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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 더욱 숨어드는 여자 이야기
이주은 지음 / 이봄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그림에는 여자들이 많다. 주로 남자들이 그리기 때문이다. 쓰고 보니 말이 이상하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 남자들이 많이 했는가? 아니다. 집안일, 육아 같은 눈에 잘띄지 않는 일은 다 여자가 해야 한 덕분에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예술적 기량을 뽐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환한 곳에서.
여자들이 직업을 가지는 것조차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얼마전의 일이었다. 집값이 계속해서 오른 덕분에 부담스러워 결혼을 미루게 되는 미혼남녀가 많아지면서 여자들도 자연스럽게 결혼이 '꼭 하지는 않아도 되는 일'이 되었다. 개인주의자로서 이럼 사회를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별볼일 없는 내 삶의 형태조차도 수많은 선배여자들의 목숨과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생각하니 조금은 더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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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화에는 비밀이 있다 - 화려한 빅토리아 시대, 더욱 숨어드는 여자 이야기
이주은 지음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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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여자들이 많다. 주로 남자들이 그리기 때문이다. 쓰고 보니 말이 이상하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 남자들이 많이 했는가? 아니다. 집안일, 육아 같은 눈에 잘띄지 않는 일은 다 여자가 해야 한 덕분에 남자들이 여기저기서 예술적 기량을 뽐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환한 곳에서.
여자들이 직업을 가지는 것조차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얼마전의 일이었다. 집값이 계속해서 오른 덕분에 부담스러워 결혼을 미루게 되는 미혼남녀가 많아지면서 여자들도 자연스럽게 결혼이 '꼭 하지는 않아도 되는 일'이 되었다. 개인주의자로서 이럼 사회를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별볼일 없는 내 삶의 형태조차도 수많은 선배여자들의 목숨과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라생각하니 조금은 더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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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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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앤이 사랑받는 과정을 보는 것은 즐겁다.

그리고, 그녀가 슬픔의 연못에 빠져 있을 때 구해주는 마릴라를 다시 보게 되는 것도.

그때는 이렇게 그녀의 방식이 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빨간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 때 애정표현이 너무 적다고 생가했던 마릴라가,

이제는 이해되는 나를 발견하는 것도 즐겁다.

고통에 빠진 사람에게 시간은 약이 아니다.

시간은 시간이고,

고통은 고통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그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마릴라는 알고 있다.

그래서 앤을 누구보다 아꼈던 매튜가 죽자 고통에 빠져 어찌할 줄 모르는

앤에게 마릴라가 말한다.

 

“우리에겐 서로가 있잖니. 앤. 네가 없었더라면 난 어땠을지 모르겠구나.

네가 오지 않았다면. 오, 앤, 내가 널 엄하고 딱딱하게 대했다는 것을 안단다.

그래도 내가 매튜 오라버니만큼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말이 나왔으니 얘길 해야겠구나. 난 늘 속에 있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어.

하지만 지금은 말하기가 쉽구나. 난 널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있고

네가 초록색 지붕 집에 온 이후로 넌 나의 기쁨이자 위안이었단다.”

 

어떤 순간, 어느 순간이 아니면 분명한 사실임에도 말하기 힘든, 말들이 있다.

사랑한다, 라던지. 미안하다, 라던지. 이런 말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외로 꽤 있다.

자신의 어떤 성격때문에 원래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쑥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릴라는 진심으로 슬픔 속에,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앤에게,

항상 엄격했었던 앤에게 자신의 애정을 고백한다.

 

네가 나의 기쁨이자 위안이었고, 너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고.

 

평소에 표정조차 무뚝뚝했던 그녀였기에, 그녀의 고백은, 몰랐던 사실이 아닌데도,

앤을 대하는 태도에서 근근히 보여줬음에도 큰 감동을 주었다.

