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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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하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감정이나 감각이 무디다.라고 한다.  무관심 (관심이나 흥미가 없음) 과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르다.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 피하고 싶은 상황이 닥치면 기민하게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무관심한척했다. 



제가 이 책에서 말하는 둔감력이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합니다.  그저 몸과 마음이 둔한 사람에게 "둔감력이 있다." 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부디 그 뜻을 오해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물론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둔감력의 진정한 의미를 자연스레 깨닫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 들어가는 말


어쩌면 실제로 그 상황에 바로 무관심 모드로 전환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신경은 날카롭게 무관심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곤두서 있곤 해서 피곤한 상황을 만들곤 했는데,  이 상황의 극심함은 꽤 오래전 마지막 직장생활을 할 즈음이었다.  일상생활도 꼬여있었고, 직장에도 나에게만 예민하게 잣대를 드리우는 상사 때문에 출근하는 게 고역이었으며 개인적으로 건강 상태도 많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어 퇴사를 결심하는 데는 2개월이라는 시간도 걸리지 않고 거짓말처럼 극심한 편두통도, 건강도 몇 개월만에 좋아졌고 15kg 정도 급격하게 늘었던 체중도 6개월 만에 정상체중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나에겐 상황을 바꾸면서 마음도 둔감해졌던 게 아닐까?



오감 같은 다양한 감각 기관도 너무 예민하면 손해입니다.  둔감한 사람은 예민한 사람보다 에너지를 덜 소모하면서 느긋하고 편안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습니다. /p60

둔감한 마음은 연애에도 꼭 필요합니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 할 때 둔감함은 강력한 무기이지요.  진심에 둔감력까지 겸비한다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입니다.  둔감력 없이는 사랑의 여신을 차지할 수 없습니다.  /p120


저자는 긍정적인 마음과 강력한 둔감력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시대라 이야기하고 있다.  안달복달하는 마음도, 예민해지는 마음도 모두 더 잘하고, 잘 살고 싶어서 아닐까?  사람의 신체도 어느 한 군데만 뛰어나면 극도로 예민하고 피곤해진다고 한다.  사람의 성격도 그렇지 않을까?   외부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내 마음은 내가 다스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예민한 사람보단 조금 둔감한듯한 사람에게 더 끌리게 되는 것도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타고난 성격도 있겠지만 부러 나를 다그치며 살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때론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아도 편하게, 나답게 살아보는 건 어떨까 싶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험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말을 듣더라도 예민하게 대처하지 마세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왜 질투하는지 헤어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끼세요.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p194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무엇이든 받아주겠다는 아량도 필요합니다.  작은 일을 시시콜콜 따지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면 둘 다 숨이 막혀서 머지않아 사이가 틀어지고 말죠.  늘 사랑하며 사이좋게 지내려면 어느 정도 상대방에게 관대해져야 합니다.  이런 둔감함이야말로 사랑을 오래오래 유지하게 하는 연애력입니다.  /p20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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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 들으면 두 번 말하라 - 영리한 인생을 사는 50가지 기술
와카오 히로유키 지음, 김현영 옮김 / 마음서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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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 중요하다.  하지만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닐까?  하루를 마감하고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다가도 문득 오늘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던가... 하고 생각하는 날들이 있다.  '그 말은 하지 않는 게 나았을 텐데.'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이야기할걸.' 하는 후회를 하는 날이 가끔 있다.   자기개발 서적을 가끔 찾아 읽게 되는 건, 때론 말보다 더한 위로를 받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쩌면 행복은 당신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혹시 밖에서만 행복을 찾고 있지는 않나요?  행복은 늘 당신곁에 있습니다.  당신의 행복을 깨닫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p00

인생의 최후를 의식한다는 것은 죽음을 생각한다기보다 오히려 죽음을 전제로 한 적극적인 삶을 생각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 세상에는 고민에 억눌려 무거운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만약 인생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살아간다면 그런 사람들의 의식이 극적으로 달라질 겁니다.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일은 곧 삶을 생각하는 일입니다. /p015


