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자연의 신호 - 안전하고 똑똑한 자연 탐험책
알방 캉브 지음, 레오니 쾰슈 그림, 최린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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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를 확인하기 전에 먼저 책 내용을 주욱 살폈다. 그리고는 단언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을리가 없다는 것을! 역시나 알방 캉브라는 알수 없는 국적의 작가가 쓴 책이었다. 책 내용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었을리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언젠가 EBS에서 본 북유럽 국가들은 한겨울에도 반드시 아이들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 시간에 교실에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화려하고 으리으리한 우리네 놀이터가 아닌, 정말 기본적인 놀이기구만 있는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얼굴이 빨개지도록 논다. 어느 날은 숲으로 모두가 들어갔다. 숲에서 나무를 살피고 길을 살피고 프로젝트 학습을 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숲을 간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조금 걸었을 뿐이다. 그랬더니 너른 공터도 나오고, 숲 입구에 다다렀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아마 이 책이 정말로 유용할 것이다. 숲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다면, 어떻게 길을 찾아야 할까? 이 책에서는 남쪽을 찾는 다양한 힌트들을 알려준다. 이끼를 너무 믿지 말라, 나무껍질이 환한 쪽이 남쪽이다 등등 살면서 처음 알게되는 정보가 가득했다. 그리고 구름! 그동안 알고 싶었던 구름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씁쓸했다. 이 책으로 우리가 탐험할 수 있는 숲이 어디 있을까? 어딘가 버스를 타고 가야하겠지, 아니면 아파트 단지에서 남쪽과 북쪽을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나을까? 아니, 아이들이 숲을 본 적이 있을까? 숲에서 핸드폰 하는 거 아니야? 숲에서 와이파이 터지냐고 물어보겠지?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사용하지 않는 정보는 버려진다. 아무리 내가 구름의 종류를 외우고, 남쪽을 찾는 방법을 외운다한들,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언젠가는 자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책 속에, 혹은 어느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것으로 전래되어 질까봐 걱정스럽다. 우리의 삶은 너무나 자연과 이미 멀어져 있다. 너무나 좋은 이 책을 쉬이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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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다람쥐와 돌부처 할아버지 동화의 맛 4
정하섭 지음, 양정아 그림 / 우주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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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가끔 마음이 답답해질 때가 있다. 우리들이 동화에서 이야기하는 친구의 개념과 어른이 되서 만나는 친구는 좀 다른 느낌인데, 그걸 저학년 아이들에게 있는그대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혹은 책에서 읽었던 친구의 개념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데, 어른이 되어서 만나는 친구는 뭐랄까 좀더,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친구 문제로 고생하는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생각보다 친구가 인생에 그렇게 중요하진 않단다, 책에서 만난 이상적인 친구들은 현실에는 사실 없다고 봐야 맞을 것 같다 등등 혼자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를 어찌 저학년 아이들에게 할 것인가. 솔직한 마음으로는 항상 친구에 대해 미화해서 아이들에게 이루기 힘든 환상을 심어주는 그런 류의 동화책들에 불만이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어릴 적부터 환상 없이 자라는 아이는 낭만이 없지 않은가. 어느정도 낭만을 지켜주면서 현실도 바라보도록 지도하는 것, 늘 그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분이다.

오늘 읽은 책 <꼬마 다람쥐와 돌부처 할아버지>는 예쁜 말로 쓰여진 1학년 ~ 2학년 동화책이다. 전체가 82쪽으로 3가지 단편이 모여 있어, 이야기 하나 하나가 길지 않다. 무심코 읽었을 때는 예쁜 말로 쓰여진 친구 예찬 동화책이라 생각이 들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여기서 말하는 친구가 꼭 내 주위의 사람일 필요가 없었다. 돌부처 할아버지나 바우, 생명나무가 어쩌면 우리의 자연과 생명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 읽었지만, 생각할 거리가 남아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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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팔도 지리 자랑
조지욱 지음, 염예슬 그림 / 사계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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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방학은 할게 없어, 라고 울적해하는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보았다. 

이유인 즉슨, 매년 방학마다 전국을 여행했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가 않아 여행을 못가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아이를 달랠 겸 이 책을 펴고, 함께 딸려온 컬러링 지도를 폈다. 이 책은 전국 팔도의 지리와 그 특징에 대해 잘 나타낸 책이다. 도별로 나뉘어 있어, 마치 사회과 부도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 

아이와 함께 우리가 가봤던 곳, 여행했던 곳, 가고 싶은 곳 들을 살펴보면서 그 때 그 여행의 기분이 났다. 아이도 예전의 여행 기분이 나는지, 지난 번에 여행 갔던 전주를 찾아보고, 전주의 유명한 것들을 읽어 보았다. 

여행이 어렵고 힘든 시기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삶 전체를 멈출 순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라도 간접 여행을 하는 책을 만나니, 더 여행이 가고 싶어지기는 하지만 ㅎㅎ, 다음 번 여행 때는 이런 지리적 특징들을 잘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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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똥 여우 웅진책마을 111
송언 지음, 허아성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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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똥 여우라는 책 제목을 듣자마다 너무나도 유명한 그 책, 책 먹는 여우가 생각났다. 왜 책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여우들일까 하는 괜한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하였다. 책 먹는 여우와는 다르게, 이 책 속의 여우는 이야기를 참 맛깔나게 잘한다. 단지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듣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넌지시 알려주는, 그런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이들과 척을 지고 지내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이야기부터, 우물 안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개구리 이야기, 그리고 권위로 다른 이의 자유를 억압하는 사자의 이야기까지. 어떻게 보면 이솝 같다고 할까? 혹은 세헤라자데 같다고 해야할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우의 현명함이 부러웠다.


한 권 안에 여러 이야기가 나누어져 있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가 좋은 날, 그늘 아래 너른 돗자리 깔아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들으면 제일 맛깔나겠다. 지금이야 코로나 때문에 옹기종기가 어렵지만, 언젠가는 이런 시절이 있었단다, 하고 여우가 들려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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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꽁 좀비 그림책이 참 좋아 78
윤정주 지음 / 책읽는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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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하는 노래가 생각난다. 어릴적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우리 집 냉장고에도 내가 좋아하는 소시지가 가득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냉장고는 그런 느낌이다. 닫혀 있어서 보이지 않지만, 뭔가 맛있고 기대되는 것이 가득한 곳, 두근두근한 곳 말이다.


전작인 <꽁꽁꽁> 에서 아이스크림을 다루었다면, 이번 시리즈에서는 냉장고에서 상해가는 음식물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녹아가는 아이스크림을 새롭게 만드는 음식들의 재간이 재미있었던 첫번째 그림책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좀 보기 힘든 장면이 꽤 있었다. 표지부터 음식물이 썩어가고 채소와 과일들이 흐물흐물해진 모습을 보니, 밥을 먹지 않았음에도 속이 미식거렸다.

가족들이 여행을 떠난 후, 잊혀진 음식들이 망가져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듯 하다. 책을 보고 난 후, 당장 냉장고의 상추와 부추부터 살피게 되는 걸 보면, 그림책이 주는 효과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면서 어떤 것을 느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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