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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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니핑크>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사랑하는 재료의 말들"

"따뜻한 수프와 감자, 파슬리를 사랑하는 도리스 되리의 미감에 관한 에세이"

글을 쓴 저자 도리스 되리는 독일 최고의 영화학교인 뮌헨의 영화 텔레비전 대학을 졸업하여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뒤 <남자들> <파니 핑크> 등을 선보이며 포스트 파스빈더 세대를 이끄는 톱클래스 감독으로 다수의 책을 펴내 영화와 문학 분야에서 인정 받아 독일 영화상, 몽블랑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베트남 쌀국수와 꽃다발을 넣은 기차역>

베트남에서 포가를 주문할 때 매번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발음이 "닭고기 쌀구수 하나요"가 아니라 "꽃다발을 넣은 기차역 하나요"라는 것 같기 때문에. 뮌헨으로 돌아와 베트남 식당에 가서 맹렬하게 오리지널 버전을 요구하고 오랫동안 어딜 갔다 오면 다시 오리지널 쌀국수로 돌아올 때까지 끈질기게 불만을 표시한다.

"더빙 버전에 비해 오리지널 버전의 영화가 항상 더 나은 것과 같다고 할까. 어떤 일이든 오리지널 버전을 맛보는 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한 아이당, 뇌 한개씩>

어릴 적 알프스 지역의 호텔 식당에 갔을 때 한 아이당 한 개씩 놓여있던 송아지 뇌

"낯선 음식은 큰 역할을 담당한다. 담력을 시험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마법에 걸리게 하는 마녀의 음식이나 마법을 푸는 기적의 음식이 되기도 한다.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세계를 떠나 미지의 것에 눈을 뜨게 하는 표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 많은 송아지는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몇 년 전 이사 간 시골의 이웃은 로지 베르타 플로라라는 젓소를 키운다. 저녁에 젖소들이 목초지에서 돌아오면 참 행복해 보였다. 낙농 농부는 절대로 송아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젓소에 가하는 행동을 보면 너무도 끔찍하다. 암소는 지속적으로 우유를 생산하면 암소는 자주 중병에 걸리게 되고 발톱이 빠지거나 면역저항력이 괴멸되어 대략 5년뒤엔 생명을 다하고 만다. 예전의 젖소는 지금에 비해 세배나 더 오래 살았다. 현재 송아지는 한 마리에 단돈 9유로밖에 되지 않는다!

"일상에서 변화를 실천하고 연구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는 바로 부엌이다"p44

" 하지만 먹는 것이 곧 우리가 누구인지 말해준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요리하는 지가 인간을 규정한다. 인간은 여전히, 변함없이 먹는 자로서 남아 있다"p46

사실 책을 읽기전만해도 음식은 그냥 먹기만 한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음식을 너무 못해서 약간의 스트레스도 갖고 있었다. 그래도 해야하는 거니... 어쩔 수 없이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 몇몇가지 익숙해진 음식은 요령도 생겨 뚝딱 만들기도 한다. 그러면 왠지 내가 "해냈다"라는 자신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좀 익숙해지면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줄 생각을 하면 요리하는 과정 또한 즐거워진다. 그래도.. 내 손하나 까딱안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주는 로봇 하나쯤은 우리집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너무나 많이 하곤했었는데.. 저자는 부엌은 한 사회의 문화와 구조를 읽어낼 수 있는 곳이며, 우리가 직접 요리한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문화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그렇게 하기 싫던 요리에 단순한 행위라기보다는 '내가 그래도 뭔가는 하고 있구나'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관점이 달라지는 기회가 된 것 같다.

" 우리가 직접 요리하는 한, 우리는 맛있는 음식과 아울러 문화도 만들어가는 것이다" p47

미각의 번역(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번역이란 단어를 붙인 걸 보니 단순히 요리에 관한 책은 아닐 거라 예상했는데 역시나 참 잘 읽었다!! 음식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혀의 감각이 있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 삶이라는 다양한 맛이 존재한다. 저자는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먹었던 다양한 음식과 추억을 통해 그만의 유쾌하고도 가끔은 진지한 하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48가지의 에피소드에 음식과 다양한 관점과 의미를 긴밀하게 연결짓는 저자만의 세심한 매력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다. 왠지 이제 음식을 먹을 때마다 나의 감각을 총 동원하여 그에 담긴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찾을 것 같다..