참 많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보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 합리화하면서 흐지부지되는 일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때론 시작도 하지 않은 일을 시작해봤자 중도 포기할 것 같아서, 보나 마나 안 될 거야.라는 생각에 생각만 오가다 접은 일도 많았을 것이다.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겨 적기도 하면서 나도 이렇게 해봐야지,라는 결심은 한 달이 채 못 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행복한 시간도, 불행한 시간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항상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항상 행복해 보이는 삶은 작은 기쁨에도 큰 행복을 느끼며 감사해합니다.  반대로 항상 불행해 보이는 사람은 자그마한 일에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늘 자신의 불행을 한탄합니다.  결국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  사소한 것에서도 기쁨을 찾을 줄 아는 것, 그것이 행복을 발견하는 방법입니다. /p067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 양면이 존재합니다.  나쁜 면을 피해 다니려는 삶의 태도는 때론 좋은 면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까지 앗아갑니다. /p006  책을 읽고,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도전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이유도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오늘 삶을 살아가는데 만족스러운 마음을 갖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에 대한 척도가 저마다 다르고 삶에서 추구하는 것도 다를 것이다.   소제목은 영리한 인생을 사는 50가지 기술 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보다 조금 더 산 저자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인생 팁! 정도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의 당신을 만든 것은 바로 과거의 당신입니다.  지금이 행복하다면 과거의 자신이 애써온 덕이고, 지금이 행복하지 않다면 과거의 자신한테 그 책임이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노력한다면 미래의 당신이 행복해집니다. /p08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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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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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그녀는 죽는다.  나는 그녀의 묘석으로 살기로 했다." 

일본 여행차 왔던 기쿠에 고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로스앤젤레스에 그녀의 사후정리를 하기 위해 방문한 겐야는 올컷가의 변호사에게 자신이 400억 원이 넘는 유산의 상속자이며,  지워진 마지막 몇 줄의 문장의 내용은 겐야를 놀라게 했다.  어릴 적 백혈병으로 죽은 걸로 알고 있었던 고모의 딸 레일라 요코 올컷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니?



"병원에서도 들으셨겠지만, 올컷 씨의 폐에는 물이 조금밖에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올컷씨가 몸을 담그고 있던 온천물입니다.  큼직한 편백나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협심증 발작이 일어났고 몸이 앞으로 살짝 기울어 얼굴이 반쯤 물에 잠겼지만,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몸은 편백나무 욕조 가장자리에 기대고 있었고요."  /p8


부호들이 해안가를 따라 고풍스러운 집과 거목들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된 집들이 모여있는 랜초팔로스버디스로 이사하고 얼마 안 돼 남편 이언 올컷이 췌장암으로 사망하고 홀로 살고 있었던 고모의 죽음은 유산상속과 자산 처리 문제, 고모의 지인들에게 알려야 할 부고 소식 등 웬만한 정리만 하면 떠나려고 했지만 고모의 유언장에 지워진 몇 줄에 의문을 갖게 된다.  '레일라가 살아있다면?' 고모는 찾지 못 했던 걸까?  그러다 고모가 여기저기 숨겨놓은 작은 단서들을 발견하게 되고 사립탐정에게 의뢰해 레일라의 생사 여부를 찾아보기로 결정한다.  미국 전역에서 매년 약 백만 명이 행방불명되고 그중 85%가 아이들이라고 한다.  어쩌면 무거운 이야기 일 수도 있겠는데?



겐야도 모순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과민한 체질인데도 어른이 되고 나서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 적은 없다.  하지만 겐야는 이 올컷가에서 별안간 느끼는 불안한 낌새, 희미한 나쁜 기운이 점차 자신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두려웠다. /p139


대형마트에서 실종됐던 레일라.  하지만 이날 근처에서 대형 사건으로 수사망은 어수선했고 어디에도 레일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모의 장식장으로 쓰이고 있던 비밀상자에서 10통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어쩌면 레일라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된다.  진실이 드러날수록 고모의 삶이 비극적으로 다가오며 갑작스러운 죽음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선택했다고 하지만 너무 가혹한 운명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그럴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그녀의 삶이 안타깝기만 했다.  칭찬하고 또 칭찬해주면 나무도 풀꽃들도 마음이 있어 답을 해줄거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이 기쿠에 고모가 오랜 시간을 외롭지 않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어린 소녀, 유괴, 성적 학대, 가정 내 폭력과 의문의 죽음이 있지만 이  작품은 정원에 가득한 작은 꽃들과 나무를 비추는 햇살처럼 따뜻했다.  바다가 보이고, 스프링쿨러가 돌아가는 꽃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이 있는 카페에서 햇살을 받으며 오랜 시간 읽고 싶은 글이었다.



