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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러브 - 색色 쓰던 여자의 아프리카 색色 이야기
고영희 지음 / 글로세움 / 2010년 7월
평점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신만의 색과 향기를 품고 있다. 그 색과 향기는 소리 없이 사방으로 퍼져 주변을 물들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색과 향기를 품느냐는 오로지 내게 달렸다. 매일매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나의 작은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바꿀 수 있다. 이 소중한 사실도 늦은 나이에 이 땅의 사람들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p6
색色 쓰던 여자의 아프리카 색色 이야기
<블랙러브> 제목에서부터 아프리카지역일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책의 작가인 고영희 작가는<이하 샐리> 가족과 함께 연수차 떠났던 남아공에서 아프리카와 사랑에 빠진다. 아예 남아공으로 이주해 디자이너로 일하며 아프리카 미술 디렉터로서 아직은 낯선 아프리카의 미술과 한국의 문화교류를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작가님의 책으로 먼저 만나보았던 남아공.. 샐리는 그곳에 반해 아예 가족이 이주를!! 이쯤되면 그곳의 매력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샐리. 그녀는 풍경보다 사람들을 사진에 담고 있다. 웃음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 미소만으로도 빛나는 사람들. 그녀의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남아공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어떤 인종이건 흑인이건 백인이건 그 미소들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도 있고, 백인, 칼라드, 흑인, 인도인... 밖으로 한발짝만 내디뎌도 온통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 그 안에서 인연이란 이름으로 스쳐 지나간 수많은 사람들. 그 안에서 그저 함께 있어도 좋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처음 만났을 때의 반가운 그 마음 안고, 믿음을 쌓아가며 아끼며 그 마음을 지켜가는 인연은 또 얼마나 될까? 인연은 만드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p83 인종과 피부색에 관계없이 사람과 사람으로, 그 안에서 인연이라 스쳐간 사람들에게 난 어떤 사람이었을까? 아직 ’인연’ 이라는 기준에 인종과 피부색까지 얘기할 정도로 폭넓은 대인관계는 아니지만 ’인연’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이미 나의 인연’인 사람보다는 새로운 관계들속에 더 많은 노력을 하며 살아왔던것 같다. ’인연’ 이란새로 만나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나와 관계하고 있는 인연들도 중요하다는걸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겨보았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실도 모른 채 한 주먹이나 되는 약을 2년동안 복용해온 몬잘라의 이야기엔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어른들의 무지 때문에 부모도 사촌들도 에이즈로 죽었지만 보호자인 할머니도 아이가 무슨병인지도 모르고 혹시 그 아이도 자기 자식들처럼 잘 못될까봐 보건소에서 주는대로 약만 타다 먹인것이다. 그냥 보면 천진난만하고 개구쟁이 같은 이 아이들의 삶이 들추어보면 구석구석 곪아 터져 있고, 아프고, 부족함이 가득하다. 어린 나이에 자신이 무슨 병이 걸린지도 모르고 매일매일 약을 한 주먹씩 챙겨 먹어야 하는 이 아이. 이미 정해진 시간을 향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남은 날들에 조금이라도 이 아이가 세상의 아름다움, 기쁨,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오늘이 선물 되었으면 좋겠다. -p149
임부말로와노 초등학교에서 처음 미술수업 시작할때는 재능있는 몇몇의 아이를 찾아내서 잘 가르쳐보고자 하는 마음이었지만 2년이란 시간을 지나오며 아이들을 만나는 일주일의 한번 이란 시간으로 인해 한 명의 아이라도 조금이나마 생각과 생활의 변화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때로는 순수하고 말랑한 그 아이들에게 때로는 자극이 되고 때로는 자신감과 용기를 채워주는 그런 관계가 되길 바란다는 샐리.
사랑은...싫은 것, 맘에 안 드는 것들을 꼬집어 말하고, 큰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게 아니라 더럽혀진 곳을 닦아주고 매만져 주는 일, 그리고 그 위에 아름다운 빛깔들로 그림을 그려주는 일이다. 반복된 그 일들로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손길이 닿는 곳곳마다 사랑의 바이러스가 퍼져 나가길. 모두의 가슴에 시기와 질투와 미움과 증오가 그 사랑으로 닦아지고 사랑으로 채워지길... 아이들의 손길이 닿아 갖가지 고운 빛깔로 칠해진 세상은 아름답다. -p165
두 사람의 눈빛과 미소가 아름다워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눈망울이 커다랗고 까만 남자아이. 아이의 웃음을 보면 그 아이가 얼마나 큰 행복 안에서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꼬마를 가슴으로 낳았다는 젊은 부부의 말에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중략...피부 빛깔은 달랐지만 이미 ’사랑’이란 끈이 그들에게 가족이란 이름표를 달아주었다. -p212
이주 9년차인 샐리의 <블랙러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낸 '러브레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여행책자가 아니라 진정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숨겨진 문화, 역사, 예술, 자연,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여행자의 시선이 아닌 현지에서 그들과 부대끼며 사는 사람 '샐리'의 '마음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불평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며 또 웃고 사는 사람들. 마음으로 쓴 글이라고 밖에는 표현되지 않을것 같다. 그냥 까만 아이들이라고만 생각했고,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고, 무지하기때문에 에이즈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내가 생각하고있던 편견을 조금 걷어내고 보니 정말 이기적인 편견이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환한 웃음이 눈에 아른거려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녀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사랑에 빠졌으며, 아직도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된것 같다. 더구나 이 도서의 인세는 전액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미술심리치료와 넬슨 만델라 어린이재단을 통해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다니 좋은 책도 읽고 아이들도 도울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인것 같다.
샐리님이 직접 운영중인 블로그에서도 아프리카의 이야기들을 만나볼수 있다. ^^
http://africaar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