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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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벽 위에서 한참 동안 파란 세상을 내려다보았다. 바다는 너무나 거대했지만, 우리는 너무나 작았다. 바다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세상에 마지막 하나 남은 흰 바위 코뿔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나간 노든의 아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죽지 않은 연인을 뒤로하고 알을 데리고 도망쳐 나오던 치쿠의 심정을, 그리고 치쿠와 눈이 마주쳤던 윔보의 마음을, 혼자 탈출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던 앙가부의 마음을, 코끼리들과 작별을 결심하던 노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_124p.

_

『긴간밤』 속 주인공들은 우리의 삶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내 삶은 내 것이지만, 또 나만의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가 다리가 불편한 코끼리의 기댈 곳이 되어 주는 것처럼, 자연에서 살아가는 게 서툰 노든을 아내가 도와준 것처럼, 윔보가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치쿠를 위해 항상 치쿠의 오른쪽에 서 있었던 것처럼, 앙가부가 노든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 준 것처럼. 이 작지만 위대한 사랑의 연대는 이어지고 이어져 불운한 검은 반점을 가진 채 버려진 작은 알에 도착한다.

작은 알은 모두의 사랑을 먹고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세상으로 나온다. 윔보와 치쿠의 생명줄을 잡고 태어난 아기 펭권은 늙은 코뿔소와 함께 바다를 향해 걸으며 자신의 근원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듣는다._142p.

문득 지금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고 멍하니 책의 그림들을 다시 넘겨보았던 책이다. "이 책을 왜 이제 읽었을까?"

코끼리 고아원에서 그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에 세상으로 향할 용기를 냈던 코뿔소는 깐의 자유와 행복을 맛보았지만 동물원에 갇히고 '노든'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펭귄 무리에서 버려진 알을 치쿠와 윔보커플이 품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알을 깨고 나왔지만 펭귄의 무리가 아닌 코뿔소 노든과 바다로 향하게 된다. 펭귄이 노든에게 자신에게도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하는데, 이름이 없던 그때가 더 행복했다며 회상하는 노든의 말에 울컥... 혼자 살아지는 삶이 없는 것처럼 종이 다른 동물들이 서로를 연대해 나아가는 모습은 경이롭고 벅차오르기까지 하다. 모든 연령,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이 함께 읽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라 조카들에게도 선물할 예정이다. (진심 추천 또 추천)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날 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_18p.

노든은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길어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밤이 계속되었다. _57p.

"그치만 나한테는 노든밖에 없단 말이에요."

"나도 그래."

눈을 떨구고 있던 노든이 대답했다.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기적이었다. _94p.

누구든 너를 좋아하게 되면, 네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어. 아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너를 관찰하겠지. 하지만 점점 너를 좋아하게 되어서 너를 눈여겨보게 되고, 네가 가까이 있을 때는 어떤 냄새가 나는지 알게 될 거고, 네가 걸을 때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도 귀 기울이게 될 거야. 그게 바로 너야._99p.

#독파 11/16~22

#긴긴밤 #문학동네 #루리 글 그림 #추천도서 #추천동화 #가족추천소설 #선물하기좋은책 #필독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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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 도쿄 시티 픽션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현선 옮김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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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픽션_도쿄 #도서협찬

#창비 #다자이오사무

눈이 번쩍 떠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주 탁했다가 어느 순간 점차 녹말이 아래로 가라앉아 조금씩 맑은 윗물이 생기고 나서야 지쳐서 겨우 눈이 떠진다. 아침은 왠지 허무하리만큼 따분하다. 슬픈 일들이 가슴 가득 차올라 견딜 수가 없다. 정말 짜증난다. (중략) 갖가지 추악한 후회만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와 가슴을 막아버려서 몸부림치게 된다. 아침은 심술쟁이. _10p.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여겨진다. 죽어서 없어진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언니, 헤어진 사람, 오랫동안 못 만난 사람들이 그립다. 아무래도 아침에는 지나간 일들, 옛날에 함께했던 사람들이 몹시 가깝게, 단무지 냄새처럼 시시하게 여겨져 견딜 수가 없다. _13p.

벌써 오차노미즈다. 플랫폼에 내려서는데, 왠지 모든 게 말끔해진다. 막 지나간 일을 조바심치며 기억하려고 애썼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그다음을 생각하려고 안달했지만 아무것도 생각나는 게 없다. 텅 비어있다. _33p.

