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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스트 커리어
스즈키 유 지음, 이수형 옮김 / 올댓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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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도움될까 싶어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으나 안 읽으나 내게는 똑같았다. 좋아하는 일, 많은 급여, 업계나 직종, 일의 즐거움, 성격 테스트, 직감, 적성에 맞는 직업 등의 선택 기준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일을 하는 이유는 행복한 미래 때문이어서, 7가지 덕목을 기준 삼아야 한다. 자유, 성취, 초점, 명확성, 다양성, 동료, 공헌이 그것이다. 뭐 이런 기준으로 직업과 기업 리스트를 정리하고, 직장 내 악을 점검한 후 편향을 고쳐 가면서 직업 만족도를 올리면 최고의 커리어를 쌓으면서 행복한 미래를 꾸릴 수 있다.


음, 저자도 이런 기준으로 직업을 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인정한다. 때문에 각 항목별 점수를 매겨 판단할 것을 권한다. 실제로 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복잡해서 관뒀다. 우울해지기만 하고. 직종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쌓이고, 비교 대상이 몇 개 생겼을 때나 시도하면 의미 있을 듯하다. 맨땅에는 헤딩하고 대가리 깨질 뿐.


하, 일본 갬성 묻은 자기계발서는 걸러야 했는데. 맨날 당하고 또 당했다. 다음부터는 일본 작가의 자기계발서는 무지성으로 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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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씽킹 WEALTHINKING (양장) - 부를 창조하는 생각의 뿌리
켈리 최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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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려고 산 책은 아니었다. 켈리 최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가끔 부모님께 찾아가면 어머니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시고 내게 ‘켈리 최가 그러더라’라는 식으로 들은 게 전부였다. 어렴풋이 기억하던 이름을 책 쇼핑하다 발견하니, 어머니 선물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이 책을 담았다. 그런데 실수로 내 책과 함께 주문해버렸다. 읽을 생각이 없었으나 어차피 어머니께 드릴 책, 한 번 읽어 보고 갖다 드리자는 심정으로 펼친 것이 『웰씽킹』 독서 계기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지만, 이내 흥미가 동했고, 이틀만에 완독하는 기염을 토했다. 1부에 하루, 2부에 하루 해서 말이다. 독서 자체가 재밌어서 잠까지 미룬 책은 오랜만이었다. 익숙한 내용이지만 저자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매끄러운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할까. 한마디로 가볍게 읽으면서 얻어가는 게 많은 책이다.


저자 개인의 경험치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자기계발 분야에서 익히 보고 들은 내용들이 많다. 목표 설정, 습관 개선, 자기 관리 등등.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1000명의 스승을 두었다고 이야기한다. 책, 강연, 기사, 인터뷰, SNS 등 본받고 싶은 자의 행적을 추적하고 따라하면서 그들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배웠다고. 그녀는 그들의 방법을 체화할 때까지 따라하고 반복했고, 결국 성공에 이르렀다. 이러한 경험이 녹아 들었으니 어찌 보면 종합자기계발서로 볼 수도 있겠다.


내용적인 면도 좋았지만, 내가 혹한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저자가 프랑스에서 사업하다 약 10억을 빚지면서 망했을 때, 센 강을 바라보며 자살을 생각했다. 빚도 빚이고 갖은 노력이 물거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으니 충분히 절망할 만했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소중한 존재인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며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냈다. 당신을 위해 살겠노라 다짐하며 그녀는 재기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인데, 저자와 비교하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이유다. 사업을 말아먹은 것도 아니요, 거대한 빚을 진 것도 아니었으니. 단순히 나 자신을 낮잡아 봐서 생긴 일이었다. 코딩 테스트를 공부하는데 알고리즘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예시 문제도 풀지 못하니 나처럼 쓸모 없고 멍청한 인간이 또 있나 싶었다. IT 교육을 받았던 6개월을 꽁으로 날린 기분이 들었고, 이게 진짜 루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죽는 게 낫지 않나? 살아있는 게 민폐인데. 그냥 죽고 편해지면 좋겠다……따위의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했다. 어느 날, 진지하게 자살 이후를 고민해봤다. 나는 세상에 없으니 걱정할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나는 내 정신머리를 붙잡을 이유가 필요했는 지도 몰랐다.


