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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정말이지 푹 잤다.

눈을 뜨고나서 남겨진 시간이 얼마되지 않아, 눈뜨고 기껏 한 일이라고는 밥 한끼 챙겨먹고, 세탁소에서 드라이 맡긴 옷과 등산화 찾아오고, 블로그에 글 몇 자 긁적거리고, 롯데 경기결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그런 놈팽이 같은 하루를 보냈는데 롯데가 이겼다니 무척이나 알찬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 어제는 롯데가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서 한화를 상대로 무려 12연패의 늪에서 벗어난 날이다. 내가 다시 프로야구를 보면서, 지역적 연고와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냥 평범한 야구를 보기로 마음 먹었는데 그러고나서는 야구보는 재미가 훨씬 늘었다. 만년 꼴찌라도 봐줄만한데, 그래도 요즘 잘하는 편이다. 특히 젊은친구들이 잘한다.

"느그가 응원해라, 우리가 야구하께"라는 골수 갈매기들의 자극적이고 험악한 현수막이 아직까지 사직구장에 걸리지 않은 것만해도 올해는 성공이다.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요즘의 관전포인트는 롯데가 가을야구잔치에 초대를 받느냐다. 4위는 해야하는데, 지금부터 남은 경기에서 거의 7할 이상의 승수를 가져야 가능한 일이니 사실상 버거운 현실이기는 하다. 그래도!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보는 것도 즐기는 방법 중의 하나니까... 가을에 야구하게 열라 응원해 볼란다.

    

요즘 내가 의도하는 이기는 야구말고 즐기는 야구에 대한 생각처럼 열심히 뛰는 선수가 있다. 참 보기가 좋다. 정수근. 한때 FA대박 이후 먹튀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부진했지만 요즘 잘 한다. 부상도 부상이고, 얼마 전 이혼했으니 그 과정에서 잘할리가 있었나 싶다. 툴툴 털고 일어나는 모습이 보기좋다. 기껏해야 치고 달리기로 승부하던 단타선수가 홈런을 날렸으니 얼매나 좋았을꼬? 사진은 홈런 친 후의 팬을 즐겁게 해주는 포즈. 아무리 봐도 MC몽과 형제같다.

그에 반해 노장진. 풍운아다. 롯데 뒷문을 지키는 마무리 투수인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매번 사고를 쳤다. 무단이탈하고, 시즌중에 잠적하고, 결국 올해 재계약을 구단이 포기했다. 부부싸움에 손지검 얘기까지 나오더니 결국 아내가 자살한 것으로 안다. 그래서 노장진을 보면 더 안타까웠다. 다시 그라운드에서 돌직구를 던지는 그의 모습을 보고 싶다. 롯데가 아니면 어떤가? 어떤 팀에서든 다시 그라운드에 올라다오.

야튼.... 그래서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팬들도 열심히 하는 차원에서, 롯데가 가을야구잔치에서 승승장구하여 잠실에 오는 날이면 기꺼이 '부산갈매기' 연습하여 잠실로 갈테다. 같이 보고픈 알라디너들가 있다면 가을잔치 티켓도 돌리겠다!!! (미리 신청하고 열라 응원해 주는 알라디너면 더 좋아요. 알라딘 적립금으로 야구표 좀 사게 해줘요~ 운영자님)

*** 사실 제일 먼저 줘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우리집 1층 경비실에 있는 직원. 로비에서 퇴근하는 나와 눈만 마주쳐도 그날 롯데의 승패를 알 수 있다. 내가 지나가면서 몇대몇? 하면 바로 대답해준다. 같이 씨~익 웃거나, 같이 바보같은 놈들이라고 욕도 한다. 아무래도 이 친구는 꼭 같이 가을잔치에 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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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페이퍼 기억하고 있을 거예요?
가을에 잠실에서 만나죠 달팡님!:)

dalpan 2007-08-26 20:23   좋아요 0 | URL
전 달팡이가 아니오. 무슨 곰팡이 친구도 아니고...ㅎㅎㅎ
접수번호 1번! ^^

dalpan 2007-08-2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심때 분명 박여사님이 써 놓은 똑같은 글이 두개나 올라와 하나를 지웠는데, 지금 와서 보니 하나도 없네요? 어찌 되었든 정말로 미안하외다.

