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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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너무나 눈길을 끌어 다른 책표지 글들은 눈이 좀 적응된 후에야 들어왔다.  <임신 캘린더> 어? 이걸 왜 내게?  하며 가우뚱 하며 책표지며 작가프로필을 보니 책의 제목 책속 단편 제목중 하나였던 것이다.  나도 보유중인 도서인 <박사를 사랑한 수식>의 오가와 요코의 또 다른 작품.  그녀의 책은 <임신 캘린더>가 처음으로 읽게 되는 소설이라 약간의 기대감도 있었다. 
 

"투명한 악몽처럼 오싹한 세 편의 소설이다."

 

책표지 이 한줄의 문구가 약간 망설이게 했다.  워낙 공포물이나 잔혹스릴러와는 담을 쌓고 있는지라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 안의 내용을 휘릭~ 들춰보았는데 그런 내용들은 아닌것 같다.  "그럼 무슨 내용이지?" 더욱 궁금해진 책의 내용.  책은 세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임신 캘린더/ 기숙사 / 해질녘의 급식실과 비 내리는 수영장

 

임신 캘린더/

임신을  한 언니, 여동생, 형부 이 세명이 주요인물이며 임신을 한 언니의 심리상태를 보는 동생을 화자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일상적으로 알고있는 '임신' 하면 두가지가 떠오른다.  모든 이들의 축하를 받는 축복받는 임신,  축하받지 못하는 임신.   <임신 캘린더>에서 임산부인 언니의 심리는 임신을 타인의 일인것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몸에서 자라는 새 생명을 '생물'이라 지칭하기에 이른다. 

 

 "이 안에서 제멋대로 쑥쑥 자라고 있는 생물이 내 아이라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가.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어서 도망칠 수 없어.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도중에, 입덧과 M병원과 이 남산 같은 배, 그런 것 모두가 마치 환영인 것만 같은 순간이 있어.  그 순간, 에이 다 꿈이었잖아 하면서 기분이 후련해져.  그런데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내 배를 보면 다시 우울해지는 거야.  아아, 내가 이 아기와의 만남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 수 있어." -64  '

 

어쩌면 '임신' 어쩌면 당사자에게도 축하받을일 만은 아닌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이 감당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이 기혼자의 임신은 '축하받는 일' 이라고 각인 된건 아닐까?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엇 도망칠 수 없어." 언니가 임신에 대해 표현한 말이 처음엔 '뭐 이런사람이 있지? 싶었지만 그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왠지 그럴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모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자의 심리에 대해 날카로울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 임신에 대한 새로운 작가의 시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임신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중인 언니에게도 임신이란 2년간의 기초 체온표의 변화, 입덧으로 음식을 멀리해야하는 요인이며, 초음파를 통해 볼 수 있는 사진이다.

 

이런 언니를 곁에서 보살피는 동생의 무던함도 눈여겨볼만 했다.  언니의 심한 입덧에도 무엇이든 먹이고자 노력하고 집안에서 나는 음식냄새를 괴로워하자 정원에서 밥을 먹는다.  절대 반항하지 않는 동생.  그저 언니 옆에 있어주며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   그리고 언니의 남편도 아내의 임신을 방관? 지켜보는 제 3자 같다.  설레임도, 거부반응도 없지만 아내의 기분이나 몸상태에 대해 새로운 상황이 되면 조용히 있는것으로 상황을 대처한다.  임신이란게 뭔지 알기나 하는걸까?

 

등장인물 누구도 생명의 존엄이나 부모가 되는 기쁨, 책임감, 아이의 장래에 대한 희망이나 현실감을 볼 수 없다.  어쩌면 우린 그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보존이나 종족의 보존은 생물의 본능이라고 배웠지만 우린 본능적인 행동에서 점차멀어지고 있다.  태어난 아기들은 다 이쁘다.  그 아기들을 이뻐 할 줄은 알지만 막상 한 생명을 책임지고 키워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큰 것 같다.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투명한 악몽 처럼 오싹한' 감정을 얼핏 알 것도 같다. 

 

책에는 세편의 단편에 세명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세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느낌은 책 표지 짧은 한줄로 표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듯 하다.  때가되면 찾아올 기다림의 끝.  출산, 멀리 떠난 남편과의 재회, 결혼은 어쩌면 여자에게 인생을 살면서 한번은 거쳐야 하는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낯설고 두려운 미지의 세계.  저 편엔 미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늘 도사리고 있다.  그 끝을 보기 전까진  미래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늘 곁에 있는것 아닐까? 

