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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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메이지 유신 시대 말에 쓰인 책이지만 약 1세기가 지난 지금, 짙은 호소력으로 다가왔다. 급격히 퍼진 서구화와 자본주의 아래 가난한 젊은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돈을 쫓아야 할지, 꿈을 좇아야 할지. 나 역시 꿈이 있지만, 경제적 문제와 삶의 방향 사이에서 젊은 20대를 혼란으로 보내는 중이다. 이런 나에게 소세키의 『태풍』은 큰 응원과 힘을 전한다.

 

  시라이 도야는 부를 제일 가치로 삼는 시대의 반대편에 서서 부의 팽창을 비판한다. 그 때문에 중학교 교사생활도 쫓겨나기 일쑤여서 여러 지방을 전전하다 이 시대의 착오를 바로잡기 위해 글을 쓰기로 결정하고, 교사직을 그만둔다. 비록 안정적 수입이 없어져 아내의 채근과 가난에 시달리지만 도야 선생은 당당히 자신의 목표를 관철한다.

  다카야나기는 가난하고 병약한 청년으로, 고향에 홀로 계신 늙은 어머니를 봉양하며 하루하루 버티기에 급급하다. 그는 문학사가 되고 싶지만 글을 쓸 시간이 없다. 하고 싶지 않은 일로 돈을 벌며 자신 내부에 존재하는 이상과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이다. 가장 친한 친구이며 유일한 친구인 나카노는 부잣집 아들이어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 유쾌하게 답변하고 끝내버린다. 그 답변이 다카야나기에게 만족스러울리 없다. 졸업 후 다카야나기는 나카노와의 간극을 느낀다. 사회에서 부의 간극은 아무리 친하더라도 메울 수 없는 공허가 있기 마련이다. 부를 가진 사람에겐 신경쓰이지 않지만, 부를 의식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 공허가 가슴에 맺힌다.

  어느 날, 나카노의 권유로 음악회에 같이 간다. 쉬는 시간, 휴게실에서 다카야나기는 한때 자신의 중학교 교사였던 도야 선생의 글을 보고 감명받는다. 중학생 때 선생을 내쫓았던 무리의 일원이었던 것에 미안함을 느끼며 도야 선생에게 죄송과 안녕을 겸해 찾아간다. 하지만 도야 선생은 다카야나기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의 호방한 성정에 눌려 다카야나기는 사과하지 못한 채 헤어진다.

  다카야나기는 병세가 짙어졌지만 도야 선생의 청중 연설을 보러 연설회장에 간다. 그곳에서 도야 선생의 연설을 듣고 답답한 마음이 해방됨을 느낀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글을 완성하기로 결심하고 나카노의 도움을 받아 요양차 떠나기로 한다. 그 전에 도야 선생에게 작별 인사겸 찾아간다. 도야 선생은 어떤 남자와 빌린 돈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중 다카야나기는 도야 선생의 원고와 자신의 요양비를 교환한다. 다카야나기는 기쁜 마음으로 그 원고를 들고 나카노에게 향한다. 자신의 글보다 훨씬 좋은 글을 찾았기에.

 

  100년 전에도 지금처럼 자본주의의 팽창 속에서 가난한 청춘은 같은 고민을 했나보다. 자본주의가 경제의 기본이 된 이상 돈과 생활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최소한의 의식주 생활도 돈을 거쳐가기 때문에 돈 없이는 삶을 지탱하기가 힘이 든다. 여기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긴다. 당장 돈을 벌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운데 이상을 이루기엔 오랜 시간이 걸려서 깊은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나도 이런 고민을 하며 지내고 있기에 다카야나기의 심정을 더 공감했다.

  개인적으로 우리가 제일 가치로 추구해야 되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행복'은 비물질적 가치이기 때문에 그 어떤 물질로도 충족시킬 수 없다. 가령 고된 노동을 통해서 고액이 저축된 통장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돈 때문에 느끼는 것이 아니다. 돈은 단순한 결과의 부산물일 뿐이고, 그 과정을 견뎌낸 자신의 노고에서 행복이 오는 것이다. 물질이 주는 행복감은 일시적인 환각에 불과하다. 그 물질이 사라졌을 때는 고사하고 그대로 있더라도 행복감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다른 욕망이 움터 그 물질을 볼 때마다 괴로울 수도 있다.

