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지만 벌써 9월 10일이다. 체감상으로는 8월 31일 정도인 거 같은데...


푸코의 <감시와 처벌> 2부까지 읽은 후로 책은 단 한 페이지도 읽지 않았다. 읽지 못했나?? 영화도 보지 않았고, 일기도 쓰지 못했다. 유일하게 한 것은 홈트! 홈트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몸을 움직이는 순간에는 동작에만 집중하게 된다. 사용하는 근육을 머릿속으로 되뇐다. 그러면 30분이, 5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고 어느새 쿨다운 스트레칭 타임! 내가 유일하게 해야 하는 일은 매일의 운동 말고는 없다는 가볍고 상쾌한 기분. 나의 홈트 선생님 빅씨스는 체력이 좋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했는데 힘든 운동도 끝까지 해내고 나면 정말 그런 기분이 든다. 


SNS는 이름 그대로 사회관계망이지만 사람과의 진짜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을 분비시키지 못한다. 또한 사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플랫폼에 매여 있도록 설계된다. 스크롤을 하다가 새로운 정보가 보이면 사용자의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타인이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마찬가지로 도파민이 분비된다. 팔로워가 늘어나면 또 도파민이 나온다. 하지만 자극이 멈추면 곧바로 따분함과 권태감이 찾아온다. 결국 마음에는 스트레스, 공허감,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의 결핍만 남는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을 자극하기도 한다. 현재의 불만족을 자극해서 소비를 부추기고 우울감을 심화시키키도 한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정희원>


나는 위 문장에서 말하는 증상에 해당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다. 타인이 나를 좋아요 하든 싫어요 하든 관심 자체가 없다. 타인의 반응에 흥미도 없고, 타인의 반응이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예외적인 경우라면 내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타인이 나를 '좋아요' 한다면 어느 정도의 동기부여(도파민 분비?)가 되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다!(조성모의 가시나무 노래 가사를 들었을 때 바로 든 생각 : 내 속에 내가 많은 게 당연한 것인데 그걸 왜 미안해 해야 하나. 중이중이병 시절이 지난 지금도 난 사실 내 안이 나로 가득 찬 게 미안하지 않다.) 각자의 우주에서 각자 쉬자. 남의 우주에서 쉬지 말자!


지나치게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는 사람을 보면, 지팔지꼰 자업자득이란 생각 말고는 딱히 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내 예상을 넘어 훨씬!!! 많다는 것. 


남이 나를 예쁘다고 하면 기분이 좋은가?(니가 뭔데 감히 얼평하고 지랄이야. 남 얼평 할 시간에 거울 한 번이라도 더 보고 니 얼굴의 기름이나 닦아.)

남이 업무 칭찬하면 좋은가?(니가 뭔데 내 업무능력에 훈계질이니? 니 일이나 똑바로 해.)


내가 타인의 칭찬에 아무런 가치도 두지 않게 된 이유는 내 부모가 칭찬이 인색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올 100점을 받아도, 1등을 해도 칭찬해주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대신 못해도 꾸중하지 않음. 자유방임 양육법)그래서 나는 자기 칭찬에 능한 인간, 더 나아가 자기 칭찬에만 가치를 두는 인간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건 결과론적 이야기고, 그냥 내 천성이 내적동기부여가 강한 인간이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결혼에도 번식에도 큰 관심이 없는 것. 그들이 나를 동기부여해주지 못할 걸 아니까. 내 인생에 짐만 될 거라는 걸 아니까. 


<나의 해방일지>의 염미정이 회사 부장인지 팀장인지한테서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고 참고 감내하는 장면이 있는데,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나는 면전에 대고 "왜 트집이세요?"라고 했을 것이다. 실제로 입사 첫해에 회사 2번에게 대들었다. 왜 트집이냐고. 그리고 더 상부 조직에 민원함. 2번이 업무 안 가르쳐 주고 일 못한다고 트집 잡아서 이 업무 못 한다. 그러니 그렇게 알아라. 해서 2번은 개망신 당함. 