한번 읽었을때는 '뭐지?' 했던 책의 내용이 두번 읽었을때 곁에 살짝 와 닿았다.  하지만 아직도 정리 되지 않은 듯한 약간의 혼란스러움과 그 무엇이 여운으로 계속 남아있다.  이 책으로 인해 <박사를 사랑한 수식>이 궁금해졌다.  과연 그 책에선 작가의 어떤 글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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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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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엔 워낙 관심도 없었지만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두께와 먼저 읽은 지인이 자기에게는 약간 별로였다는 말에 책장에서 한달을 넘게 방치해두었던 아이.  릴레이 도서로 돌아가는 책이어서 더 지체되면 안되겠기에 주말을 이용해 읽기 시작했다. <당신들의 조국>, <폼페이>에 이어 세번째로 만나는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앞의 두작품도 좋았지만 <아크엔젤> 단연 최고라 손꼽고 싶다.   '아크엔젤' 이 내포하고 있는 두가지 뜻과 부제인 '스탈린의 비밀노트' 이 두가지 만으로도 호기심을 끌기엔 충분했던것 같다. 

 

아크엔젤

1. 대천사. 구품 천사 중 한 천사로 국가 통치자의 보호와 특별한 사명을 전달한다.

2. 러시아 북부 백해에 위치한 항구도시. 스탈린의 비밀 노트가 가리키는 종착점. 


 

이야기의 시작은 라파바라는 노인이 한 사학자에게 스탈린이 죽음에 직면했을 당시의 일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그리고 '스탈린의 비밀노트'에 대한 단서만 흘린채 사라져 버린 노인... 과연 '스탈린의 노트'는 무엇이며 존재하는 것일까?  켈소는 의문을 품고 그 노트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고있는 '스탈린'이란 인물과 광적인 역사로 인한 시대적 공포.  그러나 그의 부활을 꿈꾸는 사람들

 

스탈린.  그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정적들이 많았으며 그의 침실은 세개나 되었다.  자는 방은 매일 같이 바뀌었으며 심지어 부인이나, 부인의 친인척들을 죽이는 일에도 서슴치 않았고, 자녀들의 삶이나 죽음에 대해서도 방관했다. "죽음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 - 인간이 없으면 문제도 없다." J.V.스탈린 1918 -p10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제거하는데 서슴치 않았던 그.  그에겐 어떤 신념이 있었기에 이런 일들을 서슴치 않았던 것일까? 

 

사학자인 켈소가 사건을 조사중 라파바 노인을 찾게 되지만 그는 이미 죽었다.  그가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비밀은 무었이었으며 그의 상관 베리아가 스탈린의 금고에서 깨낸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서류를 보았던 베리의 의문스러운 표정은 무슨 의미였을까?  사람들은 그것을 '스탈린의 비밀노트'라 부르며 몇몇 광적인 스탈린의 지지자들은 그가 죽었지만 노트에 무엇인가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오직 스탈린 혼자만이 알고 있던 노트.  그리고 열쇠는 오직 한개였고 스탈린이 직접 관리했다. 

 

라파바의 죽음으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하고 출국하려던 켈소 앞에 나타난 라바파의 딸 지나이다.  그는 어떤 끌림에 그녀를 따라가게 되고 그녀로부터 라파바가 죽기전에 그녀에게 남긴 메모가 있다는걸 알게된다.  바로 그 '스탈린의 비밀노트'  노트를 손에 넣었지만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린 그들은 광기어린 과거의 부활을 막을 수 있을것인가?  철저한 스탈린의 계획하에 준비된 시나리오들. 

 

다소 무거운 내용의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로버트 해리스'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 시대의 이데올로기와 그 이념의 숭배자들의 영향으로도 과거를 부활 시킬수 있다는 설정이 조금은 오싹하기도 했다.  역사에 대해 크게 지식이 없으신 분들도 부담없이 읽기 좋으실것 같다.  10년전에 쓰여진 책이라 역사인지 허구인지를 생각하며 읽다보면 책을 읽는 재미는 없을것 같다.  극적인 재미와 세밀한 묘사, 방해세력들의 복선들도 긴장감있게 깔려있어서 잘 짜여진 한편의 영화를 본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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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러브 - 색色 쓰던 여자의 아프리카 색色 이야기
고영희 지음 / 글로세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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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신만의 색과 향기를 품고 있다.  그 색과 향기는 소리 없이 사방으로 퍼져 주변을 물들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색과 향기를 품느냐는 오로지 내게 달렸다.  매일매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나의 작은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바꿀 수 있다.  이 소중한 사실도 늦은 나이에 이 땅의 사람들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p6
 

