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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박연준 | 장석주 (지은이) | 난다 | 2015-12-24 

 

걸어본다 일곱번째 이야기는 시드니를 향해 있다. 누군가는 걸어본 곳이고 또 누군가는 처음 걷는 곳이라는 시드니.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시드니를 경험한 한 남자와 시드니를 경험하지 못한 한 여자가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외지에서 함께 걸어본 기록을 한데 모은 책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점, 둘 다 시인이라는 공통점을 껴안은 채 그들은 시드니에 사는 한 지인이 빌려준 집에서 한 달을 살아보게 된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아마도 그 '살이'에 있을 텐데, 한 집에서 한 '살이'를 함께하면서 그들은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른가, 그럼에도 그 차이를 '사랑'이라는 것이 어떻게 극복하게 해주는가, 낱낱이 기록을 해나갔다. 그리고 이렇듯 한 권의 책으로 그 결과물이자 증거물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글이 만들어낸 결혼, 책이 거행시켜준 결혼식의 다른 이름이다. 이 소박한 잔치의 두 주인공. 남자이자 신랑은 장석주 시인이고 여자이자 신부는 박연준 시인이다.  / aladdin 책소개

 

새해를 시작 한 것 같지 않은 2016년을 시작했다.

읽을 책들은 쌓여있고, 꼭 읽고 싶은 책들도 산재해 있지만

중간중간 튀어나와 읽어야만 할 것 같은 책들이 있다.

걸어본다 시리즈를 2권 보유 하고 있고 한 권을 읽었지만,

이 시리즈를 읽으며 느낀 것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는것, 때론 내용을 모르고 읽는 책들이 더 깊이 다가올 때가 있지만

이 책은 책의 소개를 읽고나니 더 궁금해진 책 중 한권이다.

 

 

 

 

익숙한 새벽 세시 - 오지은 산문집

오지은 (지은이) | 이봄 | 2015-12-23

 

 

"서른다섯 오지은의 마음의 이야기들"
스물아홉의 여름, 홋카이도 청춘 여행을 다녀온 오지은은 자신과 꼭 닮은 첫 산문집 <홋카이도 보통 열차>를 펴냈다. 서른다섯의 겨울, 교토에서 보낸 날들과 일상에 관한 2년간의 기록을 담아 2집 앨범 '지은'에 수록된 노래 제목과 동일한 <익숙한 새벽 세시>로 다시 돌아왔다.

오지은은 자기고백적 가사와 특유의 목소리, 그리고 분명한 색깔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알려왔다. 마음에 오래도록 머무르며 위로를 건네는 그녀의 가사처럼, 이 산문집 역시 음악과 많이 닮아 있다. 어딘가에서 헤매는 마음들을, 막막한 나날들을, 형편없는 모습들을 그러모아 담담하게 들려준다. 스물에서 서른, 서른에서 마흔의 과정 속에 있는 이들이 깊이 공감할 만한 서른다섯 오지은의 이야기들. /aladdin 책소개

 

서른을 시작 한지 얼마 되지 않은것 같은데,

어느덧 마흔을 시작한 2016년

숫자가 낯설기만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작도 하지 않은 마흔의 시작

위로받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그녀의 글을 읽고나면 조금 진정이 되려나?

 

 

 

 

 

 

 

 

 

 

 

 

 

 

 

겨울 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 - 노희경

노희경 (지은이) | 배정애 | 북로그컴퍼니 | 2015-12-18

 

 

2015년 드라마 작가 데뷔 20주년을 맞은 노희경 작가. 그녀가 20년간 매일, 약 7300일간 고민하고 쓰고 고쳐가며 완성한 22편의 드라마와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명대사 및 명문장 200개를 골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유독 명대사가 많아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거짓말],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외에 작가의 단막극, 2부작 또는 4부작 드라마, 44부작의 장편 등 모든 드라마에서 선별한 명대사가 감성 캘리그라퍼 배정애 작가의 아름다운 제주 사진과 어우러져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책 뒤에는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22편의 드라마 목록과 작품 설명을 수록했다. /aladdin 책소개

 

 

[그들이 사는 세상], [괜찮아 사랑이야] 는 몇 번이고 봤던 드라마고,

주옥같은 대사들도 많아서 드라마를 보며 적어보기도 했었다.