"신기하고 웃긴 글솜씨에 홀딱 빠졌다. 맛있게 읽었습니다"라는 이다혜 작가의 추천사를 공감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삶의 감각을 배우고 개인의 책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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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 -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난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이지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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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 사람' 때문에 진짜 미치겠어!"

"날마다 내 속 뒤집는 그 사람, 대체 왜 그러는 걸까?"

사회생활하다보면.. 더 작게는 가정내에서도 아~ 진짜 나랑 안맞는다!!

이거 엄청나게 화를 내자니 후회할 것 같고.. 참자니 속은 터지겠고...

지적할까 말까.. 수십번 고민하다 그냥 어영부영지나가고...

이런 상황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사람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심리학 강연으로 유명한 일본의 심리학자 에노모토 히로아키는 "엮이면 피곤해지는 사람들 ( 살면서 꼭 한 번은 만난다)"를 통해 화를 낼 수도 없고, 계속 참고 있을 수도 없는 '노답'상황에 빠진 당신을 위한 맞춤형 심리학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오늘도 당신을 지치게 하는 '그 사람' 10가지 유형

Type 1 '초예민'형

쿠크다스 같은 '그 사람' 멘탈 지키다가 내 멘탈 먼저 부서진다

Type 2 '자격지심'형

세상 모든 일을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본다

Type 3 '부채질'형

눈치를 밥 막아 먹고, 분위기도 같이 말아 먹는다

Type 4 '쭈그리'형

쓸데없이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Type 5 '내로남불'형

다른 사람 말은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맞다고 떠든다

Type 6 '절차 집착'형

모든 일에 유도리를 찾아볼 수가 없다

Type 7 '어리광쟁이'형

사람들의 관심이 나를 감싸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Type 8 '겸손 진상'형

듣고 싶은 말은 저해져 있고 못 들으면 서운해 죽는다

Type 9 '구구절절'형

"그래서 뭔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Type 10 '라떼빌런'형

과거 이야기 안 꺼내고는 대화가 안 된다


최근에 밑도 끝도 없이 화부터 내는 사람을 겪어 본적이 있다. 분명 기분 나빠할 상황이 아닌데... 혼자 화내고 혼자 화를 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상대의 공감능력과 이해라곤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음에 "이건 무슨 상황? 뭐야? "라는 의문만이 자리잡았다. 이 사람과 엮일 일이 더이상 없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들정도였다. 그렇다면 이런 류의 사람은 어떤 심리일까?

저자는 무턱대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인지왜곡'이라는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색할 필요도 비뚤어진 시선을 보낼 필요도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서 악의를 느끼기 때문인데, 이것이 바로 인지 왜곡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자 니키 R.V 크릭과 케네스 A. 닷지는 '사회 정보처리 모델'에서 사회 정보는 1. 내외적인 단서의 부조화 2.단서의 해석 3. 목표의 명확화 4. 반응 검토 5. 반응 결정. 6. 실행을 거치는데 여기서 2. 단서의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

아니 그런데...그런데 일일히 설명해줄 수 있는 노릇을 할 수도 없고... 역시나 저자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보통은 오해라며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이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큰 오산입니다. 공격적인 사람들은 애초에 부호화 단계(1단계)에서 모든 단서에 주목하지 않고 공격적 단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사실 여부가 어떻든 우리의 행동을 적대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죠"p118

"적대적 귀인 편향이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자신을 적대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즉 타인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고 행동한다고 여기는 인지왜곡을 말합니다"p119

"타인의 반응을 살피면서 본인의 언행이 적절한지를 파악하는 능력과 본인의 언행을 상황에 적합한 방향으로 조정하는 능력입니다"p239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어떤 경우에는 이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나는 내가 정상같고 기준같지만 글쎄.. 그건 착각일지도 모른다. 또 상대방이 변해주면 좋겠지만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은일.. 그냥 이런건 포기하는게 낫다...어쨌든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무리 안에서 생활을 하려면 좀 더 지혜롭게 행동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도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으니 지적하기 보다 그 사람의 심리 성향과 행동패턴을 깊이 이해하고 적절하게 상대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편이 낫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정말 많은 유형의 성향이 나온다. 그 성향에 따른 심리를 현실적으로 말해주고 있기에 주위의 몇몇 특정 인물들의 행동들에 대한 이유가 퍼즐조각처럼 맞춰지며 더 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생기기도 하고 나에 대해서 다시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꼬이는 인간관계에 있거나 조금 덜 피곤한 인간관계를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해주고 싶다.