가족이란 이상한 존재다. 타인은 멀리 떨어지면 차츰 더 희미해지고 잊혀져가는데 가족은 더욱더 그립고 아름다운 것만 생각나니 말이다. _46p.

#여학생 #아무도모른다 #눈오는밤이야기 #화폐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시티픽션시리즈 #핸디북 #도서추천

고전문학 단편을 새롭게 엮은 '시티 픽션'시리즈는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정판으로 먼저 선보였다가 정식 출간 요청이 쇄도했을 만큼 화제성을 증명한 책. 아무래도 고전이라 하면 진입장벽이 있고, 압도적인 작품의 부피에 놀라기 마련인데 가벼운 핸디북 사이즈에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이런 작고 가벼운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던 시티픽션_도쿄 편을 먼저 읽어보았는데... 내가 아는 그 다자이 오사무 맞나? <인간실격>을 2~3번쯤 읽었지만 묵직한 그 문체에 조금은 어렵고 힘든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건 다른 사람이 쓴 글 같네. 특히 단편 <여학생>은 정말 폭 빠져서 읽었던 단편. 소장하지 못한 다른 시리즈들도 모아서 컬렉션을 완성해야겠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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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셀프 트래블 - 2024~2025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4
송윤경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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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셀프트래 #도서협찬

#송윤경 #상상출판

여행을 하다 보면 가슴 깊숙이 걸어 들어오는 여행지가 있다. 그건 몇 천년을 기다려 온 조각이나 정교한 건물, 숨 막히는 자연이 아닌 사람을 통해서 오는 것 같다. 마치 의도치 않게 첫눈에 반하는 일처럼 여행자를 순간 얼어붙게 만든다. 나는 포르투갈에서 정이 넘치는 사람들로 인해 자주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주변에 포르투갈을 다녀온 여행자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정확히 무엇이 좋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포르투갈은 그냥 스며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어마어마한 유적들과 자연환경들보다 포르투갈이 최고입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알리고 싶다. “매력적입니다. 도시가, 사람들이, 포르투갈에서 보내는 시간마저 애틋해질 정도로.” - 「프롤로그」 중에서 _21p.

관심은 있지만 막연해서 여행할 엄두가 나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 포르투갈도 그중 하나였는데, 이 가이드북을 넘겨보며 새록새록 여행에 대한 의지가 다져지는 기분이다. 간단하게 포르투갈의 역사부터 짚어주며, 여행 전 많이 묻는 질문을 간략하게 정리해 주고 여행 코스를 근교 도시/ 세계문화유산 / 신혼여행 / 포르투갈 완전정복 코스 등 다양하게 가이드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넘겨봐도 벌써 설레!) 여행하기 전 '놓치지 말아야 할 10가지'는 필수 체크!! 정말 꼼꼼히 준비한다고 해도 꼭 다녀와서 '아! 이건 못 보고 왔네, 못 먹고 왔네, 못 해보고 왔네' 후회하게 된다.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에 꼼꼼한 준비는 더욱 필수.

Mission in Portugal 포르투갈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

Enjoy Portugal 포르투갈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Step to Portugal 포르투갈을 쉽고 빠르게 끝내는 여행 준비

