿐 아니라 인격, 지식, 실력 등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나로서 온전해야 방향을 꿈꿀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그릿부터 키워나가야 한다.
 
내 딸이 내게 “엄마, 나는 절대로 모차르트가 될 수 없으니까 오늘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너는 모차르트가 되려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게 아니란다.” - p.3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제 할 것인가 - 쫓기지 않고 시간을 지배하는 타이밍의 과학적 비밀
다니엘 핑크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점: 4/5

평 점: 4.5/5

구매/대여처: 알라딘 구매(온라인)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떠올려보자. 나는 지금 성장이 중요하다. 나의 가치관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나에게 중요하다고 해서 타인에게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가치관을 관통하고 모두에게 중요한 단 하나의 요소가 있다. 감히 일반화하건대 시간이다. 무엇을 하든 우리는 유한한 시간 선상을 걸어간다. 되돌아볼 수는 있어도 되돌아갈 수는 없다. 끝이 명확한데 예측할 수 없다. 불평등을 탓할 수도 없이 매일 모두에게 같은 양이 주어진다.

  

시간은 다양하게 해석된다. 기본적으로 24시간이라는 틀. 약속계획계약과 같은 신뢰. 노동을 계산하는 돈. 추억이나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특정 시기. 그리고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놓인 생명.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시간은 여러 가치를 지닌다. 아무것도 안 해도 시간은 무의미라는 가치로 소모된다. 내가 의식하든 안 하든 시간은 결국 사용되는 도구이다. 절대 목적이 될 수 없는 무적의 도구. (<타임 워프><시간 정지>가 현실화하면 나는 태세전환할 것을 미리 밝힌다.)

  

국가기업개인을 넘어서 우주까지도 신경 쓰지 않는 시간은 쿨내가 진동한다. 무심한 시간 앞에서 생물은 흐름에 몸을 맡긴다. 생체 시간은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달이 지는 때에 맞춰 활동을 관장한다. 그래서 어떤 동식물은 밝으면 움직이고 어두워지면 잠든다. 어떤 동식물은 반대 패턴이다. 인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어떤 사람은 종달새 같아서 이른 아침에 일어나고 이른 밤에 잔다. 또 다른 사람은 올빼미를 닮아 오후에 활발하고 오전에 피로를 덜어낸다. 대부분은 제3의 새라 일반적인 아침에 일어나고 일반적인 밤에 잔다. 이를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라고 한다.

  

개인은 크로노타입에 따라서 기분의 변화를 겪는다. 다수인 제3의 새는 기분이 아침부터 점심까지 최고점, 점심부터 저녁까지 최저점, 저녁부터 다시 반등하는 패턴을 따른다. 최저점에 다다를 때는 기분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억제력도 떨어진다. 종달새는 이들보다 이르게, 올빼미는 이들보다 늦게 최고점-최저점-반등의 패턴을 겪는다.

  

자신의 크로노타입을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시간에 따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유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글쓰기 같은 억제력이나 분석력이 필요한 문제는 최고점일 때 해결 빈도가 높다. 최저점을 지나면 통찰력이 필요한 문제를 더욱 잘 푼다.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독서가 그중 하나다. 나로 예를 들면, 나는 흔한 제3의 새 크로노타입이라 오전 중에 글을 쓰는 게 낫고, 오후에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된다. 또한 타입에 따른 성향도 달라진다고 하니 시간의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

  