10년지기 친구가 야구 좋아하는지 몰랐네! 나도 김병현하면 환장하는데... 내가 미국을 그리 가기싫어해도 잭슨빌은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같이 야구도 보고 잭슨빌도 같이 함 갑시다!

jhwa 2007-08-28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저인줄 어떻게 아셨어요? 로그인도 안하고 글썼는데...익명성 보장이 안되는군요. 아! 너무 뻔한 아이디를 썼구나...역시 2% 아니 20%쯤 부족해..

dalpan 2007-08-28 12:24   좋아요 0 | URL
앗! 아줌마 노랑머리로 염색했네? 내가 줄게 있는데 괜찮을때 함 봅시다.

다락방 2007-08-29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비에서 퇴근하는 나와 눈만 마주쳐도 그날 롯데의 승패를 알 수 있다.

어쩐지 기분 좋아지는 문장이예요 :)

dalpan 2007-08-29 19:05   좋아요 0 | URL
하하..그런가요? 실제로 그 친구를 보시면 더 기분이 좋아질겁니다. 둥글둥글하게 생긴 얼굴에 인상도 서글서글한게 말이죠.

페르소나 2007-09-0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야구보고싶다.. 티비로 편하게 야구보던때가 언제적인지 -_-

dalpan 2007-09-10 23:48   좋아요 0 | URL
참아라.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

2007-10-14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dalpan 2007-10-14 02:18   좋아요 0 | URL
잘생긴 도령께서 이런 친절함까지! ㅎㅎ 꼭 들어보리다.

2007-10-14 05: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dalpan 2007-10-14 20:0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하하하.. 아주 적절한 지적 감사합니다. 얼굴이 후끈후끈.. 흐흐. 반갑구요. 님 서재에도 놀러가겠습니다. 원체 저의 서재는 알려지지않은 아웃사이더 서재인데 여기까지 찾아오시고.. 감사해요!
 

손용호

http://blog.daum.net/spjj4/5697313

갖가지 화제를 만들었던 펠릭스 호세(42)가 롯데에서 지난 5월 11일자로 웨이버 공시되면서 정들었던 한국  프로야구를 떠나게 됐습니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지난 1999년 한국 프로야구에 첫 발을 내딛은 호세는 첫 해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큰 기여를 합니다(99년 기록-타율 0.327 151안타 36홈런 122타점 12도루 84사사구 장타율 0.636).

그 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호세는 롯데 팬의 뇌리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뒤진 플레이오프 5차전 9회말 2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 투수는 당시 최고의 마무리로 활약하던 임창용이었습니다. 여기서 호세는 임창용을 극적인 끝내기 역전 3점 홈런 한 방으로 무너뜨립니다.  이어 사직 야구장은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습니다. 마치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듯했으니까요.

롯데는 여세를 몰아 6차전도 이겨 승부를 7차전으로 몰고갔습니다. 대구에서 열린 7차전 초반은 삼성의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호세의 쫓아 가는 솔로 홈런이 나왔을 때 사건이 터지고 맙니다.

삼성 팬이 던진 삶은 달걀이 홈을 밟고 덕아웃으로 향하던 호세의 급소에 맞고 맙니다. 흥분한 호세는 방망이를 관중석으로 던지고 당시 주장이던 박정태는 더이상 경기를 못하겠다며 선수들에게 짐을 싸 철수하자고 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호세를 퇴장 시키고 경기는 속개됐고 롯데는 분을 풀어 주듯 경기를 연장전까지 끌고 가 김민재의 결승타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합니다. 롯데 팬들로서는  아직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였습니다.