노희경 작가의 명대사만 모아놓은 책이라면,

무조건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곁에 두고두고 읽을 책이 될지도.....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우다 도모코 (지은이) | 김민정 (옮긴이) | 효형출판 | 2015-12-05

 

 

 

오키나와 나하에는 독특한 서점이 하나 있다. 도무지 서점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시장 한구석, 겨우 손님 셋이면 꽉 들어차는 다다미 세 장 크기의 헌책방이다. '일본에서 가장 작은 서점'으로 유명한 이곳, 한 번 들으면 잊지 못할 그 이름은 바로 '울랄라'다.

저자는 자신이 왜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열었는지 진중하게 고백하지도, 시대를 뛰어넘는 책의 가치를 설파하지도 않는다. 그저 소소한 나날을 친구와 통화하듯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단골손님과의 대화, 전구가 나간다거나 자전거를 잃어버린 사사로운 에피소드, 책방에 앉아 구경하는 시장 풍경, 오키나와의 명절, 헌책 경매 시장 같은 처음 경험해보는 많은 일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이 쌓여가는 동안 그녀는 낯설었던 오키나와 생활에 시나브로 녹아들고 어느새 시장 사람들과도 끈끈해진다.

우물쭈물 망설이는 듯하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식인, 가끔 심드렁하고 종종 뜬금없고 꽤 건조한 그녀의 글에서 오키나와,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이 뭉근하게 배어난다./aladdin 책소개

 

 

책에 애정이 있어서 일까?

여행지에가면 모르는 활자라도 서점의 분위기를 꼭 둘러보곤 한다.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오키나와에 헌책방이라니!

한국에서도 규모가 작은 헌책방들은 유지가 힘들어 문을 닫고 있는 안타까운 마음이 있어서인지

오키나와의 헌 책방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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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데이즈 in 오사카 도시 여행 테마 가이드 3데이즈 시리즈
RHK 여행연구소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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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준비는 마음가짐부터!  하지만 마음먹고도 현실의 여건상 떠날수 없을때면 여행서 코너를 기웃거리게 된다.  대리만족이랄까?  다른이들의 여행에세이가 아닌 여행안내 가이드를 읽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준비하는 기분이 들기에, 종종 책장에 있는 책들을 꺼내들기도 하고 좀 색달라보인다 싶은 책이 있으면 읽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RHK 여행연구소 에서 실속 여행가이드북을 출간했다.  얇을거라곤 생각했지만, 이건 정말 이 책 한 권만 들고가도 바로 여행이 가능하게 짜여져 있다.

 

 

 


 

읽고 있던 책, 아이패드 미니와 비교사진, 정말 얇지 않은가?  여행가이드북이 두꺼운것도 좋겠지만 실상 여행지에서 필요한 건 이렇게 얇은 가이드북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내가 만들 수 밖에! 하면서 일정도 짜고 가봐야 할 곳, 이동경로 등등 신경써야할게 많은데 말이다.  시간이 없다면 여행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며 계획을 짜봐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알차게 짜여진 가이드북.

 

 

사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 여행지에서 낯선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찾아보고 검색해보게 되는지.... 여행을 준비해 본사람이라면 아마도 알것이다.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내게 필요한 일정들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현지일정에 따라 바뀌기도 하는게 여행일정이라 어떤땐 그러한 모든 과정들이 안타깝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한다.

여행을 다녀온 누군가가 실속있게 잘 짜여진 여행플랜을 만들어 준 것 처럼....먹거리, 쇼핑, 역사 유적지, 제일 중요한 교통편과 지도까지, 사실 책이 얇아서 걱정스러웠지만 오사카 여행을 생각하고 있던 내겐 너무 많은 정보로 고르고 골라서 일정을 짜야하는 다른 가이드북들보다 훨씬 유용한 책이었다.

 

 

 

일본은 도쿄만 3번 정도 방문했었는데, 오사카를 좋아하는 지인들은 계절마다 오사카를 방문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니.. 먹거리 외에도 오래된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고즈넉한 옛 가게들, 그리고 골목길들...

 

 


이정도의 안내라면 현지에서 지도를 구하고 동선을 파악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될 듯하다.