"엮이면 피곤해지는 것은 물론, 자칫 잘못하면 나쁜 방향으로 휘둘릴 수 있고, 내인생이 꼬일 가능성도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합니다"p221

"이렇게 본인이 어떤 사람에게 쉽게 짜증을 내는지, 본인이 어떤 사람을 피곤하다고 느끼는지를 되돌아보면 자신의 가치관과 스타일을 알 수 있고, 그래서 개선점도 보일 것입니다"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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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 - 개정증보판
이경선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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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으면 책을 훑어본 후 내가 읽고 싶은 책인지 결정한다. 그리고 작가의 이름을 보곤 하는데 이번에 고른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는 사랑에 관련한 시집이기에 당연히 이경선 작가가 여성이시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내가 편견을 갖고 있었다니... 시집에 적혀있는 인스타그램의 피드를 확인 해보니 남성이셨다.

책의 표지는 하얀 바탕에 프리즘으로 빛나고

"너는 나의 봄꽃

너는 나의 설렘이다

순간의 스침에

이토록 오래 생각한다

한동안 오래 어여쁘다" 라는 달달한 시구가 마음에 쏙 들었다.

평소 시를 좋아하지만 시간을 내어 음미하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린다. 비교적 짧은 시들이지만 온전히 감정이 전달되는 일도 많고 여러 번 읽어도 여운이 남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특히 사랑에 관련된 시라면 읽기도 전에 벌써 설렌다.

0장. 피고 지는 마음

1장. 그대가 피었다

2장. 그대가 저문다

"당신이 온다는 밤하늘 어디쯤으로 시선을 모아두었다"p12

"마음 하나 기우면 당신 자리 닿을까

내심 기대도 해보았습니다"p22

"당신만을 나는 공전할 것이었다"p41

시구가 너무 맘에 들어 여러 번 읽게 되고 낭독도 해보게 되었다. 당신만을 나는 공전할 것이란 말에 사랑을 시작하기 전 설레던 마음, 고백하지 못하고 빙빙 맴돌던 모습도 떠올랐고 시선을 모아두었다는 말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기도 했다. 너무 오랜만에 읽는 사랑에 관련 된 시집이라 내 세포 속 묵혀있던 여러 감정들이 아지랑이처럼 스물스물 피어오를 수 있었음에 시들을 읽는 내내 설렘 가득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런 그댈 마음 가득 사랑이라

담았던 날을 기억한다"p119

"눈가에 맺힌 그댈 바라볼 수밖에"p131

"소나기처럼 그대가

쏟아지던 날들이 있다"p143

얼마나 사랑했기에 이리도 절제된 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을까? 소나기처럼 그대가 쏟아지던 날들, 눈가에 맺힌 그댈 이란 시구를 보며 또 한 번 가슴이 뭉클해진다.

나의 시

나의 시는 그대이다

나의 시, 그대가 가득한 까닭은

나의 세상, 온통 그대이기 때문이다.

오후의 햇살도

저녁의 노을도

밤하늘 달빛도

모두 그대이다

모든 아름다움, 그대로 담았다

모든 시간에 그대가 있었다

나의 시는 그대이다

"나의 시" 에 나오는 "나의 시는 그대이다"는 이 시집 그 자체의 설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시들을 읽고 있노라면 남편 혹은 연인과의 애틋함, 옛사랑과의 설레였던 마음, 그리웠던 마음 혹은 헤어짐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경선 시인만의 사랑의 언어로 적어 내려간 시들...

요즘 좀 바쁘고 각박했졌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시를 음미할 수 있었음에 마음 따뜻해졌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비오는 날 읽으면 더더 감성이 풍부해진다 ㅎㅎ)

뒷 날개의

"새로운 사랑을

지금도 넌 그날의 걸음으로 맞이할까"라는

마지막 여운으로 오랜만에 애틋한 마음을 선물해준 시인께 감사드린다.

"그대, 꽃처럼 내게 피어났으니"에 24편이 더 추가되어 새롭게 출간된 개정증보판,

가방 속에 쏙 넣고 틈틈히 읽거나 선물해주기 좋은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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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여름 지음 / &(앤드)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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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이토록 서늘한 절정을 본 적이 없다.

신선한 감수성과 생동감 넘치는 문체로 심사위원 전원의 추천을 받은,

소설가 권여름의 첫 장편소설!"

