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아이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실비아 베키니 지음, 수알초 그림, 이현경 옮김 / 우리학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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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 천사가 날개를 잃고 지상으로 추방된다. 이름도 기억 안나고, 그 연유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한 겨울에 교회 근처에서 웅크리고 있었다는 것과 사람이 사는 이유 3가지를 알아야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를 발견한 한 남자는 아마 구두장이였던 것 같다. 집으로 천사를 데려가고 먹이고 입힌다. 가난한 살림에 모르는 객을 데려 왔다고 엄청 구박하던 아내도 기억난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 그녀의 말과 표정에 악이 깃들어 있었다고 천사는 후에 이야기한다. 그리고 남편의 한 마디에 그녀에게서 성스러운 기운이 도는 것도 보았다고 한다.

반쪽짜리 기억으로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줄 때마다 묻는다. 네가 천사라면, 너는 지금 무엇을 위하여 아니면 무엇이 널 살고 싶게 하느냐고 말이다. 나조차 찾지 못한 정답을 알고 싶어서 여전히 나는 원래 책을 찾지 않는다. 아이들이라면, 알지 않을까 싶다.

이 <물고기 아이> 이야기에는 그런 아이들이 나온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유심히 살피는 아이.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는 아이를 쉽게 단정짓는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나 보죠." "꽃 같아." "돌맹이같아" 누구도 그 아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단 한 명의 친구만 제외하고 말이다.

수조 속의 물고기들은 우리가 보기에는 아무 말도 없는 침묵에서 사는 듯 하지만, 수조 속 전화기가 들려 준 물고기들의 말은 신비하고, 아름답고, 비밀스러웠다. 모두가 말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 아이도 이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단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물 속에서.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가슴이 쿵쾅쿵쾅 뛰게 만드는 소리를.

천사는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알게 된 연유에야 하늘로 올라간다. 그것을 위해 그는 날개와 그의 모든 자유를 잃었어야 했다. 그리고 알게 된 이후에는 모든 것을 갖는다. 주인공 아이가 물고기 친구의 목소리를 듣게 된 것 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 것일까. 떼어버리면 그만인 것들로 내 눈 앞의 사람들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일까. 내 스스로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을 알 수는 있을까. 아니, 알려고 노력이나 해보았을까. 안다는 말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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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디스커버리 4 : 캐나다 - 교양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 학교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4
김재훈 지음, 이승열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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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왜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많은 거지?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한 책이었다. 은연중에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은 생각, '넓은 세상에서 살아 보는 건 어때?'를 위해 준비하였다. 한국에서의 치열한 삶이 고될 때마다, '너만은 넓은 세상에서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일요일 오후, 그냥 한번 스윽 훑어본 책에 시간을 다 뺐겼다.

처음부터 무슨 회장이 나와서 사실 기분이 상하긴 했다. 내가 읽은 것은 1권이 아닌 3권. 그러다 보니 1권부터 시작하는 만화의 전개를 알리 없다. 아무 정보 없이 3권 부터 읽다보니, 아니 누구는 아주 절박한 마음으로 한국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돈 많은 할아버지는 왜 분위기를 잡고 현인인 척 하는 건가 싶었다. 알고보니 대한민국 서열 1위 기업의 소유주이자 회장이란다. 이 만화 속 주인공들이 여행을 하게 만들고 각 나라에 대해 알아오게 만든 장본인인 듯 싶다.

나오는 주인공들은 다들 한국에서 잘 나갈 법한 사람들이다. 곧 교수가 될 홍설록, 금수저 손자, 대한민국 최고 대학의 교수, 스펙 좋은 교수, 회장님 손녀 등 뭔가 학력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 물론 이번 3권에서는 홍설록의 어머니가 등장하여 이민자의 눈에서 본 캐나다에 대해 설명해주지만, 왜일까? 다른 나라에 대하여 분석하고 그 나라의 장점을 찾아내는 것은 그들만 할 수 있는 것인가? 어쩐지 좀 찜찜하다. 이왕이면 나이, 학력, 노소 불문한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력으로 무장한 펜대잡이들 생각이 적힌 글들은 차고 넘친다.

이 책에 대해 가진 불만이라면 그게 전부다.

언뜻 보기에 새로 나온 <먼 나라 이웃 나라> 변형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질문들이 좋다. 방문하는 나라들에 우리가 산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여긴 가영이를 위한 사다리가 없어."

지구상에 이만한 나라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사랑하는 딸이 이곳에서 사는 것은 반대하는 어머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사다리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도.

THE WORLD NEEDS MORE CANADA

이민 가고 싶은 나라 1위로 뽑히는 캐나다.

세상은 더 많은 캐나다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당당히 하는 나라.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캐나다에 대해 알게 된 것 같다. 조금 더 일찍 읽었다면, 캐나다 동료가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 책 내용을 가지고 많이 대화할 수 있었을 텐데.

달의 얼굴처럼 한 면만 바라보던 나의 생각을 달의 이면까지 생각하게 하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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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엄마 말의 힘 - 베테랑 현직 교사가 알려주는 초등 대화법
김선호 지음 / 길벗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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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를 하려는데 자꾸 주말동안 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네버 해브 아이 에버> 가 자꾸 떠오른다.

데비의 음악 연주회에서 데비의 아빠는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데비는 엄마와 둘이 살게 된다. 그런데 그 엄마, 아주 엄.청.나.다.


1. 공부 공부 공부

딸의 grounding을 풀어주면서 친구들이랑 SAT 이야기를 하란다. 본인 나름대로는 재밌는 거 해, 라는데 그게 공부 관련이다.