 

 

 

 

 

사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획만하다가 떠나지 못한게 열 번은 족히 되는듯 하다.  13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휴대성도 좋고 바로 들고 떠나기에 이보다 좋은 책은 없을듯 하다.  부족하다면 현지에서 인터넷의 힘을 빌어 조금 검색해보는 정도라면 충분히 즐거운 3일간의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떠나자! 마음먹고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여권 챙기고, 가방만싸들고 이 가이드북을 들고 떠나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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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 당신과 문장 사이를 여행할 때
최갑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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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끌어안는 방법은 많다.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시간을 견뎌내는 것.  오후 다섯 시의 유치원에서 아이가 도화지에 공룡을 그리며 엄마를 기다리듯,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시간을 견뎌내고 행복해지려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이 내게는 여행이다.  나는 여행이라는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쓰다듬는다.  /p14



유독 에세이에 집착하는 이유,  뭘까 한 번씩 생각해보곤 한다.  지금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나?  아마도...지금 내 삶을 그들의 이야기에 겹쳐보기도 하고, 때론 따로 떼어 나만의 방식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곤 한다.  많은 여행에세이들이 출간되고 있고, 그 중에 내게 딱 맞는 작가님중 한 분인 최갑수 작가의 신간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는 여행중 읽은 책들의 문장들을 여행과 삶, 사랑에 더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받아들고 조금씩 아껴 읽었는데, 다 읽고 표시해 둔 부분만 다시 한 번 읽으니, 또 새롭다.



'알아두면 좋을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이 쉽게 피곤해지는 요즘,

차라리 '책채가없는' 외톨이가 되는 것이 나을까 푸념해봤습니다.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진실하게도 만든다'라는 생각도 부쩍 드는 요즘입니다.  /p75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십대 시절보다는 이십대가, 이십대 시절보다는 삼십대가 나았다.  그리고 지금이, 과거 어느 때보다 낫다.  '그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다.  내가 여든이 되더라도 이런 마음일거라는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지금이 낫다. /p84



여행작가는 여행을 많이 해서 좋겠다. 라는 생각이 직업에 대입되면 일반 직장인들의 받는 스트레스 이상의 것들을 해결해야하며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직업이 과연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여행을 다니며 글을 쓴다는 건 개인적인 감상을 혼자서 본다고 생각할때면 쉽겠지만.... 그렇지 않고 직업으로 많은 이들에게 자신이 느꼈던 것을 이야기 해야한다면?  나 같으면 개인적으로 겁이나서 한 줄도 써지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사진도 좋았고, 그가 이야기 하는 책의 이야기와 여행지에서의 감상은 내가 마치 그 곳에 잠시 머문듯한 느낌을 들게 하기도 했다. (아마 감성이 흘러넘치는 새벽시간 조금씩 읽었기에 더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첫장을 넘기면 함께 여행하고 싶은          님 에게 라는 부분이 있다.   책을 읽으며 생각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 읽어도 좋겠다~ 라는 생각도...아마도 겨울, 기차여행을 할 시간을 계획 할 수 있다면 여행길에 읽고 그 자리에 놓고 내려도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선물 같은 이 책을 함께 읽었으면 하는 생각에.... 깊어가는 겨울, 조금은 외로움을 즐기며 읽어도 좋을책이었다.



그래도 우리의 사랑이(여행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사랑(여행)이 없다면 생이 얼마나 밋밋할까요, 지루할까요, 권태로울까요.  모험이 없으면 경이가 없는 법.  내가 당신에게 고백을 하고 배낭을 꾸려 여행을 떠나는 것도 이 때문이겠죠.  (지난번의 지루했던 사랑을, 위태로웠던 여행을 잊어버린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자, 어쨌든, 두 손을 맞잡고 국경을 훌쩍 다시 넘어서봅시다.  저 너머엔 우리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해줄만한 뭔가가 있겠죠.  오늘은 사랑하기(여행하기)좋은 날씨입니다.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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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스토리콜렉터 38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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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지인이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부인>이라는 꽤 귀여운 표지의 책을 들고 왔었다.   할머니가 스파이라구?  통상 스파이는 젊고 미남, 미녀를 생각하게 되는데... 할머니가 스파이?  호감도가 조금 떨어져서 패스! 했던 책이었는데, 이 책 의외로 재미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시리즈 도서라는데 중간부터 읽어도 무리가 없을듯해서 <폴리팩스부인 미션 이스탄불>을 겟!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가야, 하고 생각하면서 부인은 어깨를 곧게 폈다. /p19



