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문화전망] 출판  [05/01/09]
 

“언론에서 실용서가 많이 팔린다느니, ‘다 빈치 코드’가 베스트셀러라느니 이런 이야기를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인문사회과학 출판 시장이나 수준 높은 교양서 시장은 다 죽어가고 있단 말입니다.”

한길사 김언호 사장은 첫 마디부터 편치 않은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올해 출판계 전망을 듣자고 기자가 전화했을 때 마침 한국일보가 신춘기획으로 4일자에 보도한 ‘한국인은 어떤 책 읽나’ 기사를 봤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지난해 평균 6.6권을 읽었다고요. 생각보다 많네요. 하지만 이대로 두고 보다가는 정말 가치 있는 출판은 살아 남지 못할 겁니다. 그런 소리를 더 소리 높여서 해 줘야지요.”

한국일보가 국내 대표 출판인 10명에게 올해 출판계 주요 현안을 설문조사한 결과, 출판인들은 인문교양서 출판이 고사위기에 있고 이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출판시장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며, 실용서가 제외되면서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더욱 무색해질 것이라는 데도 대체로 같은 의견이었다.

설문은 (1)올해 출판시장 전망 (2)인문출판시장 타개책 (3)도서정가제 평가 (4)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 행사 준비 등이다. 답한 출판인은 ◎을유문화사 정진숙 회장 ◎일지사 김성재 사장 ◎현암사 조근태 사장 ◎민음사 박맹호 회장 ◎한길사 김언호 사장 ◎창비 고세현 사장 ◎사계절출판사 강맑실 사장 ◎웅진닷컴 김준희 사장 ◎한울 김종수 사장 ◎휴머니스트 김학원 사장 등 10명이다.

● 도서관 지원ㆍ출판은행 필요하다

“기초학문 분야의 학술서를 포함한 인문사회과학서 출판은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출판인들은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활성화’를 최우선 대책으로 꼽았다.

정진숙 회장, 김성재 조근태 고세현 김준희 김종수 사장 등이 한결 같이 도서관 도서구입비 증액, 인문사회과학도서 구입비 할당제, 공공도서관 신설 및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관광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 문화부 이성원 문화정책국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2004년 도서관 자료구입비 지원액은 134억원 정도인데, 새해부터 지방사업으로 이양되기 때문에 지원액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답했다.

좋은 책 만들겠다고 욕심 내는 젊은 출판인들을 돕는 금융지원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맑실 사장은 인문교양서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소자본 독립 출판사들에 제작비를 지원하는 출판은행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뒤 “대학의 인문교양 강좌를 필수과목으로 정한다든지 하는 새 독자 창출 대책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문서 시장이 고사위기라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 출판인도 있었다. 김성재 사장은 “인문서 시장이 무너진 채로 숨을 죽이다시피 할 것이나, 책다운 책을 내려는 출판인다운 출판인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숨이 끊어질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맹호 회장도 비슷한 의견이다. “인문서 시장이 존폐 위기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다른 분야의 시장이 상대적으로 커졌을 뿐이다.

각종 실용서나 소프트한 독서물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한편에서 수준 높은 인문서는 꾸준히 출간되고 있고,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문교양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김학원 사장은 “철학과 신입생 수가 줄거나 인문서가 덜 팔리는 것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말해서는 안 된다”며 “중요한 것은 인문학을 보는 새로운 관점, 새로운 길 찾기”라고 말했다.

● 도서정가제를 지켜야 출판이 산다

대형할인점 등에 저가로 도서를 공급하던 유사 도매점들이 지난해 여러 곳 부도나면서 도서유통쪽은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 상태다. 올해부터 실용서에 대한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서 출판유통시장이 더욱 혼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용서의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정가제 폐지를 원하는 쪽에서는 편법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책을 실용서로 분류해 판매할 것이고 따라서 정가제의 유명무실화가 가속될 것”(정진숙 조근태 김종수)이라는 걱정이 다수다.

김성재 사장은 “인터넷을 통한 도서판매에 할인을 허용한 문화부 도서정가제 세부지침과 자기만 많이 팔겠다는 일부 출판업자의 욕심이 맞아떨어져 도서정가제는 지난해에 이미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김준희 사장은 “도서정가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준 건 사실이나 오프라인 서점의 위축과 지방서점의 붕괴를 가져왔다”며 “지금까지의 시행결과를 점검하고 보완책을 논의해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박맹호 회장은 “인터넷 서점 등의 등장으로 도서정가제의 의미는 이미 퇴색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며 “질 좋은 책은 가격경쟁과?무관하다”고 말했다.

