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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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올해 들어 소설책 읽어본 게 손으로 꼽아볼 정도였는데,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개정판으로 재 출간된 이 책은 독일서 출간된 이후 약 10년 동안 오로지 독자들의 입소문으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라고 하니, 이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쾌락주의자 찰리는 지우고 싶은 과거가 꽤 많다.  절친의 남자친구와 실수로 잠자리를 갖기도 했고 술에 취해 원나잇스탠드를 하고 다음날 아침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이 행동은 이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부모님 몰래 학교를 중퇴하고 카페에서 알바를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생활을 부모님께 이야기할 자신도 없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은 내 이름을 무척 좋아하셨다! "샤를로타! 정말 예쁜 이름이구나!" 선생님들은 학년 초에 출석을 부를 때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학년이 끝날 때쯤이 되면 선생님들은 내 이름을 다른 톤으로 불렀다.  어딘지 신경질적인 톤으로 4학년 어느 날, 선생님께서는 "찰리라고 부르는 게 낫겠다.  너한테는 찰리라는 이름이 훨씬 잘 어울려"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그렇게 불리고 있다. /p13


그러던 어느날 동창회 모임 우편물을 받지만 잘 나가는 동창들을 보면 자신의 현실이 더 우울해질 것 같아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첫사랑인 모리츠가 찾아와 동창회에서 꼭 만나자고 하는 바람에 큰 용기를 내서 모임에 나갔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자신의 인생은 실패한 것만 같고 매일이 힘들기만 하다,  과거의 그 순간을 지울 수만 있다면 지금 내 모습이 이렇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러다 카페 사장인 팀의 주머니에서 명함을 한 장 발견하게 되고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선택적으로 지울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왜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계획도 없을까?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마치 우주 속을 떠도는 느낌이다.  출발선에 서서 제대로 된 인생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줄곧 인생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들처럼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 인생이 완벽하게 제대로 돌아가며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를.  그리고 지금과 같은 순간에는 내가 언젠가 깨어나서 '그런 순간은 절대로 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렵다.  나는 헛되이 기다렸고 그 사이 인생은 나를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깨달을까 봐.  /p34~35

"누구나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이 꽤 있죠.  언젠가 실패했던 일들 말이죠.  민망하고 창피했던 모든 사건들,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일로 만들 수 있다면?  만약 그런 모든 일을 우리의 인생에서 영원히 지워버릴 수 있다면?  마치 전혀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죠."/p122


내가 지우고 싶었던 그 순간이 사라지면 오늘의 나는 더 행복하고 내가 바라던 모습으로 살게 될까?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으로 삶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지면 좋겠지만 원하는 결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정말!  저자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봤을 이러한 상황을 책으로 집필했다.  찰리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지우고 싶었던 과거들을 선택해서 지웠고, 현실로 돌아온 자신의 삶은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이것은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고 지우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고 부끄럽게 생각되었던 자신의 인생이었지만 기억을 지우기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   읽을수록 가독성이 뛰어난 글이었고 위로와 지금의 삶을 생각하게 하는 면에서 성인들을 위한 '성장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기'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찰리가 이야기하는 음악들도 찾아 들어보는 것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또 다른 팁!



문득 어떤 생각이 분명해졌다.  이 한 가지 사건만을 삭제했다고 이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모리츠의 집 차고에서 내가 모리츠와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는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로 내 인생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나는 참한 여자로 모리츠 곁에 얌전히 있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사건은 어차피 일어날 수도 없었다. /p282~283

"어떤 일들은 바로 우리 코앞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걸려 넘어져도 못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어." /p373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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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 -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기술
로렌 헨델 젠더 지음, 김인수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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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달 들어 인간관계, 마음 관련 서적을 연달아 읽고 있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과연 '나' 본연의 사람이 맞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휴 잭맨도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책이라고 sns에 소개했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고 실천했으면 좋겠다고 추천사를 했던 책.   현재를 잘 살기 위해서 과거를 돌아보고, 진단하고, 지금의 나와 미래에 변하고 싶은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랄까?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실제의 나보다 보이고 싶는 내 모습을 '나'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늘 남 탓만 한다면 당신은 지금 갇힌 곳에서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문제에 당신이 핵심적으로 연루돼 있다면 오히려 어떻게든 빠져나올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좋은 소식이다.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장본인 아닌가?  누군가 뒤에서 각본을 짜고 당신을 위태로운 상황으로 밀어 넣은 게 아니다.  당신 인생에 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말고 없다.  다시 말해, 당신 인생에서 벌어진 일 가운데 당신이 관련되지 않은 일은 하나도 없다.....<중략>.....삶이 어떻게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어떤 사람과 삶의 일부를 함께 했는지 생각해보라.  그 모두가 당신의 책임이다.  불행히도 사람들은 자신은 피해자일 뿐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써 내려가는 인생에서 다른 사람이 나를 피해자로 만들 수는 없다.  스스로의 선택에 모든 일이 이뤄진 것이다. /p53~54