애정은, 말로 표현할 때, 특히 슬픔에 빠진 사람을 구하고 싶을 때,

큰 힘을 낸다는 것을 마릴라는 보여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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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레드 에디션, 양장) -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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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멋진 일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기잖아요! 라고 말하던 앤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앤 덕분에 세상을 한톤 쯤 밝게 볼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구요. 그때의 분홍빛 도는 순간을 떠올릴 수 있었던 책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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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포토스의 배 - 제14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쓰무라 기쿠코 지음, 김선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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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사는 여자들의 모습은 참 많이 비슷한 것 같다.


20대 초반에는 대학을 다니느라 바쁘고, 중반이 되면 취업하느라 정신이 없고,

20대 후반이 되면 한 곳에 일을 꽤 한 상태가 되면서 일 자체가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찌됐건 학자금을 다 갚고 조금이나마 목돈을 모을 때까진 여기 있도록 하자, 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첫 회사에서 에게 적의를 느끼는 사람 때문에 1년을 채우기 힘든 상황까지 비슷한 걸 보면 이건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그냥 사회에서 찍어내는 '경험의 붕어빵'의 대상이 된 기분이다.

 

이렇게까지 똑같이 다 겪어야 진정한 사회인이 되는 걸까?   

 

 

여행 항로를 보며 파푸아뉴기니에 가서 아우트리거 카누를 탈 생각에 목표가 생긴 것 같아진 나가세.

 

p.14

아마도 나는 지난주, 걷잡을 수 없이 일하기 싫었던 것이리라. 남 일처럼 그렇게 생각했다. 공장 월급날이었다.

도시락을 먹으며 늘 마찬가지인 박봉 명세서를 보고 있자니 어딘가 이상해진 모양이었다.

 ‘시간을 돈에 파는 듯한 기분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몸이 굳었다.


일하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계약직으로 고용한 회사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역겨웠다.

시간을 팔아 번 돈으로 음식물과 전기, 가스와 같은 에너지를 고만고만하게 사들여

겨우겨우 살아가는 자신의 불안한 삶이.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이.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그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 눈 똑바로 보면서 미움 받는 게 얼마나 독인데.

  

     

공장에서 일하며 친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토요일은 상공회의소에서 노인을 상대로 컴퓨터 강사 일을 하면서 이따금 집에서 데이터 입력 부업도 하는나가세는 아르바이트로 버는 것을 생활비로 쓰고 월급은 통째로 저축을 하기로 한다.

 

작가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소설은 그 배경이 10년 전이다. 2000년대 초반, 우리가 IMF를 힘겹게 넘기고 있는 동안이었다. 일본의 경제상황은 우리와 닮은 점이 많다고 한다. 일본의 경제가 몰락한 게 그렇다면 20년 전쯤이고 그 여파가 계속되고 있으니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당시 젊은이였던 일본사람들은 20년 전부터 느끼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일은 하지만, 나 자신의 비루한 삶을 겨우겨우 이어나가는 기분. 한번 사는 삶인데, 미디어속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들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데, 우리의 삶은. 이라는 기분이 안 들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죽었다 생각하고 번 돈 모아서 1년 동안은 내 맘대로하고 싶은 소망이 누구에게나 생기는 것 같다.

 

지인 중에 한 명은 올 추석에 여름휴가를 보태 2주간 영국에 셰익스피어 투어를 갈 거라고 했다. 일에 쪼들리지 않는 대신, 떠날 자유는 없는 나는 사진 많이 찍어 와서 보여달라고 했고, 지인은 셰익스피어의 정기를 듬뿍 나누어주겠다고 했다.

 

나가세는 생각지도 못했던 보너스를 받고 163만엔을 채우게 된다. 목표 금액을 모은 그녀의 기분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직장 동료에게 홍차와 스콘을 대접하고, 에나에게는 딸기 모종을 사줄 생각을 한다. 그리고 떠날 크루즈 여행의 포스터를 보며 인사한다.