색色 쓰던 여자의 아프리카 색色 이야기

<블랙러브> 제목에서부터 아프리카지역일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책의 작가인 고영희 작가는<이하 샐리> 가족과 함께 연수차 떠났던 남아공에서 아프리카와 사랑에 빠진다.  아예 남아공으로 이주해 디자이너로 일하며 아프리카 미술 디렉터로서 아직은 낯선 아프리카의 미술과 한국의 문화교류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작가님의 책으로 먼저 만나보았던 남아공.. 샐리는 그곳에 반해 아예 가족이 이주를!!  이쯤되면 그곳의 매력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샐리. 그녀는 풍경보다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웃음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 미소만으로도 빛나는 사람들.  그녀의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남아공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어떤 인종이건 흑인이건 백인이건 그 미소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도 있고, 백인, 칼라드, 흑인, 인도인... 밖으로 한발짝만 내디뎌도 온통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  그 안에서 인연이란 이름으로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  그 안에서 그저 함께 있어도 좋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처음 만났을 때의 반가운 그 마음 안고, 믿음을 쌓아가며 아끼며 그 마음을 지켜가는 인연은 또 얼마나 될까?  인연은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p83   인종과 피부색에 관계없이 사람과 사람으로, 그 안에서 인연이라 스쳐간 사람들에게 난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직 ’인연’ 이라는 기준에 인종과 피부색까지 얘기할 정도로 폭넓은 대인관계는 아니지만 ’인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이미 나의 인연’인 사람보다는 새로운 관계들속에 더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왔던것 같다.  ’인연’ 이란새로 만나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나와 관계하고 있는 인연들도 중요하다는걸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겨보았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도 모른 채 한 주먹이나 되는 약을 2년동안 복용해온 몬잘라의 이야기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어른들의 무지 때문에 부모도 사촌들도 에이즈로 죽었지만 보호자인 할머니도 아이가 무슨병인지도 모르고 혹시 그 아이도 자기 자식들처럼 잘 못될까봐 보건소에서 주는대로 약만 타다 먹인것이다.  그냥 보면 천진난만하고 개구쟁이 같은 이 아이들의 삶이 들추어보면 구석구석 곪아 터져 있고, 아프고, 부족함이 가득하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무슨 병이 걸린지도 모르고 매일매일 약을 한 주먹씩 챙겨 먹어야 하는 이 아이.  이미 정해진 시간을 향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남은 날들에 조금이라도 이 아이가 세상의 아름다움, 기쁨,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오늘이 선물 되었으면 좋겠다. -p149

 

임부말로와노 초등학교에서 처음 미술수업 시작할때는 재능있는 몇몇의 아이를 찾아내서 잘 가르쳐보고자 하는 마음이었지만 2년이란 시간을 지나오며  아이들을 만나는 일주일의 한번 이란 시간으로 인해 한 명의 아이라도 조금이나마 생각과 생활의 변화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순수하고 말랑한 그 아이들에게 때로는 자극이 되고 때로는 자신감과 용기를 채워주는 그런 관계가 되길 바란다는 샐리. 

 

사랑은...싫은 것, 맘에 안 드는 것들을 꼬집어 말하고, 큰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더럽혀진 곳을 닦아주고 매만져 주는 일, 그리고 그 위에 아름다운 빛깔들로 그림을 그려주는 일이다.  반복된 그 일들로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손길이 닿는 곳곳마다 사랑의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길.  모두의 가슴에 시기와 질투와 미움과 증오가 그 사랑으로 닦아지고 사랑으로 채워지길... 아이들의 손길이 닿아 갖가지 고운 빛깔로 칠해진 세상은 아름답다.  -p165 

두 사람의 눈빛과 미소가 아름다워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눈망울이 커다랗고 까만 남자아이.  아이의 웃음을 보면 그 아이가 얼마나 큰 행복 안에서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꼬마를 가슴으로 낳았다는 젊은 부부의 말에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중략...피부 빛깔은 달랐지만 이미 ’사랑’이란 끈이 그들에게 가족이란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p212    

 이주 9년차인 샐리의 <블랙러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낸 '러브레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여행책자가 아니라 진정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숨겨진 문화, 역사, 예술, 자연,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현지에서 그들과 부대끼며 사는 사람 '샐리'의 '마음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불평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며 또 웃고 사는 사람들.  마음으로 쓴 글이라고 밖에는 표현되지 않을것 같다.  그냥 까만 아이들이라고만 생각했고,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고, 무지하기때문에 에이즈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내가 생각하고있던 편견을 조금 걷어내고 보니 정말 이기적인 편견이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눈에 아른거려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사랑에 빠졌으며, 아직도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된것 같다.  더구나 이 도서의 인세는 전액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미술심리치료와 넬슨 만델라 어린이재단을 통해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다니 좋은 책도 읽고 아이들도 도울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인것 같다.