그림 하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정신이 무너진 어머니의 모습. 물론 상상의 영역이지만, 내게는 매우 현실적인 감각이었다. 나와 어머니는 지음(知音) 같은 사이로, 둘 중 하나가 세상에 없다면 남은 하나는 필시 외로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니 역시 나에게 자살은 무리였다. 어쩌다 보니 내 최악이 이렇게 상정되었다. 살아있는 한 나의 삶은 최악보다 언제나 나았다. 나는 결론지었다. ‘내 멋대로 살아도 자살보다 낫다’ 라고. 그런 와중에 이 책에서 비슷한 맥락을 접하니 왠지 칭찬받은 기분이었다.


이왕 살기로 결정한 거, 열심히 살아보려고 다시 마음먹었다. 저자가 알려준 모든 방법을 따라하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내 체질과 안 맞다고 여겨 보류하기로 했다. 물론 한 번에 다 따라할 수 없는 것도 있고. 그래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추렸다.


가장 먼저 ‘세 가지 결단’이다. 저자는 성공하기 위해 세 가지 나쁜 습관을 끊었다. 음주를 끊고, 유희를 끊고, 파티를 끊었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관리가 기본’이며, ‘자기 관리의 기본은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여 스스로 발전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p.58).’ 나도 결단을 내리긴 했다. 일단 게임을 끊었다. 내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용량을 차지하던 게임을 모두 지웠다. 그리고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를 해지했다. 광고가 나온다면 아마도 불편해서 덜 보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돈을 아끼자는 마음을 합친 결과다. 하나가 부족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시간을 쪼개서 독서와 공부에 힘을 쏟는 중이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성장해 있기를 바라면서.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멈추지 않는다면 5년 후에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p.61)’이다.


다음은 ‘네 번째 뿌리, 믿음’이다. 총 일곱 가지 뿌리가 있는데 다 건너뛰고 왜 네 번째 뿌리만 이냐 한다면, 내게 가장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툭하면 나를 깎아내렸다. 위에서 언급한 자살 고민도 그 결과물 중 하나였다. 아마 과거 10여 년 동안 소설가를 꿈꾸면서도 이루지 못한 이유 중에 극심한 자기비하로 인한 의욕 부진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나를 사랑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나를 사랑하는 일의 핵심은 ‘없음’보다 ‘있음’에 집중하는 것이다(p.166).’ 내게 뭐가 있더라, 생각해 보니 가진 게 매우 많았다. 사지 멀쩡하고, 서울에서 지낼 곳 있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가족이 있고, 코딩 공부 가능한 노트북도 있고, 심심함과 호기심을 달래 줄 책도 있고, 물려 있지만 배당 나오는 삼성전자 주식도 있고…… 세기가 벅찰 정도였다. 지금 감상문을 적으면서 봐도 참 행복해야 할 놈이다, 나는.


그리고 ‘얼리버드 습관’이다. 얼리버드의 속뜻은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자기계발을 하는 걸 의미한다(p.226).’ 일어나는 시간이 저녁이든 아침이든 상관없다. 내 하루 루틴을 돌리기 전에 조금이라도 자기계발을 하라는 것이다. 나는 언제 일어나든 간에 제일 처음 활동은 독서로 시작하고 있다.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책을 읽은 다음 계획한 공부를 한다. 개인적으로 공부 모멘텀 형성이 더 잘 되는 기분이다. 앞으로 자고 일어나면 책부터 떠오르는 습관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동 방침은 아니지만, 위로가 된 문장도 있었다. ‘열심히 하는 건 하는 거고, 결과는 순리에 맡기겠다(p.255).’ 하루 빨리 취업해야 하지만, 내 역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너무 뚜렷해 취업 지원을 주저하고 있었다. 자소서도 개판이고, 이력서도 개판이라서 도무지 지원할 엄두가 안 났다. 내가 인사담당자여도 나 같은 사람은 안 뽑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위 문장을 읽고 ‘그래, 그냥 질러 보자.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용기 넘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괜찮다 싶은 기업이 있으면 그냥 이력서부터 넣어보는 중이다. 물론 전부 불합격이지만, 지원 전의 불안보다 불합격의 안정감이 편했다. 취업 될 대로 되라, 까짓 거. 나도 어딘가에 쓸모가 있겠지. 그냥 내 공부나 열심히 하련다.


부를 이루고 싶다면 『웰씽킹』에서 제시하는 행동을 모두 소화해야 하겠지만, 현재 내 목표는 부나 성공이 아니다. 또한, 개개인에게는 기질이나 성향, 성격 등이 다양해서 누군가 제시한 방법이 모두에게 통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책의 내용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내 마음가짐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이다. 왜 어머니께서 자주 언급했는지 알겠다.


