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탕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7
이승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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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탕

"과거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현재의 오만이다. 오만하지 않은 현재는 없다. 과거의 변신과 보복을 예감하고 대비할 만큼 겸손한 현재는 없다. 과거를 땅속에 묻었다고 안심하지 말라. 관뚜껑을 열고 나오는 과거는 더 사납다." p.167

"뛰어내리는 건 던지는 것이지. 몸을 날림으로써 무언가를 던져버리는 거야. 던지는 나와 던져지는 나는 공중에서 이별을 하지. 최고로 황홀한 순간이야. 쾌감이 하늘까지 치솟아 오르지. 던져져 물속에 빠진 나는 죽고, 던진 나는 물속에서 다른 내가 되어 올라오는 거야." p.207

"캉탕은 대서양에 닿아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로 시작하는 소설 '캉탕'
한중수는 우연한 기회로 친구인 정신과 의사 J의 추천으로 자신의 외삼촌이 있는 곳, 캉탕에 다녀오는 것을 권유하고 한중수는 캉탕으로 떠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J의 외삼촌 핍. 캉탕에 머물며 단골이 된 선술집에서 만난 선교사 타나엘. 그들의 캉탕에서의 이야기. 캉탕에 오기까지의 그들의 이야기. 에필로그 32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짝수 장에서는 한중수가 J에게 들려주기 위한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한 이야기로 전개되고, 홀수 장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핍과 타나엘의 캉탕에 오게 된 이야기들이 서사적으로 전개된다. 이 전개가 나를 더 캉탕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읽으면서 한번도 가보지 못하고 들어보지 못한 캉탕을 머릿속으로 그려냈다. 완벽할 순 없지만 이미 캉탕에 다녀온 기분이 든다.
"이곳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말한다." 라는 말처럼. 나는 그 끝에 다녀 온 기분이다.
세상의 끝, 캉탕에 있는 각각의 인물들의 끝.
과거와 현재 그리고 캉탕.

또 한번 이승우작가님 글에 푹-빠지게 되었다. 역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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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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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가장 멋지고 빼어난 것들 덕분이 아니라 언제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오래된 선행들 때문에 구원받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p.163

 

 

"바닥에서 깨달았던 것들은 삶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그게 언제 그랬냐는 듯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거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들을 까먹는 것이다. 그렇게 삶은 계속되고 우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p.166

 

 

이 책을 병원 외래를 기다리며 읽었다. 언제나 큰 병원은 대기의 연속이다. 나는 큰 수술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은 후, 6개월에 한번 씩 정기 검진을 받으러 대학병원을 다닌다. 병원에서 읽는 허지웅 작가의 4년만의 신작 에세이는 더 좋았고 힘을 얻는 기분이었다. 허지웅 작가의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버텨낸 과정들, 완치 이후의 삶들. 나도 암 수술을 하고 현재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평생 약을 복용하며 병원을 다니며 추후 관찰이 필요하다. 작가님의 힘들었던 투병생활을 읽으며, 갑작스럽게 수술을 하게 된 그 때의 나를 떠오르게 했다. 그저 어렸던 나는 수술을 앞두고 계속 "괜찮아~ 괜찮아~"라고 했다.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누구보다 무섭고 두려웠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나는 더 주저하지 않고 인생을 재미있게 살기위해 노력한다. 마음가는 곳으로 걸어간다. 이 책으로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더 즐겁게 하고싶은 걸 하고 지내야지. 이 책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 같은 책이었다. 함께 버티며 살아가자. 남은 날들 즐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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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8
백민석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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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2016년의 겨울, 나는 광화문 광장에 있었고 이 노래를 쉬지않고 불렀다. 말도 안되는 이 상황 속에 이 노래를 부르며 함께 그 곳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대통령은 국가를 사유화했다. 경찰은 집 지키는 개가 되었고 그 말단에 그녀가 있었다. 시민은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국가의 세입자가 됐고, 나가지 않으면 집 지키는 개들이 나서서 물어뜯을 것이었다. 경찰이 되고 오늘만큼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p.208