전편에서 스파이로 활약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평범한 일상을 지내고 있던 폴리팩스 부인.  어느날 다시 급박한 임무에 투입된다.  어쩌면 너무 스파이 같아 보이는 사람보다,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가 임무에 적합할 때도 있는걸까?  책을 손에 든 순간부터 할머니가 주인공인 이야기답지 않게 긴박하고 숨가쁘게 페이지가 넘어간다.  조마조마 아슬아슬 하지만 폴리팩스 부인의 재치있고, 긍정적인 생각과 잘 맞아들어간 순간들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 속에 가장 중요한건 '사람'이라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분명 나쁜놈에게 유리한 순간에도  믿고 긍정적인 기지를 발휘하는걸 보면서, 저런 담대함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왕년의 미녀 스파이를 구출하기 위해 이스탄불로 간 폴리팩스 부인,  미녀 스파이를 노리는 전 세계의 스파이들이 다 모인 터키에서 생각지 않게 일이 꼬여버린 폴리팩스 부인.  스파이들이 난무하는 곳이라 믿을 만한 사람도 없고 CIA랑 연락할 방도는 없다.  현지에서의 상황만으로 탈출에 성공해야하는 상황.  폴리팩스부인은 어떻게 미녀 스파이를 탈출 시키고 자신도 그곳에서의 탈출에 성공할까?



저 멀리서 무에진의 기도소리가 고산지대의 맑고 청명한 공기 속으로 울려퍼지자자 부인은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이 순간을 꼭 기억해둬야지.  폴리팩스 부인은 생각했다.  나중에, 꼭 돌아와서 이 나라의 진정한 모습을 봐야지.

그러나 그때는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지리라는 것도 부인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 순간, 이름 붙일 수 없는 부드러운 깨달음이, 살아 있다는 기쁨이 밀려온 것은 지금 예기치 못한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위험끝에 찾아온 안전, 굶주림 끝에 찾아온 따뜻한 음식, 기진맥진한 끝에 찾아온 휴식 때문이었다.  새로 사귄 낯설고 멋진 친구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사람들이 꽁꽁 둘러치고 살아가는 안전이라는 것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건 삶을 가로막는 벽이었고, 기만이고, 터무니없는 망상이었다.  폴리팩스 부인은 이제야 산다는 것이 얼마나 풍성한 일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았다. /p183 



"사람의 인생에는 꼭 정해진 패턴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카르마라고 해도 되려나요.  인생이 다른 국면으로 돌아서려고 할 때마다 저는 마치 어떤 억센 손에 떠밀린 것처럼 다시 스파이로서의 인생으로 돌아왔어요. 아내 노릇도, 엄마 노릇도, 제 카르마는 허락하지 않았죠." /p299

 




어쩌면 인생을 살아본, 자식들도, 손주들도 있는 할머니의 입장에선 세상을 그래도 좀 살아본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사건들을 바라보기에 조금은 달리 보일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체력이 젊은 사람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고 힘들었을테지만 그러한 자신의 삶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즐기는 멋진 할머니.  도로시 길먼은 자신이 마흔세 살일 때부터 일흔일곱살, 무려 35년간 열 네 권의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를 썻다고 하니 이제 국내에 출간된 두 권의 책 말고 얼마나 많은 스토리들이 있을지 더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때로 인생에서 아무런 패턴도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그 순간, 상상도 하지 못한 우연의 일치가 찾아오기도 한다.  어떤 거대한 힘이 인생의 모든 출발과 도착을 끌어당기고, 조정하고, 배열하고, 짜 맞춰서는, 결국엔 엄청난 일을 성사시키고 마는 것이다.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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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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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센 강 위에 특이한 수상서점 종이약국.  상상속의 구상이지만 왜 강 위에 서점을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습기에 약한 책인데... 오랜 시간동안 괜찮을까?  이 서점은 사고 싶은 책을 그냥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서점 주인인 페르뒤씨가 손님의 증상(?)에 맞게 처방해주는 말 그대로 종이약국, 인 것이다.  의사겸 약사로 봐야겠지?  하지만 그 자신도 내면에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  어느날 잊고 살았던 편지 한 통이 그를 과거의 깊은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초반부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1984<조지 오웰>,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서정적 가정약방 <캐스트너>, 말괄량이 삐삐 <아스트리드 린드그랜>, 눈먼자들의 도시 <주제사라마구> 등등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종이약국이라는 가정이 의문스럽지 않게 많은 책들이 등장한다.