어머니께 드리기 아까웠는데, 마침 어머니는 지인한테서 같은 책을 선물 받았다. 고로 이 책은 이제 내 것이다. 고향집 책장이 아닌 내 책장에 두고 가끔 다시 읽으면서 보물찾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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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풀어낸 수학자 - 짐 사이먼스가 일으킨 퀀트 혁명의 역사
그레고리 주커만 지음, 문직섭 옮김, 이효석 감수 / 로크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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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교육 과정 따라가기도 벅차 독서 비중을 줄인 요즘이다. 교육장과 집을 왕복하는 전철에서만 책을 읽은 터라 진전이 더뎠다. 최근에는 일주일짜리 간단한 미니 프로젝트였지만, 난생처음 웹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진행해 더더욱 시간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틈틈이 읽은 덕분에 오늘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사실, 3주에 걸쳐 읽은 까닭에 내가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짐 사이먼스뿐 아니라 그가 세운 르네상스 테크놀러지에 관여한 주요 인물들 이야기까지 나열되어 있어 더욱 헷갈리는 것도 있다. 아마 읽기 전 마음 먹었던 대로 내용을 정리하거나 반추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그나마 내가 현재 코딩을 공부하고 있어 일부분 상통하는 맥락이 존재했다.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온갖 대단한 과학자, 수학자, 개발자가 노력하는 모습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내게 큰 응원이 되었다. 나는 기껏해야 수백 줄짜리 코드를 만지지만, 그들은 수만 줄짜리 코드를 살핀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그들처럼 프로그램을 잘 살피기 위함이기에 연습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고생을 견딜만 했다.

 

코드의 난도가 전혀 다르겠지만,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그들도 힘들어한다면, 비전공자이면서 이제 막 시작한 내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알고 보면 간단하더라도, 밤을 새워 나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닌가. 독서하는 내내 이런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위로를 받았다.

 

나는 투자에 관심이 많기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는 호기심에 집어 든 책이었지만, 읽으면서 투자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여 노력하는 고수들의 자세를 배우는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너무 오랜 기간 붙잡고 있어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헷갈린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밑줄 친 문장을 정리하면서 감상문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읽었다는 기록을 남기는데 만족하고, 차후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다시 보든지, 다른 책을 보든지 해야겠다.

 

돈을 벌면 내가 마치 천재처럼 느껴진다네. 하지만 돈을 잃으면 난 그냥 멍청이야.” - p.116, 짐 사이먼스

 

“() 가장 중요한 본질은 항상옳은 것이 아니라 충분히 자주 옳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 p.138, 르네 카르모나

 

여전히 이 모델은 곤경에서 벗어난 주식이 대개의 경우 원래대로 회귀한다는 데 베팅하는 식으로 큰 수익을 올리는 트레이드들을 충분히 찾아냈다. - p.287

 

섹스나 살인이 아니라 돈에 대한 열정을 지닌 금융 시장 분석가를 위한 북클럽을 결성한 셈이다. - p.298

 

“ () 안 좋은 해도 있었고 끔찍한 해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발견한 원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 p.327, 짐 사이먼스

 

사이먼스는 논리와 합리성, 과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매일 확률과 씨름하며 트레이딩에 베팅했고 대개의 경우 승리했다. 하지만 사이먼스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두 번의 비극을 겪었다. 그 사고들은 확률이 아주 낮은 특이한 경우이며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며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이먼스가 무작위성에 무너진 것이었다. - p.359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생존입니다. 우리가 틀렸다면 나중에 언제라도 (투자 포지션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 p.384, 짐 사이먼스

 

우리는 능력이 부족한 교사들을 비난하는 대신 훌륭한 교사를 칭찬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들의 위신을 높여 주고 금전적 혜택을 제공했으며, 그들은 학교 교육 분야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 p.399, 짐 사이먼스

 

사이먼스는 청중들에게 몇 가지 인생 교훈도 얘기했다. “가능한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세요. 여러분보다 더 똑똑한 사람이면 더 좋습니다. (……)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쉽게 포기하지 마세요.”

