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도 그런 날이 있어 - 스물아홉과 서른 사이 서울에서 길을 찾다
권지현 지음 / 마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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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시간이 조금 더 빨리 흘러서 이 지루한 학교 생활을 좀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학교가 아닌 사회로 나서면 재미나고 신나는 세상이 펼쳐질 것 같은 막연한 신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십대에서 이 십대, 이 십대에서 삼 십대를 넘어가는 그 시기의 기분이 이랬을까?  막연한 신비감, 플러스 두려움?  저자가 스물 아홉과 서른사이이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담백, 감성적으로 담은 에세이인 듯 하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던 이 십대, 그러나 시간은 흘러만 갔고 어느덧 이 십대와 삼십대의 문턱 사이에서 느끼는 기분이란 지금 생각해도 열 아홉 에서 스무 살로 넘어가던 그 시기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걸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내 모습이 다르다는 생각에 괴로울 때가 있다.  나는 착하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이 착하게 봐주니 착하게 행동해야 하고, 나는 그 사람이 싫은데 주위 사람들이 서로 잘 지낸다고 생각하니 사이좋은 척을 해야 하고, 나는 그 사람이 너무 좋아 뭐든 다 해주고 싶은데 부담스러워 할까봐 적당히 좋아하는 듯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p20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생각과 주변 환경들은 제자리 걸음인 걸 알았을 때 한 번씩 좌절하곤 한다.  나이만 먹어가며 생각도, 내면의 나도 알아서 성장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하고 알고 있으면서도 변화하지 못하는 건 왜 일까?  아직도 싫은 사람 앞에선 싫은 티를 내는 철부지 십대 소녀의 내면을 갖고 있고, 좋아하는 이들에겐 한없이 마음 길을 터주곤 한다.  그러다 뒤통수를 맞을 때도 있지만 금방 잊고는 또 반복하는 관계들을 겪으면서 나이만 먹어가고 있는 소녀가 내면에 자리하고 있으며 성장하길 거부하는 듯한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몸과 마음의 성장이 왜 같을 수 없는 걸까?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지만 마음속에서는 관심과 무관심으로 선을 긋는다.  멋 부리지 않아도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도도한 매력이 배어 나오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은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알아 갈수록 마음속에 점점 크게 자리 잡는다.  하지만 그 사람과 마주하지 않으면, 눈을 맞추지 않으면, 내 존재를 알릴 수 없어 언제까지나 그냥 아는 사람 정도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 / p67

 

 

일상에서 느끼는 성장통을 글, 사진 그리고 미래에 대한 준비들로 담은 에세이를 읽으며 그녀가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과 글에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은 어른같은 나이 값을 하고 살고 있지 못해도 '나' 다울 수 있다는게 행복할 수 있다면 행복한게 아닐까?  가끔 나와 비슷한 또래들의 성장을 볼때면 뒤쳐지고만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지기도 한다.   이러다 완전 낙오 되는 건 아닐지 불안해지는 마음에 뭔가를 더 해야할 것 같고 마음이 급해지지만 마음일뿐 실천되지 않았을 때의 좌절감은 몇 배 이상이 되기도 한다.  나이 라는 건 그냥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으나 나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앞 자리의 숫자가 바뀌는 그 즈음이 제일 심리적인 불안이나 생각들이 많아지는 시기가 아닐까?  남들과 같은 속도로 세상의 나이에 쫒겨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가끔 좌절하거나, 힘겨워 하는 날들도 있겠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기에 자신을 되돌아보며 조금 더 성장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막연히 떠도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한다는 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그녀의 글을 읽으며 마음이 다독여지는 기분에 즐거운 즐거운 책 읽기를 했던 시간이었다.

 

내 삶의 마지막에는 분명 지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퍼즐 조각들이 맞춰져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날이 올 것이다...중략...하나하나 작은 퍼즐 속에 담긴 인연들을 생각하면, 오랜만에 마나도 어제 밝게 인사하고 헤어진 듯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적당한 거리 따위는 잊고 힘이 되고 휴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잣대에 비추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손해 보는 것만 같은 양보로 기쁠 수 있다면 그거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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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장현경 지음 / 성안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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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몇 년 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손꼽았기에 책 제목을 보고 더 이끌렸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바라보는 뉴욕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바라보는 뉴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처음엔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시작해서 다른 이들과 다름없는 일상으로 살아가게 되는 곳이지 않을까?  나처럼 뉴욕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이들, 또는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안내서가 되어줄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은 그녀가 뉴욕행을 마음먹었을때의 준비과정인 유학준비과정부터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이야기는 Episode January 부터 Episode December까지 이어진다.
 