자신의 꿈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완전하고 자유롭게 볼 수 있어야 세상이 아니라 자신이 중심이 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내가 써 내려가고 싶은 현실은 어떤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질 때 당신은 현실을 온전히 관장하게 된다.  또 삶에서 원하는 모든 것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꿈 하나하나를 모두 성취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당신이다.  '어쩌면'이라는 말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p73


그냥 오늘을 살아라.  살아내느라 너무 애쓰지 마라, 또는 지금처럼 살면 안 된다 너를 위해서, 너의 행복을 위해서 너는 바뀌어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는 책들, 물론 책을 읽는 이의 선택에 따라 내가 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책은 비교적 잘 읽히는 편이고 4명의 사례자를 예로 들어 그들의 상황이 저자의 상담 과정과 그들의 노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한 번도 다가가 보지 못한 의식 수준의 세계가 있다.  그런데 그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그 세계에 일부러 다가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곳에는 우리 내면의 버릇없는 아이, 겁쟁이 치킨, 일기예보관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리의 특성, 살면서 만들어온 이론과 함께 지내고 있다.  이 책은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쓴 것이다.  당신이 자신의 마음과 목소리를 관리하고, 뇌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수집하고 선별할 수 있게 하며, 그럼으로써 당신이 원한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p102~103

우리 인생의 모든 부분이 매우 정신적이라는 것,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것, 우연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보이는가?  모든 부분에 아무런 통제권도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인생을 자동항법장치에 맡겨놓는 것과 같다.  정말 그렇게 사는 것이 좋은가?  나는 지금 당신을 자기 삶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으로 무장시키고 있다.  당신이 맞서는 것이 무엇인지, 반응하는 것이 무엇인지 완전하게 알아야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p145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나약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당장 오늘을 편하게 살기 위해 가면을 쓰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과장하고 행복한 척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정말 행복한가?  어떤 핑계를 대고 싶어도 현재의 내 모습은 누가 조정한 것도 아닌 나의 선택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수정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인생을 바꾸는 라이프코칭은 실제 사례와 읽는 이가 작성해 볼 수 있는 과정들을 실천할 의지만 강력하다면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도 명확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했던 글이었다.



인생 디자인은 평생에 걸쳐 이뤄지는 과정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학습하고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내가 제시한 여러 과제를 충실히 했다면 이제 당신은 자신의 진정한 임무가 무엇이고 전체적인 계획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당신이 현재하는 일 또는 하기 껄끄러워하는 일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도 알 것이다.  /p28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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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김지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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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고 밝은 것 같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책표지,  책을 받아들고 읽으려고 책을 드는 데까지 일주일 가까이 소요됐지만, 책을 읽으려고 펼쳤을 때가 감기몸살이 극도로 심해져있었던 때였음에도 책장을 쉽게 덮을 수가 없었다.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었고, 책속에 등장하는 상황에 있었던 나의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한때 아팠다고 생각했던 과거 속 나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기도 했다.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살지 못했다.  형제들 중에서도 맏이기에 '넌 첫째니까' '넌 언니잖아' 하며 알게 모르게 희생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며 성장했던 것 같다.  동생들을 생각해야 했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부모님의 착한 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내면의 나는 하기 싫은 일도 착한 언니, 착한 딸이 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은 속으로 삼키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말을 아끼며 살아왔다.



사랑은 숨겨진 창을 끄집어내 문을 열게 한다.

친구들과 놀 때와는 또 다른, 가족들과 지낼 때는 전혀 몰랐던,

혼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자신의 모습들이 연인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

사랑이란 상대를 향한 감정에서 시작해 결국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이 된다.

사랑이 하는 질문에 성실히 답하다 보면, 당신은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다. /p59


어느덧 부모님이 나를 낳으셨던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 들었고, 동생들은 시집 장가를 가서 조카들도 생겼지만 어른 아이인 채로 부모님 곁에 머물며 가족들과는 조금 더 가까이 살고 있다.   착한언니, 라는 가면을 쓴 나 때문에 동생들도 말하지 못한 상처들이 많았을 거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깊이 해보게 됐다.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도 한결 편안해진다.

오죽하면 당신이 말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왔을까.

하지만 계속 말하기를 포기한다면, 결국 당신이 제일 힘들다.