속삭이는 소리를 전혀 내지 않았던 어젯밤, 겐야는 꽃과 풀들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그러자 풀꽃들이 답했다.  꽃밭에 은밀한 수런거림이 미풍처럼 일었고, 겐야에게 그것은 풀꽃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로 들렸다.   

"예쁘구나.  너희들은 생명의 혼이야.  우주의 일원도 아니고 우주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야.  우주 그 자체지.  너희들이 우주인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어."  ....<중략>....온화한 바다의 파도 소리 속에서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웅성거림이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겐야는 젖은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어루만지며 의자에서 일어나 짙은 오렌지색 거베라의 꽃잎을 만졌다.  도라지의 줄기에 가까운 부분도 살짝 만졌다.  만지면서 예쁘다, 아름다워, 하며 계속 말을 걸었다. 

그것은 아주 어렸을 때 겐야가 할머니에게 배운 비밀 의식이었다. 

- 꽃에도, 풀에도, 나무에도 마음이 있단다.  거짓말 같으면 진심으로 말을 걸어보렴.  식물들은 칭찬받고 싶어 한단다. 

 그러니 마음을 담아 칭찬해주는 거야.  반드시 그러면 응해올 거야.  /157~158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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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도서관
김이경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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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서적 같은 제본을 한 <살아있는 도서관>.  책표지의 디자인도 만족스러웠지만 이 책은 책의 펼침이 좋아 앉아서도 누워서도 편하게 들고 읽었던 책이었다.  책이 구겨지거나 더럽혀지는 게 싫어 책도 쫙 펴지 않고 살짝 들고 읽는 편이라 마음껏 책 사이를 펼쳐가며 도서관의 이야기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모래의 책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도서관과 관련한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단편보단 긴 호흡의 소설을 선호했지만 책, 도서관,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 글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며 책장 넘기는 손길과 글을 읽는 눈이 바빠지기도 했던 책이었다.



깊은 혼몽에서 그를 깨운 건 눈부신 황금빛이었다.  에스파냐 정복자의 사나운 손길을 피한 단 한 권의 책, 황금으로 쓰고 황금으로 장식하고 황금으로 장정한 마야의 황금 책이 머리맡에 놓인 순간 모리스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책은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애무의 대상이며,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는 것임을.  /p40


사람이 책이다.  책을 만든건 사람이지만 그 책을 파괴하고 악하게 만든것도 사람이다. 무지한 사람들보다 글을 읽을 줄 아는 지식인들의 책에 대한 핍박이나 수집중독은 가히 놀라울 정도여서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책이었다.   다양한 시대,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12편의 단편들을 읽는 동안 책을 읽는 호흡이 끊김이 없이 꼭꼭 씹어 읽으려 했던 글이기도 했다.   필사로 옮겨적고 싶은 단편도 몇 편 있어서 갈무리 해두기도 했다. 



1880년 영궁의 인쇄업자이며 서지학자인 윌리엄 블레이즈는 <책의 적>이라는 유명한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물, 불, 벌레처럼 책에 해를 끼치는 비인간적 요인들과 함께, 책을 훼손하는 제책사, 서적 수집광, 하인과 아이들을 책의 적으로 고발했습니다.  그가 지적했듯이, 책을 파괴하는 적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물, 불, 먼지, 심지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좀조차 책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책은 그만큼 연약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블레이지는 여러 적들을 열거한 뒤 진짜 책의 적은 인간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렇습니다.  책이 가진 힘이 자신을 무너뜨릴까 두려워한 나머지 책을 해치고 없애려 했습니다.  /p170