아름다움을 추구하세요. (……) 기업을 운영하거나 실험을 실행하거나 수학 정리를 만들 때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뭔가가 잘 되면 심미적 관점에 가까운 미적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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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생존하기 - 거짓과 기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헛소리 까발리기의 기술
칼 벅스트롬.제빈 웨스트 지음, 박선령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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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통계학 서적을 읽은 이유는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서 해석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프란 우리가 정리된 데이터를 쉽게 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만큼 해석의 오류를 범하기도 쉽고, 잘못된 데이터 해석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 차후 내가 관련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부하는 동안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는 눈이 필요했다.

 

이어서 읽은 똑똑하게 생존하기역시 같은 맥락에서 집은 책이다. 데이터 해석 오류는 지금과 같은 데이터 홍수 시대에 만연해 있다. 인위적이든 실수이든 데이터 해석 오류는 헛소리를 생산하는 계기가 된다. 가령, 불과 얼마 전에 불가리스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코로나는 심각한 사안이라 질병청이 발 빠르게 반박하여 헛소리가 널리 퍼지지 않았다. 이는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별의별 헛소리를 목격하며 머리가 띵-해진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된 정보를 파악하여 대응하는 방식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나는 혹여나 내가 데이터를 공부면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쪽에 좀 더 집중했다. 이 부분들은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헛소리를 구분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헛소리의 세계

 

애매모호한 표현이라는 헛소리의 중요한 한 장르는 자기가 한 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문자적 의미와 함의의 차이를 이용한다. -p.31

 

인터넷에는 양질의 정보가 가득하다. 그만큼 헛소리 또한 사방에 널려 있다. 헛소리의 문제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자극적이며, 수습할 시간도 없이 삽시간에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면 근거 없는 주장이나 악의적으로 편집한 글도 곧잘 목격한다. 소셜 미디어가 절정에 달한 지금은 전파의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공유하기 버튼은 우리를 친절한 헛소리 운반책으로 삼는다. 수습하려고 들 때는 이미 늦었다. 모두 진실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다음 헛소리를 기다리거나 운반한다. 이를 두고 저자들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명문장을 인용한다. “거짓말은 날아가고 진실은 절뚝거리며 그 뒤를 따라간다.”

 

헛소리는 거짓말의 일종으로, 상대방을 호도해 진실로 믿게 만들면서 발언자는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언행이다. ‘내가 엄밀히 따졌을 때 사실이 아닌 말을 해서 상대방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한다면 그게 바로 호도다(p.28)’ 여기에 함의를 차이를 이용해 책임 소재를 없앤다. ‘함의는 사람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한 뒤 나중에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대거 안겨준다(p.30).’

 

도대체 헛소리를 왜 하는 걸까? 기업이나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의도가 명확하다. 그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보다 친숙한 이유는 상대에게 눈에 띄는 자신의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가벼운 예로, ‘17 1의 전설이나 군대 무용담’, ‘여행 모험담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원하는 인상을 주고자 할 때는 그 얘기가 꼭 사실일 필요가 없다. 말하는 본인도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하는 얘기는 흥미롭거나 인상적이거나 매력적이어야 한다(p.33).’ 혹은 자극적이거나.

 

헛소리 세계인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 세계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헛소리를 파헤치고 까발리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헛소리

 

2가지가 서로 연관성이 있으면 그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유발한다고 추론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 p.98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자주 헷갈리는 개념이다. 우리의 뇌는 어떤 패턴을 발견하면 곧이곧대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상관관계인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관관계 역시 인과관계가 되려면 거칠 과정이 많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내포하지 않는 건 진리다. 전자를 보여주는 데이터에서 후자에 대한 가정으로 경솔하게 도약해서는 안 된다(p.104).’

 

미국의 한 조사에서 대학생들의 맥주 섭취량을 조사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맥주가 제공되는 병의 크기가 커질수록 마시는 맥주의 양이 늘어났다. 연구원들은 병의 크기가 맥주 섭취량 증가의 원인이라고 발표했고, 이를 근거 삼아 학생들이 술을 적게 마시도록 피처를 금지해야 한다라는 규범적 주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맥주병의 크기와 섭취량은 상관관계였을 뿐, 인과관계가 아니었다. 단순히 맥주를 많이 마시고 싶은 사람이 큰 병에 든 맥주를 주문한 것이었다(p.116).

