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저절로 어른이 되는 걸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고 나이에 해당하는 역할이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게 순리라 생각했던 삶의 방식에 조금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준 쑤퉁의 글은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부단한 어둠을 드리워주고 있다.  읽기 전에 조금은 어두운 성장소설 이라는 스포일러가 있었기에 내내 생각을 하고 읽어서 인지 읽는 동안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 중 한 명이라도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주기를 바랬던건 어쩌면 읽는 이들의 희망을 보기 좋게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여러 생명이 마치 가을 길목에 핀 야반화처럼 한순간에 시들어 떨어져갔다.  지금은 봄이지만, 사람들의 죽음이 봄이라고 다르겠는가?  새가 지저귀고 꽃향기 가득한 연둣빛 계절에 그 불쌍한 영혼들에게 불의의 화살이 날아들어, 그들을 정들었던 참죽나무길과 영원이 이별하게 만들었다. /p311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 그러나 어른들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들은 피하고 싶다.  어른들의 이야기는 잔소리 같고 자신들의 상상과 생각대로만 살고 싶은 아이들...그러나 삶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한 순간의 선택이 그들의 삶을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떠밀고 가기도 한다.  글의 문체가 잘 읽어지는 반면 마을의 분위기와 아이들이 처한 주변상황의 부연설명들이 자세해서 마을의 윤곽이나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는 지문들이 많아서 더 어둡고 처연하게 느껴졌던 글일지도 모르겠다.

 

 

참죽나무길 전체가 활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다 할 인물 하나 없고, 생기 넘치고 흥미로운 곳도 없었다.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만한 어떤 재미있는 일도 없었다.  /p371

 

 

피해자도 가해자도 가릴 수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  어쩌면 그들 주변의 환경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이들에게 살아가며 누구나 잠깐이라도 반짝이는 청춘의 순간이 있다고 이야기 해줄 수 있을까?  그들에게 그들이 사는 세상이 전부가 아닌 조금 더 밝고 환한 세상도 있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자신의 위험을 알면서도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어쩌면 누구보다 더 환하고 밝게 빛나고 싶었을 청춘들의 이야기.  개인적으로 지극히 감상적인 글들이나 책을 찾아 읽다 보니 책장을 덮은 지금..조금은 먹먹한 마음에 한동안 이 작가의 책은 읽기 힘들 것 같다.  삶이란 때론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이 아닌 조금은 희망적인 면도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몇 년 간 화제가 되고 있는 동안, 장수, 젊은시절 모습을 그대로 조금이라도 더 길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남녀의 차가 없는 것 같다.  요즘은 남자들도 외모를 가꾸기 위해서 화장을 하고 피부관리실을 찾는다.  누구나 아름다움을 지향하게 되는 건 또는,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그로 인한 염원들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뱀파이어'관련 영화, 소설들이 최근 소설, 영화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미남,미녀 이기까지한 그들은 아름다우면서도 불로불사의 생명을 누리며 무한한 능력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러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선 치러야 할 희생도 있지만 그 부분은 작가나 영화제작자에 의해서 의도가 달라지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4개국에서 동시 출간! 게다가 불로불사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 판타지 소설이 출간되어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역사속의 불로불사의 생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한동안 멀리 했던 판타지와 일본소설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먼저 읽었던 분들의 평이 좋아 기대되기도 했던 책이었다.

 

 

누구라도 죽음의 순간에선 '살고싶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을까?  생각이전에 몸은 살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죽음의 순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로불사의 생을 부여받게 된 젊은 문신사 염마.  일본의 바꾸후 말기에서 쇼와시대에 걸쳐 살아가게 되는 염마의 이야기를 주로 흘러가고 있다.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시대의 흐름과 에피소드들이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고 그에 맞춰 등장하는 주변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매력적이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운명을 자신에게 부여한 스승을 원망하면서도 끝내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살아가는 문신사 염마

문신사라는 자신의 숙명을 끝까지 지켜낸 염마의 스승 바이코

유년기의 아픈 상처를 간직한 채 금지된 불로불사의 문신을 스스로 새기고 스승에게 버림받은 기쓰키

사랑하는 남자의 여동생이 되었다가 누나로, 다시 어머니, 할머니가 되어가면서도 가슴속에 간직한 사랑을 지켜낸 나쓰

 

 

