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에는 기본 전제가 있다. 사는 건 어렵다. 원래 그렇다.
 
방금 언급한 전제가 워낙 공공연해서 금방 잊는다. 또 인간은 합리화를 잘해서 곧잘 다른 탓으로 돌린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진득하게 붙잡고 있는 경우가 드물어진다. 나의 경우, 한창 시를 습작할 때, 공모전 몇 번 시도해보고 ‘난 재능이 없어’ 자책하며 그만두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중고등학생 때는 소설 습작이 5장을 넘지 못했다. 얼마 쓰고는 지쳐서 그만두었다. 열정은 가졌으나 끈기는 전혀 없었다. 그나마 있는 열정도 전기 주전자 같았다. 잠깐 끓었다가 식어버리는. 그러니까 나는 ‘그릿(Grit)’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이런 과거가 나에게 이 책을 읽게 했다고 생각한다.
 
※그릿이란?
 
분야에 상관없이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은 굳건한 결의를 보였고 이는 두 가지 특성으로 나타났다. 첫째, 그들은 대단히 회복력이 강하고 근면했다. 둘째,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결단력이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갈 방향도 알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특별한 점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였다. 한마디로 그들에게는 그릿grit이 있었다. - p.29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은 마치 재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그들을 대중이 접할 때는 이미 전문가가 된 후여서 그렇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실력을 갈고닦아 탁월함을 갖춘다. 넘어져도 일어나고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며 계속해서 정진한다.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진짜 천재일 수도 있다. 아직 재능이란 존재는 확실히 규명된 게 아니니까. 하지만 저자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노력이 없다면 크게 의미 있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녀의 계산법은 이렇다. [성취 = 재능×노력²] 즉, 질과 양으로 성공을 판단한다면 끝없는 연습을 통해 재능을 타고난 사람과 동일한 기술 수준에 이른 노력형이 장기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p.81)
 
※그릿은 성장한다
 
그러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성공한 사람만 그릿을 가진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보자. 사람은 누구나 관심 분야가 다르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 내에서 계속 죽거나 패해도 다시 한다. 여행 매니아는 A지역에 실망했다고 B지역을 안 가지 않는다. 나는 민음사판 『롤리타』를 3만원에 샀는데(문학동네로 저작권이 넘어간 줄 몰랐다) 그렇다고 책구매가 재미없지 않다. 오히려 이런 실수가 나의 책구매 개념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분야가 다를 뿐이지 누구에게나 그릿은 존재한다.
 
그릿은 누구에게나 존재함은 물론 더욱 성장한다. 저자가 친절히 제시한 그릿 척도로 나의 그릿을 측정했다. 일독한 3월 8일에는 3.7점, 50%에 조금 못 미쳤다. 약 2개월 후 다시 측정한 점수는 3.9점으로 60%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내 경험과 더불어 저자의 주장처럼 지금 당장 그릿이 없든 낮든 간에 노력하면 점수는 변화한다. 여기에는 네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관심, 연습, 목적, 희망이 그것이다.
 
※희망
 
희망은 나머지 세 요소 모두에 필요하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희망이 없다면 그릿은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 우리가 과정을 견뎌내는 이유는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방식이 어떠냐가 중요하다.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웩에 따르면 어떤 인생의 관점을 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능, 인격, 재능 등 인간의 자질이 이미 정해져 있어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형 사고방식’과 지금 내가 가진 능력은 성장을 위한 초석에 불과하며 노력과 전략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성장형 사고방식’이 두 가지 관점이다.
 
만약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내가 공모전 몇 번의 떨어짐으로 시를 포기한 것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단정할 것이다. 당연히 끈기 있게 도전할 리 만무하다. 반대로 성장형 사고방식은 실패에서 배울 점을 찾고 더 나아지는 방법을 연구한다. 필요하다면 조력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해서라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이 두 관점은 완전한 이분법이 아니다. 대부분 내면에 성장형 사고방식과 고정형 사고방식이 나란히 존재한다. 언행불일치를 범하기 쉽다. 이럴 때는 고정형 사고방식의 실수를 순순히 인정하고 앞으로 조심하면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잘 다독일 수 있으리라.
 