'구유리의 건강힐링센터'와 유튜버 공진표의 'Y의 마지막 다이어트' 프로젝트

구유리의 건강힐링센터는 단식원 이름이다. 구유리 원장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말하는 '운남'은

단식원 1등 자리를 차지한 'Y의 마지막 다이어트' 프로젝트의 주인공. 그런데 단식원 최고의 작품인 주인공 운남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감량률로는 2등이지만 3기 중 최종 몸 상태가 가장 좋았던 뷰티바디상의 '봉희'는 단식원의 코치이자, 프로젝트의 스태프로 선택. 운남과 동고동락한 사이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 운남를 찾아 나서며 안전하다고 믿고 있던 단식원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 여상 시절 친구들과 학교 앞 노점상에서 닭꼬치를 먹던 날, 그곳을 지나가던 한 무리의 남학생들 중 누군가도 그렇게 무례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봉희도, 친구도 갓 튀겨낸 닭꼬치에 소스를 바르던 아주머니도 못 들은 척했다. 그러나 봉희는 잠시 멈칫했던 아주머니의 손과 자신의 표정을 재빠르게 확인하던 친구의 눈빛을 슬로우 비디오 화면처럼 똑똑히 보았다. 봉희의 귀에 정확하게 꽂힌 그 한마디를 못 들을 리 없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들이 무신경하게 뱉은 한마디.

“돼지 년아, 적당히 처먹어." p42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운남의 옷을 더듬었다. 상의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 밖으로 빼냈다. 혀처럼 삐져나온 주머니에서 뭔가가 툭 떨어졌다. 바닥을 살피다가 침대 아래 하얀 알약 하나를 집었다"p77

"주인공이 바뀐 마당에 운남 부모의 등장에 반색하는 공진표의 저의를 알 길이 없었다. 영리하고 재빠른 사람은 역시 불편했다. 쉽게 속을 내비치는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귀신처럼 잘 감추는 사람들. 다른 사람이 방심한 사이 불리한 것들을 제거하고, 유리한 길을 신속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p141

"- '얼마나 처먹으면 이렇게 되냐? 무거워서 이거 어떻게 들어?' 죽고 싶었지만, 바로 죽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말을 듣게 될까 봐. 삶의 끝에서조차 존중받지 못할 거란 게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에요. 죽으면 끈이라는데 웃기죠?

- 그러니까 저는 죽기 위해서 단식원에 들어 온거에요" p254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

살이 쪄서 무겁다는 이야기를 들을까봐 죽기 위해 살을 빼는 운남, 전교1등이지만 살때문에 은행 공사 취업에 모두 실패한 봉희, 살을 빼야 데뷔할 수 있는 연습생 안나, 건강을 강조하지만 결국 다른 이면을 갖고 있는 원장 등 여러 인물들을 통해 뚱뚱한 몸이 사회에서 받는 불이익이라는 어두운 면과 다이어트산업이 갖는 허상을 꼬집어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가는 언제나 몸에서 자유롭고 싶었지만 늘 실패했다고 했다. '과연 몸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가능할까? 그것은 왜 이렇게도 힘들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아쉽게도 몸에서 자유로워지는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더 예뻐지고 더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이 건강하기 위해서로 바뀌기 전까지는 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도 겪을지도 모른다. 자기 몸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도, 건강을 위한 것도 과정이 건강하다면 그에 노력하는 모습 모두 보기 좋다. 그런데 봉희가 느낀 살찐 몸이 마치 낮은 신분과도 같다면... 유능하고 가진게 많아도 뚱뚱한 몸을 걸치고 있는 이상 늘 위축되고 구속될 터라면 그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존중받을 만한 몸이 되기 위해서는 그 시간도 존중받으며 통과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봉희의 말처럼 그 시간의 선택지는 늘 항상 열려 있을 것이다. 그 시간과 생각 안에서 더 자유로워 질수 있게 된다면 마음도 몸도 더 건강해지고 좋을 것 같다.

심사위원 전원의 추천을 받은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에 맞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은 흡입력 강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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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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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란?

우리는 '누군가나서겠지'라고 생각하면서 굳이 자신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신 분석학자들은 이런 경향을 '책임 분산'이라고 부른다. 정신 분석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 방관자 효과'라고 부른다.

(책임 분산이란? 희생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함께 있는 사람의 숫자와 반비례한다는 것을 의미)

*왜 사람들은 모욕적인 언어와 괴롭힘을 보고도 조용히 앉아 있었을까?

*펜실베이니아 주립 대학교의 기숙사에서 19세 학생이 쓰러져 있을 때 왜 아무도 911에 전화를 걸지 않았을까?

