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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틈 - 나만의 지도를 그리며 걷고 그곳에서 숨 쉬는 도시생활자 여행기
김대욱 글.사진 / 예담 / 2013년 5월
평점 :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읽기전부터 마음을 끄는 책이 있습니다. 제게는 때론 책의 제목이기도 했고, 아끼는 저자의 신간이거나 주변지인들이 추천하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제목이 저의 마음을 끌었어요.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 조금 나아질만 하면 다시 제자리인듯한 갈증스러운 마음을 잡았던 제목이었어요.
이력서를 쓰고 취업 사이트를 뒤지며 살던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방에서 보냈다. 놀고 자고, 심지어 밥까지 먹었다.
나는 서서히 방과 한 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발바닥은 말랑해져갔다.
탈출을 꿈꾸던 나는 그렇게 방에 갇혔다. 완전히. /p020
읽다가 내려놓고 다른 책을 읽기도 했고, 외출길에 들고나가 창밖을 보며 쉬어가며 읽기도 했습니다. 책의 앞부분부터 책의 제목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 살짝 버겁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던 책이었거든요. 어쩌면 몇 장 넘기지도 않아 읽게 되었던 몇 줄의 문장이 계속 맴돌아서였던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난 널 비뚤게 볼테다! 라고 맘 먹었던것 같아요. 아마도 작가가 여자였다면 마구 공감하며 읽었을테지요? 선입견때문에 좋은책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에선 중간중간 아주 조금만 공감하며 맘에 들었어요. (작가분에겐 미안..)
다시 시간의 변화에 주목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숨이 턱 막히고 가슴이 뻐근해질 때마다 가만히 시간이 그리는 그림을 들여다봤다. 신기하게도 거기에는 꼭 숨 쉴틈이 보였다.
나는 그 틈을 통해 숨을 쉬면서 먹먹함을 흘려보내고는 했다.
그건 이 도시에서 벌어지는 나만의 짧은 여행이었다. /p096
작가는 일상에서의 하루 하루가 여행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작가임에도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에 새벽2시를 취침시간의 마지노선으로 정해놓고 있는 그는 2시가 가까워오면 조급증이 온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잠이 오지않아 날을 새는 제겐 조금은 먼듯한 이야기였지만 어떤 마음인지는 살짝 이해가 가기도 했습니다.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담아낸 이 책은 한 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듯 했습니다. 나는 과연 이런 이야기들을 누가 읽게 될지도 모르는 책에다 적어내려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구요. 전 극소심 O형이기 때문에 절대로 하지 못할 거라는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이야기를,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그런 약한 모습을 과연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저자가 이야기하는 여행이야기, 그대는 어떻게 읽을지 궁금해집니다.
내게 하루는 여행이다. 매 순간이 새롭고, 눈을 돌리면 볼거리 천지다. 사람드른 흔히 반복되는 일상이라며 매일의 지루함을 호소한다. 나라고 안 그럴까. 여느 직장인에 비해 새로운 일을 자주 접하는 편이지만 똑같고 지루한 일이 되풀이 된다는 것은 비슷하다. 이럴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그 지루함을 깨려한다. 나만의 방법은 매일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것. 어제와 똑같은 시간, 장소라도 그 속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것은 없는지, 어제와 다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없는지 주의를 기울인다. /p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