 
뉴욕에서 숙소를 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숙소 구하기를 읽으며 놀랐던 건 '쥐'가 있다는 이야기. 가격이 조금 저렴하다 싶으면 오래된 숙소이면서 쥐들과 함께 생활 하는건 어느 정도 각오?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설마 뉴욕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쥐에 관한 에피소드를 읽게 될 줄이야... 역시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래전에 주택에 살 때야 쥐를 본 적이 있지만 최근에 본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으~~~ 상상이 되므로 쥐 이야기는 이만 패스하고..  해외여행을 다니며 느낀점은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고 깨끗하기가 우리나라 같은 곳이 많지 않은것 같다는 점.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으니 왠지 더 깨끗하고 교통시설도 잘 되어있을것 같지만 지하철은 저녁시간에 이용하긴 왠지 무섭고 버스도 늦은 시간까지 운행하지 않는다.  승용차가 없으면 생활하기 불편하다고 느끼는 정도?  이동하는 거리들도 생각보다 길다보니 도심지가 아닌 이상 동네에서 동네로 이동하려면 어느 정도 불편이 따르게 되는 것 같다.
 
뉴욕의 대중교통 BMW 참으로 근사해 보이지만 Bus, Metro, Walk의 줄임말,  저자님의 센스가 굿~이신듯하다.  뉴욕하면 노란 택시와 함께 엄청난 교통지옥을 바로 떠올리게 되는데 뉴욕사람들은 대중교통이나 걷는걸 즐긴다고 한다.  뉴욕의 대중교통에서 택시가 빠진이유는 아마도 택시를 타는 이유인 신속함을 기대하기 거의 어렵고 비싼 요금때문이 아닐까?  눈에 띄는 Walk에서 알 수 있듯 뉴요커들이 효율적인 운동화를 많이 선호한다고 하니 그들의 걷기사랑이 어느 정도일지 살짝 짐작이 된다.   바쁜걸음으로 몸을 움직이며 사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뉴욕이기에 활기가 넘쳐보이는건 아닐까?
 
 
뉴요커들이 지하철을 사랑하는 이유는 급행과 서행의 효율적인 시스템, 그리고 로컬 노선의 구간이 짧아 가까운 거리도 갈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p44
 
 
한국에 있을 때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즐겨 보던 나는 뉴욕에 가면 '마놀로 블라닉'을 신은 뉴요커들이 활기차게 거리를 걸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운동화난 단화를 신은 사람들이 대부분 아닌가? 알고 보니 드라마 속 그들은 뉴욕의 밤을 수놓는 사람들이었으며, 낮에 바쁘게 활동하는 평범한 뉴요커들은 실용적인 운동화를 신는 경우가 많았다. /p46
 
뉴욕에는 정착하는 사람보다 스쳐 가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에, 그래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곳이기에 사실 사랑 이야기보다 이별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다.  /p70
 
 
어느 도시를 여행하던 야경명소, 로맨틱 명소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건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느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행복한 감정이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또는 즐겨찾는 로맨틱명소가 궁금하게 생각하게 되고 찾게 되는 것 같다.   뉴욕이라 더 특별하게 생각되어지는건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며 남녀의 사랑 외에도 다양한 모습의 사랑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랑'그 자체만으로 봐 주는것 때문이 아닐까? 


뉴욕에는 '뮤지엄 마일'이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다고 한다.  맨해튼의 5에비뉴 82번가부터 105번가의 거리를 말하는데 이곳에는 세계 4대 미술관의 하나로 꼽히는 메트로 폴리탄을 비롯해 10여개의 발물관과 미술관들이 밀집되어 있다고 한다.  정형화된 예술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주 보며 거장들의 작품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마주하며 예술을 접하며 커가는 아이들의 감성이 궁금해졌다.   미술을 정해진 시간에 학원에서 교과서나 이론으로 외워서 하는 교육이 아닌 현장의 생생한 그림과 작품들을 보며 직접 그려보고 그 공간에서 직접 체험을 통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뉴욕.  도대체 뉴욕의 매력은 어디까지 인건지... 미술관의 규모는 정말 부러울 뿐이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정착해서 이루어진 나라인 만큼 전통음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게 사실이다.  미국하면 떠오르는 건 햄버거, 핫도그, 베이글, 커피 등등 이지만 그도 유럽, 유대, 아랍으로 전해진 것 이라고 한다.  그런 뉴욕에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공존 할 수 있는건 뉴욕이 평소 다양한 문화에 노출되어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문득 작년 미국여행을 다니며 먹어본 음식들을 떠올려보니 순두부, 칼국수, 햄버거, 스파게티, 커피 정도? 멀리가서도 양식보다는 한식을 더 많이 먹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기도 했었다.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아도 어딜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건 역시 중식당과 햄버거 가게들이었다.  식도락은 어딜가도 빠질 수 없는것 아니겠는가?  살아가는데 있어 먹는 즐거움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으니...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건 여러 인종이 모여살며 복합문화가 형성 되기도 했고 조금씩 변화하며 뉴욕의 스타일로 재탄생 하면서 변화하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뉴욕이라는 도시 안에서 이렇듯 세계각국의 요리를 맛 볼 수 있다는건 또 하나의 즐거운 여행이 되어 줄 것 같다.
 