왜 사람들은 부당한 일을 당할 때 부당하다고 말하지 못할까? 부당함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말만 해도 세상의 진상들 90%는 없어지게 할 수 있는데. 


부당한 일에 부당하다고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스템도 필요하긴 하겠지만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역량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타인의 비위를 잘 맞추는 것이 사회성이라면 나는 그냥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살겠다.

지나친 사회화를 당하여 매사 책임을 다하며 살다가 자살당하느니 나는 그냥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회사에서 너를 내쫓았단 말이냐?

-예.

-뭣 땜에?

-할머니도 아시다시피, 자물쇠 용역 회사라는 데가 특이한 데잖아요. 자물쇠SOS라는 우리 회사는 파리 시내 어디든지 하루 24시간 아무 때고 부르면 달려가지요. 그런데, 제 동료 하나가 습격을 당한 뒤부터, 밤에 꺼림칙한 동네는 영 가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안 가겠다고 버텼더니 그냥 잘라버리더군요.

-잘했다. 실업자 안 되자고 몸 상하느니 차라리 실업자 되고 몸 보전하는 게 백번 나은 일이다.

<개미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초등(국민)학생 때 제일 부러웠던 친구는 결석하는 친구. 나는 단 한 번도 결석을 해 본 적이 없다. 자녀가 아파도 무조건 학교에 보내는 부모를 가진 나는 중학생 때 저 구절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입학식도 하기 전에 고등학교에 오라는 학교의 연락에 아파서 못 간다고 했고, 시험 치는 날에 가서는 백지를 냈다. 이 때 내 답안지를 걷던 친구는 내 답안지가 전부 빈 칸이라서 놀랐고, 정말 무서운 아이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예체능도 아닌데, 전교에서 야자를 제일 많이 빠지는 학생이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단 하나, 내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학생이 성적이 좋으면 뭘 해도 내버려둔다. 


내가 다닌 초등(국민)학교는 고학년이 저학년 교실 청소를 해 주었다. 6학년은 1학년 교실, 5학년은 2학년 교실. 5학년 때 2학년 교실 청소 당번이던 때. 점심시간에 도시락 먹고 있는데, 심부름을 온 다른 학년 동생이 "언니 2학년 선생님이 빨리 청소하러 오래." 하길래 나는 "나 지금 도시락 먹고 있으니까 다 먹고 청소하러 간다고 해." 했다. 도시락을 다 먹고 청소하러 갔더니 2학년 교실 선생님은 나에게 화를 냈다. 왜 선생님이 부르는데 바로 오지 않고 너 할 거 다 하고 늦게 오냐고 화를 냈다. 그래서 나는 "도시락 먹고 있었는데요. 그거 먹고 바로 온 건데요. 왜 점심시간에 밥 먹는 거 가지고 화내세요?"라고 하면서 대들고, 나는 청소당번 안 할 거라고, 담임 선생님한테 가서 청소 구역 바꿔달라고 할 거라면서 울면서 대들면서 내 교실로 돌아온 기억이 있다. 그 후 나는 그 2학년 선생님을 만나도 인사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 선생님은 나에게 사과했다. 밥 먹는데 불러서 미안했다고. 


부산은 10년 넘게 눈이 내리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눈이 내렸던 때는 시시한 눈이 아니라 폭설이었는데, 그날 나는 출근을 못했다. 회사에 전화해서 "폭설이 너무 심해서 못 간다" 했더니 "다른 사람들은 다 출근해서 지금 눈 치우고 있는데 왜 너만 못 오냐?"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저 좀 전에 출근하려고 나왔는데 눈길에 넘어져서 엉덩방아 찧었어요. 그래서 집에 다시 왔어요. 전 못 가요." 하고 출근 못 했다. 


원래도 알고 있긴 했지만, 최근에 더더욱 실감한 것 중 하나. (한국)사람들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혼자, 먼저 못하는구나 하는 것. 다 같이 하면 나도 얹혀서 할 수 있는데, 먼저 시작하는 것 또는 혼자 하는 것은 못한다는 것. 