*가톨릭 교회는 왜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을 묵인했던 것일까?

*미시간 주립 대학교의 코치와 행정 직원부터 미국 체조협회의 관리들까지 많은 사람은 왜 래리 나사르가 수년 동안 어린 체조 선수들을 성추행하고 있다는 정보를 무시한 것일까?

이 모든 사례에서 그릇된 행위를 저지른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머지 다수는 이를 막지 못했다. 나쁜 행동을 허용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인의 나쁜 행동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 나서서 올바른 행동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

1959년 마틴 루터 킹은 "이 사회적 전환기에 벌어진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격렬한 외침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소름끼치는 침묵이었음을 역사는 기록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p46~47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방관자 효과.

가해자. 피해자. 그걸 보고 있던 방관자들...

아무리 나쁜 가해자라고 할지라도... 그 일과 상관없다 생각하고 침묵하고 바라보고 있던 주변인들의 도움이 있었다면 더 큰 사건이 되지 않았을 거다. 그럼 그들은 정말 상관없는 사람들일까? 또 이 사건은 가해자만의 문제일까? 라는 생각을 안해볼 수가 없다. 물론 여러가지 문제로 쉽지 않은 일이란걸 안다.

"사람들은 흔히 범죄는 악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판단은 옳지 않다. 왜 우리는 악인만 나쁜 행동을 한다고 추정할까? 우리의 친구, 가족 그리고 나 자신은 좋은 사람이고,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믿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들도 친구를 따돌리고 동료를 추행하는 등 갖가지 못된 짓을 저지른다. 그렇기에 괴물을 찾아내 막는 것만으로 이러한 끔찍한 행동을 막을 수 없다. 선한 사람을 나쁜 선택으로 이끄는 원인을 찾아내야 그릇된 행동을 막거나 적어도 줄일 수 있다" p18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나쁜 행동을 하고 선한 사람은 옳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비윤리적 행동은 인성이 그른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가끔은 부정직하게 행동한다. 주로 상황 때문일 수도 있고, 비윤리적 행동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 때문일 수 있다"p250

범죄는 나쁜 사람들만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착각에 대한 설명에 특히 아차 싶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도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곱씹어 보면 그런 것들이 주위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었다는 거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에게 "더는 못 하겠다", "이제 하지 않겠다"같은 말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도구와 전략을 제공하려 한다"p 38

저자는 누군가 위기에 빠졌을 때 군중 사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관하고 침묵하는 이유를 여러 실험을 통해 심리학적인 면에서 인간 본성을 파헤쳐 설명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도덕적 용기를 보여주는 사람들의 예시도 있었다. 다행히 이런 설명만 나열된 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책을 읽는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도덕적 용기를 갖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도덕 저항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한 가지 중요한 단계는 사람들에게 침묵의 대가를 이해하도록 만들고 행동이 중요하다고 설득하는 것이다"p295

"의견을 알리는 첫번째 전략은 빠르고 분명하게 걱정이나 반대를 전달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p299

그릇된 행동을 한 사람과 이를 지켜본 사람에게 그 말이나 행동이 옳지 않다는 사실만 간단하게 알리면 된다. 예를 들어서 조용하면서 직접적으로 "그건 불편합니다.""그런 단어는 사용하지 마세요". 처음엔 그냥 하는 소리겠지하면서 조용히 넘어가거나 묵인하는 것보다는 훨씬 직접적이고 더 수위 높은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재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 느꼈던 것이 편견이나 비윤리적 행동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법을 배운다면 변화를 만들 수 있지만 이는 기술과 전략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한 점이다. 예를 들어 학교, 일터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프로그램 같은 것. 성차별적 언급에 대한 프로그램 실험에서 확실히 이에 대응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과 배우지 않은 아이들의 결과는 확실히 달랐다.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특히 옛날부터 끊임없이 학교 폭력에 대한 이슈가 많은데 어릴 때부터 프로그램을 통해 실습할 기회가 많이 주어져, 다 같이 공감하고 이해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에덴의 동쪽>>에서 존 스타인벡이 표현 한 것처럼

"인간은 선과 악의 거미줄에 걸려들고는 한다. 삶과 생각, 배고픔, 야심에 사로잡히고 탐욕과 잔인함에도 빠진다. 하지만 친절함과 관대함에 사로잡힐 수도 있다. 사람은 인생의 먼지와 파편을 치우면 자신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그것은 선일까, 악일까? 내가 잘한 것일까, 아닐까?"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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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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