 
뉴욕에는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기에 처음의 어지러움만 극복하면 시어머니처럼 까다로운 미각의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맞춤옷처럼 꼭 맞는 식당을 찾을 수 있다. 종교는 물론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는 이곳, 뉴욕.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일어서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포만감과 만족감이 가득 담겨있다. /p254
 
 
커피를 공부중이라 커피에 관련된 글이라면 자연스레 눈길이 한 번 더 가게 된다.  그 중에서도 뉴요커들의 커피사랑은 경제에 상관없이 꾸준할 정도라고 하는데 그들에게 커피는 '하루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음료인 듯하다.   저자가 소개하던 <뉴욕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에 소개된 집들은 각각의 특색이 있는 가게들이라 뉴욕에 가게 된다면 한 곳 이상은 꼭 방문해 보고싶어 체크해놓기도 했다.   커피에 대한 사랑, 관심은 인종,국가를 막론하고 꾸준하게 가지 않을까?  뉴욕에서 마시는 커피는 어떨까?  아~ 벌써 혼자 막 상상하고 있다.
 
 
뉴욕에서 커피를 만들 때는 원두와 쉼표를 함께 갈아 넣는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만이라도 지친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손을 타고 느껴지는 기분 좋은 온기와 부드러운 향기가 가슴까지 전해질 때면 밤새 말똥말똥 뜬 눈으로 지샜던 바로 어제의 기억조차 까맣게 잊혀진다....중략....오늘도 뉴욕의 하루는 한 잔의 커피에서부터 시작된다./p306
 

27살의 나이에 꿈을 찾아 홀로 뉴욕으로 향했던 저자의 이야기는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에 이르는 여성들이 안정적인 현실과, 불안정한 미래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때 자신의 꿈을 현실로 옮겨 뉴욕에서 살아가며 뉴욕이란 곳에 살짝 시들해질 즈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뉴욕.  처음 도착했을 당시의 불안한 마음과 시선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주변의 일상과 이야기를 담은 소소하지만 행복이 전해지는 에세이면서 여행 안내서 였던것 같다.  저자의 1월부터 12월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니 어느덧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같은 위치에 있다.  무엇을 시작함에 있어 그게 시작인지, 중간쯤인지 아니면 마무리를 해야할 시기인지 아는 이는 본인만 알 것 이다.  그 장소가 꼭 뉴욕이 아니라 그 어디라도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면 땡큐~ 아닐까?  당장의 아쉬움을 책으로나마 달래어 볼 수 있었던 장현경의 뉴욕에서 만난 행복이야기는 올 한해를 마무리 하며 다가오는 새로운 날들중 언젠가 그곳에 있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즐거웠던 시간이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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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욱 찾기
전아리 지음, 장유정 원작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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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인 '김종욱 찾기'를 전아리 작가의 소설로 만나보게 되었다.  오랜기간 롱런 중인 작품이기도 해서 과연 어떤 작품 이길래? 하고 궁금하긴 했지만 좀처럼 뮤지컬을 실제로 볼 기회는 닿지 않아 책으로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그동안 드라마, 영화의 소설화는 있어왔지만 뮤지컬의 소설화는 처음이라고 한다.  젊은 작가 전아리의 글로 만나는 '김종욱 찾기'는 이미 '팬이야'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어느 정도 기대감은 가지고 읽기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간다.

 

 

"기억하는 만큼만 떠올리고 싶어서."

무엇이든 영원히 남는다는 건 무섭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추억도 적당한 때가 되면 소멸되어야 한다.