2001년 빈볼 시비로 인한 삼성 배영수 폭행, 2006 SK 신승현과의 빈볼 사건도 기억하실 겁니다. 이렇듯 롯데 팬들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호세가 나이에 따른 경기력 저하로 결국은 ‘검은 갈매기’라는 애칭을 남겨놓고 한국 프로야구를 떠났습니다.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경기장 곳곳에 그를 추억하는 글과 현수막을 걸어 놓고 그와의 추억을 기리고 있습니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1999년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인 호세가 함께 뛰게 된 다른 선수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뒤에 한화의 로마이어, 데이비스, 삼성의 스미스 등 낯익은 얼굴들이 보입니다. 경기 중 '라이언 킹' 이승엽과 '검은 갈매기' 호세가 나란히 서 있네요. 둘 다 지금보다 많이 젊어 보입니다.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임창용을 상대로 끝내기 역전 스리런 홈런을 친 호세를 양상문 당시 투수코치와  박정태 공필성 등이 나와 환영해 주네요.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7차전 호세가 솔로 홈런을 치고 펄쩍 뜁니다. 이 홈런에 기분이 상한 삼성 팬들이 홈을 밟고 덕아웃으로 향하는 호세의 급소에 삶은 달걀을 던져 야구장은 아수라장이 됩니다.

흥분한 호세가 야구 방망이를 관중석으로 던지는 등 난리를 치자 프런트들이 말리고 있습니다.

험상 궂은 얼굴이지만 구단 직원들과 동료들은 심성이 착하다고 얘기합니다. 호세가 팔에 가족들의 얼굴을 문신, 뜨거운 가족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하리수 사랑해'라는 문신도 새겨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호세의 뉴 패션? 팔이 굵어 유니폼이 거북하자 소매를 터서 입고 타격하고 있습니다. 활짝 웃는 호세의 얼굴에서 다정함이 묻어 나오네요.

 

전성기 때 호세는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죠. LG와의 경기서 포주 조인성이 2루에 주자가 있자 당시 LG 외국인 투수 해리거에게 고의사구 사인을 내고 있습니다.

호세가 퇴출되자 롯데 팬들이 지난 13일 LG와 원정경기가 벌어진 잠실구장에 호세의 홈런 세리머니 사진과 함께 'Te Amo, Gracias!, Saludos~ Y besos'(사랑해요 고마워요! 안녕, 키스)라고 스페인어로 적어 놓고 한국무대를 떠난 호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호세는 “ 영원히 롯데 자이언츠와 부산을 기억할 것‘이라며 한국을 떠났습니다. 호세가 어딜 가든 한국에서 추억을 간직하며 좋은 선수로 또 좋은 지도자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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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들이 아니면 성인이 야구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기껏해야 상대와 던지고 받는 캐치볼이나 할 수 있을까? 나도 어릴 적 맨손으로 테니스공 들고 친구들과 야구도 했고,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부러워해 봤을 각 구단의 '어린이 야구단' 유니폼도 곁눈질로 쳐다보았고, 껌 씹으면서 경기하는 선수들을 희안하게 바라보면서 롯데구단은 롯데껌 씹고, 해태구단은 해태껌 씹는지 궁금도 했었지만...

머리가 커지면서 80년대 군부독재 시절 국민의 혼을 빼놓던 3S(지역연고의 프로야구, 애마부인으로 대표되는 한국애로영화, 뭐가 대표적인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性산업) 정책을 알게되니 야구가 야구로 보이지 않았고, 자연스레 학교에 붙잡혀 야구보는 시간이 없어지다보니... Out of sight, Out of Mind. 야구는 아주 어린시절 선린상고, 천안북일, 광주일고 등의 고교야구를 거쳐, 우연히 보게 된 83년 프로야구 개막전 MBC청룡의 이종도의 만루홈런, 롯데의 전성기를 이끈 김용희, 김용철, 최동원을 끝으로 자연히 내게서 멀어졌다.

그러던 2년 전 어느날.