 

책에서 비판하는 또 다른 예는 나에게 조금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아는 유명한 실험인 마시멜로 이야기이다. 4살 아이에게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간 참으면 하나를 더 준다는 만족지연 실험이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만족지연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 마시멜로 실험은 어릴 때의 만족지연 능력이 추후 학업 및 직업에서 높은 성취도를 이룬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저자들은 만족지연 능력이 이후 성공을 야기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한 연구팀이 표본을 늘려 마시멜로 연구를 복제하려고 했으나 원본 연구의 결과는 일부만 발견되었고, 만족지연 능력과 학업 성취도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요인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였다(p.120).’

 

,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안정감을 많이 느끼고 어른에 대해 높은 신뢰가 있으므로 지시하는 바를 잘 따랐고, 마시멜로 역시 자주 맛보았을 테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을 터였다. 학업 성취를 알 수 있는 청소년기에는 특히 부모의 부가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만족을 늦추는 능력과 학업 성취는 모두 부모가 가진 부의 결과물인 것이다(p.121).’ 유명한 실험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실험도 뒤늦게 헛소리로 판명될 수 있다.

 

위 두 가지 예는 해석의 실수에 기인한 것이지 악의는 없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상관관계를 허위로 속여 악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타일러 비겐이라는 작가는 재밌는 사례로 증기에 의한 살인 사건미스 아메리카의 나이를 비교했다. 두 그래프는 아주 비슷한 흐름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인위적으로 편집한 결과물이다. 기간을 늘리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이 증명된다. 이런 식으로 허위 상관관계를 만들어 우리를 농락할 수도 있다. 무섭지 않은가. 당하지 않으려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눈과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데이터 시각화 헛소리

 

정확한 데이터를 사용하더라도 디자이너는 그 데이터가 주는 느낌을 조작할 수 있다. - p.233

 

나는 데이터 시각화에도 관심이 많다. 분석한 결과가 보기도 좋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헛소리가 들어올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데이터 시각화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충분히 조작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속이지 않고서라도 말이다.

 

미학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그래픽은 눈길을 끄는 장식이 아니라 데이터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이 원칙에 위배되는 그래프를 오리라고 한다(p.236).’ ‘오리는 우리의 시야를 빼앗아 데이터 해석을 대충하게 만든다. 데이터가 정확하더라도 그래프의 길이 차를 크게 만들면 유의미하지 않은 차이도 유의미하게 보일 수 있다. 아니면 의미 없이 디자인을 사용하여 명료성을 제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벤다이어그램을 차용했어도 겹치는 부위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왜 그런지 설명되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인 시각화다. 보기에 예쁘다고 떡 모양 점토를 먹을 수는 없다.

 

혹은 축의 크기를 이용해 그래픽을 조작할 수 있다. 스티븐 헤이워드라는 사람이 지구 온난화 증거가 없다며 하나의 그래프를 게시했다. 지구의 평균 온도 변화 그래프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아주 미세한 온도 변화로, 지구 온난화는 음모론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 온도는 주식 차트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다. , Y축의 범위를 좁혀야 정상적인 지구의 평균 온도 변화를 알 수 있다.

 

X축을 조작해서 우리를 호도할 수도 있다. 간단한 방법으로, 누군가 주식 차트를 보여주면서 작년 3월만 보여줬다고 하자. 그러면 주식은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진입하기 꺼려진다. 그러나 10년 치를 본다면 아마 그런 걱정은 사그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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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만 정리했다. 물론 이 정도로 헛소리에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헛소리하기는 쉽지만 반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헛소리하는 사람은 증거나 논리, 사실관계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저지르면 그만이다. 반면, 반박하는 사람은 그에 반하는 증거들을 일일이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헛소리에 대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가 되는 헛소리는 상대해야 하므로 헛소리 알아채기 연습은 꼭 필요하다. 책의 후반부에 헛소리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질의 절차를 소개한다. 헛소리 같은 것을 발견했을 때 참고하면 좋겠다.

 

아주 간단한 진단 방법으로 저자들은 이 원칙을 제시한다.