포르투갈의 음식 또한 푸짐하고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음식들이 많다고 하니,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인 먹거리 여행을 즐겨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일 것 같다. 포르투갈엔 옛 성주들의 고성이나 수도원, 대부호의 저택을 국가에서 개조해 만든 국영 호텔인 포우자다(Pousada)가 35곳 있다고 한다. 가격은 꽤 비싼 편이지만 독특한 문화 체험 덕분에 예약이 항상 꽉 차 있다고 하며 몇 달 전 예약은 필수라고... 비싼 숙박료가 부담스럽다면 식사를 즐겨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한다. 페이지를 넘기며 보게 되는 사진마다, 여행 오라고 손짓하는 느낌!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개인적으론 넘치게 준비해서 덜어내며 여행하는 사람이라, 가이드북, 블로그 등등 최대한 정보를 활용해서 여행 준비를 하기에, 가이드북은 필수!! 정말~ 많은 가이드북들이 있지만 오랜 시간 나의 원탑은 셀프트래블 시리즈로 꼽는다. 보기 편한 구성, 테마별 일정과 베스트 장소 등 여행하면서 필수고 꼽는 곳들이 가득해 알차고, 정확하고 꼼꼼한 전문가의 친절한 꿀 팁까지!! 요즘 여행 관련 유튜브 몇 편만 돌려봐도 여행 일정은 대충 짤 수 있지만 세세하고 완벽하게, 또는 너무 알려진 곳 말고 숨겨진 명소? 같은 곳을 여행해 보고픈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때때로 우리는 서유럽을 여행하면서 손바닥 반만 한 고기 때문에 장식용 재료에까지 손을 뻗게 되는 민망함을 감수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음식은 우선 푸짐하다. 접시의 가장자리까지 차지하는 감자 요리와 야채, 잘라도 끝이 없는 스테이크는 똑같은 크기의 덩어리가 하나 더 있다. 간혹 즐겁게 먹는 여행객에게 내어 주는 생선구이는 기분 좋은 덤이다. 빵으로 삼시 세끼를 이어 가다 입에서 밀가루 냄새가 나는 듯한 기분은 어떠한가. 유럽에서 쌀 소비량이 가장 높은 포르투갈은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요리로 가득하다._42p.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도시다. 바다를 생업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호탕하고, 고급 휴양지답게 가게 직원들은 친절하다. 코스를 짜서 해안을 따라 곳곳에 숨은 유적과 박물관, 자연을 관찰해 보자. 아침 일찍 해안가를 돌며 조깅하는 사람들을 따라 지옥의 입까지 다녀오면 어느새 이마에 맺힌 땀을 식히려 바다에 발을 담그고 만다. 카스카이스는 여행자에게 쉼표와 같은 도시다._168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포르투갈 #리스본 #포스투 #브라가 #기마랑이스 #아베이루 #코스타노바코임브라 #파티마 #나자레 #오비두스 #에보라 #라구스 #사그레스 #파루 #상상팸 #포르투갈가이드북 #포르투갈여행서 #여행서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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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웃어줘
김민정 지음, 진정부부 사진 / ㈜소미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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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보다더눈부시게웃어줘 #도서협찬

#소미미디어 #진정부부

루다가 태어나며 우리는 가족을 이루었고,

소소한 행복을 이루었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랑'을 이루었다.

루다와 함께한 일상은 매 순간 처음이었고,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매 순간이 새롭고 놀라웠다.

지금도 우리는 매일 그렇게 처음 겪는 사랑의

방식을 경험해가는 중이다. _228p.

『햇살보다 더 눈부시게 웃어줘』를 통해 알게 된 이루다의 기록. 전 세계 100만 명 육박하는 수많은 랜선 이모 삼촌들은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행복했을까? 루타가 태어나기까지의 과정, 태어나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사진과, 엄마의 글로 적어내려간 글은 사랑과 애정아 가득하다. 2세를 계획하고 있는 가족이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 동지들, 또는 조카들을 너무나 애정 하는 이모, 삼촌들, 할아버지 할머니 등 루다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서툴지만 사랑이 가득한 이야기는 루다의 성장기를 함께 성장해가는 진정부부의 앞으로의 이야기를 계속 궁금하게 하는 책이다. 엄마가 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모성애가 생기는게 아니고, 부모는 처음부터 부모가 아니었던 것처럼 차근차근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사랑 그 자체. 루다만큼이나 귀여운 샛노란 책표지와 루다의 인생 첫 사인이 그려진 책갈피까지 이모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책이다.

열무에게 이름이 생긴 날.

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이루다'란다.

뜻한 대로 되게 하다.

뜻하는 바 모두 이루며 살라고 지은 이름이야._36p.

엄마이기 전에 나는 '김민정'이라는 한 사람이고,

엄마로 사는 삶보다 김민정이라는 이름으로

더 오래 살아왔다.

그렇기에 여전히 내 시간을 보내는 일은

너무 소중하다.

(중략)

감정에는 정해진 형태가 없다.

감정은 자신이 살아온 모양새대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일 뿐이다. _95~96p.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 하게끔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아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믿고 지켜보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_148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미랑 #에세이추천 #도서추천 #루다 #김민정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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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일기
앨리 모건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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ʙᴏᴏᴋ 𝚛𝚎𝚟𝚒𝚎𝚠​

#사서일기 #도서협찬

#앨리모건 #엄일녀 옮김

만약 당신이 사서가 되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미안하지만 도서관에 취직하는 '왕도'는 없다. 우리 모두 저마다 다른 방향에서 이 업계에 들어왔고, 대체로 많은 부분이 운에 좌우된다. (중략) 도서관에서 일하기 위해 미칠 필요는 없지만, 당신이 하는 일에 약간 미쳐야 할 필요는 있다. 책에 약간 미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_15p.

