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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마녀 미루 2 ㅣ 개똥이네 만화방 41
류승희 지음 / 보리 / 2022년 1월
평점 :
어쩌다 보니, 2권부터 읽게 되었다. 검정마녀 미루, 라는 제목을 읽고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일을 - 마치 해리포터의 해리처럼 악을 물리치는 정도의 - 해결하는 어린 마녀의 이야기일까 생각을 했다. 마녀니까, 여자라고 믿고 있었다. 보통 남자 마법사는 마녀라고 부르지 않고, 마법사로 부르니까.
그런데 이 책, 표지부터 수수하고 소박한 것이 뭔가 예상과 다를 것이란 느낌을 주었는데, 미루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반전 아닌 반전도 주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판타지 소설, 판타지 만화와는 거리가 멀다. 이 책에 나오는 미루, 복희, 문비는 정말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평범한 아이들이다. 부모의 높은 기대에 버거워하는 가문비, 아빠를 잃고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마녀 미루, 밝고 명랑한데 이름은 그렇지 않은 박복희까지,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2권에서는 비밀의 숲에 결계가 깨지는 일이 발생한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다이나믹 하지는 않다. 아이들의 우정으로 해결하는, 전형적인 흐름인데 어쩐지 그렇게 기대되거나 콩닥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또,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의 일상이 더 부각된다. 밋밋한 것이 이 책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살아가는 일도 그렇다. 파도가 몰아치고 물이 빠지고 들어가도, 바닷가는 그대로이다. 마녀세계를 구하더라도, 미루의 일상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일상의 삶과 그 속의 중요한 가치를 들여다보는 이 시리즈의 다음 책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