시간에 대한 메타인지는 나이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청소년기부터 대학생 때까지는 대체로 올빼미형이 되고, 12세 미만이나 60세 이상은 종달새형에 가깝게 변한다. 나는 그에 대한 메타인지가 낮아도 너무 낮았다. 분명 대학생 시절에는 밤새고 과제를 해도 괜찮았다. 졸업하고 전역까지 거친 후부터 더는 밤새울 수가 없게 되었다. 억지로 밤새우면 피로가 풀리지 않고 구내염이 돋았다. 정말 <체인지 그라운드>를 못 만나고 이 책을 못 만났으면 나는 지금도 다른 크로노타입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크로노타입을 알게 되면 공부나 업무 등 활동의 우선순위를 정리할 수 있다. 가장 집중도와 분석력이 높은 시간에 주 활동을 놓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일들은 하강 시간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크로노타입을 알 수 있을까? 책에서 제시한 방법도 있지만, 졸꾸러기라면 누구나 아는 DR이 있다. 이름하야 데일리 리포트(Daily Report)’! 데일리 리포트를 간략히 설명하면 매 시간마다 나의 행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여기에 추가로 어떤 행위의 몰입도나 집중력, 정신적 신체적 상태를 옆에 기록하면 대략 내가 어느 시간대에 집중을 잘하는지를 알 수 있다. 하루의 기록을 끝마치고 어느 부분이 아쉬웠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시간과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단숨에 확 올라갈 것이라 장담한다.

  

크로노타입을 알았다고 해서 시간을 순탄하게 사용하는 건 아니다. 개인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자유롭기만 한 게 아니니까. 직장이나 빡센 공부 등의 경우 최저점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이때는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 가장 좋은 휴식은 낮잠이다. 낮잠을 10~ 20분 이내로 취하면 최저점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자기 전 카페인을 섭취하면, 낮잠을 깰 때쯤 2차 각성효과까지 더해 효과가 증폭된다. 물론 체질에 따라 다르니 카페인 전략은 무조건 따라 하지 말자.

  

하지만 우리나라 문화에서 현실적으로 낮잠을 자유롭게 잘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이때는 잠시나마 눈을 감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동시에 일 생각을 완전히 단절시키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책에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시간 하면 계획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 꾸준히 성장하고 싶다. 그래서 최근에 여러 계획을 세웠는데, 안타깝게도 몇 개는 중단 상태다. 계획을 이루면 대단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도중에 멈췄다고 실패나 낙오는 아니다. 시간의 쿨내는 진하다. 내가 멈췄는지 계속하는지 관심 없다. 나만 관심 있을 뿐이다. 고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럼 언제 시작하지? 지금 당장? 내일부터? 가장 좋은 건 당장 실천하는 것이겠지만, 고민이 된다면 기념일을 이용하거나 특정한 날짜를 나만의 기념일로 만들자. 이 서평을 쓰는 오늘, 19520일은 ‘19년도의 140번째 날이 아니라 실천의 날로 만들어 새로 다짐한다. 이후 520일은 큰 계획을 실천하는 나만의 기념일이 된다. 아니면 오늘은 또 성년의 날이기도 하니까 매년 성년의 날에는 어떠한 계획을 실천한다. 이러면 과거의 나를 묻어두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나는 효과를 얻는다.

  

여기에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격언을 떠올리며 같이 하는 사람을 모으면 더욱 좋다. 인스타그램에서 #66첼린지 를 검색하면 온라인에서 서로의 도전을 공유하는 졸꾸러기가 많다고 한다. 동기부여를 꾸준히 얻을 수 있으니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핑계는 접어두자.

  

다시 시작했다면 필시 중간 단계가 오기 마련이다. 사람이 가장 우울해지거나 방만해지는 시기가 바로 중간 단계라고 한다. 이런 시기를 극복하려면 어이쿠효과를 시도해보자.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어?’ 혹은 어이쿠, 마감이 얼마 안 남았잖아?’ 하고 중간점검하면서 정신 차리게 된다. 데드라인을 정하면 이 효과를 톡톡히 본다. 66첼린지라면 33일쯤 중간점검하면서 정신 차리면 되겠다.

  

시작이 서툴고 과정이 어영부영이라도 결말을 잘 맺으면 스토리는 화려해진다. ‘잘 된 마무리는 죽은 글도 살린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반대로 말하면 시작과 중간이 탄탄해도 마무리가 엉망진창이면 그 이야기는 망한다. 20대의 마지막, 인생의 마지막, 보고서의 결론, 소설의 결말은 최대한 신경을 쓰자. , 갑자기 내 글의 마무리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대목이다.