 

어떤 주장이 너무 좋거나 나빠서 도저히 사실일 것 같지 않다면 아마 그 생각이 맞을 것이다. - p.391

 

이 원칙을 기본으로 헛소리에 대응하자. 생각 없이 살다간 헛소리에 당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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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츠파 - 창조와 혁신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인발 아리엘리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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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사업이 망한 후인 듯하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에게는 큰 사건이었다. 집안에 여유가 없어지고 도망치듯 지방으로 이사했다. 재기불능 상태가 가져온 충격은 나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무난한 인생이 최고의 가치였고 열심히 사나 대충 사나 결과는 매한가지로 느껴졌다. 게다가 이런 논리까지 세웠다. ‘열심히 살아서 실패하면 뼈아프지만, 대충해서 실패하면 그저 그렇다. 그러니 대충 살자.’ 지금까지의 내 삶을 요약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나마 요새 차츰차츰 바뀌려는 의지가 꿈틀거려 여러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분야를 공부 중이다. 궁극적으로 폴리매스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실패가 자연스러워져야 할 것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고 해도 숱한 실패를 겪어야 할진대,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려면 실패는 당연한 과정 아니겠는가. 인발 아리엘리의 후츠파는 실패를 대하는 자세를 배우기에 좋은 책이다. ‘후츠파(chutzpah)’란 부정적인 의미로는 무례하고 공격적인 사람 또는 행동을 뜻하지만, 긍정적인 의미에서는 대담하고 용기있는 사람 또는 행동을 의미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유아 시기부터 청년 시기까지의 활동에 걸쳐 보여준다.

 

나는 크게 어린이 시기, 청소년 시기, 청년 시기로 나누어 내 지나온 과거와 비교해 보았다. 비슷한 부분에서는 공감이 되었고, 아닌 부분에서는 나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린이 시기1

 

쓰레기장 놀이터 곳곳에 도사린 위험을 직접 마주하고 피하는 경험은 아이들이 독립심을 기르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 p.38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이스라엘의 유치원 앞마당에는 쓰레기를 모아 놓은 놀이터가 존재한다. 녹슨 의자, 부서진 판자, 벽돌 등이 뒤섞인 이곳에서 아이들은 몇 가지 기본적인 규칙만 인지한 채 자유롭게 논다. 놀이터에서의 질서는 아이들끼리 만들어 간다.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서로 협력하고, 의견 충돌이나 곤란한 상황 등의 갈등은 타협과 창의적인 해결책을 떠올린다. 미리 정해진 질서가 없는 이런 상태를 발라간(Balagan)’이라고 한다.

 

발라간을 통해 아이들은 이 세상에 처음부터 정해진 규칙과 질서가 없다는 사실을 배운다(p.45).’ 사회적, 개인적 규제의 뚜렷한 경계가 줄어들고 표현의 자유가 늘어난 아이들은 무질서의 모호함을 자주 대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모호함의 불안이 줄어든다. ‘모호함에 느끼는 불안이 줄면 예상치 못하게 일어나는 의외의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p.45)’

 

더 나아가 이스라엘 아이들은 유대교 명절인 제33일절에 스스로 모닥불을 피우고 지킨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불장난하면 자다가 오줌싼다고 했는데, 이 나라는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 숲이 있다면 쉽겠지만, 도시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도심 곳곳에서 땔감을 모아 온다. 나무 덤불, 분리수거장, 쓰레기 배출 장소 등등. 그중 목재를 많이 얻는 곳은 공사 현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사장 근처만 가도 위험하니 돌아가라고 하는 판국인데 참 대단한 나라다. 아무튼, 그렇게 얻은 목재는 슈퍼마켓 카트를 빌려 옮긴다(빌려주는 것도 신기하다).

 

여기서 어른들은 지켜보는 역할만 한다. 불을 지필 때 땔감으로 뭐를 써야 하는지 아이들은 스스로 체험하면서 익힌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닥불을 다루면서 부모가 함께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주체는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다.

 

내 어린이 시절은 이와 비슷하다. 우리집 교육 방침이 정해진 울타리 내에서는 마음껏 뛰어놀아도 괜찮다여서 나는 굉장히 자유롭게 자랐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는 방바닥에 폭삭 쏟아놓고 놀았다(다 놀면 말끔히 치웠다.). 비 올 때는 우산도 없이 사방팔방 돌아다녔고, 주택 옥상 배수관에서 나오는 물을 폭포라며 맞기도 했다. 역사를 배운지 얼마 안 되어서는 간석기를 만든다며 일주일 내내 돌을 갈았던 적도 있다. 결국 날카로워지지 않아서 실망했지만. 불장난도 해봤다. 폐가에서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큰불을 낼 뻔했다. 소방차와 경찰차까지 출동했고, 그때 놀란 기억에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정신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에는 정말 실패가 뭔지, 걱정이 뭔지도 모를 만큼 자유분방과 혼돈 그 자체였다. 그래도 큰 문제는 (미수에 그친 게 있긴 해도) 일으키지 않았다. 반장, 회장, 우주소년단, 지금은 극혐하는 축구까지 다 손을 뻗치고 다녔으니 내 어린 시절을 요약하는 단어도 발라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린이 시기2