나는 회의 시간에도 손 들고 "나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블라블라." 라든가 "이건 부당하니 나는 하지 않겠다." 라든가 뭔가 비합리적인 업무에 잘 따지는 편이다. 결제란에 사인도 안 한다. 내가 사인 안 해도 더 윗사람이 사인하면 해당업무는 진행되긴 하지만. 나중에 감사 걸려서 개고생 하는 거 구경하면 잼남. 


여동생왈: 언니는 여간내기가 아니니까. 언니랑 싸워서 이기려면 언니보다 실력이 좋아야 하는데 그 회사에 그런 사람 잘 없잖아.

엄마왈: 니는 남의 도움 없이도 혼자 잘할 자신이 있으니까 그렇지. 남들은 그렇지 않다. 혼자 할 자신이 없으니까 남한테 싫은 소리 못하는 거야. 도움 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결혼도 하는 거고. 혼자 살 자신이 없으니까.

남동생왈: 큰누나랑 논리로 말싸움해서 이길 사람이 세상에 있긴 하나? 탱크랑 소달구지가 싸우는 격인데, 급이 다른데.


내가 쉽게 복종하지 않는 이유는 천성도 그렇거니와 내가 여간내기들보다는 여간내기가 아닌 작가들의 책과 영화와 더 친하게 지내서 그런 것 같다. 내 주변에는 복종하는 자들보다는 복종하지 않는 자들이 훨씬 더 많은 까닭. 나에게 불복종은 너무나 당연한 것.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23-08-27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송곳의 이수인 과장이 떠오르네요.

먼데이 2023-08-28 09:16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니 웹툰 <송곳>이군요.

저는 리더쉽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다만 아우라(기개)가 좀 있다고(이 무슨 자뻑인가 ㅠ)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반대하는 게 다른 사람 10명이 함께 반대하는 것보다 좀 파워가 있는 느낌적 느낌...

잉크냄새 2023-08-28 14:08   좋아요 1 | URL
이수인도 리더쉽이 있는 사람은 아니죠. 다만 두려움과 공포를 결국은 송곳처럼 뚫고 나오는 사람이죠.

2023-09-01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02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난달부터 읽기 시작한 <감시와 처벌>을 이제야 절반 읽었다. 1부 신체형, 2부 처벌까지 읽음.


#1. 독후감

1부 신체형은 하드고어물 소설처럼 읽으면 된다. 1부 신체형의 내용을 요약하면 범죄는 왕의 권력에 대한 반역이자 도전이다. 왕은 자신의 권력에 도전한 반역자의 신체를 처벌하고 전시 공연한다. 왕은 신체형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백성들에게 과시한다. 신체형은 권력 과시의 수단이므로 신체형이 잔인하고 고통스러울수록 왕의 권력이 강하다는 증거가 된다. 이에 시민들은 필요이상으로 잔인한 신체형을 실시하는 왕에 대한 반감이 생기게 되었다 정도로 요약.


2부 처벌을 읽는 것에 가장 큰 장벽은 인용문이다. 인용문이 40% 이상(더 적을 수도 있지만... 체감상 40% 정도)인데 미셸 푸코가 이 인용문을 긍정하는지 부정하는지,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단순 고증일 뿐인지, 그 심중을 헤아리는 게 좀 어렵다. 반복해서 꼭꼭 씹어 읽어도 이게 푸코도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인지, 그 시대의 법학자(법집행자)의 생각이 이러했을 뿐이라는 건지 애매함.


147~167쪽이 핵심이다.

나는 이 페이지들을 수 차례 반복해서 읽고, 밑줄 긋고, 요약하고, 타이핑하면서 '사형 왜 안 돼?? 왜 안 돼??' 하는 생각만을 곱씹었다. 이 책 <감시와 처벌>은 1975년에 출판되었고 지금은 2023년이다. 2023년 8월의 한국을 살고 있는 나는 사형만으로는 한없이 부족하다. 단두대도 부족하다. 우선 너클을 꼈던 그 손부터 절단해 버리자. 그리고 성기(성기라고 불러주는 것도 과하다. 걍 좆!!)도 잘라 버리고. 눈알도 뽑아 버리자. 그리고 치료도 해 주지 말자. 그냥 과다 출혈이나 패혈증으로 죽게 내버려 두자. 며칠 만에 죽는지나 알아보자. 731부대의 악랄함을 갖추고 이 놈으로 생체연구나 하자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2. 본문 곱씹기: 사형 왜 안 대대대대????


