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는 자유롭게 보인다. 본질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될까마는 적어도 질질 짜면서 자기 연민에 빠져 대단치도 않을 것을 심각하게 말하거나 착한 척, 순진한 척, 연약한 척 하지 않아서 좋다. 그녀는 또한 쿨한 것을 무지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말 부려쓰기에 있어서도 자의식이 강하지 못하고, 그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은 자유분방한 그러나 겉멋의 자유가 아니길 '전투적'으로 바라는 30대 독신 여자가 주인공이다. 우선 자기 연민에 과도하게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자세가 맘에 든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그것밖에 없다고 투덜거리면 그게 어때서? 하고 되묻겠지. 혹은 내가 제대로 읽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꿈이란 게 겨우, 오만한 관용으로 뭉친 남자에게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하고 말해주는 것뿐이란 말인가. 물론 그것이 의미하는 바, 주체적이고 솔직한 여성의 모습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냥 이렇게 끝나 버린다면 글쓰기가 너무 가벼워진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비단 그녀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인간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다. 여하튼, 그녀의 소설에 내가 공감하는 측면은 흔히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허영과 낭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혹은 적어도 자신이 허영과 낭만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는 교훈 정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