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책 읽는 즐거움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우리 세대에게 가을은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바바리코트 깃을 세우고,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퍽 운치있고 낭만적인 계절로 느껴진다.

또 가을 여행의 멋을 그려보기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골프나 등산을 하기도 하고,바둑을 둔다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등 다양하게 가을 여가를 보낸다.

여가활동은 삶의 일부분으로,한 사람의 생활 습관과 환경 등을 짐작케 하거니와 인격형성에도 밑거름이 되기에 평소 좋은 습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사색의 계절! 서재에 꽂혀있는 책 한권을 꺼내서 첫 페이지를 펼치기 전의 기대와 설레임,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의 뿌듯함과 감동을 느껴보자. 어린시절은 누구나 책 읽기를 좋아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 권의 책으로 꿈을 꾸었던 시절이 있었고,지금까지도 책 읽는 즐거움을 지니고 있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이 슬프고도 눈물겹게 담긴"가시고기",가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한 여인의 일생을 그린"오싱"은 어려운 경제상황에 있는 우리에게 많은 공감이 가는 얘기로 아직도 가슴 뭉클하다.

무엇보다 짧은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해준 독서습관은 이제 나의 큰 즐거움이 됐다.

우리의 삶이 고단하고 힘겹게 느껴질 때,인생의 목표와 방향을 정할 수가 없을 때,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싶을 때,누군가로부터 위로 받고 싶을 때,마음의 벗이 필요할 때 책은 우리에게 바른 길을 보여준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는 데카르트의 말이나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보내라. 다른 사람이 고생한 것에 의해 쉽게 자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소크라테스의 예찬이 아니더라도 독서의 기쁨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일년 내내 책 읽기에 좋지 않은 계절은 없겠지만,나뭇잎들이 옷을 갈아입고 우리들도 가을 분위기에 맞춰 옷을 연출하듯이 우리의 내면도 한층 멋스럽게 가꾸어 봄직하다.

정성스럽게 화초를 가꾸듯이 책 읽는 습관을 기른다면 우리의 인생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 진다.

자!이제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우리의 삶을 진솔하고 다양하게 담아낸 책의 향기에 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권순한 한국수입업협회 회장)=한국경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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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시 파주 '보물섬'… 헌책·희귀본 다있네  [04/10/14]
 
영국 웨일스의 시골마을 헤이온와이(Hay-on-Wye)는 '책마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1961년 리처드 부스라는 젊은이가 헌 책방 운동을 시작한 이래 마을 전체가 거대한 책방처럼 꾸며져 누구나 책 냄새에 푹 빠질 수 있는 곳이다.

14일 오후 경기도 파주 아시아출판정보문화센터 2층에 한국의 '헤이온와이'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였다. 아름다운 가게 이해동 이사장과 손숙.윤팔병 공동대표, 박원순 상임이사를 비롯해 출판문화재단 파주출판도시 이기웅 이사장,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교보문고 권경현 사장, 비룡소 박상희 사장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작가, 건축가 승효상, 조각가 임옥상 씨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헌 책만 기증받아 판매하는 '보물섬'의 개점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했다.

'보물섬'은 중앙일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가게가 개점하는 29호 매장이다.

매장을 기증한 이기웅 이사장은 "책의 마을에 오늘 또 하나의 큰 기둥이 섰다"며 "더 큰 지붕을 얹기 위해 다 함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보물섬'은 30평 규모의 헌책 매장과 50평 규모의 야외 책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1만여권의 책이 가지런히 정리된 매장은 명사들이 기증하거나 추천하는 책들을 모은 '지혜의 등대', 특정 장르 또는 주제별로 정보를 모은 '테마창고', 초판본.절판본.희귀본을 모은 '보물창고', 그리고 작가의 작품과 기증품을 함께 전시한 '작가의 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야외의 책공원에는 무인서가 '양심책방'과 함께 벤치가 마련돼 자유롭게 책을 읽고 구입도 할 수 있다.