불로불사의 생을 부여받았지만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그 삶을 살아가는 염마와 스스로 불로불사의 문신을 새기고 살아가게 되는 또 한 명의 인물은 상반되는 악한 이미지로 상상했는데 어느 하나 놓을 수 없는 패...같은 이미지?  그리고 그를 지켜주려는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우정, 사랑 그리고 시대의 이야기는 책을읽는 동안 시선을 끌며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삶을 살면서 주변의 변화를 또는 사랑하던 사람들이 나이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의 마음은 과연 어떨까?  벌써 이런 비슷한 류의 이야기는 2-3권째 읽고 있지만 매번 읽을때 마다 느낌이 새롭다.  자극적인 재미를 주려는 책들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인생의 전반에 걸친 변화를 보여주는 책도 있었지만 역사속의 판타지물은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어서 인지 생을 온전히 순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즐거움을 우리는 망각하며 다른 것들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죽음을 이긴 것이 아니다.  죽음에게 거부를 당한 것이다.... /p391

 

 

몇 년을 살건 몇백 년을 살건 어차피 인간이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저 눈 앞에 닥친 일을 하나하나 해쳐가다 보면 언젠가는 죽어지리라.  /p552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라는 말이 떠오른 건 상반된 그들의 입장에서 아무리 생각해본다 한들 그건 생각에 그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의학이 발달하고 평균수명도 늘어가고 있는 요즘 과연 오래 사는것이 좋은것 인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책을 읽으며 번역자의 역량이 독자들로 하여금 글을 읽는 재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걸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매끄러운 글의 흐름이 글 읽는 재미를 더했던 즐거웠던 책읽기.  책의 마무리 즈음 왠지 속편의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듯한 흘림들을 나만 캐치한 건 아닐듯 하다.  염마이야기의 속편을 만나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침편지' 고도원의
고도원 지음, 대한항공 사진공모전 수상작 사진 / 홍익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벌써 십 여년이 되어 가는듯....<고도원의 아침편지> 라는 글을 알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던 것 같다.  친구가 보내왔던 메일이었는데 메일 자동 등록을 해놓고 매일같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글들을 읽으며 어쩌면 이렇게도 책을 많이 읽으실까? 책 속의 글을 발췌해서 이야기도 잘 해주실까 하며 원하는 글을 골라 읽기도 했고 때로는 메모도 해가며 모으기도 했었다.  그렇게 짤막한 글들을 읽으며 내가 책을 읽으며 만나는 글들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기도 했기에 그 무렵부터 다시 책을 한 권 두 권씩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조화를 이루려면, 우선은 내가 가진 마음의 색깔을 분명해야 한다.

시시각각 바뀌고 뒤집히는 마음으로는 다른 마음과 만나서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내 마음의 색깔이 분명해졌을 때 마음의 끈을 내밀어 보자. 어느새 상대편으로부터 마음의 끈이 풀려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서로 풀려진 마음의 끈을 별다른 장치 없이도 스스럼없이 서로 닿아 말없이 연결된다.  /p16  사랑합니다. 

 

 

2년전 여행길에 오를때 지인께서 고도원님의 <당신이 희망입니다>라는 책을 선물해주셨던 적이 있다.  삽화도 있고 짧은 글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 달을 머무르는 동안 넉넉하게 읽고 현지에 계신 지인께 선물로 드리고 오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때론 읽고 좋아서 소장하기도 하고 나눔으로 그 기쁨이 몇배가 되기도 하는데 고도원님의 글이 그런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아껴하지 않아도 좋을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는 고도원님의 글과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하거나 상을 수상한 사진들이 함께 수록되어있다.   어쩌면 봄날,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비와 함께하기 좋은 책이 아니었을까?

 

 

불행이 아닌 행복 쪽으로, 절망이 아닌 희망을 향하여.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 않다.

힘들게 무릎을 꿇고 버티거나 높은 구두를 신고 허둥댈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지 방석 한 단 정도의 시선 차이,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p109 방석한단

 


 

 

 

글을 읽으며 내가 해보지 못한 생각들, 또는 한 번쯤 생각해 봤음직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세계곳곳의 여행지들을 만나기란 궂이 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이 책 한 권이면 일상으로의 탈출은 물론 마음도 풍요로워질거라 생각한다.  때론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을 불평하며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건 아니었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뒤만 보며 살아온 건 아니었는지, 내 욕심만을 위해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등등 나보다 주변을 둘러보게 하고 내가 살아온 시간들과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 그리고 주변의 많은 관계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던 소중한 시간.  글도 좋았지만 조카님과 책에 수록된 사진을 함께 감상하며 이야기하는 재미도 있었던 행복한 시간을 남겨준 책이었다. 

 

일상이 힘겨웠던 이유가

내가 그 일상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아서 였던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일상의 한 면만을 보고 지레 힘들어 하거나 지쳐버렸던 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삶의 구석구석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태도로 임해야 일상 자체가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p214  문득, 여행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 러브 샐러드 - 매일매일 건강 담은 한 접시
김영빈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질하고 뿌리고 버무리고.....

샐러드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가정에서 많이 먹는 우리네 무침요리와 많이 닮아 있어요.  이렇듯 샐러드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면 샐러드에 대한 고민이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바뀐답니다.  