범죄와의 관련에서가 아니라, 그것이 재발할 수 있는 반복성과의 관련에서 형벌을 측정해야 한다. 지나간 범행에 대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있게 될 무질서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범죄자가 되풀이하여 범행을 저지를 생각을 못하게 하고, 범행을 모방하는 자가 나올 가능성을 없애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러므로 처벌은 효과를 노리는 기술이 된다. 형벌의 크기를 범행의 크기와 대조시키기보다 오히려 범죄 이후에 일어나는 두 가지 계열 관계, 즉 범죄 자체의 효과와 형벌의 효과를 맞춰 보아야 한다. (151쪽)


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야말로 법의 장치를 가장 취약한 것으로 만든다.(157쪽)


형벌이 그 확실성이 결핍으로 덜 무서운 것이 되면 될수록 그만큼 폭력성을 통해 형벌을 더욱 두려운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157쪽)


어떤 형벌에 종료 시기가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모순된 형벌이 될 것이다. 즉, 형벌이 수형자에게 가하는 모든 구속은, 그가 나중에 착한 사람으로 돌아간 후 그러한 구속의 체험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 육체적인 형벌에 불가한 것이 될 뿐이다. 더구나 사회적 측면에서도 그를 감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란 모두 헛수고와 낭비가 될 것이다. 교정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을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174쪽)


신체형이 극심한 폭력성을 보이게 되면, 범죄가 무거운 것일수록 그 벌은 점점 더 단기간이 될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175쪽)


이제는 시간의 문제가 징벌 고유의 효력을 거두어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일련의 권리 박탈 상태는 인간에게 고문의 공포를 주지 않으며, 일시적인 고통의 형벌보다 훨씬 더 죄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 박탁 상태는 그것을 목격하는 사람들에게 보복적인 법의 기억을 끊임없이 되살리게 하고, 유익한 공포를 언제나 소생시킨다. 시간은 형벌을 운용하는 요인이 된 것이다. (175쪽)


관념성 충족의 법칙(154~155)

- 처벌의 핵심에서 괴로움을 주는 것은 고통의 감각이 아니라, 괴로움, 불쾌감, 불편함에 대한 생각이다. 즉 '괴로움'의 생각 때문에 겪는 '괴로움'이다. 따라서 처벌은 신체를 대상으로 할 필요가 없고 표상을 대상으로 하면 된다.


- 즉, 극대화해야 할 것은 형벌에 대한 표상이지, 신체에 가해진 형벌의 실제 내용이 아니다.


자유을 박탈하여, 과거에 자신이 사회에 끼친 손실을 보상하는 데 여생을 바치게끔 하게 될 사람을 계속 우리들의 눈앞에서 본보기로 삼아 징계하는 것은 사형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방법일 것이다.(177쪽)


<감시와 처벌 / 미셸 푸코>



즉, 신체형으로 대표되는 사형을 실시하여 금방 잊히는 것보다는 자유를 박탈하는 감금형을 하고, 그 감금 상태를 전시하고(표상화), 모든 징벌을 교훈담(183쪽)과 구경거리(183쪽)로 만들어 학생들이 범죄자의 감금 상태를 현장체험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ㅠㅠ 감옥을 현장체험학습한다고? 아동학대 아닌지 ㅋㅋ 지나치게 사회화 된 진보단체들이 교도소 현장체험학습을 반대할 것 같다만... 유나바머에게서 내가 유일하게 동의하는 것은 지나친 사회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저지르는 가장 잔인한 짓이라는 주장..나 역시 200% 동의함. 