  

개인을 시간에 동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단체생활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그룹에서는 개인과 시간뿐 아니라 그룹원과 그룹원, 보스와 그룹원 사이의 동조도 중요하다. 각자의 시간을 하나로 엮는 일 말이다. 여기서는 세 요소가 필요하다. 그룹원 사이를 잘 조율하는 보스, 그룹에 대한 개인의 소속감, 그 속에서 꽃피는 유대감.

  

나는 잠깐이나마 이런 동조를 경험했다. 며칠 전에 다녀온 빡독에서. 졸벤져스의 수장 신영준 박사님과 고영성 작가님의 조율 아래, 난생처음 보는 다수가 빡독 참여자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함께 독서한다는 유대감으로 약 5시간의 빡센 독서를 마쳤다. 여기서 얻은 희열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올렸던 후기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공유되는 영광을 얻었다. 조회수가 1400이 넘는 걸 처음 보면서 , 이래서 영향력과 플랫폼이 중요하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더불어 졸꾸러기 대열에 제대로 합류한 것 같아 기뻤다. 앞으로는 저 숫자가 평범해지도록 졸꾸해야겠다.

  

시간은 무한하지만, 개인에게는 한정된 수단이다. 또 이만큼 정직한 도구도 없다. 내가 잘 활용하면 양질의 가치가 창출되고, 허투루 보내면 운 좋게는 그냥 낭비, 운 나쁘면 도태된다. 나도 얘도 쟤도 걔도 매일 소모되고 리필되는 24시간을 얼마나 내 소유로 만들 것인가. 이 고민과 실천에 따라 시간에서 창출되는 가치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왜. 육하원칙은 서로 뗄 수 없는 논리지만, ‘언제가 맨 앞에 있는 점은 언제나 가장 먼저 고려할 대상이라는 뜻이 아닐까? 흥미롭게 바라볼 부분이다.

  

P.S 나는 이 서평을 반등기에 썼다. 내일 오전에 다시 살펴봐야겠다.

기분은 최고점-최저점-반등이라는 공통된 패턴을 따른다. 그리고 이것은 이원적 실적 패턴을 형성한다. 상승 구간인 오전에 사람들은 린다 문제처럼 예리함, 기민성,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분석적 작업을 능숙하게 처리한다. 반등 구간인 저녁 시간에는 동전 문제처럼 억제력이나 분석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통찰력 문제를 잘 푼다. - p.42 - P42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지만 모두가 그 시간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크로노타입’을 갖고 있다. 그것은 생리적•심리적 영향을 주는 24시간 주기 생체리듬의 패턴이다.​ - p.43 - P43

‘해놓은 것’을 기록하지 않으면 얼마나 좋아지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해낸 것을 기록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끝낸다면 하루 전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기호화할 수 있다. - p.196 - P196

잠을 잘 줄 모르는 사람들은 영웅이 아니라 바보였다. 그런 사람들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우리까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 p.88 - P88

첫째 그런 경계표는 한 회계연도가 끝나 회계장부를 덮고 새해의 새로운 원장을 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정신적 구좌’를 개설해주었다. 이런 새로운 시기는 낡은 자아를 과거로 물림으로써 다시 시작할 기회를 준다. - p.112 - P112

이런 타임마커의 두 번째 목적은 나무에서 눈을 돌려 숲을 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시간경계표는 하루하루의 사소한 일에 매인 관심을 돌려 좀 더 큰 그림을 보게 하고 목표에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 p.113 - P113

‘어이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 그 스트레스 덕분에 우리는 의욕을 되살리고 전략을 수정한다. - p.149 - P149

사람들은 어떤 사건을 기억할 때 가장 강렬했던 순간(피크)과 그것이 완결되는 순간(끝)을 가장 잘 기억한다고 그들은 말했다.