책을 읽는다는 건 자랑할 일도, 부끄러워할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책임은 반드시 느껴야 하는 일이죠.  이런 생각 때문인지 요즘은 전처럼 책을 많이 읽지는 않습니다. /p181


 책이란 꼭 글로 남겨지는 것만이 책이냐는 페이지를 읽으면서 옛날 이야기나 입으로 전해져 오는 구전, 또는 오디오북들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단편을 읽는 동안 책, 도서관,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즐거웠다면 소설 속 책 이야기 는 앞의 단편들에 대한 부가 설명을 하는 부분이다. 종이와 책의 역사, 때론 실질적인 역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냈고, 실존 인물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영감을 얻어 쓰이기도 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는 완벽히 무심한 상태에서 서가를 둘러보았다.  책 한 권을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떤 책이든 한 권을 골라 저쪽 햇빛이 비끼는 창가 책상에서 책을 읽는 몇 사람처럼 책을 펼치고 앉아 있고 싶었다.  그들은 실제로 책정을 넘기면서 책을 읽는지, 펼쳐놓은 책장을 햇빛에 말리면서 졸기만 하는지 누구도 모른다.  그녀는 그들처럼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 없이 앉아 있고 싶었다.  그러려면 한 권의 책이 필요했다.  /p199

책들이 있었고 읽고도 싶었으나 읽을 책이 없었다.  그녀가 마음 둘 한 권의 책이 없었다. /p203


 가끔 나만의 도서관을 가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이사를 하면서 대대적인 정리를 하기도 했고 10년 가까이 소장하고 있으면서 읽지 못한 책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일에 집중하는 시간 말고는 대부분 책을 읽거나 책에 관련한 글을 찾아 읽었다.  때론 책장 앞에서 읽고 싶다고 생각했던 책을 빼들었지만 몇 장 넘기지 못하고 말기도 했다.  책 읽기에 대한 슬럼프가 올 때, 시대를 넘나들며 기발하고, 어처구니 없으며, 때론 참혹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치밀하고 다채로운 구성, 다양한 문체로 읽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도서관>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살아있는 도서관> 관심 가져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어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면서 꽤 오랜 세월을 보냈다.  회의가 든 날도 많았다.  세상은 고사하고 사람의 작은 잘못도 바로잡지 못하는데 책이 무슨 쓸모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책을 권하고 다독을 상찬하는 세상이지만 나는 책에 대한 불온한 상상을 쓰고 싶었다.  모두 좋다고 하면 괜히 어깃장을 놓고 싶은 타고난 심술 때문이기도 하고,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은 건 없다는 몸에 밴 비관 탓이기도 하다.  나아가 책이란 본래 불온하고 위태로운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매일 도서관에 가고 지친 눈에 찜질을 해가며 책을 읽지만, 내가 정말 읽고 싶은 것은 당신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는 당신의 등 뒤에서 책만 보고 있다.  부끄럽다.  미안하다. 고맙다.  /p261~262  작가의 말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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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블 가족 - 2029년~2047년의 기록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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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어느 날, 중산층 맨디블 가족은 미국 대통령 알바라도의 연설을 듣고 크게 당황한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 동맹국을 상대로 무혈 전쟁을 선포한 것.  하룻밤 사이에 달러 가치는 폭락하고 새로운 통화가 이를 대체하면서 정부는 보복성 채무불이행까지 선언한다.  개인 자산인 금을 나라의 재화로 인정하며 순순히 국가에 내어놓을 것을 종용하고, 무력으로 그들이 숨겨놓았을 금을 찾기 위해 무력으로 협박을 가하기도 했다.  맨디블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97세의 더글러스, 73세 소설가 에놀라, 중년의 사회복지사 플로렌스, 늘 경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13세의 소년 윌링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스택하우스 가족은 또한 복작거리는 책들도 모조리 없애버렸다.  캐럴가든스에 위치한 그녀의 지저분한 3층 벽돌 친정집에는 층마다 책들이 정신없이 들어차 있었다.  줄줄이 벽면을 뒤덮은 낡은 책등만큼 고루해 보이는 것도 없었다.  다 읽은 책을 왜 3차원으로 보관해야 한단 말인가?  과시용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손가락 하나로 의회도서관을 둘러볼 수 있게 된 시대에 이미 써버린 물건을 수많은 상자에 욱여넣고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겨 다니는 것은 계란 껍데기를 싸들고 이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p35