"잊히는 건 또 그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효정's

 

그녀는 특별한 장소에서 만난 사람은 그 공간에 머무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꿈 같던 사람을 욕심내서 일상 속으로 끌어들였다가는 금세 빛이 바래고 만다는 것이었다.  산길에서 꺾어 온 꽃송이가 집에 돌아오면 축 늘어진 채 시들어버리는 것처럼.  /성재's

 

 

처음이기에 애틋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처음이기에 더 열정적이고 기억에 오래남아 어쩌면 마지막까지도 기억에 남는 기억의 단편들을 살아가는 동안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이란 태어나서 눈을 감는 순간까지 우리가 겪으며 살아가는 여러가지 감정 중 가장 아름다운 그래서 많이 표현하고 싶고 좋은 기억으로만 남겨두고 싶은 감정이 아닐까?  그래서 '첫사랑'이라는 단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이 현실로 옮겨졌을 때 아름다운 그 당시의 기억마저 변질 될까 망설이는 효정과 농담 삼아 취직 테스트로 그녀의 첫사랑을 찾아보자고 나서는 성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행중 만난 첫사랑의 기억으로 살아가는 효정과 사랑 없인 못 살아의 표본같은 성재의 이야기는 '새로운 사랑'을 예상하게 하지만 그 끝은 읽는 이들의 상상에 맡겨야하지 두겠다.

 

 

평생 프리터족으로 살아볼까.  나는 돈에 큰 욕심이 없으니 그것도 나쁘진 않겠다. 단지 안정감을 위해 어딘가에 정착하고 싶진 않다.  나는 스스로 늘 어딘가로 떠나게끔 만드는 적당한 불안감이 좋다. /효정's

 

 

첫사랑이란 건 조금씩 덜 익거나 부서진 구석이 있게 마련이라 그 모자란 부분 속에 환상을 채워 넣을 수 있다.  환상은 방부제와 같아서 사랑을 쉬이 사라지게 놓아두지 않는다. 서로 잊으려야 결코 잊을 수 없는, 사랑의 기준이 되는 그런 사람 하나쯤은 나도 있으면 좋았으련만.  / 성재's

 

 

전아리 작가의 글 답게 이야기의 진행도 빠르게 잘 읽어진다.  글을 읽어가며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중간에 시선이 머물어 몇 번이고 읽어지는 문장들을 만나게 될 때면 생각에 잠기게 된다.  살아오며 한번쯤 생각해봤을 문장들이지만 작가가 이렇게 글로 옮겨 놓았을 때 읽으며 '아! 맞아...' 하는 느낌은 꼭 글을 읽는 재미만을 위해서 쓰여진 글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상영을 앞두고 읽기 시작한 글 이어서 공유와 임수정의 이미지를 오버랩 해가며 더 실감나게 읽었을 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첫사랑'이란 감정은 상대방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 당시 상대방을 사랑했던 나의 감정, 내 모습, 열정 등을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종욱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나는 김종욱을 떠나보내거나 잊을 필요가 없었다.  첫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내가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책은 순식간에 읽었지만 역시 사랑이 개입된 글은 생각과 정리가 어렵다.  '사랑'이란 부딪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게 아닐까?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나도 효정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란 걸 안다.  인생은 "사랑만하고 살아가도 부족한 시간"이라고 어디선가 읽었지만 가끔 그 '사랑'이란 것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는걸 아는 나이가 되었기에 아름다운 추억하나 나만의 비밀로 간직할 수 있다면 그것도 아름답지 않을까?  곧 개봉하는 '김종욱 찾기'는 소설로 만난 이야기와 어떻게 다를지 조금 기대가 된다.  공유와 임수정이기에 기대하는 분들도 많지 않으실까?   12월이 되니 외로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지셨다. 연말이 되니 무겁게 다가오는 책보다 읽는 즐거움을,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주는 책들에 끌리게 되는 것 같다.  곧 개봉하는 영화를 보시기 전에 책을 먼저 만나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어 줄 것 같다.