'보물섬'은 밤늦도록 토론하는 '크레이지 리딩 파티'를 매주 토요일 밤 열고 책 벼룩시장, 작은 콘서트, 저자 사인회 등을 수시로 개최할 예정이다. 운영 시간은 화요일~일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월요일 휴무) 문의 031-955-007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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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0-1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요런대는 가줘야 하는데 몸이 안따라주니 참...

찬타 2004-10-15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기사 읽으면서 몸이 근질근질..
 

[2004프랑크푸르트도서전 결산]아랍권 동네잔치 ‘열기시들’…2005년 한국이 주빈국

지난 10일 폐막된 ‘2004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내년 주빈국 행사를 앞두고 있는 한국으로선 전야제의 성격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행사였다.

예년에 비해 한국관의 규모를 늘리고 길이 22m, 폭 2m 규모의 ‘직지심경’ 조각물을 설치하고, 한국의 대표 시인 10인의 시(詩)를 영어로 번역해 전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내년의 주빈국관과 한국관에 대한 준비에 대해서는 “큰 일 났다”라는 조직위 관계자의 발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도서전 ‘하락’ 추세 뚜렷=지난해보다 7개국이 늘어난 110개국 7000개 출판사가 참여해 35만종에 이르는 책을 전시, 외형상으로는 성공적인 행사를 치른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작권자가 대거 몰리는 영미관 8홀조차 부스만 임대해 놓고 텅빈 곳이 군데 군데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예년 같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저작권 거래가 도서전에 오기 전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고, 도서전은 그동안 이메일로만 주고 받는 바람에 서로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던 관계자들끼리 얼굴이나 보며 차를 마시는 사교의 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5년도 주빈국인 한국 이후에는 아직도 뚜렷한 주빈국을 선정조차 못해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이 하향길로 접어들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동네 잔치’ 수준의 아랍 주빈국 행사=주빈국 주제어인 ‘미래를 향한 시선’을 모토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랍 특유의 문화를 보여주지 못한 채 주빈국 아랍 연합의 ‘동네 잔치’로 방문객들의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특히 500여평에 이르는 주빈국관은 아랍 각국의 서적들을 단순히 진열하는 데 그쳐 마치 도서관의 서가를 방불케 했다. 그나마 전시된 서적들조차 대부분 영어나 독일어로 번역한 것이 아니라 아랍어 서적들을 그대로 전시, 아랍어를 이해하는 아랍인만을 위한 전시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또 주빈국관과 별도로 마련된 국가관인 ‘아랍관’(6홀)에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곤 제대로 부스조차 채우지 못해 텅 비어 있거나 피로에 지친 전시 관계자들이 엎드려 자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방과 아랍권의 갈등을 치유하겠다며 잔뜩 세계인의 기대치를 높인 주빈국 아랍연합의 분위기는 준비 소홀로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이었다.

▲한국도 내년 주빈국 준비에 비상=프랑프푸르트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회(위원장 대행 박맹호 민음사 사장)는 지난 7일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가진 기자 회견에서 내년의 준비상황을 거칠게나마 일부 공개했다.

황지우 총감독은 “요란한 쇼맨쉽이나 눈요기 꺼리들을 보여주기 보다는 유럽인과 독일인의 심성과 취미 속에 한국문화를 스며들게 하는 것, 안으로 입김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모던 코리아’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밝힌 내용들은 너무나 추상적인 것들인데다가 그것도 공연과 전시에 관한 것들이어서 과연 내년의 주빈국관과 국가관을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출판관계자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S출판사 J사장은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은 한마디로 ‘책잔치’다.

그런데 조직위의 구상은 책을 중심으로 공연과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과 전시를 중심에 두고 책전시를 기획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조직위에 관계하고 있는 실무자들 조차도 내년의 주빈국관과 국가관이 몇 평인지 몰라서 질문할 때마다 다른 대답이 들려왔다. 우리가 유럽인과 독일인에 보여줘야 할 주빈국관은 750평, 한국관은 300평 등 총 1050평에 이른다.