또 만나. 하고.

 

 두 번째로 실린 <12월의 창가>는 또 다른 느낌이다.

 

<12월의 창가>를 읽으면서, 그 시기를 겪는 동안 작가는 아마 몸을 떨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첫 직장을 다니면서 스트레스가 폭발 직전에 이르러 집에만 오면 신경질이었다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지만, 직장은 돈을 받고 다닌다. 그래서 쉽게 안 나갈 수도 없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도 없다. 실수가 하나 생기면 바들바들 떨며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찾고, 알고 보니 내 잘못이 아니었는데도 함부로 혼낸 것에 대한 사과를 받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첫직장에서 내가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OO, 이제 애 아니에요

. OO, 애도 아닌데 왜 그렇게 일 제대로 못 해요, 라는 애와 비교하는 말이었다.

 

일의 결과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핀잔을 듣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한 일이라 조기 취업을 하고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나는 학교를 간다는 핑계로(좀 더 배워야겠다고) 1년을 못 채우고 퇴사를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아르바이트 같은 것을 하며 취업전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진 않았다. 직장 생활의 무시무시함을 떨쳐 내지 못한 것이랄까. 좀더 사회인이 되는 걸 미루고 싶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그 분의 말처럼, 난 애처럼 굴고 있었다. 그럼 뭐 어떠냐 싶었다. 어차피 그만큼 못 번 것은 나중에 오래 일해서 벌든가, 뭘 안 사서 지출을 줄이던가, 내가 알아서 할 몫이었다.

    

 

쓰가와의 상사인 계장은 업무에 관한 트집거리를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재능을 보여준다.

거래처에 출고할 봉투를 만드는 게 늦었다느니 하청업체 시간제 직원과 전화로 담소를 나누었다느니

자기가 말을 거는데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느니 하는 이유로 V계장은 쓰가와를 질타한다.

 

죄송하다고 하면 단 줄 알아? 하고 따지면

죄송합니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대화를 몇 번이나 반복하게 하고

그렇게 일할 거면 그만 두라고 하고 그러곤, 그래도 그만둘 건 아니지?

니가 그만둬봤자 네가 갈 곳은 없어, 라는 말을 하고.


 

견디다 못한 쓰가와가 사표를 내자 계장은 매일 같이 그녀를 붙잡고


 

너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알아? 이제부터 바빠지는데 넌 사람도 아니야, 난파하려는 배를 버리는 망할 년이야,

하고 소리를 질러댄다.

 

매일같이 자신의 고통+ 넋두리를 들어주던 친구 나가토는 상사의 신임을 받는데

어느날 상사가 무차별 폭행범에게 폭행당해 입원을 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근처에 출몰한다던 무차별 폭행범으로 변장해 상사를 폭행했다.

신임도 얻고, 진급도 남들보다 빨리 하게 됐지만 그건 아무런 보상이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퇴사를 전하는 쓰가와에게 축하한다며 나가토는 말한다.

고립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일할 수가 없었어.

언젠가 해치울 거라고 스스로에게 증명하지 않고서는.

아마도 나가토에게 그건 숨 쉴 구멍을 만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만둘 수는 없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까.


 


쓰가와는 속으로 사과한다.


-미안해요. 당신은 그래도 나보다 나을 줄 알았어요. 분명 그렇지 않았던 거죠.


 

 

퇴사를 한 쓰가와도,

일을 그만두지 않고 이중적인 모습을 가진 채 일을 계속 하는 나가토도,

크루즈 여행을 계획한 나가세도

다시 서른을 넘기고 일이라는, 친구인 듯 적인 듯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삶 속으로 다시 한 발 내디뎌야 한다.


 

솔직히 읽을 땐 이렇게까지 내가 공감을 하고 있는 줄 몰랐는데

인물들에 대해 쓰다 보니 몰입이 되어있는 걸 발견했다.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작가가 다음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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