 

실험을 마친 하트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은 혼자 신호등을 건너거나 중심가에 외출하는 등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성장했다고 느꼈으며,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길을 익히거나 어른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지름길을 찾을 때 특히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 p.88

 

이스라엘의 아이들은 보호자 없이 스스로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대부분 맞벌이라 저녁이나 되어야 부모는 귀가한다. 그래도 부모들은 자녀를 걱정하기는커녕 무계획으로 돌아다니기를 장려한다. 이런 즉흥적인 행동을 리즈롬(leezrom)’이라고 하는데, ‘리즈롬은 단순히 마음 내키는 대로 하는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즐길 힘을 뜻한다(p.89).’

 

리즈롬이 적용된 이스라엘의 교육 프로그램은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 만하다. ‘기본적인 지식만 가르친 후 아이가 스스로 학습하도록 유도(p.98)’한다. 평가 역시 교사는 성공이 아닌 실패를 학습의 지표로 삼는다(p.98)’. 이는 교육의 목적이 지식 수입보다 경험에 무게를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란 발리에 교수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며 여러 분야를 골고루 이해하고 서로 다른 분야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어야 발전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험 위주 학습으로 다수의 실패를 경험하며 대응하는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사회심리학자 하이디 그랜트 할보르손은 실패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까지 함께 제거된다고 이야기했다(p.111).’

 

이래서 내가 학교 수업에 관심이 없었나? 나는 과학 실험이나 책 읽기를 원했으나, 학교에서는 매번 시험을 위한, 성적을 위한 공부를 강요했다. 설득이나 이해는 없었다. 틀리면 혼나고 잘하면 당연하고 아주 잘해야 칭찬을 받았다. 틀려서 혼날 때마다 나는 우울해졌다. 나의 해결책은 노력하고 혼나느니 그냥 안 하고 혼나련다였다. 그리고 공부를 완전히 놔버렸다. 실패 원인을 제거해버린 것이다.

 

아무런 제약이 없어진 지금에서야 나는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요새 코딩 공부가 그렇게 즐겁다. 취업해야 하는데 공부라니! 어쩌면 이것도 취업 실패를 피하려는 개수작일지도 모르지만, 코딩 공부로 실패에 대응하는 법을 차차 익히는 중이니 조만간 취업 도전도 막막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 착각일 수도 있고.

 

청소년 시기

 

아이들은 조핌에서 실시하는 청소년 운동에 참여하며 스스로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능력을 더 키워야 하는지 확인한다. - p.145

 

조핌은 보이스카우트나 우주소년단 같은 이스라엘의 청소년 활동 단체다. 지도자인 마드리크와 학습하는 사람인 하니크로 나뉘어 활동한다. 이들은 만남부터 색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담당 책임자가 누구인지, 장소는 어디인지 등을 세세하게 알아야 안심하고 단체에 아이를 보낸다. 조핌은 마드리크와 하니크가 서로 얼굴도, 이름도, 전화번호도 모른 채 안내문 하나로 만남을 정한다. 또 어른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이 있다. 조핌의 역사가 이스라엘이 건국되기 이전에 청소년이 스스로 정립하고 활동한 데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조핌에서 하나의 부족으로 활동하는 마드리크는 고등학생이 주로 맡고, 하니크도 모두 각자의 역할이 주어진다. 그들의 활동 전부가 학생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조핌 멤버들은 리더십과 창의력, 즉흥성, 자발성 등을 기른다. 더블유라이프를 창업한 기업가 나르키스 알론은 조핌 활동을 자랑스러워 하며 조핌이 정말 특별한 이유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p.146)”이라고 했다. , 메타인지를 높여주는 조직 활동인 셈이다.

 

내가 참여한 청소년 단체는 초5 때의 우주소년단이었다. 과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선택한 단체였다. 그러나 나와는 맞지 않았다. 글라이더, 고무동력기, 물로켓 등을 만들어 교내 과학 대회나 전국 대회 참여가 단체의 목표였다. 나는 성격이 꼼꼼하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만드는 기간이 오래 걸렸다. 다른 애들 날개 붙이고 있을 때 나는 아직도 몸통을 붙잡고 있는 식이었다. 담당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그는 도와주지 않았다. 나 같은 애들은 진즉에 버리고 가능성 있는 애들만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나는 곧 흥미가 떨어져서 한 학기만에 관뒀다.