그러니 더 늦게 전에 슬픔을 말하자.

더 이상 슬픔을 혼자 슬프게 내버려 두지 말자.  /p87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올까?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가 쌓이게 되면 폭발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생각해보면 치열했던 그 싸움들은 모두 그런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끄럽지 않게 속내를 드러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매 간이 된 건 그런 치열한 시간들을 통과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십 대, 이십 대가 여느 집 못지않게 치열하게 싸웠고, 얼굴을 다시 마주하고 웃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시간들도 많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오히려 오늘의 우리를 더 돈독한 자매 간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잃어버린 관계, 어려웠던 관계,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저자 자신도 꽤 오랜 시간에 걸쳐 행복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니, 이 책을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며 사랑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싱글들 가운데 혼자 삶을 잘 사는 이들은 '함께'와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보다 더욱 풍요롭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들은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그들은 함께 낄낄거릴 사람이 많다.

그들은 함께이면서 혼자, 혼자이면서 함께를 잘 버무려 맛깔 나는 인생을 살아간다. /p298

 우리를 상처로 몰아간 사람들은 우리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삶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 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당신에게 당신의 삶을 재건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건의 힘은 당신을 아는 지식과 자기표현을 배워가는 용기 있는 여정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리될 때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슬픔은 끝날 것이다.  그러니 실컷 슬퍼하라. 슬퍼할수록 슬픔은 빨리 사라진다.

그리고 말하라.  당신의 슬픔에 대해서, 당신 자신에 대해서, 상대에게 바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그럴 때 진정한 관계는 시작되고 사랑은 빛을 발한다. /PROLOGUE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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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비밀노트 (띠지 2종 중 1종 랜덤) - 잠시 멈춰, 나를 어루만지는 시간
YM기획 엮음 / 베프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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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노트에 이런저런 생각의 조각들이나 그때의 감상을 적기도 하고 때론 요리 레시피를 적어놓기도 한다.  처음엔 책을 읽으며 따로 모아두고 싶었던 구절들만 적어두었던 노트, 레시피만 모아 정리하는 노트, 일기용으로 적었던 노트 등 사이즈도 종류도 다양하게 몇 권을 사용했었는데,  한두 달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지금도 책장 여기저기 꽂혀있는 노트들이 꽤 있다.  개중엔 꽤 많은 기록을 해두어 몇 장 남지 않은 노트도 있지만 몇 페이지 적지도 않고 놔두어 이어서 사용해야 하나 싶은 노트도 있었다.    요즘 시중에 출간되는 책들 중, 노트처럼 기록하는 사람이 적는대로 나만의 노트를 만들 수 있는 책들이 꽤 출간되고 있는것 같다. 



이 책은 내 마음 속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소중하게 꺼내어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버리고 반짝반짝 닦아내는 당신만의 감정노트 입니다.  거창한 이론이 담긴 심리치유서가 아닙니다.  결국, 당신의 감정을 알아주고 풀어주고 보듬는 건 스스로가 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별 거 아닌 이야기와 질문, 낙서들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스스로 묻고 답하며 끄적이고 그리면서 조금이나마 내 속을 채우고 있는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세상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감정 사용 설명서를 완성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프롤로그


 <내 감정 비밀노트>도 그중 한 권으로 책 속에 있는 물음들에 정답이 있지 않으며, 그 노트를 작성해 가는 사람이 활용하는 정도에 따라 '나'를 조금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는 개인적인 시간을 마련할 수 있고, 책의 곳곳에 QR코드를 찍으면 음악이나 영상 감상, 해당 페이지에 관한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순서대로 기록하지 않아도 좋다.  페이지를 펼쳐 때론 컬러링을 해보고, 때론 내 감정의 단어들을 체크해보기도 한다.  감정 일기는 생소했지만 기록하면서 조금씩 그 가닥을 잡아갈 수 있었고 감사일기는 한 번쯤 써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가끔 생각날 때만 염두에 두고 있던 항복이기도 했다.  어쩌면 내 마음을 들여다볼수록 별거 아닌 일인데 나 자신을 들들 볶아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마주하면서 내 감정을 마주 보고 다독이고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수고한 나의 마음에게 이 책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세상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내 감정 비밀노트>를 갖게 될 것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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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비의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김순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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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우리는 기호를 넘어선 무언가를 인식한다. 표기된 문자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행간을 읽는다는 말은 그러한 부분을 어떻게든 말로 하려고 한 사람이 고심 끝에 만들어낸 표현일 것이다. ‘읽는다’는 말에는 어딘가 또 다른 세상을 느끼려고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가 하면 열심히 읽으려고 하는데도 전혀 ‘읽어낼’수 없는 경우도 있다.   책을 펼치고 적혀 있는 사실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찾아보면서 읽지만 말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뭔가에 가로막힌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p23~24 낮고 농밀한 장소