_

사람들은 도서관이 어떠해야 한다는 그림을 머릿속에 품고 있다. 그 그림이 약간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구식일지 몰라도, 대체로는 도서관이 무슨 일을 해야 하고 그게 무엇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중략) 지역 도서관들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는 날은, 누구나 모든 이야기와 모든 자료와 모든 형태의 교육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날이다. 그 머나먼 날까지, 도서관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지식 저장고이자 진료소이다. 도서관은 지역사회의 두뇌이자 맥동하는 심장이며, 공기처럼 필수적이다. _387~388p.

한 편의 도서관 드라마를 보는듯했다.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들이 존재한다고? 지역사회의 구직구인, 학습장애 청소년, 노숙인, 실업자, 영유아, 싱글맘, 노인 등 다양한 이용자들을 만나며 저자의 삶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무기력하고 위기에 빠져있던 도서관을 그 공간을 사랑하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변화시켜가는 과정이 생생했던 이유는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일들을 @grumpwitch (성질 더러운 마녀)라는 트위터 계정에 소개하면서 언론과 전 세계 독서인의 관심이 쏟아졌고, 그것을 계기로 탄생한 에세이다.

어느 지역이나 도서관이 있지만, 그 도서관을 얼마나 이용하고 있으며 도서관의 이용 범위가 얼마만큼인지 알고 있었던가? (도서관 다녀온 지 꽤 되었네....) 지역주민 누구에게든 도서관 회원증만 있다면 무료로 책을 대여할 수 있는 공간. 『사서 일기』처럼 국내에도 다양한 도서관들에서 멋진 지역주민 행사들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우리에게 열려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고 이용하자. 책을 애정 하는 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드라마화되면 정말 재미있을 듯!!)

우리의 목표가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도서관을 이용하게 하여 정보 접근권의 빈부격차를 줄이는 거라면, 벌금은 정확히 그 목표에 상반되는 것이다. 부유층은 어깨 한번 으쓱하며 가볍게 무시하고, 취약계층과 차상위층과 빈곤층은 이미 세금으로 이용료를 다 지불한 - 제대로 돌아가는 세상이라면 - 장소에 들어가는 것을 머뭇거리게 된다._51p.

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도 달리기와 비슷하다. 한동안 독서를 안 하다가 책을 집어 드는 습관으로 돌아가려면 노력이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다. (중략)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포기한다. 내가 그랬다. (중략) '읽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책이 아니라, 일단 좋아하는 책을 읽을 것. _1449~150p.

읽어야 한다고 느껴지면 읽지 마시라. 그 길은 지루함과 좌절감으로 이어진다. _151p.

중요한 건,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을 때 너무 수준 낮거나 너무 유치하거나 너무 단순하거나 짧거나 시시한 책은 없다는 사실이다. 도서관의 그 누구도 당신을 평가하지 않는다. 성인이 그림책을 한아름 빌려 가면 집에 아이가 있겠거니 추측이야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우린 그저 책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 행복하고 누군가 책을 즐긴다는 생각만 하면 기쁘다. (중략) 책 읽기를 좋아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책을 읽으세요. _153p.

거의 다는 아닐지라도 적지 않은 수의 도서관 이용자들이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누가 자신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음을 아는 것. _166p.

도서관에는 생애 전환기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익숙함 내지 친근함이 아닐까 싶다. 어딘가의 공공도서관에 생전 처음 가본다 하더라도, 그곳의 기본적인 사항은 익히 다 예상할 수 있으니까. 고정불변이 주는 편안함이 분명 있다, 더군다나 그게 공짜라면. _172~173p.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틀린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틈새를 메우고 차이를 줄이는 것이 사서의 일이다. 우리는 정보 접근권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중략) 의사소통의 간극을 메우는 일은, 이해하기 쉽게 종이에 정보를 적어놓는 것처럼 간편한 방법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 _188p.

나는 도서관 마법이 서가 위에 놓은 것도 아니요 책 속에 깃든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진정한 마법은 도서관이 상징하는 가치에서, 그리고 그 가치에 숨을 불어넣는 지역공동체에서 생겨났다. 사람들이 없다면 - 고된 노동을 마다않는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비롯된 참된 애정 없이는- 도서관은 그저 안에 책이 좀 들어있는 공허한 건물에 지나지 않고, 문자 언어를 위한 엄숙하고 삭막한 창고에 불과할 것이다. _364p.

#독파 11/1~11/15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독파 #독파앰배서더3기 #완독챌린지독파 #문학동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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