결국 중요한 것은 두 가지 방법 모두 복종하는 개인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시간표에 의한 품행교육, 좋은 습관 들이기, 신체의 구속은...(206쪽)



실체가 없는 명예를 훼손한 범죄에 대해서는 공개사과형을 내리고, 살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방화에 대해서는 화명을 내려 처벌해야 한다. 독살자에 대해서는, "사형 집행인이 독배를 들어서 그의 얼굴에 독액을 뿌리고, 그러한 얼굴 모습을 본인에게 보옂어 대죄의 공포를 지겹도록 깨닫게 한 후, 부글부글 끊는 열탕 솥 속에 거꾸로 집어넣어야 한다.(171쪽)

범죄의 성질과 처벌의 성질 사이에는 정확한 대응관계가 필요하고, 범행이 잔인했던 자는 신체형을 받아야 하고, 나태한 자는 중노동을 해야 하고, 비열했던 자는 명예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171쪽)


현대의 처벌은 감금, 벌금형, 금지(취업금지, 접근근지 등) 셋 중 하나인 것 같다. 고대 바빌론의 함무라비 식의 처벌은 구식(개새끼)이고, 현대의 우리는 세뇌하겠다. 즉 나이스한 개새끼의 방법을 사용하겠다는 것.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전재준은 개새끼, 하도영은 나이스한 개새끼인데. 누가 더 개새끼냐면 하도영!!! 아무튼!!!!


내가 궁금한 것은 표상화를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나 표상화가 불가능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쉽게 말해 왕이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한 왕의 dna 소유자들(왕은 못되어도 극 우뇌이므로, 극우 뇌를 가지게 될 지도. 그리하여 절대권력을 추종하면서 자신이 왕이라고 착각하여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괴롭힐지도 모르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성향의 인간들, 적대적 반항장애(품행장애)가 분명한 금쪽이들에게 세뇌나 표상화가 효과적인가 하는 것이다.


머릿속이 인류애 가득한 꽃밭인 사람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진실이겠지만, 자신이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타인이 그 폭력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을 천진난만하게 즐거워하는 아동들이 있다. 그들은 교육될 수 없다. 사회화될 수 없다. 그들은 약물로나마 겨우 치료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 <감시와 처벌>이 1975년에 발간되었다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미셸 푸코가 2023년에 이 책을 집필 했더라도 표상, 복종, 교훈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나에게는 3부 규율과 4부 감옥이 남아 있지만, 

만약 푸코가 2023년에 이 책을 마무리했다면 5부 치료를 집필했을 거라고 감히 말해 본다. 교정되지 않는 사람들은 제거대상이 이니라 치료대상이다라는 문장이 이 책에 씌여 있었을 거라고 주장해 본다. 간단히 말해서 특정 약물을 주입하여 그 어떤 의욕도 없는 식물인간과 비슷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 



#3. 아아. 미셸 푸코여!! 