(대니얼 카너먼, 돈 레델마이어, 바버라 프레딕슨

‘피크엔드 법칙peak-end rule‘) - p.176 - P176

타이밍의 일치여부에 성패를 거는 집단은 그룹 타이밍의 세 가지 원칙을 지킨다. 첫째 속도를 정하는 것은 외부의 기준이다. 둘째 각자의 타이밍을 일치시키도록 만드는 것은 소속감이다. 그리고 싱크로나이징에는 행복감이 필요하고 동시에 싱크로나이징은 행복감을 향상시킨다. - p.207 - P2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의 추월차선 - 부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진정한 부를 얻는 방법
엠제이 드마코 지음, 신소영 옮김 / 토트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점: 8/10

평 점: 8/10

구매/대여처: 교보문고 구매(오프라인)

 

 

   얼마 전, 돈의 역사를 읽고 경제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무엇부터 읽을까 고민하면서 어머니께 이야기했더니 부의 추월차선일독을 권하셨다. 나는 또 어머니 말씀 잘 듣는 아들이기도 하고, 책은 일단 읽어보고 판단하자는 주의여서 일말의 추가 고민 없이 책을 펼쳤다.

 

   아, 읽기 전의 고민을 먼저 풀자면, 나는 그동안 경제개념 제로의 영역에 살아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만 알지, 과정이나 의미 등은 전혀 알지 못했다.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이렇다 보니 나에게 있어 돈이란 무엇인지 정의조차 없었다. 있으면 쓰는 거, 없으면 허덕이는 거, 딱 이 정도. , 아무 생각 없이 수포자(수학 포기한 자)에 이어 인포자(인생 포기한 자)로 가는 절차를 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당당했다. 그렇지 않은가. 무식하면 용감하다(라고 본인만 생각하는 멍청이다.).

 

   이 책은 이런 에 대한 막연한 삶의 자세에 생각의 전환점을 제공해주었다. 아니, 돈을 넘어서 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할 여지를 주었다. 부는 과정의 집합체다. 부를 얻은 사람들 전부가 로또 당첨자는 아니다. 그들에게는 부를 쌓기까지의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이 엮여 부를 가져온 것이다. 단순히 많이 벌고 많이 쓰는 게 아닌 노동과 자유를 분리해주는 지표가 바로 이다. 드마코는 책에서 3F를 제시한다. 3F는 부의 3요소로 가족(Family, 관계), 신체(Fitness, 건강), 그리고 자유(Freedom, 선택)을 말한다. 3F가 충족될 때 진정한 부를 느낄 수 있다. , 행복을 얻을 수 있다.(p.64) 이 중 하나라도 잃으면 부를 이룰 수 없다.

  

   어떻게 살아야 부를 이룰 수 있을까. 저자는 개인에게는 가슴 속에 부를 향한 지도가 있는데, 어떤 지도를 믿느냐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진다고 한다. 지도에는 3가지 길이 있다. 인도(人道), 서행차선(徐行車線), 그리고 추월차선(追越車線)이다.

 

   나는 인도 여행자였다. 평소에도 걷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인생도 걷는 길을 택했다. 부의 지도에서 이 길은 내일이 없다. 오늘을 위해 내일을 불사른다. 즉각적인 만족에 내일을 제물로 바친다. 인도를 걷는 사람들에게는 재무적 목적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계획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이다.(p.56) 버는 대로 쓰고, 신용카드를 긁고, 건강을 망치고, 관계를 업신여기고, 괴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난한 삶에서 몸부림친다. 그렇다고 가난만 인도 여행자인 것은 아니다. 유명인이나 사업가 즉, 겉으로 보기에 부유해 보이는 사람 중에도 인도 여행자가 있다. 가난하든지 부유하든지 인도를 걷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공통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돈 관리 능력이 미숙하다는 것이다.(p.61)

 