  반대로 우리가 비물질에 속하는 것들로 행복을 추구한다면 그로부터 발생한 행복감은 오래 갈 것이다. 대표적인 예를 '꿈'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즐기는 것을 하며 사는 삶이 개인의 최종적 가치가 아닐까 싶다. 여기서 먹고 사는 데 막막한 경제적 상황이 닥칠 수 있다. 그러나 '꿈'이 확고하다면 다른 일로 돈을 벌면서 '꿈'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돈 버는 것은 '꿈'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격의 성장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더라도 인격이 저급함에 머물러 있다면 그 방식은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굴러갈 게 뻔하다. 인격이 고도화된다는 것은 윤리와 도덕, 양심 등이 정교해지고 공감하는 능력이 향상되어 이타심이 도약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모두가 인격 성장을 수양한다면 사회는 보다 안정되고 혼란은 야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한 방법은 내 생각엔 간단하다. 많은 독서를 하고, 오랜 사색을 하는 것. 이것을 평생 반복하는 것만이 인격을 고도화할 수 있으리라.

 

  물론 나는 아직 풋내기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보다 독서에 박차를 가하며 나에게 부족한 물질에 휘둘리려 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는다면 가난해도 불행하다 생각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세상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왜 자신이 세상에 용해되려고 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분명하다. 만일 자신이 세상에 용해되려고 한다면 그 순간, 도야 자신은 완전히 소멸되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p.20

재주를 배우는 것은 지엽적인 일이다.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게 목적이다. 크고 작은 것을 구별하고, 가벼움과 무거움의 차이를 인식한다. 또 좋고 그름을 판별한다. 선과 악의 경계를 이해하고 현명함과 어리석음, 참과 거짓, 바름과 사악함을 제대로 판별해내는 것이 바로 학문의 목적이다. -p.21

인간의 근본에 해당하는 인격에 비판의 기준을 두지 않고, 그 겉에 해당하는 부속물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고 한다. 이 부속물과 공정한 인격이 싸움을 벌일 때, 세상 사람들은 반드시 이 부속물에 흔들려서 인격을 유린하려고 한다. 세상이 한 사람의 공정한 인격을 잃을 때, 세상은 그만큼 빛을 잃는다. 공정한 인격은 백 명의 귀족, 백 명의 거부, 백 명의 박사로도 보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존귀한 것이다. -p.60

˝(……) 당신은 다른 사람보다 높은 곳에 살고 있다고 자신하지만 사람들이 그곳을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외톨이가 된 거지요? 그러나 다른 사람이 인정해줄 만한 곳이라면 그들도 올라설 수 있는 곳입니다.(……)˝ -p.139

주객(主客)은 하나다. 주인을 떠난 손님은 없고, 손님을 떠난 주인은 없다. 우리가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분명하게 나누는 것은 생존상의 편의 때문이다. 형태를 떠난 색깔은 없으며, 색깔을 떠난 형태는 없는데 구태여 나누는 편의. 착상을 떠단 기교는 없으며, 기교를 떠난 착상도 없음에도 잠시 둘로 나눠보는 편의와 마찬가지다. 이런 차별적인 기준을 세우려고 할 때, 우리는 하나의 미로로 들어간다. 그러나 생존은 인생의 목적이기에 생존에 편의를 제공하는 이런 미로에 점점 더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나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오로지 생존욕구를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만 이런 방황을 끝낼 수 있다. -p.154~155

˝이상이 있는 사람은 걸어가야만 하는 길을 알고 있습니다. 원대한 이상이 있는 사람은 큰길을 걸어요.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과는 달라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길을 걸어냅니다. 방황하고 싶어도 방황할 수 없습니다. 혼이 이쪽, 이쪽 하고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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