사회화될 수 없는, 품행장애 등등의 인간은 소수이나 태어나며, 이 소수는 사회를 해체하고 소멸시킬 역량이 충분히 있는 유의미한 숫자입니다. 얼마 전 도심에 나타난 암사자는 발견되자마자 사살되었습니다. 사회화(복종)가 불가능한 인간은 그의 범죄행위가 발견되자마자 제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과거에는 사형제가 있었지만 현재 사형제는 더이상 실시되지 않고 있지요. 사람들은 기우제를 지내는 제사장처럼 착한 인간들만 태어나게 해 주세요 하고 기도만 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답답하고 멍청한가요. 사람꼴을 하고 있으니 사형(제거)할 수 없다면 그들을 약물로 처치하여 그들의 유해성을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는 맹수와 같은 인간에 대하여 귀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양손에 너클을 끼고 사람을 때려죽이고, 성폭행을 한   자는 사람이 아니고 맹수다. 이 자에 대한 처리법은 2가지뿐이다. 물리적 제거(사형) 또는 유해성 제거(맹수와 같은 폭력성을 제거하는 약물 처치). 그런데 이 자에게 성수를 뿌리고, 축복을 주고, 죄를 용서해 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직업교육시켜 주는 행위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맹수 같은 자들에게 '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만 심어줄 뿐이다. 아동이니까, 촉법소년이니까, 초범이니까 하면서 계속 용서해주고 기회를 주면 사람이 착해질까?? 순진하다, 너무 지나치게 순진해서 바보와 잔혹 범죄는 세트 상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ps. 너클 강간살인범 뉴스로 인해 내 마지막 남은 인류애의 1방울 마저도 사라졌다. 이제 뉴스 안 볼 거다. 뉴스=고문. 인간 세상 너무 지옥임. 뉴스를 보는 거 자체가 건강에 너무 해롭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3-08-22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3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의 차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K는 참 부지런한 살림꾼이다. 꽤 오랫동안 영화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매일 청소와 빨래를 하고, 잘 모르는 레시피를 찾아 요리하기도 즐긴다. 친구들을 불러다 자신이 만든 요리를 먹이는 것을 좋아한다. 언젠가는 생일을 챙기지 않고 혼자 집에 누워 있는 나를 불러다 파스타와 미역국을 해 먹인 적도 있다. 내 경우는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사노동만 하고 산다. 옷은 벗은 자리에 뒤집힌 채 화석처럼 굳어 있기 일쑤이며, 설거지도 하기 싫어서 좁아터진 집에 식기세척기까지 들였지만, 버튼을 누르기가 귀찮아 컵과 젓가락이 쉬이 쌓인다. K는 이런 나를 퍽 추잡하고 한심한 사람으로 여긴다.

반면에 '직업' 혹은 '창작'이라는 영역에서는 우리 둘의 모습이 완벽히 뒤바뀐다. 앞서 소개한 대로, 7년 동안 장편 시나리오를 '준비'만 하고 있는 K와 달리, 나는 여섯 권의 책과 장편 드라마 한 편을 썼으며, 사이사이 라디오와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물론 K도 여러 편의 영화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긴 했지만 6개월 이상 꾸준히 다닌 직장은 없었다). K는 이런 나를 보며 항상 질린다는 듯한 표정으로 "도대체 언제 쉴 작정이야? 죽으면?"이라고 말하곤 했다. 내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일상을 영위하는 너무 중요한 일들이긴 하지만... 아무튼)을 하느라 정작 자신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그러니까 장편 시나리오 집필)을 등한시하는 K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의 가치관이나 라이프스타일을 비방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 박상영>


내가 기준에서는 박상영도, K도 과락이다. 박상영은 가사일에서 F, K는 직업(자아실현?)에서 F!!


서울에 사는 두 동생집을 차례로 방문하고 돌아왔다. 사는 꼬라지가 둘 다 미쳐있고, 내 맘에 들지 않았다. 둘 중 누가 더 문제냐면 그건건 당연 여동생!!!!!



1. 남동생

남동생은 살림을 잘한다. 집도 깔끔을 넘어 모델하우스처럼 해 두고 지낸다. 옷장은 고급의류매장 쇼룸처럼 해두었다. 같은 종류의 옷걸이, 옷과 옷 사이의 충분한 간격, 컬러 배치까지(남동생과 나는 의생활이 매우 중요한 부류이고, 나 역시 옷장 정리는 완벽하게 해 둔다.) 내 맘에 쏙 들었다. 맘에 드는 건 여기까지.


식탁 스위치 위에 뭔가가 붙어 있어서 "이게 뭐고?" 했더니 식탁 스위치로 조명을 켜고 끄는 게 귀찮아서 블루투스를 설치하고, 폰으로 조정한다고 했다. 모든 가전의 on/off를 스마트폰 어플, 입(클로버, 지니, 하이엘지 등등)그리고 특정 제스처(팔을 쭉 뻗는다든가)로 실행하고 있었다. 작년에 입주를 한 새 아파트라서 상대적으로 스마트홈 기능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집이 스마트하지 않다고 했다. 더 완벽한 스마트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스마트 하인(클로버, 지니 등등)들을 하나로 통폐합하고 싶다고도 했다. 