살아남은 두 개의 프로야구 원년멤버 중 하나인 롯데자이언츠는 맨날 리그 꼴지를 해서 '꼴데'로 불리던 시절에 할일없이 집구석에서 야구를 보다...그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 나는 그만 회가 동해 버렸다. 앗! 야구닷!

롯데자이언츠 응원을 본 사람들은 유달리 그들의 응원에 생뚱맞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야구를 보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그들의 응원 때문이기도 하다. 신문지 쥐어 뜯어 흔들어대는 '신문지 응원'과 어느날 갑자기 생긴 주황색 쓰레기 봉투 뒤집어 쓴 응원에, 어김없이 나오는 응원가 '부산갈매기'가 긴장 넘치는 상황이면 봐줄 수 있겠는데, 맨날 그러했듯 경기가 어김없이 지고있는 상황에도 8회쯤 되면...

"지~금은 그 어디서 내 생각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도 고왔던 순~이 순~이야

 파도 치는 부둣가에 지나간 일들이 가슴에 남았는데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가 흘러나온다.

아~ 이 놈들은 이기는 야구보다 즐기는 야구를 하고 있구나...

뻑가는 응원은 이것 말고도 많다.
파울볼이 날아들면 어김없이 외쳐댄다. "아 주라! 아 주라!"
이 얼마나 미래지향적인 응원인가? 전자회사가 가장 최고로 꼽는 아이템 중의 하나가 게임기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어릴 때부터 머리에 박아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아주 보편화되어 파울볼만 날아들면 공잡은 어른은 바로 주변에 공 줄 어린이를 찾는다. 애들한테 공 주기 전에는 죽어라고 "아 주라!"를 외친다. 작년에는 야구장에서 유니폼 등짝 이름에 "아주라"가 적힌 롯데팬도 발견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한때 잘 나가다 롯데가 맛이 가기 시작했을 무렵, 두 명의 롯데팬이 현수막을 앞뒤로 들고 야구장을 빙빙돌며 시위하고 있었다. "가을에도 야구하자" 이것은 전무후무한, 대단히 함축적이면서도 선수와 구단에게는 한줄기 비수처럼 꽂힐 충격적인 문구 그 자체였다. 4강에도 들지못해 코리안 시리즈에서 롯데를 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으면... 그 뒤로 언론에서도 이 문장은 자주 인용한다. 내가 본 최고의 선동적인 문장이다.

   

그 뒤로 롯데가 더 맛이 가기 시작했을 때 부산 사직구장에는, 구단주가 보면 충격을 넘어 쇼크사를 일으킬만한 걸게가 걸렸다.

"느그가 응원해라. 우리가 야구하께!"

아... 이쯤되면 감독이든 선수든 어디 무서워서 야구하겠나?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져도 박수쳐 주고, 어이없어도 부산갈매기 불러주고, 이기면 미친듯이 응원하는 그들을 보면 나이살 꽤나 먹는 나도 신이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경쟁하고 이기는데 미쳐있는 시절이지만, 올해 못 이기면 내년에 이기면 된다는 느긋한 심산으로 이때까지 기다려준 부산갈매기들 덕에 올해 야구는 왠지...땡긴다. 강자보다는 꼴찌를 위한 박수! 딱 내 스타일이다.

 

덧글.....

얼마나 가을에 야구하고 싶었으면...  부산은행에 아래와 같은 상품이 생겼다. 정말 눈물나는 상품이다. 모델은 당근 한국최고타자 이대호다. 주변에 부산은행이라도 있으면 나도 들겠구만...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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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박현승의 '비범한' 2007년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롯데 3번타자 고민 해결
    양형석(utopia697) 기자   

 

시즌 개막 전 롯데 자이언츠의 가장 큰 고민은 '3번 타자'였다.

'트리플 크라운' 이대호와 '검은 갈매기' 펠릭스 호세로 이어지는 4,5번은 믿음직스럽지만 정교한 타격으로 이대호와 호세를 보좌할 선수는 눈에 띄지 않았다.