이 이야기는 촛불집회가 한창이었던 2016년 겨울, '어떤 일이 닥쳐도, 어떤 상황을 맞닥뜨려도 얼굴색이 변하지 않는 사람', 마치 플라스틱 같은 사람으로부터 온 영상으로 시작되고, 그는 끝없이 이야기한다.
"다음 주 24일 금요일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애꿏은 시민이 또 죽는다."
하지만 국민들의 바램, 현실과는 다르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되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


나도 모르게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


가끔은 상상할 때도 있다. 지금... 현재... 만약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건 어쩔수 없는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주인공 하경감은 자신의 집을 동화 알프스 소녀의 몽마르뜨 마을로 표현하며, 자신은 조카에게 '하이디 이모'로 불리운다. 플라스틱 맨을 쫓기도 하며 광화문 광장에 투입이 되어야 하는 자신의 상황 사이에 몽마르뜨마을이 있다. 몽마르뜨 마을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물론 나도.


"그녀는 언젠가 꾼 꿈이 기억났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밀려오는 해일에 맞서는 꿈이었다. 하이디는 몽마르트 마을을 덮치는 검은 해일 앞에서도 명량한 목소리로 요들송을 불렀다.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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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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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삶이란 결국, 집과 집을 떠도는 과정이 아닐까." p.44

이번 여름은 유난히 습하고 덥고 비가 많이 내린다.
예측 할 수 없는 계절을 지나가며 이 책과 함께 했다.

"비가 새서 눅눅하게 젖어 갈 수밖에 없는 건 낡은 천장만이 아니다. 삶에도 누수의 흔적은 남기 마련이고, 그 흔적은 좀처럼 복원되지 않는다.
아니, 절대로 복원될 수 없는 흔적도 있다." p.135

아버지의 가구점 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되버린 수호는 훔친 지갑에서 발견한 모르는 이의 신분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저 평범한 결혼생활을 꿈꿨던 민은 파혼 후 우연히 부동산에서 일을 하게 되고 일을 하면서 의뢰가 들어온 집에 30분씩 몰래 들어가 그 집에 사는 사람처럼 살아간다.

한 없이 위태롭고 조마조마 하기도 하며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느낀 그 기분이 그들의 삶이었겠지.
마치 비가 오기전 습기를 한껏 먹은 어두운 밤이 생각나고, 조금은 차분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두 사람에게 우연한 교집합이 되어 마주치게 되는 수호아버지의 가구점. 습기를 머금은 공간과 가구, 나무의 냄새가 느껴지기도 했다.
보이지 않지만 그 곳의 무거운 공기, 두 사람의 공간.

나에게 여름은 언제나 버겁고 힘들다.
이번 여름은 특히 더 고약하게 느껴진다.
그들도 이 여름을 천천히 지나가고 있겠지.

"바람이 선선했다.
바람이 가는 곳은 여름의 끝일 터였다.
이제 여름은 설산이나 사막보다 더 먼 곳처럼 느껴졌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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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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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한계_없는_상상력 #공주_해적의_정체 #꿀잼_보장 #작가_비공개
라는 키워드로 먼저 만나볼 수 있었던 신라 공주 해적전!


읽기 시작하면 푹- 빠져서 멈출 수가 없다. 술술 읽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쭉- 읽어내려갔다.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고 전개될 이야기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신라, 공주, 해적...!


신라 장보고가 망하고 15년이 지난 서기 861년, 장보고 무리 사이에서 일을 하던 '장희'는 장보고의 죽음 이후에 돈 벌이를 하기 위해 시장 한 편에서 자리를 깔고 무슨 문제든지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행해만사"를 열었지만 찾는 사람없다. 그와중에 자신동네 사람들에게 위협을 느껴 멀리 떠나야 한다는 '한수생'을 만나 바다로 두둥- 떠나게 된다. 백제가 망한지 200년, 그 원수를 갚고 백제를 일으키기 위한 '백제의 마지막 공주'와 함께 다니는 해적을 만나게 되고, 뜻하지 않게 그들과 함께 다니게 되며 매번 위험한 위기를 겪을 때마다 '장희'의 순발력과 화려한 말솜씨로 목숨을 부지하게 되는데 그 말솜씨에  나도 푹 빠지게 된다.

해적이라 하면, 남자일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고 주인공인 여성 '장희'의 멋있는 활약상과 흥미진진한 전개가 머릿속에 그려져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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