 

  

사람이 외롭다는 것을 깨닫는 건 다른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인가 보다.  따뜻함 속에서 저 안쪽을 간질이는 사소한 질투심과 함께 은근하게 몸을 감싸오는 외로움, 누가 말했더라, 적당한 외로움은 축복이라고.  / 효정'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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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란
공선옥 지음 / 뿔(웅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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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과 잘 어울리는 책 표지라 해야할까?  짙은 보라색 바바리 코트에 비닐 우산을 쓰고 어딘가 가는 듯한 여인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하고 안쓰러워 보여 손을 잡아주고 싶었던 마음이 들었던 책표지.  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 또는 '영란'의 삶의 모습은 평온하던 삶에 갑자기 닥친 불행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인생의 기로에서 그 슬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는지를 담아낸 이야기이다.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 하나, 어느날 사고로 아이가 죽고 남편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뜬 후 삶을 어찌 살아야할지 방황하던 그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마음은 나도 모르는 새에 희미해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자리 잡았다.  '어떻게'가 빠지고 '무엇'이 그 자리에 들어오면서 정말로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하고 싶은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p117

 

 

그녀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픔조차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을 것 같다.  감히 그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살다가 그 의미가 없어지고 난 후의 기분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한가지만 보고 열심히 달리는 삶을 살다가 그 목표가 없어 졌을때, 또는 이게 아닌가? 싶을 때 갑자기 커다란 구덩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만 같은 기분?  그 자리를 대신할 다른 무엇을 찾기까지의 과정을 '영란'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서 조용히 들려주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그동안 맞닥뜨린 슬픔을 얼마나 정면으로 자세히 마주 볼 수 있을까?  그 시간들을 회피하고자 노력만 했던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녀의 힘겨움을 덜어주거나 이해해 주지 못해서가 아니라, 예의를 갖춘 이별을 하지 못해서 였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뒤늦었지만, 정중한 이별의 말을 할 수 있는 때가 올까.  그러나 그런 순간이 온다 해도 그때 하는 이별의 인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또 한 사람, 황망한 이별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던 그 여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여자를 연민하는 것으로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려는 수작인가.  그러나, 그저 아팠다.  자신이 아프니, 다른 이의 아픔이 비로소 아프게 다가왔다.  단지 그뿐이었다.  내 살이 아리니 다른이가 아려하는 것도 눈에 보였다.  위로받고 위로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저 아파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p129

 

 

또 다른 등장인물 이정섭은 자신의 실수로 상처받은 가족들을 멀리 떠나 보내고 혼자 생활하며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며 생활하고 있다.  멀리 떠나있는 가족이 때론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상처받았을 가족을 생각하면 자신의 입장은 당연하다 생각하면서도 한편 조금은 서글프다.  어느날 아내의 편지를 받고 마음으로부터 그녀도, 자신도 용서하게 되면서 다른이의 아픔도 자신에게 아픔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정섭의 아내가 정섭에게 쓴 편지를 보고 '예의를 갖춘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정중한 이별이란 그 순간 보다는 시간이 흘러야 가능하지 않을까?  예의를 갖춘 이별... 그녀의 편지를 읽으며 또 그의 마음을 읽으며 괜히 눈물이 흘렀다.  행복하지 않았던 사랑이 어디 있으며 아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있을까?  매 시간 모두가 안녕하기를 그 순간이나마 진정으로 행복했기를...

 

 

"힘은 없어도 그래도 태어난 이상 살아야 하니까."

누가 상 줄 것도 아닌데,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언제까지나 자신을 탓하면서, 자신을 자기가 미워하면서, 자신을 자기가 원망하면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결국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자신을 자기가 예뻐해 주는 것, 그뿐 이더라고. /p200

 

사람 마음의 움직임에도 비행길이나 뱃길처럼 정해진 항로가 있다면 얼마나 간단하겠는가.  그러나 마음의 갈래는 한 곳으로만 지어져 있지 않고 마음의 길 또한 한 방향으로만 나 있지 않으니 마음에 부는 바람인들 천변만화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p243

 

 

살면서 내가 의도하는 좋은 일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저마다 다르고, 또 무한한 변수가 가득한 삶을 살고 있으니 살다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벌어지는 일들을 되고, 그 과정들을 이겨 내야하는 건 당사자들이다.  그 과정에만 정체되어있는게 아니라  새로운 인연들도 마주하게 된다.  그때 그 상황을 마주할 것 인지 피해서 돌아가야 할지는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오는 결과들은 감수해야 할 본인들의 몫이 아닐까?  간혹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흐름이었다 하더라도 내게 닥친 슬픔이라면 피하지 않고 내 마음에 이는 변화들을 마주하며 그 변화들까지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로 커져 가기를....

