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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김지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강렬하고 밝은 것 같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것 같은 책표지, 책을 받아들고 읽으려고 책을 드는 데까지 일주일 가까이 소요됐지만, 책을 읽으려고 펼쳤을 때가 감기몸살이 극도로 심해져있었던 때였음에도 책장을 쉽게 덮을 수가 없었다.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었고, 책속에 등장하는 상황에 있었던 나의 모습들이 겹쳐지면서 한때 아팠다고 생각했던 과거 속 나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기도 했다.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살지 못했다. 형제들 중에서도 맏이기에 '넌 첫째니까' '넌 언니잖아' 하며 알게 모르게 희생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며 성장했던 것 같다. 동생들을 생각해야 했고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부모님의 착한 딸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내면의 나는 하기 싫은 일도 착한 언니, 착한 딸이 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은 속으로 삼키고 그렇게 보이기 위해 말을 아끼며 살아왔다.
사랑은 숨겨진 창을 끄집어내 문을 열게 한다.친구들과 놀 때와는 또 다른, 가족들과 지낼 때는 전혀 몰랐던,
혼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자신의 모습들이 연인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
사랑이란 상대를 향한 감정에서 시작해 결국 자신을 탐색하는 여정이 된다.
사랑이 하는 질문에 성실히 답하다 보면, 당신은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알 수 있다. /p59
어느덧 부모님이 나를 낳으셨던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 들었고, 동생들은 시집 장가를 가서 조카들도 생겼지만 어른 아이인 채로 부모님 곁에 머물며 가족들과는 조금 더 가까이 살고 있다. 착한언니, 라는 가면을 쓴 나 때문에 동생들도 말하지 못한 상처들이 많았을 거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더 깊이 해보게 됐다.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의 관계도 한결 편안해진다.
오죽하면 당신이 말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왔을까.
하지만 계속 말하기를 포기한다면, 결국 당신이 제일 힘들다.
그러니 더 늦게 전에 슬픔을 말하자.
더 이상 슬픔을 혼자 슬프게 내버려 두지 말자. /p87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 주변의 상황이 눈에 들어올까?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가 쌓이게 되면 폭발하는 순간이 오게 된다. 생각해보면 치열했던 그 싸움들은 모두 그런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끄럽지 않게 속내를 드러내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매 간이 된 건 그런 치열한 시간들을 통과하며 많은 이야기들을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십 대, 이십 대가 여느 집 못지않게 치열하게 싸웠고, 얼굴을 다시 마주하고 웃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시간들도 많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오히려 오늘의 우리를 더 돈독한 자매 간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잃어버린 관계, 어려웠던 관계, 그리고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저자 자신도 꽤 오랜 시간에 걸쳐 행복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니, 이 책을 통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며 사랑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싱글들 가운데 혼자 삶을 잘 사는 이들은 '함께'와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어떤 면에서 그들은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보다 더욱 풍요롭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들은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니다. 그들은 함께 낄낄거릴 사람이 많다.
그들은 함께이면서 혼자, 혼자이면서 함께를 잘 버무려 맛깔 나는 인생을 살아간다. /p298
우리를 상처로 몰아간 사람들은 우리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삶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 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당신에게 당신의 삶을 재건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재건의 힘은 당신을 아는 지식과 자기표현을 배워가는 용기 있는 여정에서 나온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타인과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리될 때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슬픔은 끝날 것이다. 그러니 실컷 슬퍼하라. 슬퍼할수록 슬픔은 빨리 사라진다.
그리고 말하라. 당신의 슬픔에 대해서, 당신 자신에 대해서, 상대에게 바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그럴 때 진정한 관계는 시작되고 사랑은 빛을 발한다. /PROLOGUE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