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주택지의 마당이 텃밭으로 개조되고 있다고 했다.  채무 포기 이전에 미국 최대의 작물은 잔디였다.  옥수수의 세 배, 뉴욕 주 전체 면적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러나 잔디는 먹을 수 없었다.  비트 재배로 추세가 바뀐 것은 대단히 합리적인 일이었다.  활력 넘치는 시기.  근면한 시기였다.  나중에 비해 훨씬 나은 시기였다. /p326


일시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경제 불황은 지페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생필품이나 먹거리조차도 구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르고 물가도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돈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자산의 가치가 얼마인지조차 모를 정도의 재력가였던 더글러스도 무너지고 그런 경제 공황상태에서 휩쓸리지 않고 시대의 흐름을 바로 보고 흔들리지 않았던 플로렌스가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글의 초반부에서부터 등장했던 책이 짐이 되는 시기, 전자기기로 또는 해적판으로 쉽게 글을 구해서 읽을 수 있지만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  나도 전자기기를 들고 있지만 아직은 종이책으로 읽는 글이 더 좋다.  10년 뒤, 종이책은 얼마나 생존하고 있을까?



"강탈당하는 건 감정적인 경험이야.  그저 갑자기 배를 살 수 없게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감정에 큰 상처를 입는 게 문제지.  게다가 우린 외부인들에게 강탈당한 게 아니고 우리 정부에게 당했어.  채무 포기는 정부와 미국 국민들 사이의 유대, 애초에 그리 탄탄하지도 않았던 그 유대를 결딴낸 거야."

윌링은 어깨를 으쓱했다.

"모든 정부는 국민들의 재산을 빼앗아요.  그게 정부가 하는 일이죠. 왕이든 뭐든 그들도 다 그랬어요.  이번에 대통령은 한꺼번에 한 것뿐이에요.  어쩌면 야금야금 강탈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적어도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알잖아요."

"오물통이지." /p338

이 부드러운 초록색 통화는 손해와 이익, 성취와 무능, 주의와 경거망동, 계산과 방종, 자비와 악의, 착취와 피착취에 대한 그녀 자신의 경험과 불가분의 관계로 묶여 있었다.  따라서 최근에 그린 에이커 팜에 갔다가 이 조잡하고 가짜 같은 지폐를 거슬러 받았을 때 플로렌스는 약탈당한 기분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모욕당한 기분이었고 미국이 걱정되었다.  그저 가치의 상징에 불과한 종잇장의 완전성을 타협함으로써 나라 전체의 가치가 하락하기라도 한 듯이 말이다. /p353


외부가 아닌, 나라로부터 배신당한 국민들.  치솟는 세금과 이자는 점점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채무를 값지 못해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는 이들도 발생하게 된다.  나라가 책임져주지 않는 국민들의 복지, 나아질 거란 기대로 버티지만 그 시간들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하며 체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된다.  통화의 위기가 가족들의 삶까지 덮치면서 맨디블 가족은 플로렌스의 좁은 집에 모이게 되고 위기의 시기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국가가 국민을 책임지려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을 쥐어짜내는 국가라면 살기 위해서라도 나라를 버리고 살만한 곳을 찾아갈 것이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든다.  라는 소제목이 읽는 내내 계속 떠돌았던 <맨디블 가족>  만약 11년 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시기가 닥친다면 <맨디블 가족>이 그 시기를 관통 한 것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잘?  그 상황을 더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젊은 사람들은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 돈을 갖고 싶어 하지.  옷과 액세서리, 그리고 경험과 전율을 사기 위해서 말이야.  늙은 사람들이 돈을 갖고 싶어 하는 이유는 한 가지야.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기 위해서지." /p505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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