샐리님이 직접 운영중인 블로그에서도 아프리카의 이야기들을 만나볼수 있다. ^^

http://africaar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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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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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나가며 소매치기를 소재로 제작되었던 <무방비도시>가 생각이났다.  작가의 섬세한 묘사, 그리고 주인공의 심리는 내가 그 현장을 몰래 지켜보고 있는것처럼 때로는 섬칫 하기도 했고 놀라운 솜씨에 과연? 정말? 하며 놀라면서도 영화속에서 보았던 장면을 상상하며 읽어내려가니 더 실감나게 읽혀졌다.

 

주인공인 니시무라는 도쿄에서 활동하며 부유해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만 작업<?>을 한다.물론 정말 돈이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까 싶지만 무작위로 작업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린다는 설정이..그래도 바닥은 아니라는 주인공을 설정하고자 했던걸까?

 

"사실 참 아름다워.  그건 인생의, 이 세상의 아름다움 중의 하나야.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이용해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지.  사람들이 불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을 때, 우리만은 그 아름다움을 보는 대신 그들의 주머니를 보고 있어.  그게 좀 뭐랄까...지겨웠어." -38

 

함께 활동하던 이시카와가 그바닥의 일을 접고 뜨고자 할 무렵..이시카와가 가끔 전화를 받곤 하던 사무실에서 낯선남자를 마주하게 되고...이시카와가 속해있는 조직으로부터 일을 제의 받는다.  쉬운일이었지만 그 일을 하고나서 이시카와는 실종되고 막연하지만 그들에 의해 제거되었을거라 생각하게 된다. 

 

한동안 도쿄를 떠나 생활하다 다시 돌아온 이시카와는 그들에게 일을 의뢰했던 그 남자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기자키..우연한 마주침이 아닌 니시무라를 그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대로 이용하기 위해 접근한 만남.  기자키는 니시무라에게 세개의 일을 주어준다.  실패하면 니시무라가 죽고, 거절하면 아끼는 사람들을 죽인다.  어쩔수 없이 일을 해야하는 상황 하지만 모든일을 다 마쳤을때 과연 그가 니시무라를 살려둘까?

 

"타인의 인생을 책상 위에서 규정해나간다.  타인 위에 그렇게 군림한다는 건 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만일 신이 있다면 이 세계를 가장 유쾌하게 음미하고 있는건 신이야.  나는 수많은 타인들의 인생을 조종하면서 이따금 그 인간과 동화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그들이 생각하고 느낀 것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일이 있어.  여러 인간의 감정이 동시에 침입해 들어오는 상태.  너는 그런건 맛본 일이 없으니 잘 모르겠지.  다양한 쾌락 중에서도 그게 최상의 쾌락이야.." -p164


 



책을 붙잡는 순간 덮을 수가 없어서 순식간에 읽어내려갔지만..책장을 덮는 그 순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과연 권력이나 힘을 가진이들이 타인의 인생을 이렇게 쉽게 조정하고 또 그 목숨까지 결정한다는 설정이 지금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실체일까?  물론 소매치기였던 니시무라의 직업도 '선'한 직업은 아니었지만 그들을 이용하는 더 큰 먹이사슬.  어쩌면 이 관계는 꼭 이런 면만이 아니라 다른 여느 관계들에서도 볼 수 있을것이다.
 

프로소매치기라는 직업이나 소매치기하는 사람의 섬세한 심리묘가는 분명 이책의 읽을거리다.  오에 겐자부로상 수상작이고 책표지와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읽기전부터 기대가 조금 컸던건 사실이다.  일본은 문학상의 종류도 많은건가? 상을 받았다고 하면 대부분은 기대치의 중간이상은 충족시켜 주는데..하지만 결국 이런 결말이었고 또 다른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마무리가 약간 아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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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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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이라는 짧은 제목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꾼...옆에 부연설명이 제법길다.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문든 어린시절 동생들과 듣던 전래동화 테이프가 생각났다.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쁘셨던 어린시절 책을 읽기엔 좀 귀찮을때면 우리 형제들은 쪼르륵 누워서 전래동화 테이프를 들으며 낮잠을 청하곤 했었다.  그당시엔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또는 거의 외우는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성우의 목소리가 재미있어서, 그 어린나이에도 책에서 글로 읽는것과는 다른 재미가 느껴져서 듣는 이야기를 좋아했었다.  옛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옛날 옛날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하는 이야기는 이제 들을 수 없지만 아직도 그 시절의 향수가 가끔 그립다.