상무에서 제대한 좌타 외야수 이인구와 1번 타자 못지않은 도루 능력을 갖춘 김주찬 등이 물망에 올랐고, 호세를 3번으로 올리고 '공수 겸장 포수'로 부쩍 성장한 강민호를 5번에 배치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모두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개막 한 달이 다가오는 지금, 3번 타자는 더는 롯데의 고민이 아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노장 내야수 박현승이 그 자리를 완벽히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거인 군단'의 평범한 선수, 박현승

▲ 프로 13년차 박현승은 그동안 별로 내세울 만한 특징이 없는 평범한 선수였다.
ⓒ 롯데 자이언츠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롯데는 유난히 사연이 특별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1984년 한국 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챙겼던 '무쇠팔' 최동원과 7차전 극적인 홈런 한 방으로 '반전 드라마'를 쓴 유두열부터 10대의 나이로 완벽한 투구를 펼치다가 오랜 기간 부상에 시달려야 했던 염종석과 주형광까지.

얼마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박동희와 7년이 넘도록 깨어나지 못한 임수혁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파란만장한 롯데 선수들 사이에서 박현승은 너무나 평범한 선수다.


1995년 프로에 뛰어든 박현승은 13년째 롯데 유니폼을 입고 '매우 조용히'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고와 동아대 시절에는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를 거쳤지만 '엘리트'만 모여 있는 프로 세계에서 박현승은 그다지 돋보이는 선수가 되지 못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폼나게 정장을 입고 개인 타이틀을 수상한 적도 없고, 모두가 감동할 만한 '투혼의 드라마'를 쓴 적도 없다. 입단 3년째였던 1997년에는 타율 .301 19홈런 12도루로 전성기를 보냈지만 3할 타율도, 두 자릿수 홈런도 1997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게다가 박현승의 포지션이던 2루수와 3루수 자리에는 '근성의 양대 산맥'이었던 박정태와 공필성이 버티고 있어 박현승은 본의 아니게 '부산 야구의 영웅'과 주전 자리를 다투기도 했다.

2루수와 3루수, 그리고 1루수를 오가며 롯데 내야진의 빈자리를 채웠고, 때로는 젊은 유망주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보냈던 시간이 벌써 13년이다.

박현승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대어급 선수'가 아니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프로야구 제도의 모순 때문에 'FA 선언'도 하지 못했다.

'폭주' 박현승, 14경기 연속 득점 신기록 수립

▲ 박현승의 초반 활약은 팬들의 기대를 훌쩍 뛰어 넘는 것이다.
ⓒ 롯데 자이언츠
성적만 보면 크게 대단할 게 없지만 박현승을 '그저 그런 선수'로 취급하는 것은 커다란 실례다.

조금이라도 기량이 떨어지거나 부상을 당하면 가차없이 트레이드나 방출 대상에 오르는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정상급 선수'로 분류할 수 없는 박현승이 13년째 한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그동안 소리 없이 사직 구장을 지켜 온 박현승이 올해는 드디어 힘차게 소리를 내고 있다. 신명철(삼성 라이온즈)의 이적으로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박현승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3번 타자 역할까지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2일 경기까지 박현승의 성적은 타율 .350(5위), 최다안타 28개(3위), 출루율 .419(8위). 지난 4년 동안 한 번도 2할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던 그 선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눈부신 활약이다.

중심 타선에 있으면서 타점이 5개 밖에 되지 않지만 박현승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412(17타수 7안타)나 되기 때문에 이 역시 '옥에 티'라 할 순 없다. 박현승은 득점권에 주자가 있어도 방망이를 짧게 잡고 이대호, 호세에게 찬스를 이어주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달 11일부터 26일까지 14경기 연속 득점 신기록을 세우면서 득점 부문에서 단독 선두(19점)에 올라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시즌 초반에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했다가 날이 더워지면서 '변신이 풀리는(?)' 선수들은 매년 등장하기 마련이다. 호세를 제외하고 롯데 야수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박현승 역시 시즌 내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평범한 노장 선수의 '깜짝 활약'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2007년 프로야구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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