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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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바다였을까. 


이 책은 반수연 저자의 삶이 녹아있는 산문집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파편들을 저자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었다. 그 삶의 파편들 속에서 이민자의 애환과 낯선 환경 속에서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만들어 잔뜩 방어기제를 취한 저자의 모습이 보였다.


한국에서 나고자라 이민자의 삶을 겪어보지 못한 내가 저자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리겠느냐마는 타국에서의 생활도 이제는 멀리 떠나온 고국의 생활도 모두 포용하는 듯한 저자의 모습이 꼭 바다를 닮았다. 물론 바다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이름이 붙지만 결국 같은 '바다'이니깐. 통영 앞바다도 캐나다 해안가 너머로 보이는 것도 모두 바다이니깐.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끊임없이 변하는 변화무쌍한 모습이지만 사실 다 적응하고 있던 건 아닐까. 


어느 한 곳에 온전히 속하지 못하고 떠도는 모습, 몸과 주거는 캐나다에 있어도 마음은 한 번 씩 한국으로, 통영으로 오고가는 저자의 모습이 마치 밀려왔다가 다시 멀리 달아나버리는 파도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민자의 애환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였다고 해서 절대로 구슬프고 무거운 느낌의 책은 절대 아니다. 캐나다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은 간간히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한다. 마치 건빵 과자 속의 별사탕처럼 말이다.


"그래도 엄마, 난 한국이 참 좋아. 이유는 몰라. 그냥 좋아.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사람이랑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더니 그래서인가. 편의점 구운 달걀은 정말 최고야. 그러니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무엇보다도 엄마의 펀안하고 당당한 얼굴을 보는게 좋았어. 한국에서 엄마는 확실히 달라 보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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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남편은 일당 수표와 청력검사 통과증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치 전선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처럼 의기양양하게 그것을 내밀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눈물 나게 웃었다. (...) 이십사 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요즘도 가끔 남편과 그때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나는 것이다. 유난히 마음이 여린, 서른이 조금 넘은 젊은 남자가 어린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이국으로 와 그 막막함과 두려움을 틀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 (...) 이제 나는 그가 그리 용감하지도 않고 배포가 큰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강인한 어른인 척하느라 죽을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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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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