"손님에게 혼자만의 방이 필요합니다.  방은 너무 밝지 않아야 하고 손님에게 친구가 될 고양이가 있어야 하죠.  그리고 이 책을 천천히 읽으세요.  책을 읽는 틈틈이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죠.  손님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어쩌면 눈물이 치솟을 수도 있어요.  자신 때문에, 지난 세월 때문에.  하지만 그러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겁니다.  그 남자가 손님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아서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지금 죽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자신을 다시 좋아하게 될 겁니다.  자신을 추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될 겁니다."/p21



인기소설을 구입하러 왔던 손님에게 그녀가 원하는 책을 팔지 않으면서 페르뒤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삶들을 겪어보면 저렇게 원하는 책을 내 줄 수가 있을까?  그의 나이는 이제 쉰, 사랑에 실패하고 근 이십녀년간을 혼자 지내오면서 책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아마도 수상서점이라는 컨셉이 그의 깊은 내면 어딘가에 언제든 떠날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는 강위의 배.  라는데 있지 않을까?



"일단 조당 씨라고 부르기로 합시다.  괜찮죠.  조당 씨?  우선 나는 책들을 약처럼 팝니다.  수백만 명의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겨우 백 명의 사람만 소화할 수 있는 책도 있어요.  심지어는 단 한사람을 위해 쓰인 약도, 그러니까 책도 있죠." /p37



"책은 의사인 동시에 약이기도 해요.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죠.  손님이 안고 있는 고통에 맞는 적절한 소설을 소개하는 것, 바로 내가 책을 파는 방식입니다." /p39



책은 항상 충분할 것이다.  책은 읽는 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할 것이다.  책은 예측 불가능한 모든 것 속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삶에서, 사랑에서.  죽음에서도.  /p51



페르뒤 씨는 그 얇은 책을 집어 들었다.  조당은 여기저기 연필로 밑줄을 긋고 그 옆에 질문들을 써 놓았다.  책은 바로 이런 식으로 읽히고 싶어 한다.   독서는 끝없는 여행이다.  기나긴, 그야말로 영원한 여행.  그 여행길에서 사람들은 더 온유해지고 더 많이 사랑하고 타인에게 더 친근해진다.  조당은 그 여행을 시작했다.  이제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세상과 사물과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걸 가슴속에 품게 될 것이다.    페르뒤 씨는 책장을 앞으로 넘겼다.  거기,그 구절, 그 부분을 페르뒤도 유난히 좋아했다.  "사랑은 집이다.  모름지기 집 안의 모든 것을 이용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덮어두거나 '아껴서는' 안 된다.  완전히 사랑 속에 거주하면서 그 어떤 방도 어떤 문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다투는 것과 다정하게 어루만지는 것,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중요하다.  서로 단단히 붙드는 것과 다시 밀쳐내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사랑의 모든 방을 이용하는 것은 존재론적으로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령들과 냄새들이 그 안에서 제멋대로 설친다.  등한시된 공간과 집들은 음험하게 악취를 풍길 수 있다......" /p172



페르뒤가 이십대에 만나 불같이 사랑했던 마농이 홀연히 사라지고, 그녀가 보내왔던 편지를 읽었더라면, 그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이십년 후에나 개봉된 편지로 알게된 진실을 마주하고 파리를 떠나 그녀를 만나는 긴 여정에 오르면서 왜?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을 읽는것과 읽지 않은것.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책을 읽기 시작한지 몇 년 되지 않았지만 내가 더 나아졌다라는 생각은 아직 해보지 않았던것 같다.  어쩌면 작정하고 무엇인가 찾아보겠다고 작정하며 읽는것보다 자연스럽게 내게 스며들거나, 의문이 생기면서 알고싶어지는 책을 읽으며 찾아가면서 나만의 책이 되는게 아닐까?  페르뒤와 조당의 긴 여정에 대해서 쓰다간 스포일러가 될 듯하여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사실 2주넘게 들고 다니며 몇 장씩 읽다가 자리 잡고 앉아서 한 번에 읽어내려간 책이라 여운이 여느책 못지 않게 길었다  한 사람이 과거의 상처로 부터 회복하면서 새로운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읽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금은 생소한 독일 작가의 책을 종종 읽는 요즘.  니나 게오르게 와의 만남은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또는 한 해를 준비하면서 읽어보는건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말하는 걸 들으려고 질문해요.  아니면 자신들이 성취할 수 있는 뭔가를 들으려고,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말은 들으려 하지 않죠.  날 사랑해? 이 말이 여기에 해당돼요. 이 질문은 일반적으로 금지되어야 할걸요."/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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