   이보다는 조금 나은 형편이 있다. 서행차선을 달리는 사람들이다. 인도를 걷는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내일을 버린다면, 서행차선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재무 계획은 있지만, 문제는 부를 이루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서행차선 전략은 당신이 평생 살고 평생 돈을 벌 수 있을 것을 가정한다.(p.91) 월급의 몇 퍼센트씩 저축하고 주식에 투자하고 연금을 붓는다. 사고 싶은 물건, 먹고 싶은 음식, 하고 싶은 행동을 참으면서 돈을 모은다. 더 많이 벌기 위해서 더 많은 노동을 한다. 요즘은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찾지만, 서행차선에서 재무와 시간의 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부를 쌓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통제권이 없다면 직장인이나 사업가나 자영업이나 서행차선을 달린다는 점에서 별 다를 바 없다. 이렇게 부를 이루었을 즈음이면 3F 중 건강을 잃었거나 잃어가는 상태이다. 노후 준비가 부의 목적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돈을 모으는 내내 괴롭지 않을까. 대부분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인생을 즐기고 싶지 않을까. 이런 점에서 나는 서행차선을 달리고 싶지 않다.

 

   저자가 우리 모두 지향하길 바라는 마지막 지도, 추월차선은 빠르게 부자가 된 사람들의 지도이다. 노동과 자유를 거래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만든다. , 서행차선에서는 당신이 직접 돌을 들어 올린다면, 추월차선에서는 당신 대신 돌을 들어 올릴 시스템을 구축한다.(p.150) 3F를 지키면서 젊은 나이에 부를 이룰 수 있는 루트이다.

 

   추월차선을 달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강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추월차선을 꼭 달리겠다는 믿음. 저자는 이를 지각 선택이라고 한다.

 

   선택에는 행동 선택지각 선택이 있다. 전자는 말 그대로 어떤 행동을 할 건지, 예를 들어 물을 머그컵으로 마실지 종이컵으로 마실지 선택하는 것이다. 후자는 목이 마르면 주스가 아닌 물을 마시겠다는 선택을 말한다. 어떤 결심이라고 말하면 될까. 추월차선에 있어서 지각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지각 선택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추월차선에 오르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그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심리학 용어인 자기충족적 예언과 비슷하다. 가령, 내가 후에 나는 오리지널스가 된다!’라고 지각 선택을 하면 그렇게 되게 하는 행동 선택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여기서 헨리 포드의 명언이 떠올랐다. “할 수 있다고 믿든지, 할 수 없다고 믿든지, 당신이 믿는 대로 될 것이다.”

 

  선택의 영향력은 굉장하다. 잘못 내린 결정 하나로 당장은 궤도에서 1도 정도 어긋날지 모르지만, 몇 년 후에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p.208) 저자는 이를 영향 격차(Impact Differential)’라고 한다. 나비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긍정적 선택이나 부정적 선택이나 마찬가지이다. 선택이 나의 오늘을 만들고 미래를 좌우한다. 정확히 말하면 선택의 영향력이 그렇게 만든다. 이 영향력은 우리의 통제권 밖에 있다. 하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언제나 존재하는 선택이 있다. 바로 기억이다. 늘 반성적 태도로 과거의 기억을 다룬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할 선택을 할 수 있다. 고칠 부분 고치고, 잘한 부분 밀고 나가고, 잊을 부분 잊자.

 

  다른 두 지도와 다르게 추월차선식 사고는 모든 기회비용을 돈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다. 그들은 최대한 버리는 시간을 줄이고, 이 시간을 적극 활용해서 공부하고 지식을 쌓고 소모한다. ,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시스템 고안에 사용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자기 분야에 흥미를 넘어서 헌신하기 때문이다. 흥미는 세 번째 실패 후 단념하게 하지만, 헌신은 백 번의 실패 이후에도 지속하게 한다.(p.251) 실패를 성공의 자연스러운 단계로 인식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인도와 서행차선의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다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음이 생기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언젠가라는 단어를 버리고 지금, 오늘, 당장 실행해야 한다. 여기서 또 다른 지도들과 차이가 생겨난다. 추월차선을 달리는 사람들은 아이디어를 아이디어로 남겨두지 않는다. 바로 실행, 적용하려고 움직인다. 실행하지 않는 아이디어는 그냥 공중분해 되는 상상에 불과하다. 영향 격차를 잊지 말자.