싱크대 위에 흰색의 정육각형 모양의 뭔가가 있어서 "저건 뭔데?" 했더니 행주 세탁기라고 했다. 마음에 드는 디자인과 적당한 가격을 두루 갖춘 행주 세탁기를 찾는데 시간이 매우 걸렸다고 했다. 그리고 행주 세탁기를 관리하는 것에도 품이 조금은 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러느니 그냥 손세탁을 하겠다."라고 했더니 그게 더 귀찮다고 함. 


반면 나는 제법 넓은 세탁실(여동생 왈, 엄청난 빨래터!! 요즘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못 할 공간 낭비다.)이 있다. 세탁실에도 싱크대가 설치되어 있고 상부에는 손빨래용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다. 보조주방을 세탁실로 만들었다고 보면 됨. 행주 세탁기와 손빨래를 위한 세탁실 중 누가 더 미친 자 일지... 서로를 비방해 보자!!


아무튼 남동생은 생활 속에서 몸을 사용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문명(더 발전한 미래)이라고 여기고 계속해서 그 방면으로 생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모든 불편은 기계로 대체한다, 3분 이상 걷는 거 아니다. 대중교통 절대 이용 안 함. 운동은 운동시간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지, 생활 속에서 운동한다고 엘베 대신 계단으로 걷고 하는 건 어리석다. 등등 . 탄소발자국 엄청 찍고 다니는 놈이다. 환경 파괴의 주범인 주제에 자녀는 낳는 어리석은 자. 내가 늘 "너는 베이비도 낳을 거면서 왜 니 아이가 살아갈 환경을 보호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냐?"라고 하면 "어차피 다 망했는데."라고 할 뿐, 자신의 자녀가 살아낼 세상은 그저 꽃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이런 한심한 인간이 나의 이촌이라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니 픽사 애니 <월 e>에 나오는 엑시온 사람들처럼 되는 게 장래희망이가? 그거 보면 재킷 입혀주는 로봇도 있다. 사람들이 걷지 않고 공중부양하는 의자 타고 다닌다(몸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서 모두가 비만). 그게 니가 바라는 '철이의 기계인간'(남동생은 은하철도 구구구를 너무 좋아해서 철이와 메텔이 프린트된 옷만 입고 다닌 적이 있었다.)이가?" 라고 했더니 "월 e가 뭐고?" 라고 했다. 아 무식한 새끼. 월 e도 안 봤단 말인가!!! 




2. 여동생

여동생이 이사를 했다. 여동생이 서울 온 김에 자기 집에도 들려서 집 정리정돈 좀 해달라고 했다. 나 역시 여동생 집을 체험해 보고 싶었는데, 그것은 최신 구조의 새 아파트라서가 아니라 그 집이 5*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리도우미 겸 초고층(50층이 넘는) 하우스 체험을 위해 나의 휴가를 기부 및 사용하기로 했다. K장녀의 일생이란 무엇이며, 이촌이란 도대체 뭔가(외면하기 참 어렵)...


여동생은 청소는 잘하는데(집이 더럽지는 않다), 정리정돈을 할 줄 몰라서 집이 늘 어질러져 있다. 이전에 살던 집도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거였는데 그런 깔끔한 새 집을 잔뜩 어질러두고 창고처럼 사용했었다. 두 식구 사는데도 집이 가득 찼었다(동생 남편은 심각한 호더, 집이 넓어졌으니 이제 또 얼마나 사 모을지 생각만 해도 공포 ㄷ ㄷ ). 나는 "너네 옆 집은 4인 가족에 반려견까지 있다며? 그 집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거?"라고 물었더니 "어쩔 수 없으니 그냥 가는 거지. 서울은 집이 너무 비싸니까..."라고 했다.