김학원 사장도 “사람의 가치도 시대와 나이, 역량에 따라 달리 평가되는데 책이라고 평생 같은 가격을 달고 다녀야 할 이유는 없다”며 “도서정가제의 혼란으로 책의 질적 저하나 가격상승 효과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만일 출판인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정가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 출판관, 가치관으로 인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 창의적인 프랑크푸르트 전시 준비해야

올해 국내 출판계가 치를 큰 행사 중 하나인 제57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행사 준비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았다.

“한국의 책 100권을 급히 번역한다고 법석이지만 부실 번역으로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김성재) “아동 인문 문학 등을 주로 하는 출판사끼리 모여 분야별 컨셉을 짠 후 창의적으로 개별 전시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별 움직임이 없어 답답하다”(강맑실)

김종수 사장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문화교류보다 저작권을 사고파는 시장이기 때문에 많은 출판사들이 기획, 출판한 수많은 타이틀을 요령껏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본적인 서지정보(영어판 유통도서 총목록), 수출 가능성 있는 책들의 목차나 요약본, (문학작품의 경우) 작품 일부를 번역해 가지고 갈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졸속으로 번역된 책보다 ‘이조실록’ 등을 전시하는 것이 한국의 출판문화를 보여주는 데 더 나을 것”(김언호)이라거나 “디자인이 뛰어난 문예물, 도판이 많은 인문서 등을 골라 전시하면 효과적일 것”(김성재)이라는 제안도 있었다.

김학원 사장은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아시아의 자부심’을 앞세워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며 “한국의 출판사와 독자가 세계화시킨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주빈국 행사의 프랑스 홍보대사로 임명하는 식의 발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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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0돌 ‘현대문학’ 양숙진 대표 [05/01/09]
 
월간 ‘현대문학’이 올해로 창간 50주년을 맞았다. 50줄의 나이테를 두르는 동안 둥치의 허리도 그만큼 굵어져 이달에 지령 601호를 기록했다. 단 한번의 결호도 없이 ‘개근’하며 달려온 성적표다.

현대문학은 그간 문인 563명의 산파 노릇을 하며 그 장구한 세월을 이어왔다. 이 문예지로 등단한 뒤 평생을 글품으로 생계를 일군 한국문학사의 재주꾼들 면면은 일일이 열기하기조차 벅차다.

1997년부터 현대문학 편집인 겸 주간으로 일하고 있는 양숙진 대표(57)를 서울 잠원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소싯적 문학에 마음 한자락을 뺏긴 사람치고 이 문예지에 빚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여서 반백년 세월에 대한 감회부터 짚고 들어갔다.

“이렇게 50년을 버틴 걸 보면 우리나라에 문(文)을 존중하는 맥이 흐르고 있지 않나 싶어요. 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아 여기까지 왔지요. 그래서 느끼는 책임감도 큽니다. 어떤 새로운 편집을 선보일 것인가, 또 젊은 작가들이 원하는 현대문학의 위상이 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죠.”

누구는 현대문학이 너무 현대적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좀 진부하다고 질책이다. 작가나 독자의 연령대에 따라 평가가 극단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아래 위를 두루두루 아우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루하지도 현대적이지도 않다는 외부의 평가를 듣곤 하는데, 그건 현대문학 입장에선 안 좋은 거예요. 현대문학은 55년 1월 ‘현대성’을 표방하며 첫발을 내디딘 문예지거든요. 그래서 원로부터 젊은 작가들까지 각각의 의견을 잘 조화시키되 현대적이라는 이미지를 계속 살려 나가는 게 저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현대문학은 지난 세월 동안 기(氣)가 흥한 적도 있고 쇠한 적도 있다. 여러 차례 분절의 과정이 있었다. 박경리의 스승이었던 조연현 선생이 주간을 맡았던 초창기의 열기는 그 후로 잘 살아나지 못했다. 양대표는 “조연현 시대 이후 현대문학을 이끌어가던 ‘주간’이 거의 2년 간격으로 교체되면서 한동안 어떤 구체적인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8년 전 양대표가 새 주간으로 들어오면서 현대문학은 이전과 차별되는 또 한번의 분절을 거쳤다는 게 문단의 대체적인 평가다. “공(功)으로 내세울 만한 것과 과(過)로 내칠 만한 아쉬운 점은 무엇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현대문학이 젊어졌다는 것이죠. 과거에 시도하지 않던 것을 많이 시도했어요. 이번 호를 예로 들면 ‘미래를 위한 퓨전 에세이’라는 특별 코너를 마련했지요. 그림을 텍스트화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시도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재정적 뒷받침이 안 돼 시나 소설 창작선을 좀더 많이 내지 못한 거라고나 할까요.”