 

이런 비극적인 경험이 있으니 앞으로는 신경 써서 조직에 들어갈 일이다. 리더가 과연 조직원의 역할과 역량을 제대로 판단했는지, 창의력, 즉흥성, 자발성을 해치지 않는지 말이다. 내가 리더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청소년기에 메타인지를 높이면 훨씬 좋겠지만, 성장에는 때가 없으니 성인이어도 팀원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해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리라.

 

청년 시기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와 반대로 입대 대상자가 어떤 기술을 익혔는지 확인하고 성장 가능성을 고려한다. - p.182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처럼 군 복무가 의무이다. 차이점은 남녀 구분이 없다. 남자는 32개월, 여자는 24개월 동안 의무복무를 한다. 또 우리나라처럼 만 20세 이상일 때 영장이 날아오는 게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즉시 입대한다는 점이다. 입대 절차를 거치면 국방부는 개인의 검사 결과에 따라 부대에 배치한다. 이들이 병력 확보에 주목하는 부분은 지원자가 감당할 수 있는 임무와 감당할 수 없는 임무가 무엇인지, 기술을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p.185)’

 

장교를 뽑은 방법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사관학교 졸업생이나 ROTC에서 장교를 뽑는다. 능력이나마 있으면 모르겠지만, 나랑 비슷한 나이인데 무능한 호구 가 소위랍시고 나대는 꼴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반면에, ‘이스라엘에서 장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일반 병사로 입대해 훌륭한 장교가 될 잠재력을 증명해야 한다. 이렇게 능력을 인정받아 훈련 과정을 밟아야만 장교로 진급할 수 있다(p.187).’ 함께 훈련하던 동료가 장교로 복귀하니 수평적 관계에 무거운 분위기도 아니라 문제점이나 불만 등의 토론이 수월하다.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지식과 자료, 유연한 사고, 순발력 등 여러 자질을 고루 갖추지 않고는 임기응변이 불가능하다. - p.236

 

또 다른 희한한 문화가 있다. 입대하여 받는 물건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개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성 있게 꾸미는 것뿐 아니라 편의에 맞게 헬멧, 조끼, 무기를 개조한다고 한다. 이를 쉬프주르(shiftzur)’라고 하는데, 최고의 쉬프주르는 선망을 사고 동료 병사는 물론 지휘관까지도 따라서 장비를 손본다. 이런 열린 사고방식은 문제 해결 능력 키우기에 도움을 준다. 이스라엘 공군 문화 중 두그리(dugri)’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현상을 이야기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두그리를 갖춘 사람은 부정적인 부분까지 솔직하고 명료하게 이야기한다(p.232).’ 감정을 미뤄두고 개선점 찾기에 집중한다. 실수와 개선점을 분명히 인지한다면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청년기에 군대에서 습득한 능력과 인맥은 사회에 나가서도 선순환으로 작용한다. 전우회를 통해 자신의 기업에 맞는 인재상을 찾을 수도 있고, 어떤 기술을 가졌다면 그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소개받을 수도 있다. 또 이들은 언제 어디서 인연이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타인과 만남을 어색해하지 않는다. 가게에 줄을 서다가도 대화를 걸어 토론을 하고, 회사에 가는 동안 지인을 여럿 만나기 때문에 일찍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인구 대비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나라라던데 과연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방식 유연해, 실패에 대응할 줄 알아, 인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여기에 국가도 스타트업이 성행할 수 있도록 법적 체제도 조성이 되어 있다고 한다. 역시 유대인이야,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린이 시기부터 청년 시기까지 모든 과정이 실패에 대응하는 방법이다. 이를 관통하는 한줄기 맥락은 메타인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다. 우리의 지식과 무지를 객관화하여 판단할 수 있을 때 실패는 경험이 되고 성장의 발판이 된다. 단순히 실패를 많이 거듭한다고 성장하지 않는다. 감정과 원인을 분리하지 못한 실패는 역으로 학습된 무기력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인지를 높여 긍정적인 후츠파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메타인지를 높이면 실패는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사실 나는 일상이 실패의 연속이다. 취업을 해야 하는데 백수 경력만 늘어가니 말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폴리매스이고 하루하루 나에게 부족한 역량을 깨달으면서 실패에 대응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기록 혹은 기억이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실패한 감상문을 마무리하련다. 자연스럽게 실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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