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이희재 지음 / 청년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이희재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었다.
어렸을 적, 책이라고는 백과사전류의 책과 위인전밖에 모르던 내게
언니가 '성장소설'이라며 일독을 권했던 바로 그 책을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제제와 뽀르뚜까의 모습이 살아 숨쉬는 출판만화로 읽은 것이다.
그때 그시절엔 언니가 사다준 '내' 첫 책을 꺼이꺼이 읽으며
때론 슬퍼하기도 하고 또 때론 가슴뭉클해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한 권을 땠다는 뿌듯함에,
무슨 나무 이름이 이리 어려운가, 잘 외워지지도 않는 책이름을 열심히 되뇌이던 책이었는데,
이번에 인물들이 살아 숨쉬는 만화로, 대화가 중심이된 새로운 형태의 책으로 다시 만나보니
사이사이 이야기 흐름을 놓쳤던 부분들까지도 모두 생생히 와닿았다.
말썽꾸러기에 사고뭉치 제제. 만날 형에게 누나에게 동네 사람들에게 또 친구들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 혼나고 두들겨 맞아가며 아픈 유년 시절을 보낸 제제. 그 속에서도 뽀르뚜까 아저씨와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소중한 사람들이 있어 삶이 그래도 살만함을, 풍부함을 느꼈던 제제의 모습을 다시 드려다 보면서,  어린 시절 뽀르뚜까 아저씨가 내게도 있었으면 했던 나를 만난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뽀르뚜까가 되어야 할 차례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 이미 나도 어른이 되었음에 잠시 아쉬움이 남지만, 그 감동 또한 고스란히 남아 가슴 속 깊이 자리잡는다.
만원 지하철 속에서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책.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또 되물림되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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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잭 Black Jack 1
데즈카 오사무 지음, 하주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만화 읽기에도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처음 이 만화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 배경 지식이 넓혀지면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4. 2. 19 : 처음 이 책을 보고 느낀 것을 적어봤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집어든 책.
무면허지만 수술의 천재라 불리는 주인공이 펼치는 수술 이야기이다.
이제 3권을 집어든 터라, 모라 딱히 이 책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지만
그리 재밌거나 끌리는 만화는 아닌 것 같다.
스토리가 약하고, 묘사가 거칠다. 상황상황을 꼼꼼히 기술하지 못하고 휘리릭~ 하면 모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버리는 터에 비슷한 상황들의 연속으로 지루하기도 하다.
사건 위주여서, 군데군데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인사들이 좀더 추가되었다면 감흥도 있었을 듯한데, 많이 아쉬운 책이다.
누군가는 [헬로우 블랙잭]이 더 재밌다던데, 좀더 읽고 [헬로우 블랙잭]이나 [닥터 노구찌]로 들어가야겠다.

2004. 2. 20 : 예쁜 도야지 님이 이 만화의 시대적 배경을 갈켜줬다.
블랙잭은 데스카오사무가 70년대에 발표한 작품이라 지금의 감각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많지. 하지만 그 시절에 만화에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 전개한 작가는 없었다고 생각해. 블랙잭의 경우, 인간과 인간이 가진 기술에 대한 고민은 그 시절 팽배했을 기고만장한 기술주의에 대한 비판이 숨어있지.
핼로우 블랙잭은 어느정도 블랙잭에 대한 오마쥬에서 시작하지만, 확실히 시대와 사회에 비판적 관점이 강했던 것에 비하면 개인에게 촛점이 맞춰져, 인술을 펼치는 의사인 블랙잭과 그 인술에 숨을 놓고 있는 환자들과 그 가족과의 관계가 첨예하게 드러나며 긴장감을 고조시켜 재미를 불러일으켜. ^^

2004. 2. 21 : 그리곤 얄딱구리하게도 이 책을 보는 눈과 생각이 바꿨다.
예쁜 도야지 님의 말마따나 70년대 작품이라는 것 등을 머리에 넣고 읽다보니
이상시레 관대하게 읽힌다.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고나 할까.
아니면 뒷 부분으로 갈 수록 1, 2권의 단순함을 넘어서서 그러는 것일까.
것도 아님 내가 역시나 귀가 얇은 탓에...ㅠ.ㅠ.
한 스토리가 20페이지로 매듭지어져 약간씩은 단조롭워 보이긴 하지만
그 속에 의사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 블랙잭의 의술 철학이 곳곳에 베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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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디엠k 2004-05-2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빌려준 <블랙잭>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걸 봤어. 거기에도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들이 나오고 그걸 조소하며 거액을 요구하는 블랙잭이 나오더군. 그건 그래도 근래 작품이라 그런지 블랙잭이 훨씬 멋지고 그럴듯하게 나오더라 ^^
 
기생수 애장판 1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암. [바사라]와 [명가의 술]에 이어 만화가들에 대한 환상이 지속되고 있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역시나 남다른가 보다. 앞서가는 사회의식, 한 개인 뿐 아니라 한 시대와 사회를 꿰뚫는 철학들이 베어 있다. 혁명의 단호함을 다시금 일깨워준 [바사라]
장인 정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명가의술] 그리고 이번엔 인간 중심주의를 역으로 생각케 만드는 [기생수] 만화의 세계는 정말, 다양하고 화려하다. 그리고 그 속에 삶의 철학이 있다.