그는 재능있는 사람에겐 편견없이 지면을 내줄 거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호에 마광수 교수의 글도 실려 있다. 그는 “마교수가 (음란물 시비로) 법정에 섰을 때 그에게 제일 먼저 원고를 청탁한 곳이 현대문학”이라고 말했다.

현대문학호(號)의 선장인 그는 장차 이 문예지의 항로를 어떻게 조정하고 싶어하는 걸까.

“앞으로 세계 유명작가들을 지면에 많이 끌어들이려 합니다. 우리 문학이 세계에 못 나가는 이유가 문학의 보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외국작가들의 글을 통해 국내작가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어요. 그 사전작업으로 최근 몇년간 국제도서전을 쫓아다니며 현대문학 영문 홍보지를 외국작가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는 가끔씩 창간사를 읽는다고 했다. “정신적 구도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둘러보면 문학이 죽어간다며 성급히 검은 장막을 둘러치려는 사람들 천지다. 그 어둠 속에서 그가 찾아낸 등대가 바로 창간사라고 양대표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무정견(無定見)한 백만인의 박수보다는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옳은 판단력을 가진 단 한사람의 지지를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창간사 중에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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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없는 공공도서관 [05/01/09]
 
[기자의 눈] 책 없는 공공도서관

“도서관에는 읽을 책이 없어 책을 가지고 도서관에 갑니다.”

집 근처에 공공도서관이 있지만 공부방이나 마찬가지로 돼버려 집에서 읽던 책을 들고 간다는 한 주부의 하소연이다.

지난해 중앙정부가 지원한 공공도서관의 도서구입비는 총 134억원.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은 현재 470개. 각 도서관에 배정되는 도서구입비는 지방자치단체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나 많은 곳이 약 6,000만원 정도. 이 같은 상황이면 한해 2만권 이상이 발간되는 새 책 중 절반도 구입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른바 한국형 뉴딜 정책으로 알려진 종합투자계획에 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국공립 학교와 도서관을 더 짓겠다고 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61개의 공공도서관이 더 들어선다. 하지만 올해 구체적인 도서구입예산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서구입비를 각 지자체로 업무를 이관해 전체적인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자체의 재정상태에 따라 공공도서관의 지역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에 지난해 말 공공도서관의 정책업무가 문화관광부에서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이관됐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공공도서관은 문화부ㆍ교육인적자원부, 심지어 법무부 등 유관부서가 많아 의견조율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1급인 국립중앙도서관장의 말이 설득력을 갖겠냐”면서 “지자체의 전문성 강화라는 명분이 책 없는 도서관의 공부방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항변했다.

21세기는 지식강국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공공도서관은 국민들의 지식을 충족시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지식공장이자 지식형 인간을 키우는 교육기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또 도서관은 지식산업을 대표하는 출판ㆍ인쇄 등 유관산업 발전의 중심에 있다. 공익적 성격이 짙은 공공도서관의 정책과 예산관리를 모두 지자체로 넘기게 되면 결국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과 그렇지 못한 지방간의 지식과 교육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들의 지식함양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내실 있는 공공도서관 만들기보다 도서관의 숫자 늘리기에만 주력한다면 구시대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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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인 10인 새해 계획  [05/01/09]
 
[책과세상] 출판인 10인 새해 계획

※ 정진숙(93) 을유문화사 회장

“‘사기본기’(史記本紀)를 시작으로 인문서 출간에 주력할 것이다. 2001년부터 시작한 인문고전시리즈를 확장해서 서양고전까지 아우른 새 번역을 선보이겠다.”

※ 김성재(78) 일지사 사장

“특별히 공들이는 책은 없지만 출판을 통해 학술문화 발전에 다소나마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 박맹호(71) 민음사 회장

“고전을 실제로 읽는 체험을 안겨 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처럼 훌륭한 문학작품과 인문학적 바탕을 가진 우수한 교양서를 지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 조근태(63) 현암사 사장

“현재 51종이 나온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백가지’ 시리즈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전통 있는 우리 문화를 체계화, 현대화하겠다. 창업 60주년의 주춧돌을 다시 놓겠다.”

※ 김언호(60) 한길사 사장

“‘한길그레이트북스’에 더 주력한 것이다. 2006년 창사 30주년을 앞두고 우리 저자들이 저술한 교양인문책 30권과 함석헌 전집 30권도 준비하고 있다.”

※ 고세현(50) 창비 사장

“9권으로 된 한국현대대표소설선을 청소년들이 읽기 좋은 체제로 개정ㆍ증보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기존의 문학 인문사회 교양 어린이책 분야의 내실을 강화하겠다.”