 

 

세상을 살다 보면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고 바로 그런 순간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끝끝내 미움보다는 사랑을 선택하게 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p235-6

 

 

어쩌면 좋은일들 보다 힘든 날들이 더 많은 인생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순간의 행복한 순간들이 있기에 그 순간들의 추억, 기억으로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는건 아닐까?  비록 오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언젠가 다시 내게 올 행복의 순간들을 위해 지금 조금 힘겨운 순간들, 그로 인해 내 마음에 이는 미움쯤은 조금 더 큰 마음으로 사랑해 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각기 다른 인생, 각기 다른 이야기 그러나 행복이나 슬픔의 기준은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내 아픔이 상대방의 아픔보다 덜하다고 느껴졌을때 '아 그래도 나는 저 사람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하며 만족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목포지방 특유의 사투리나 지역적인 이야기들이 익숙하지 않아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일상의 억지스러움이 묻어 나지 않아 편안하게 읽었던 이야기였다.  책장을 덮으며 주르륵 흘러내리던 눈물이 무엇 때문인지 지금도 설명할 길은 없지만 읽어가며 마음에, 눈길이 닿는 글들이 많아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였던 이야기 였던 것 같다. 

 

 

가만히 응시하면서, 제 마음에 이는 변화를 사랑하기를

그 사랑의 기운으로 그의 삶이 늘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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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서울산책 - 쉽고 가볍게 즐기는 서울 걷기 여행 레시피 38 동네 한 바퀴 시리즈 1
이하람 지음, 이동천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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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고 두근거렸다.  가볍고 쉽게 즐기는 서울 산책, 하지만 몰라서 못가는 경우가 더 많았고 다른 분들이 다녀오신 사진을 볼 때면 ’나도 가보고 싶다’ 라는 마음만 앞섰지 찾아보기 귀찮기도 해서 그냥 구경만 하고 넘어가는게 대부분이었는데 한 권의 책으로 서울 산책을 테마별로 만나볼 수 있다니!!  그리고 책의 저자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올해 초 읽었던 『그 여자의 여행가방』  이하람 작가시다.  그녀가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그녀의 아버지가 손수 그려주신 여권케이스가 기억에 남았었는데 그녀의 두 번째 책인 ’서울 산책’은 부제도 ’동네 한바퀴 시리즈1’ 이라고 되어 있어 동네 이야기처럼 친근감도 든다.



책이 왜 이리도 두꺼울까? 펼쳐보니 이렇게 상세하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지도와 교통정보, 그리고 산책전에 그 지역 정보를 담고 있어 산책 하기전 미리 나들이 하고 싶은 지역을 선택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산책을 하다 지루하면 들려도 좋을, 또는 놓치면 아까운 주변 장소들도 담고 있어 나들이의 재미를 몇 배로 즐겁게 해줄 것 같다.  책에 실려있는 사진들은 포토그래퍼 이동천님이 찍으신 사진들로 이하람 작가의 글과 잘 어울려서 그냥 사진들만으로도 서울의 곳곳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감성이 묻어 나는 사진이라 서울의 포근함, 따뜻함이 전해져 오는것 같다.



특히나 많이 궁금했던 부암동은 kiss road에 소개되어 있다.  그만큼 운치있고 좋은 길이라는 거겠지?  서울의 비밀공간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부암동은 인왕산 기슭의 동네로 청와대와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더디게 발전하는 만큼 옛 골목과 성곽길, 오래된 주택들이 남아 있다고 한다.  복잡한 도심을 떠나 조금은 여유로운 동네를 거닐다가 발길 닿는 카페에서 잠시 쉬어주기도 좋은 휴식이 되어줄 것 같다.



이렇게 소개하는 산책길, 또는 장소마다 저자가 소개하는 장소들이 있어 초행길이라면 눈여겨 볼만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서울은 넓은 놀이터? 쯤으로 여겨지기 시작한다.  여행이란 거창하지 않으며 그냥 편한 발걸음으로 닿을 수 있는 가벼운 산책길도 때로는 훌륭한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걸 책을 읽으며 들썩이게 된다.  책의 정보는 2010년 10월을 기준으로 최신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후 변동되는 정보들에 대해서는 읽는 독자들이 약간 참고 하거나 수정해가며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을 참고해서 나만의 ’동네 한 바퀴’ 시리즈를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   개인적으론 kiss road, culture & history 에 가보고 싶었던 길 들이 많았던 것 같다.  가까운 곳들이기도 하고 앞으로 하나씩 다녀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 읽는 동안 즐거웠던 책이었다.   일상속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서울 걷기 여행 시작을 해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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