 

 

어린시절부터 나물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봄이면 유난히 밥상을 푸릇하게 장식했던 밥상차림을 즐기기도 했다.  그러다 부페라는 곳을 방문하며 내가 먹고싶은 재료들을 담아 드레싱을 뿌려먹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브런치를 가까이하며 샐러드가 맛난 곳을 찾아보는 수고스러움 정도는 즐겁게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은 마트나 시장에서도 손쉽게 샐러드 재료들이나 드레싱의 종류도 다양해서 입맛에 맞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샐러드.  약간의 공식만 알면 샐러드가 더 간단하고 쉬워질 수 있다?

 

 

5분만에 뚝딱 만드는 간단 샐러드, 식사 대용으로 즐길 수 있는 한 끼 샐러드, 칼로리가 낮은 재료로 구성한 다이어트 샐러드, 밥.국과 잘 어울려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한식 샐러드, 놓치기 쉬운 기본 샐러드까지!

 

 

봄이 되면 유독 입맛이 없어지고 상큼하고 싱싱한 그 무엇을 찾게 되는데 욕심에 야채를 한꺼번에 몇 가지 구입해도 한 번에 다 먹지 못하면 보관해야 하는데 보관 방법이 잘 못되면 먹는것 보다 버려지는게 더 많아지기도 한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또는 균형 잡힌 영양식으로, 다이어트를 위해서, 한식과도 잘 어울리는 샐러드 등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집에 있는 기본 재료들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샐러드들이 많아서 읽는 어떤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볼까? 하며 눈과 손이 바빠지는 책이었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 책 한 권이면 왠만한 브런치나 기분전환 상차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으며 읽는 나보다 곁에서 함께 보시며 더 궁금해 하셨고 나보다 더 많은 시도를 하셨던 엄마.  샐러드의 기본공식, 채소별 보관법이나 잘 어울리는 야채들의 궁합들 등 유용한 정보들도 많아서 주방 가까이 두고 꺼내보면 좋을 책인 것 같았다.  상큼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면 맛있는 샐러드바가 있는 곳으로의 외식만을 생각하다가 이 책을 읽고 나니 외식은 안녕~ 집에서 내가 손수 만들어 먹는 샐러드....만들어보는 재미와 더불어 건강도 챙기고 내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샐러드 재료들이 많아지는 계절, 시장을 지날때 무심코 지나쳤던 푸릇한 풀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고 있는 즐거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소개하던 <느낌표!>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故 박완서 작가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책을 읽자는 취지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고 어딜가든 이 책을 읽어야 이야기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얼마전 받아든 책의 제목을 보고는 그 책의 내용이 정말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게 신기했다.  불과 십여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어쩜 이렇게도 기억이 안나는건지...  하지만 예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 다시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 했던것 같다.

 

 

나는 농바위고개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전혀 이질적인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꼈다.  미지의 세계에 덮어놓고 이끌리면서 한편 뒷걸음질치고 싶었다.  가슴이 두근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것은 내 마음 속에서 평화와 조화가 깨지는 소리였고, 순응하던 삶에서 투쟁하는 삶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본능적으로 감지한 두려움이었다.  /p49-50

 

 

순전히 작가의 어릴적 기억에만 의존해서 쓰여진 글은 오랜 시간이 흘러 재구성된 글이기에 에세이나 자서전이라기 보다 어쩌면 소설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린시절 동무들과 어울려 놀던 고향의 풍경들,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던 자신의 이야기와 집안 어른들을 바라보던 소녀의 눈높이로 바라본 그 시절 집안의 흐름과 풍속들 그리고 주변인의 이야기를 화자의 입장에서 기억하는대로 성장하며 사람들과 주변이 변화하고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이야기하는대로 따라가며 읽으며 그 시선에 맞추어 읽어갈 수 있었다. 

 

 



가장 궁핍했던 시절 엄마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고, 힘이 된 것은 사실이나 나쁜 영향도 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소학교 다니는 동안 동무 없이도 심각한 불행감 없이 그 외톨이 상태를 거의 즐기다시피 했는데 그건 내 머리속에 잔뜩 들어 있는 이야기가 나에게 그런 건방진 능력을 준 것이 아니었을까. /p124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 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낮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p158

 

 

 오랫만에  다시 읽은 박완서님의 작품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를 간접경험 한 듯한 시간이었다.  이야기가 다음이야기로 이어지고 있어서 뒷 이야기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긴 하지만..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는건 그때 뒷부분의 이야기는 궂이 찾아 읽지 않았던것 같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박완서님의 작품들이 새로이 조명 되면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다시 읽어보고 그 이후 이야기와 박완서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돌아보게 되는 책 읽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