소리 내어 읽고 싶은 책을 오랜만에 만나게 된 것 같다.   슬픔의 비의, 일본에선 영혼의 문장가로 불린다는 와카마스 에이스케의 대표적인 에세이로 책은 얇지만 결코 얕지 않은 문장이 문장을 되풀이해 읽고, 소리 내어 읽게 만든다.  2016년 상반기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11 대지진 이후 오랫동안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있던 일본인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자신의 인생에 닥친 고난과 슬픔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그 시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내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넌 그런 사람이잖아" 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조금은 불쾌해질 것이다.  물론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반론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철학의 시조라고 불리는 소크라테스는 철학이란 '무지의 자각'을 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정말 모르겠다고 느끼는 것이 철학의 원점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진심으로 알고 싶다면 마음속에 무지의 방을 만들어야 한다.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탐구를 계속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p29 끝을 알 수 없는 '무지'

읽는다는 것은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가 있다.  글로 된 말은 언제나 읽는 행위를 통해서만 이 세상에서 살 수 있는 생명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비유가 아니다.  읽는다는 것은 말을 탄생시키는 일이다.  /p94  꽃을 공양하는 마음으로


힘들었던 그 시간을 견디게 해주었던 건 그 어떤 것도 아닌 글, 일지도 모른다.  나조차도 책을 가까이하게 된 계기가 세상으로부터 격리되고 싶은 마음이었을 때 자연스럽게 가까이하게 되었으니까.   같은 책이 많이 있다고 해도, 내게 위안이 되는 책은 따로 있고 읽는 사람마다 밑줄을 긋는 부분은 다 다를 테니 말이다.  때론 기계적으로 읽어가고 있는 나를 보며 당황하기도 한다.  분명 읽었던 책인데 그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펼쳐보기도 했던 경험도 꽤 잦은 편이다.  최근에도 가벼운 글 위주로 읽다가 모 드라마에서 남자가 수면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여자에게 편하게 잠들게 해주고 싶다며 책을 읽어주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고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책을 읽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때 하게 되었고... 이 책을 읽으며 소리 내어 읽었던 문장들이 옮겨 적어보고 싶은 문장들이 꽤 많았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에 맞춰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상대방뿐 아니라 자신과도 점점 멀어지게 된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자신의 무력함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드러내면서 간절하게 변화를 바라는 게 아닐까 싶다.  변화한다는 것은 자신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미지의 가능성을 꽃피우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이다.  /p101  신뢰의 눈길

읽는다는 것은 표기된 글자를 해석하는 게 아니라 글자를 통해 그 진의의 깊이를 느끼는 것이며 글을 쓴다는 것은 미지의 타인에게 '말'을 전하는 행위이다.  언어란 '말'의 모습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p113  모사할 수 없는 그림


밤에 조금씩 아껴 읽었던 책, 대부분 짧은 에세이 형식의 글이지만 농밀하고 깊다.  되풀이 해 읽는 구절이 꽤 많아 소리내어 천천히 읽는 부분도 많았더랬다.  눈으로 천천히 읽고, 조용히 소리내어 읽고, 표시해 둔 부분을 몇 번이고 되짚어 다시금 소리내어 읽어봤다.
잠이 안오는 밤, 누군가 이 책을 조용히 읽어준다면 잠이 솔솔 올 것만 같다.  갈무리 해 둔 문장들은 손글씨로 옮겨적어봐야겠다.



시가 스며드는 것은 소설 속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모든 부분에 스며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시를 통해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시를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내면에 있는 시정이다.  시구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다른 모습을 한 시정이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영혼의 노래이다.  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또한 시는 살아있는 자뿐만 아니라 산 자와 세상을 떠난 자의 사이를 이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어느 순간, 시를 통해 침묵 속에서 그들과 만날 수 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p137  시는 영혼의 노래

고전이라고 불리는 서적들은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썼지만 동시에 개개인의 독자한테 보내는 편지 같기도 한 것이다.....(중략).....독자란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다.  작가도 느낄 수 없었던 진정한 의미를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의 심층까지 발견해내는 존재들이다.  이러한 고유의 역할이 독자들에게 위임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책을 펼칠 때마다 몇 번이고 상기해야 한다.  또한 문학이란 유리책장에 장식으로 꽂힌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영혼 속에서 벌어지는 단 한 번뿐인 경험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p161~162  문학의 경험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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