휴스가 연락을 해온 이유 중 하나는 그릿 척도의 한 문항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는다’는 문항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것 말이 안 돼요. 실패했는데 낙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낙담이 되던데요. ‘나는 실패해도 오랫동안 낙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258
 
※관심
 
실험해보라! 시도해보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분명 많이 배우게 될 것이다! - p.161
 
우리는 보통 관심이 생겨야 어떤 일을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라, 열정을 좇아라, 라는 말이 방증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나온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없는데요.” 그럴 수 있다. 관심이나 흥미가 안 생기는데 어떻게 좋아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반대로 해보길 제시한다. 어떤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흥미나 열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일이 본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 같다. 직접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적재산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사람에 따라 쉽지 않다. 고정형 사고방식에 소심했던 나의 직접경험은 극심한 가뭄의 땅과 같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은 있다.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글쓰기에 내 나름의 열정을 쏟고 있다. 이외에도 역사, 영어, 뇌과학, 자기계발 등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다. 요즘은 나처럼 직접경험이 바닥이어도 관심을 찾는 방법이 많다. 그중에서도 내 취향은 독서이다. 책의 장르와 양이 워낙 많아 질리지 않으면서 깊이 사고할 기회를 준다. 직접경험이 어려울 때 간접경험을 많이 쌓아두면 좋다. 그중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무언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
 
“시도하고 다시 시도해도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라.”는 그린베레의 신조도 새겨들어야 한다. - p.104
 
잘못된 연습과 노력은 독약이 될 수 있다. 내 경험으로도 그렇다. 나는 영어 듣기가 전혀 안 된다. 고등학생 때도 영어 듣기 때문에 영어를 포기했다. 계속 들으면 들린다는 친구와 교사의 말에 등하교 버스와 시간이 날 때마다 듣기 파일을 들었다. 그러나 들리기는커녕 영어가 싫어져 때려치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한 결과다. 단어를 모르니 들어도 모를 수밖에.
 
올바른 연습 방법은 ‘의식적인 연습’이다. 의식적인 연습이란 반성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를 통해 지금의 연습이 목표와 방향이 같은지,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잘못한 부분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의식’하며 진행하는 것이다. 이 개념을 만든 안데르스 에릭슨의 『1만 시간의 재발견』을 보면 3F가 나온다. 연습 시간 동안 집중(Focus)하고 피드백(Feedback)을 한 뒤, 그 피드백에 맞게 수정(Fix it)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며 오랜 시간 연습했을 때에야 비로소 해당 분야의 전문가적인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목적
 
자신의 일을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행운아들은 “내 일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직업과 전반적 삶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듯 보인다. - p.204
 
그릿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목적이 세상과 밀접하다고 여긴다.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열정의 지속성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행동에서 보람을 얻기 때문이다. 어느 기금 모금 부서의 직원들은 기부금 조성에 열정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장학금 수혜자가 직원들의 수고 덕분에 학업을 마치고 유학도 갔다 왔다는 사연을 듣자 직원들이 조성하는 기금 규모가 세배 늘었다. 수혜 학생에게 직접 사연을 들었을 때는 그런 학생들을 위해 더 많은 기부금을 받아야겠다며 고무되었다(『오리지널스』 8장 참조).
 
‘이기적 이타주의자’는 그릿의 성장을 돕는 최고의 목적이다. 남을 위해서 내 이득을 취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른다. 소위 ‘배워서 남 준다’ 전형이다. 나도 서평을 쓸 때 누군가에게는 도움 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러면 하기 싫다가도 어찌어찌 계속 쓰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떤 일이든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 다른 사람 역시 나를 도와준다. 이런 마음가짐은 꾸준함을 지속시킨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내가 보이게 투지를 기르는 어려운 방법과 쉬운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어려운 방법은 혼자 투지를 기르는 거죠. 쉬운 방법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동조 욕구를 활용하는 거고요. 투지가 강한 사람들 곁에 있으면 본인도 더 투지 넘치게 행동하게 되거든요.” 그(댄 챔블리스)는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 p.323
 
그릿은 다른 말로 하면 ‘졸꾸 정신’이다. 졸꾸는 ‘졸려도 꾸준히’의 줄임말로 내가 존경하는 신영준 박사가 만든 단어이다(어원은 ‘졸라 꾸준히’였지만 대중성을 위해 순화했다고 한다). 나는 졸꾸 정신을 되새기면서 동기부여를 한다. 하지만 인생의 전제조건처럼 쉽지 않다. 이런 마음을 물리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문화 합류이다. 그러니까 졸꾸하는 사람들 무리에 노출되는 것이다. 나는 올해 2월부터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해 지금은 습관이 되었다. 매일 독서 한다. 물론 간혹 읽기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빡독 경험이나 독서 후 서평 쓰는 블로거분들을 떠올린다.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2기 모집도 죽은 의욕을 되살린다. 분야는 달라도 세상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면 지쳐도 힘이 나지 않을까.
 
그릿은 나침반이다. 나침반은 만들고 방향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제대로 맞춰지면 길고 구불구불한 길에서 원하는 곳으로 끝까지 길을 안내해준다.(p.92)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서는 그릿뿐 아니라 인격, 지식, 실력 등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나로서 온전해야 방향을 꿈꿀 수 있다. 그러려면 우선 그릿부터 키워나가야 한다.
 
내 딸이 내게 “엄마, 나는 절대로 모차르트가 될 수 없으니까 오늘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대답해줄 것이다. “너는 모차르트가 되려고 피아노를 연습하는 게 아니란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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