 

  추월차선으로 가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는데, 내가 관심 가진 부분은 추월차선 5계명이었다. 내 나름대로 5계명의 개념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1) 필요(Need) : 돈은 이기적 욕구에 관심없다. 시장은 자신의 필요를 채워줄 때 돈을 푼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것보다 누군가 요구하는 것을 이뤄야 한다. 수입은 욕구 충족에서 발생한다.

2) 진입(Entry) :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은 모두가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탁월해야 한다.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는 어렵지만 경쟁자가 적어 덜 탁월해도 가능성이 더 높다. 진입 장벽을 구분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하느냐 아니냐이다. 모두가 다 하는 행동과 다르게 해야 부를 얻을 수 있다.

3) 통제(Control) : 사업으로 모든 요소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프랜차이즈나 다단계는 통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업이 아니다. 특히 다단계는 마케팅, 유통 등에 훌륭한 훈련 체계다. 추월차선을 달리는 사람들은 다단계를 다니지 않고 설립한다.

4) 규모(Scale) :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규모와 중요도가 필요하다. 둘 중 하나가 어마무시하게 충족된다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둘 다 충족되면 빠르게 부를 쌓는다.

5) 시간(Time) : 시스템을 구축해 사업과 시간을 분리해야 한다. 내 시간을 노동과 맞바꾸는 것은 최소로, 시스템의 시간을 노동으로 바꾸는 것은 최대화해서 자동으로 수입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든다. 시간과 분리되지 않은 사업은 서행차선으로 빠진다.

 

  인도와 서행차선을 넘어 추월차선으로 진입하려면 다섯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만약 지금 하는 일에서 5계명에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추월차선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어느 지도를 떠나서 갖춰야 할 공통된 부분이 있다. 재무적 문맹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나가는지 모른다면 인생 폭망하기 십상이다. 재무적 문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규칙은 이것이다. “생활수준을 소득수준보다 낮게 유지하라” () “수입보다 적게 지출하라는 뜻이다.(p.323) 많이 쓰고 싶으면 많이 벌어야 한다. 인도는 재무 상태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 서행차선은 지출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반면 추월차선은 소득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람보르기니를 사고도 자산에 아무런 타격이 없다. 나는 꿈도 못 꾼다. 올바른 소비는 생활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빚지지 않고 구매하는 것이다.

 

  추월차선의 핵심은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느냐이다. 인도든 서행차선이든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한다면 언제나 추월차선으로 질러갈 수 있다.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요구를 채우고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이 책이 하는 말들은 어쩌면 붕 뜬 이야기일 수 있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런 말을 누가 못해? 그게 말처럼 쉽나?’라고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쉽지 않다. 쉽다면 이런 책이 나오지도 않을 거고, 읽지도 않을 거다. 아니, 만약 쉽게 가려고 했다면 그 사람은 로또로 대박 나길 바란다. 노력만 해서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노력도 안 하면 더욱 퇴보할 뿐이다. 노력을 등한시하는 자에게 부는 응답하지 않는다.

 

  이 책은 나에게 동기부여를 끝장나게 해줬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고, 당연한 행동을 당연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나는 책에서 정답을 구할 정도로 미련하지는 않다. 책에는 그저 이런 길, 저런 길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길을 걸어갈지, 서로 다른 길을 연결할지는 내가 정할 부분이다. 여기서 책은 내가 사용할 지식과 동기부여를 얻을 도구이다. 저자 역시 독서와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한다. 인생 폭망의 두 관문이 있는데, 졸업 후 배움을 게을리 하는 것이 인도를 향하는 첫 번째 관문이라면, 두 번째는 기초적인 재무 및 경제 지식을 배우지 않는 것이다.(p.321)

 

  내가 사업을 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시간 꿈꿔왔고 이제야 제대로 헌신할 준비가 된 분야가 있다. 이것을 잘 키워서 나는 오리지널스가 될 것이다. 오리지널스가 되어서 꼭 추월차선을 타고 말겠다! 나의 지각 선택. :)

 

추신 이 책을 자기계발로 분류한 이유는 나의 동기부여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