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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평점 :

과거엔 스포츠 선수로 명성을 날리던 이들의 현재는 안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 삶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이 불미스럽다고 생각하는 과거를 지워야만 했다. 선수들의 나약한 심리를 파고들어 그들을 최고로 끌어올려 주겠다고 유혹했던 센도는 자신의 트레이닝을 잘 따라오는 이들을 그의 말대로 최고로 만든다. 하지만 이내 자신들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손을 떼지만, 함께 트레이닝했던 선수 한 명이 자살을 하며 남긴 유서가 그들의 발목을 잡게 될지도 모르면서 자신들의 과거를 지우기 위해 센도의 집에 몰래 잠입했지만 순간의 사고로 센도를 죽이게 된다.
지켜야만 해. 유스케는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생활을 지켜야만 한다. 행복해하는 사요코가 자신과의 결혼을 후회하는 일만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p54
한밤중, 호숫가 별장에 불이나고 총상을 입고 타버린 사체와 별장 뒤편에 기묘한 창고가 발견된다. 단순한 강도살인 사건으로 끝날 수 도 있었던 이 사고는 창고를 조사하러 갔던 경찰이 사체로 발견되고 그 방에 있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게 밝혀지고, 그 누군가가 의사인 센도가 트레이닝했던 육상 선수이자 비밀병기인 '타란툴라'라는 게 밝혀진다. 악마의 실험을 통해 인간의 신체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탄생한 괴물 같은 존재. 자신을 트레이닝 했던 그가 타인들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을 지켜본 그녀는 그들을 향한 추격을 시작하는데...
완벽한 생활이었다. 단 하나만 빼고....
다쿠마는 다리의 움직임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그날 밤의 불꽃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센도의 죽음. 왜 이제 와서.... 솔직한 심정이다. 다 지난 일인데 왜 지금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나. 다쿠마는 똑바로 누워 팔을 들어봤다. 지금은 꽤 약해졌지만 예전에는 세계 기록에 육박했던 팔이다. 그 근육의 비밀만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밝혀져선 안 된다. 아니, 자신이 존경하는 장인과 사랑하는 아내에게만은 알리고 싶지 않았다. 만약 사실을 알게 되면 그들의 꼿꼿한 성격으로 미루어 보건대 틀림없이 자신을 경멸할 것이다.
그것을 숨길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듯 해야 한다. /p105~106
그 남자는 아주 교묘하게 준야를 악마의 세계로 이끌었다. 당시는 준야도 마치 마법사를 만난 것만 같았다.
"내가 말하는 대로만 하면 돼. 나를 믿어라.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센도는 때로 다정하게, 때로는 위압적으로 대했다. 마치 자기 마음의 움직임을 꿰뚫어보는 것만 같았다. 그 남자가 말한 대로 하면서 실제로 오랜 염원을 이룰 수 있었다. 신기록, 일본 대표, 국제무대 등등.... 덕분에 준야는 명예와 안정된 생활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달렸던 걸까. 준야는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그게 자신의 능력이었을까? 아니면 이기기 위해?
누가 누구를 이기기 위해.... 나는 이길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달리지도 못했던 것인지 모른다. /p197~198
유스케, 쇼코, 준야, 다쿠마 이들은 자신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센도가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들의 자료를 지우고자 했지만 더 큰 사건에 휘말리고 센도가 트레이닝하던 비밀병기 타란툴라에게 쫓기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든 센도의 캐릭터와 그가 트레이닝하던 타란툴라가 여자라는 점, 그리고 실내에서만 훈련하며 지내던 그녀가 일본 시내에 스며들어 이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그 과정이나 묘사도 생생하게 그려질 듯 잘 표현되고 있다.
자신에게 약은 도대체 무엇일까... 쇼코는 거실에서 도쿄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생각했다. 그것은 분명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해주었다. 영광을 가져다주었고 화려한 세계로 이끌어주었다. 물론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다소 잃는 게 있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약과 만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중략>... "여기서 물러설 수 없어."
도쿄의 야경을 바라보며 쇼코가 중얼거렸다. 애써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이쯤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더욱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수밖에 없어. 누구든 방해하게 둘 순 없어. /p357~358
마지막 즈음,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과 타란툴라가 센도에게 길들여지게 된 과정은 한 사람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름조차 없었던 그녀도 그 그가 하고자 했던 실험을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을까? 마지막 결말 한 페이지에선 그녀에 대한 안타까움에 추격자였던 타란툴라에서 안타까운 한 명의 여자로 기억하게 됐다. 3년 전, 초겨울 즈음 전자책으로 읽었던 <아름다운 흉기>를 책표지 리커버판으로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어렴풋하게 기억에 남아있던 줄거리가 있어서 읽는데 더디지 않을까 싶었는데, 책장을 펼치는 순간 다음 장면이 궁금해져서 멈출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릴러.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 어디까지 치닿을 수 있는지를 꽤 속도감 있는 전개로 읽을 수 있었던 스릴러였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