※ 김종수(49) 한울 사장

“21세기 아시아공동체의 모델과 비전을 제시하는 일본 이와나미(岩波)서점에서 낸 ‘아시아 신세기’(전8권)의 번역출판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 학술출판을 더 강화하겠다.”

※ 강맑실(49) 사계절출판사 사장

“여러나라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아틀라스 시리즈 중 ‘아틀라스 중국사’가 올해 출간 예정이다. 아동ㆍ청소년 교양물 출판을 강화할 생각이다.”

※ 김준희(47) 웅진닷컴 사장

“서중석 교수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를 상반기에 출간해 10년간 이어온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의 역사’를 완간한다.”

※ 김학원(43) 휴머니스트 사장

“교과서 내용을 혁신하는 ‘살아있는 세계사 교과서’ ‘살아있는 과학 교과서’, 도정일 경희대 교수와 최재천 서울대 교수의 3년간 대담을 밀도 있게 정리한 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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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의 다양성 기반으로 차세대 인재들 활약해야”  [2005. 1. 8]

출판 편집인의 선택 - 2005년 출판계 화두는?

몇몇 출판 통계에 지난해 출판사들의 매출 실적이 소개되었다.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출판사가 30개 남짓이고, 그들의 매출 합계는 50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등록한 출판사가 2만개쯤 되니, ‘우리 출판사 중 0.2%인 30개 출판사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는 결론이다. 마침 작년에 한국까지 방문한 미국의 원로 출판인 앙드레 쉬프랭의 경험적 경구를 자극하는 듯한 수치다. “출판자본의 집중으로 인한 출판의 다양성 상실”이라는….

그러나 우리 출판사 중 한 해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내지 않은 출판사가 전체의 93%에 이르고, 월 1∼2종 이상 내는 출판사가 300개 정도에 불과하니 엄격하게 말하면 ‘전체의 10%인 출판사들이 매출의 20%를 차지한다’로 바꾸어 결론을 내리는 것이 현실에 더 가깝다. 참고로 미국의 최대 단행본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시장 점유율은 17%인데, 올해 국내 상위권 5개 출판사의 매출을 다 합쳐도 5% 내외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출판자본의 집중화로 출판의 다양성을 잃는다는 것은 아직 우리 이야기가 아닌 듯싶다. 우리의 약 7배 정도가 되는 일본 출판계에서 최대 출판사인 고단샤(講談社)의 매출이 우리 돈으로 약 2조원 정도가 되니 국내 최대 출판사의 적정 매출 규모는 적어도 3000억원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말 나온 김에 매출 100억원을 하려면 100종의 책을 1만7000부씩 해서 170만부를 팔아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 종당 평균 판매부수는 3000부 정도다. 어느 날 밀리언셀러를 터뜨려 100억원 매출 출판사로 단숨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나 판매 중인 책을 1000종 이상 가져 나가지 않으면 100억원대 출판사를 너머 500억, 1000억원 매출로 나갈 수 없다. 지금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출판사는 4∼5개 정도다. 이 중 몇 개의 출판사만이 3∼5년 내 1000억원 매출 규모로 성장해갈 것이다. 관건은 ‘한 방’이 아니라 주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장르를 얼마나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출판업의 구조상 자본의 확대는 출판의 다양성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한 방만 노려서 1000억원을 만들 순 없다.

그래서 자본의 집중을 다양성의 장애요소와 등식화하는 접근은 편견이다. 자본의 영세성만이 출판의 다양성을 담보한다는 논리만큼이나 근거가 없다. ‘출판이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면 돈 되는 책만 낸다’는 전제로 주장한다고 해도 현실과 다르다. 랜덤하우스와 고단샤의 세일즈 퍼포먼스(sales performance)만 봐도 신간 중 손익분기점에 미달하는 도서가 전체의 70∼75%를 차지하고, 이를 적정 퍼포먼스로 매뉴얼하고 있으니 말이다.

매출을 늘리든 출판의 다양성을 펼치든 결국 사람이 한다. 그러나 우리 출판 동네는 90년대 초반에 밀려 들어온 운동권 출신들이 지금까지 군림(?)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40대다. 이제는 시스템의 과학화와 경영의 합리화 개념으로 출판업을 재해석할 줄 아는 다음 세대의 인재들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한다. 그런데 수익성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고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야 어느 인재가 미래에 투자하겠는가?

2005년 새해, 진실로 출판인들이 머리를 맞댈 지점은 바로 여기다.


최봉수 (랜덤 하우스중앙 사업운영부 실장)=문화일보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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