2. 인도 인도 인도

사실상 미국에서 자란 데비는 엄마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 부모에게 절대 복종하는, 심지어 결혼까지도 가족의 뜻에 따르는 사촌 언니가 못마땅하다. 남자와 뽀뽀 한 번 했다고 난리난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는 끊임없이 인도를 강요한다.


3. 딸에 대해 모른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데비는 학교에서 힘든 일들을 겪는다. 그러나 그 중 어느 것도 엄마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왜냐, 엄마랑 이야기 해봤자 혼나기만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는 데비의 고민과 힘듦에 대해 전혀 모른다.


왠지... 이 이야기들이 익숙하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엄마들 중에서 "나는 데비 엄마와 전혀 다르거든요?"라고 할 분들이 분명 있으시겠지만, 나는 아닌 것 같다. 좀 다르기는 해도 아이에 대해 잘 모르고, 말만 하면 싸우는 점은 비슷하다. 그리고 냉정하고 때때로 매몰차기도 하다.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 라는 미명 아래.


"칭찬은 대화가 아니라 평가다"


그럼 어떻게 이야기를 하라는 거지,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친절하게 예시가 있다. 고백하건데, 100점 맞은 아이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줄 생각은 못해봤다. 그저, 잘했네 좋겠네, 가 전부였다. 점수가 낮으면 "뭘 그거 가지고 그래?"라고 아이의 고민을 가볍게 대했다.


그리고, "너 자꾸 그러면 엄마 아프거든?" 이라는 말도 자주 했다. 그게 가스라이팅인 줄은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부모로서 해야 하는 말과 멈춰야 하는 말들을, 아이가 10살이 되서야 알게 되었다.


시중에 부모의 대화법이나 양육법에 대한 책들이 많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 책만큼 방향성이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책들 있지 않은가, 부모의 역할에 대해 너무나 이상적으로 써 놓아서 읽다보면 죄책감 밖에 안남는 육아서들 말이다. 최소한 이 책은 나 같은 부모가 세상에 또 있다는 것과 (그것도 꽤 많다는), 몰랐으면 이제라도 이렇게 해보라고 정확하게 지시를 내려줘서 좋다.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가 아니겠는가. 나 아무래도 김선호 선생님의 팬이 된 것 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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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티콘 과학 - 재미와 개념을 한방에! 이과티콘
몽구 지음, 메밀 그림 / 청어람e(청어람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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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재밌겠다!"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아이가 말했다.

사실 약간 의도한 것도 있었다. 무려 과학책이 아닌가! 아이에게 책을 강요하진 않지만, 넌지시 자리를 깐 것도 사실이다. "이거 봐라, 불만 토성이래 ㅋㅋㅋ 웃기지?"라고 말이다.

요새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인간이 정말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와 너무나 귀한 존재임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이 거대한 코스모스에서 우리는 그저 아주 작고 희미한 파란 점 위에 서 있는 생명들이다. 그러나 허허벌판 같은 이 우주 속에서, 그런 작은 생명들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 기적같은 확률로 존재하는 것이 우리네인 것이다. 코스모스 책의 문장은 왜 그리 아름다운 것인지, 난 읽을 때마다 눈물이 살짝 고인다.

그래서 내가 느낀 과학의 아름다움을 아이도 느끼길 바랐다. 아이가 좋아할 법한 농담 같은 단어들과 만화를 섞은 길지 않은 설명까지. 내 계획에 아주 완벽한 책이었다.

내용은 천체부터 숫자까지 다루기 때문에 마냥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쉽고 재미있게 다다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같다. 억지로 읽히지는 말아야겠으나, 아이가 관심을 보인다면 스윽. 전법 꽤 괜찮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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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의 진짜 속마음 - 엄마들이 보는 아이의 모습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김선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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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그랬다. "아이들은 살면서 꼭 한 번씩 엄마를 싫어하는 시기를 겪는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뽀뽀해 줘"를 외치는 우리 아들이, "엄마 진짜 싫어"라고 곧 말할 것 같은 느낌이다.

원래는 다른 책을 먼저 읽어야 하나, 초등생의 진짜 속마음이라는 제목에 정말 혹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느끼겠지만, 내가 보는 아이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은 참 다르다. 집에서는 정리도 안하던 녀석이, 학교에서는 바로바로 치운다고 칭찬을 듣는다고 할 때마다 내가 모르는 방향으로 아이가 걸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사실 나는 그게 두렵기도 하다. 나도 내 부모님과 힘든 사춘기 시기를 겪었고, 그 시절 내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아이가 나처럼 그 시간을 보낼까봐 걱정되고, 그 뒷감당(?)을 할 나의 미래가 두렵다.

그래서 이 책이 절실히 필요했고, 제때 나에게 와준 것 같다. 아이에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이야기는 특히나 권위주의적인 엄마인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다. 엄마로서의 권위를 이용해 아이를 교묘히 내 마음대로 하려 했던 것을 반성한다. 내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했던 것도 반성한다. 하. 반성할게 너무 많은 엄마다.

누군가 그랬다.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면, 싸울 일이 없다고. 어른에게는 어른으로서 존중하며 대하면서 아이는 바꿀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면 거기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고. 책을 좀 더 찬찬히 읽으면서 내 아이도 하게 될, 혹은 이미 하고 있는 생각들을 보다듬어 줄 수 있는 마음을 키워야겠다. 오래간만에 손에서 놓기 싫은 책을 만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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