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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엄마 말의 힘 - 베테랑 현직 교사가 알려주는 초등 대화법
김선호 지음 / 길벗 / 2020년 6월
평점 :
책 이야기를 하려는데 자꾸 주말동안 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네버 해브 아이 에버> 가 자꾸 떠오른다.
데비의 음악 연주회에서 데비의 아빠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데비는 엄마와 둘이 살게 된다. 그런데 그 엄마, 아주 엄.청.나.다.
1. 공부 공부 공부
딸의 grounding을 풀어주면서 친구들이랑 SAT 이야기를 하란다. 본인 나름대로는 재밌는 거 해, 라는데 그게 공부 관련이다.
2. 인도 인도 인도
사실상 미국에서 자란 데비는 엄마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 부모에게 절대 복종하는, 심지어 결혼까지도 가족의 뜻에 따르는 사촌 언니가 못마땅하다. 남자와 뽀뽀 한 번 했다고 난리난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는 끊임없이 인도를 강요한다.
3. 딸에 대해 모른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데비는 학교에서 힘든 일들을 겪는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것도 엄마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왜냐, 엄마랑 이야기 해봤자 혼나기만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데비의 고민과 힘듦에 대해 전혀 모른다.
왠지... 이 이야기들이 익숙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엄마들 중에서 "나는 데비 엄마와 전혀 다르거든요?"라고 할 분들이 분명 있으시겠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좀 다르기는 해도 아이에 대해 잘 모르고, 말만 하면 싸우는 점은 비슷하다. 그리고 냉정하고 때때로 매몰차기도 하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라는 미명 아래.
"칭찬은 대화가 아니라 평가다"
그럼 어떻게 이야기를 하라는 거지,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예시가 있다. 고백하건데, 100점 맞은 아이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줄 생각은 못해봤다. 그저, 잘했네 좋겠네, 가 전부였다. 점수가 낮으면 "뭘 그거 가지고 그래?"라고 아이의 고민을 가볍게 대했다.
그리고, "너 자꾸 그러면 엄마 아프거든?" 이라는 말도 자주 했다. 그게 가스라이팅인 줄은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부모로서 해야 하는 말과 멈춰야 하는 말들을, 아이가 10살이 되서야 알게 되었다.
시중에 부모의 대화법이나 양육법에 대한 책들이 많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 책만큼 방향성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책들 있지 않은가, 부모의 역할에 대해 너무나 이상적으로 써 놓아서 읽다보면 죄책감 밖에 안남는 육아서들 말이다. 최소한 이 책은 나 같은 부모가 세상에 또 있다는 것과 (그것도 꽤 많다는), 몰랐으면 이제라도 이렇게 해보라고 정확하게 지시를 내려줘서 좋다.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가 아니겠는가. 나 아무래도 김선호 선생님의 팬이 된 것 같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