 

그런 생각에서 였는지 이야기로 세상을 희롱했다는 책읽어주는 남자의 이야기에 호감이 생겼다.  문득 조선시대면 양반들이 읽는 책을 그냥 읽어준다는건지 아님 세간의 이야기를 지어내서 이야기 한다는 것인지 책을 읽기전에 나름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세상에는 사연 없는 인생은 없었다.  인생의 사연 속에는 너무도 기이하고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고단한 길 위에서, 주막에서, 그 인생들은 휘황찬란한 글속은 없어도 절절한 사연들을 맛나게도 풀어냈다.  쓰고 달고 시고 짠 인생의 맛이 그들의 이야기 속에 녹아 있었다.-p54

김흑의 본명은 '운득' 미천한 반인의 신분으로 성균관 유생들의 심부름을 하며 이결 선생을 모셨었으나 패관소품체에 빠져있던 이결 선생이 왕의 노여움으로 쫓겨나고 운득은 상좌일행의 금강산 유람 수행을 나섰다가 죽을고비를 넘기게 된다.  살아난 그는 비천한 신분을 버리고 스스로 '김흑' 검은쇠, 검은놈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난다.  세상을 떠돌며 이야기가 좋아서 이결 선생의 어깨넘어로 보던 그 패관서체가 좋았고 세상사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전하고 그것이 즐거웠던 그리하여 그 이야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꿈꾸었던 이야기꾼 의 이야기. 

 

한갓 계절을 맞이할 때도 이전 계절과 이별해야만 가능할 테지만 사람을 만나고 떠나는 것에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았다.  길 위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 떠난 뒤에 남는 적적함가 쓸쓸함을 그는 견디기 힘들었다.  어이하여 만남은 슬픔과 고통을 통하여서만 가능한 것인가.  이별 없는 만남은 없는 것인가.  어쩌자고 죽음 앞에서만 비로소 생은 무시무시하게 또렷해지는가. -p131

김흑은 자신이 앞으로 가야할 길에 앞으로 만날 사람과 세상이 두려운것을 알았던 것이다.  정을 주었던 사람들이 등을 보이며 떠나는게 제일 두려운 것이라했다.  김흑은 알고있었다. 혀로는 사랑을 잡을 수도 없고, 죽음을 이길수도 없으며 그에겐 두려움을 벨 만한 무엇인가가 간절히 필요했다.  삶이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 아닐까?  '왕'인 정조는 사도세자였던 아버지와의 이별을 통해서 강해졌고 자신을 더욱 강하게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문체가 이념과 사회 생각을 반영한다는 생각에 엄하게 중신들을 자신을 다스렸던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허공에 의지해 그림자를 잡는 짓이고, 현실에 의지한 거울과도 같은 것이었다....중략...이야기가 무서운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감염력이 강하다는 데 있었다.  감염력은 허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김흑은 알게 되었다.  삶밖의 삶, 현실 바깥의 세계, 사랑 너머의 사랑, 죽음 이후의 죽음은 바로 허구 그 자체지만, 사람들은 그 허구를 갈망하고 사랑했다.  그 허구에 대한 여인들의 다함없는 열망과 사랑이 있기에 그가 먹고살 수 있었다. -p199-200

김흑이 영의정 노옹의 딸 유리와 지독한 사랑에 빠지며 이야기는 더욱 긴장감을 더해간다.  노옹은 정조의 문체반정에 앞장서던 인물이었기에 책 읽어주는 '꾼'이었던 김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마음에 품게된다.  그녀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이야기 꾼으로 대가댁 마나님들께 책 읽어드리기를 시작하며 유리에게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한다.  병이있어 걷지 못했던 유리는 세상과 의 소통을 책으로 하고자 했고 그 소통 통로를 통해 유리에게 이야기 꾼으로서 다가가길 원했던 것이다.

 

사랑에 빠진 김흑과 유리의 이야기, 그리고 김흑보다 더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정조의 이야기는 다양한 이야기들과 어우려져 그 시대의 시대상과 인물들의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꾼> 이야기해주는 사람이라는 간단한 주제만이 아니라 한 평범할 수도 있었던 남자의 일생과 왕의 일생이 어찌보면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기위한 욕망이 아니었을까..  오랫만에 책읽는 즐거움에 책장이 넘어가는 재미가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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