하지만 황지우 총감독이 “이곳에 와서 도서전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워간다”고 할만큼 도서전에 대한 준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책중심’ 발상전환 시급=M출판사 J씨는 조직위가 그동안 허송세월한 가장 큰 이유로 조직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조직위원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인물이 맡아서 재계를 끌어들이고 출판계의 협조를 구해야 하며, 그 아래 집행위원장을 2명 두어 도서전과 공연·전시를 맡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강숙 전 조직위원장의 사퇴로 박맹호 부위원장이 대행을 맡고 있는데다가 총감독이 공연·전시와 도서전 기획을 도맡다 보니 효율적인 준비작업에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딱 1년. 짧다고 하면 짧지만 지금부터라도 지혜를 모으기만 하면 그래도 늦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외국서적(전체 출판물의 80% 수준)을 번역하는데만 열을 올리는 국내 출판계의 현실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프랑크푸르트도서전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 또한 아랍의 ‘동네 잔치’수준을 면하지 못하리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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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책돋보기-피아노치는 여인 [04/10/13]
 
[책벌레의 책돋보기-피아노치는 여인]증오·음란성으로 통속성에 도전

매년 10월 두 번째 주 수요일부터 시작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참가자들은 그 다음날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에 온갖 촉각을 곤두 세운다. 혹시 도서전에 참가중인 작가중에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을뿐더러 수상작을 출간한 출판사는 단번에 축제분위기에 휩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보들에 대한 다양한 루머와 억측이 나도는 가운데 발표시간이 다가올 수록 어느 누구도 수상자를 점치기 주저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는 항시 깜짝쇼를 방불케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계속적으로 이제 여류 문인이 받을 차례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오스트리아의 여류작가 엘프리데 옐리넥(59)의 수상은 무척 예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필자에게 옐리넥의 수상 소식을 처음 전해준 독일의 비평가 후버투스 빙켈스 박사는 옐리넥의 문학을 아마도 번역불가능한 페미니스트적 아방가르드문학이라고 칭하면서 그녀를 수상자로 결정한 것은 무척이나 용감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필자의 견해로는 옐리넥은 사상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방가르드 경향의 작가이다. 또한 그녀의 수상은 증오, 음란성, 그로테스크, 단조로움, 죽음과 같은 부정성의 원칙으로 점철된 문학에도 노벨상이 문호를 개방한 것 일까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옐리넥의 문학이 평가받는 지점은 무엇보다 현실에 대한 이데올로기 비판적이며 극도의 풍자적인 분석과 상투적인 통속성에 대한 파괴에 있다. 가부장적인 사회질서와 자본주의적 소비지향적 사회가 지닌 모순성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한 그녀의 문학적 실천은 90년대 이후에는 무엇보다 오스트리아의 극우 정치인 하이더와 오스트리아 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저항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런점에서 보자면 옐리넥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결정은 문학의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스웨덴 한림원의 전통적인 평가 기준을 고수한 셈이다.

체코태생의 유대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옐리넥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혹독한 발레와 피아노 교습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녀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여인’에서는 이러한 자전적 요소가 많이 엿보인다. 소설의 주인공 에리카 코훗은 자신의 어머니에 의해 피아니스트로 어려서부터 키워진,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못하는 30대 후반의 비엔나 음악아카데미의 피아노 전공교수다. 그녀는 심지어 자신의 섹슈얼한 정체성 마저도 상실당한 관음증환자다. 자신의 학생인 발터 클레머러가 그녀의 사랑을 갈구함에도 에리카는 단지 매조키즘적인 쾌락만을 추구할 따름이다. 비정상적인 사랑의 행위에 대한 거부감에 못이겨 그녀를 떠나간 어린 연인을 일견 복수심에서, 다른 한편 연민의 감정으로 찾아나선 에리카는 어린 연인의 쾌활한 일상성을 바라보며 도리어 자신의 어깨를 칼로 찌르고는 피를 흘리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이 소설은 2001년 미하엘 하네케에 의해 영화화되어 많은 반향을 얻은바 있다.