인간의 몸에 침투해 기생하며 인간의 두뇌를 장악하고 인간을 잡아먹는 외계 기생생물로 인해 벌어지는 . 작가는 책 서두에서 그동안 인간이 저질러 왔던 생태 파괴, 환경 오염 등의 문제를 저질러온 인간의 수가 100분의 1로(10분의 1이었나? 가물가물) 줄어든다면, 이라는 물음 통해 인간의 대체 모냐는 질문에 다가간다

인간을 잡아 먹는 외계 생명체의 등장으로 떠들썩한 세상. 그러나 알고 보면 인간의 잔혹함과 이기심은 이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외계 생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인간을 먹지만 인간은 탐욕을 채우기 위해 사육을 하고 온갖 것들을 잡아 먹지 않느냔 말이지. 게다가 재미로 사람을 죽이는 인간, 그속에서 누가 더 인간적인 것인지, 아니 인간적인 것이란 게 뭔지를 끊임없이 생각케 한다.

먹이사슬의 관점으로 보면, 인간은 천하무적. 이런 인간에게도 천적이 있다면, 인간들의 이런 못된 짓꺼리들은 좀 줄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발상에서 이 책이 시작됐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화두를 던져주는 것 같다. 무엇인 인간적인 것인가. 더불어 사는 삶만이 지구를 구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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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고민하지 말지어다 5 - 완결
츠츠이 아사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명희가 재밌다고, 볼만하다고, 암튼간 함 읽어 보라고 문득 갔다 준 책. 종교적인 요소와 동성애적 요소 순정 만화의 조합이 만들어 낸 책이다. 다섯 권 짜리여서, 글쎄 뭐랄까 이야기가 시작하다 만듯한 묘한 여운이 남는다. 종교적인 것에 대해서도 동성애에 대해서도 뭐 딱히 작가의 생각이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냥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봤다. 참. 종종 나오는 성경의 잠언들을 이야기하며 상황을 전개시켜 나가는 방식은 꽤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줄친 곳
주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결코 너를 포기하지도 버리지도 않으리라'라고.
(5권-47p.)

앞으로 쉽지 않을 걸 생각하면, 나도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 하지만 너무 많은 걸 생각하다 무서워져서, 지금의 내 마음을 잃어버리거나 아무런 대답도 찾을 수 없게 되는 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했어.
(5권-59p.)

주께선 '고민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지.
그건 아마도 '고민하느라 멈춰서지 말라''용기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라'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라고 난 생각해.
(어쩜, 장금이에서 나온 대사와 이리도 비슷한 느낌을 주는지. 이건 어쩜 신이 내게 보내는 계시일지도 모른다고, 무신론자인 찬타는 생각했다.)
(5권-7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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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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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세대는 복받은 인간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덮고 난 직후의 감상은 이랬다.

여러 명의 만화 작가들이 모여 만든 책이라길래 박재동도 있고 홍승우도 있다길래 무슨 책일까 궁금하여 일단 집어 들었다. 너무나 낯설게도 이 책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책이란다. 아무리 인권을 고민하는 집단이라고 하지만 국가의 이름을 지닌 위원회에서, 이런 기획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도 낯설고 마냥 신기했다. 그리곤 인간이, 인간에 대해 무수히 행하고 있는 차가운 차별과 모멸의 현실에도 그 대부분을 국가가 묵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이름으로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다는 현실만으로도 어쩌면 정말, 나는, 그리고 우리 세대를 포함한 다음 세대들도 복받은 인간들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에서 무거운 주제를 짠하게 그려낸 작품들을 보며 그 어떤 묵직한 책에서보다도 진한 감동을 얻었다. 그곳엔 사람 위에 사람 위에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곳에 있는 이 사람들은 바로 내가 발딛은 이곳에 더욱 많이 있었다. 적어도 현실을, 사회적 약자를 직시할 수 있도록, 쉽고 간명하게 담아낸 이 책에 잠시 고개를 숙인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나와 우리가 할 일은 사람 옆에 사람을 세우는 일일게다.

p.s. 책 끝머리에 실린 홍세화의 글도 꽤 좋다.
인간을 이상한 동물로 표현한 홍세화의 글 속에서 경쟁에 무감각해져 버린 우리
타인으로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우월성을 검증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과 간사함을 확인하게 되어 입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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