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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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점: 8/10

평   점: 9/10

구매/대여처: 교보문고(오프라인)

     

 

  시립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회를 신청했다. 첫 책은 문유석 판사의 쾌락독서. 내 기억에 이전 저서 개인주의자 선언은 진지했다. 이 책도 그러려니, 쾌락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비슷한 무게감일 것이라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듯, 하마터면 알량한 내 짐작 때문에 즐거움을 놓칠 뻔했다.

 

  제목에 걸맞은 완급조절. 때로는 웃으면서, 혹은 진지한 시선으로 저자의 책을 대하는 태도 확장을 엿볼 수 있다. 3장 구성으로, 1장은 성장기 독서다. 자유롭게 철저히 본인 취향에 맞춰 책을 읽는다. 2장은 그렇게 읽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탐색한다. 3장은 사회로 사유가 확장된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내내 어느새 내 생각 자투리를 끄적이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어떤 책이든 자기가 즐기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그리고 혼자만 읽지 말고 용기 내어 책 수다를 신나게 떨어야 더 많은 이들도 함께 읽게 된다는 것. - p.16

 

  여러 가지 독서법이 있다. 다양한 책도 있다. 그러나 어디에도 불변의 정답은 없다. 독서는 받아들이는 자세고, 지극히 주관적이다. 읽는 내가 즐거워야 타인과 신나게 대화할 수 있고 계속 읽어나갈 수 있다. 내게 즐겁지 않은 독서는 노동이 된다. 노동은 피로를 생성하고, 피로는 도망치거나 그만두고 싶은 감정을 불러온다. 그렇게 독서는 하기 싫은 행위가 되는 것 같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재미있는 책은 최대한 멈추지 않고 본다. 여기에 지식과 정보, 마음에 드는 문장들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매번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그런 책만 있지는 않다는 사실이 독서에 부담을 지운다. 또 내가 흥미 있는 분야만 읽는 편독도 해롭다. 한쪽으로 쏠린 생각은 현실감각마저 기울게 만든다. 결국, 이 책 저 책 읽어야 한다. 나는 어렵고 재미없는 책은 오래 두고 매일 조금씩 읽는다. 잘 모르겠으면 인터넷에 누군가 해석해 놓은 것을 참고한다. 영상이든 서평이든. 그래도 모르겠다면! 일단 접는다. 내공을 쌓은 뒤에 읽기로 하자. 하하하.

 

  독서회에 가입한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나도 책 수다 떨고 싶다!’였다. 남는 독서를 위해 서평도 쓰지만, 교류까지는 아니다. 독서의 아웃풋으로 서평도 좋지만, 역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던가. 지금까지 독서로 인간에 대해 간접경험 해왔다면, 직접경험의 아웃풋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태껏 인간관계와 담을 쌓고 지낸 터라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독서회를 선택했다. 시작부터 너무 세면 못 버틸 것 같아서. 계획에는 강도조절이 필요함을 실천한 것이다. 차근차근 꾸준히. 이렇게 내공을 쌓아 나중에 자주 만나는 독서모임을 만드는 게 나의 큰 목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책 이동진 독서법을 읽다가 깊이 공감하는 구절을 만났다. 삶을 이루는 것 중 상당수는 사실 습관이고,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라는 구절이다. -p.252

 

  <알고 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1>의 강릉편. 프로그램 멤버(유희열, 유시민, 황교안, 김영하, 정재승)가 모여 독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 정재승 박사의 말이 내 뇌리에 깊이 박혀 있다.

 

  “독서가 어떻게 습관이 돼요. 독서는 쾌락이 되어야 평생 독서하는 어른이 되죠.”

 

  즐겁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즐거움을 느껴야 흥분성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쾌락에 중독되면서 그 행위를 계속하고 싶어진다. 불건전한 방향으로 가면 문제가 심각해지지만(마약, , 도박 등), 독서의 방향으로 가면 가성비 높은 행복을 잦은 빈도수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나의 관점에서 이보다 나은 소확행이 있나 싶다. 나는 그림도 재미없고, 노래도 잘 안 듣고, 게임도 안 하고, TV도 잘 안 본다. 그나마 여행을 선망하지만, 취준생이라 그럴 돈까진 없다. 이러니 취미에서도 가성비를 따지게 되는데, 독서를 따라올 만한 요소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책의 장르는 얼마나 다양한가. 소설 질리면 에세이, 아니면 인문학. 인문학에 지치면 사회과학. 발전하고 싶으면 자기계발서. 생판 모르는 과학서. 이해까지는 무리여도 일단 장난감은 지천에 널렸다.

 

  거기다 독서의 효과. 내가 얻은 효과는 감정의 절제, 타인에 대해 공감과 이해하려는 태도다. 예전 같으면 욱하고 성질내면서 싸웠을 일도 요즘에는 한 번 쉬어가면서 생각하게 된다. 가족이라지만 표면적이고 딱딱했던 아버지, 동생과 부드러운 분위기로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소중해지기도 했다. 볼 일이 있어 만나게 되는 모르는 사람과도 웃으며 인사도 한다. 아직 내공이 부족해 아무 연고 없는 사람과 인사는 못 하지만.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높아짐을 느끼니 독서를 안 할 수가 없다. 덕분에 취준생의 조급함을 덜 느끼면서 매일 소확행을 건진다.

 

*어느 날 노교수는 딸에게 말했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그저 인내 하나 배우러 오는 것 같다.” -p.256

 

  독서를 하면 똑같은 말이어도 영상이나 음성으로 전해 들을 때와는 다르게 울림이 크다. 그 느낌을 서평이나 일기에 옮겨 적으면 실천의 계기가 된다. 좀 더 발전한 하루를 살게 된다. 매일 1%씩 성장했을 때 1년이면 37배 성장한다고 한다. 복리로 누적되기 때문에 1%라는 수치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조금씩 변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결과는 처음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인내가 포함된다. 어떤 분야에도 참지 않고, 견디지 않고 나오는 결과는 없는 것 같다. 아니, 결과는 단적인 면이다. 결과는 다시 원인이 되고, 원인은 과정을, 여기에 다시 인내가……. 인내의 무한 반복인 것 같다. 저자의 처외조부인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께서 하셨다는 저 말의 울림이 어째서 이토록 크게 다가오는지. 책의 문장이 나를 덮칠 때는 필시 내 상황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인내의 용기를 얻었다. 인내하자. 공부도, 관계도, 고통도. 멍청하게 참고만 있지는 말자. 참으면서, 견디면서 내가 할 일은 새로운 활로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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