(김영룡 문학평론가)=파이낸셜뉴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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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경영’ 실천 동양기전 조병호 회장 [04/10/13]
 
‘독서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 철학으로 동양기전을 이끌고 있는 조병호 회장.그는 “독서가 왜 좋으냐”는 질문에 “책에 익숙해지지 않았을뿐이지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대답했다. -김미옥기자

서울 신월동 동양기전 서울사무소를 방문한 때는 볕 좋은 가을 오후. 회장실에 들어서니 조병호(曺秉昊·58) 회장이 책상 위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책 가운데 한 권을 집어 들어 불쑥 건넸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몇 년 전 쓴 책이다. 책에는 ‘동양기전은 책 읽는 사람을 좋아합니다’라는 글귀가 스탬프로 찍혀 있었다.

“세계화에 대해 잘 설명해 놓은 것 같아 마음에 들었던 책입니다. 저는 읽고 난 책은 다른 사람에게 나눠줍니다. 책은 쌓아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읽으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일주일에 2, 3권의 책을 ‘뚝딱’ 읽어내는 다독(多讀)의 조 회장이지만 그런 소신 때문인지 집에는 서재도 없다. 그 대신 회사에 누구라도 책을 집어가서 읽을 수 있는 서가를 마련했다. 직원들에게 책값도 지원해준다.

조 회장은 동양기전을 ‘독서경영’이라는 독특한 철학으로 이끌고 있다. 900여명의 직원은 필독 도서를 포함해 의무적으로 1년에 적어도 4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독후감을 써 내고 독서 토론회도 갖는다. 사업장별로 ‘독서지도사’를 고용해 사원들의 책 읽기를 도와준다.

이런 ‘독서경영’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책을 많이 읽자”고 독려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 회사에서는 독서가 승진과 연결된다. 독서 논문과 독후감을 제출해 심사를 통과해야만 승진할 수 있다. 사원을 채용하는 데에도 독서는 예외 없는 심사조항이다. 입사 지원자는 면접 전에 미리 나눠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올해 입사 지원자들에게도 책 500권을 나눠줬다. 조 회장은 “입사하지 못해도 책 한 권은 읽은 것이니 괜찮지 않느냐”며 웃었다.

“처음 독서를 회사 운영에 도입했을 때만 해도 사원들 사이에서 ‘뭐 이런 걸…’ 하는 반응이 있었어요. 하지만 한번 책의 재미에 빠지게 되면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독서가 독특한 사풍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1991년 사내에 ‘독서대학’을 설치하면서부터. 4년 과정인 독서대학은 2주에 1권씩 4년간 10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는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각종 독서 관련 토론회와 강연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 8학기 과정을 마치면 논문을 제출해야 졸업할 수 있는데, 첫 4년간 10명이 졸업하고 179명이 수료했다.

독서대학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조 회장은 아예 ‘독서 경영’을 기업 이념으로 내걸었다. 전 사원이 독서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업무상 외국 출장이 잦아요. 그런데 선진국 국민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어요. 어디를 가더라도 책을 들고 다닌다는 거죠. 특히 일본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누구나 책을 읽더군요. 사원의 지식과 교양수준을 높이는 것이 결국 회사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독서를 권장하게 된 계기입니다.”

그의 ‘바깥 활동’도 독서와 연관된다. 그는 ‘한우리 독서지도 봉사단’의 단장도 맡고 있다. 1996년 창단한 한우리 독서지도 봉사단은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책을 나눠주고 독후감, 토론 등의 독후 활동을 진행하는 민간 봉사단체다. 활동 범위를 재소자와 중국 옌볜으로까지 넓히기도 했다. 현재 단원은 120여명, 후원 회원은 130여명이다. 봉사단 활동을 하면서도 조 회장은 고민이 많다.

“많은 일을 하고, 많은 행사를 갖고 싶어도 개인이나 일부 회원의 힘만으로 하기에는 제약이 많습니다. 더 많은 후원이 필요합니다. 제도 개선도 필요하고요. 당국에서는 ‘도서를 기부금으로 본 전례가 없다’며 후원금을 기부금으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더군요.”

그의 본업은 사업가지만, 관심거리와 걱정거리는 회사 안팎에서 늘 독서에 머문다. 이쯤 되면 그를 ‘독서 전도사’로 부를 만도 하지 않을까.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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