이사 간 집은 더 넓었고 현관과 거실에 각각 제법 넓은 팬트리가 있었다. 거실 뷰는 압도적이었다. 서울 시내가 파나로마로 펼쳐졌고 저 멀이 롯데타워가 화룡정점처럼 우뚝 서 있었다. 거실 창문의 방충망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 방충망을 여는 순간 여기가 5*층이라는 생각이 들어 팔에 소름이 돋고 속이 약간 울렁거렸다. 폰 떨어뜨리면 아주 박살이 나겠구나...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저녁에 롯데타워를 중심으로 펼쳐진 서울 시내를 보면서 빅씨스 홈트를 하니 나도 이것이 맨해튼 맛인가 싶었다.. 유튜버 빅씨스는 뉴욕 맨해튼의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데 그녀의 홈트 영상의 배경은 언제나 맨해튼 시내였기 때문.


동생은 보름 전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정리해 준 그대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정리 및 배치를 못한 건 아닌데 뭔가 어긋나 있었다. 예를 들면 싱크대 상부장에는 유리그릇들이, 그릇 수납용 하부장 서랍(그릇 수납용 서랍은 비싸다. 나는 이걸 2세트 설치하고 싶었는데, 가격을 보고는 1세트만 설치하는 걸로 했었다. 이런 귀한 곳에 누추한 위생팩 나부랭이들이 ㅠㅠ)에는 위생장갑, 행주, 고무장갑, 위생팩 등 가볍고 깨어지지 않는 주방용품들이 들어 있었다. 붙박이장의 이불칸에는 침구가 구운 김처럼 쌓여 있었다(이런 수납 정말 극혐이다).


정리는 8시간*2일+야근 2시간 걸렸다. 이 정도 정리면 일당 50만 원*2일+보너스까지 줘야 할 거 같은데, 이촌이 뭔지 무료봉사 해드림. 심지어 요리도 내가 함. 여동생 왈 "언니는 회사 잘려도 걱정 없겠다. 이 실력으로 마린시티(해운대) 가서 입주 가사 도우미 하면 되겠다. 그 집 애들 등하교 도우미도 하고. 학습 튜터도 해주고. 요즘 한국인 가사도우미 구하기 진짜 힘든데. 월 삼, 사백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아무 말이나 씨부려댔다. 


2-1. 정리 1일차. 주방과 팬트리 2곳 정리.

여기를 정리하면서 나는 동생 남편은 생활 장애 또는 정신이상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냉장고에는 검은 액체가 가득 담겨 있는 2L 크기의 유리병 6개가 있었다. 그리고 1.5 패트병 2개. 여동생에게 "저게 뭐야?" 라고 물었더니 제부가 직접 만든 맛간장이라고 했다. "저렇게 많은 걸 누가 다 먹어?" 했더니 주변에 친한 사람들 오면 나눠준다고 하면서 언니도 한 병 가져가라고 했다. 저 간장병 때문에 750L 냉장고가 가득 차서, 반찬통을 테트리스 하듯 쌓아 넣어야 했고, 냉장실 공기 순환이 잘 안 되서 음식이 빨리 상한다고 여동생은 푸념했다. 그게 푸념을 넘어, 일종의 불안이 된 것인지 같은 내용의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 엄청난 잔소리에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예를 들면 냉장고에 파프리카 6개 있는데, 그거 빨리 안 먹으면 상한다고, 빨리 먹어야 한다고 계속 말했다. 그래서 나는 "걱정하지 마라, 파프리카 썩기 전에 다 처리해 줄게."라고 말하면 동생을 안심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파프리카+크래미+삶은 계란+마요네즈로 샐러드를 만들어서 식빵에 얹어 먹는 식으로 일부 처리하고 남는 건 아이스박스에 담아서 가져 왔다(내 집 냉장고에 있다ㅜ). 여동생은 칼질을 하지 않는다, 못한다. 손이 둔하달까... 그래서 내가 채썰기를 하자 "언니는 진짜 못하는 게 없다." 하면서 옆에서 우두커니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상추도 있었는데, 상추 썩는다고 걱정과 잔소리를 계속... 발사믹 식초(식초가 없었음, 이것은 겉절이 계의 오리엔탈 소스인가!!)+고추가루+수제 맛간장(맛은 좋았다!! 인정)+깨소금으로 겉절이를 만들어서 먹었다. 4끼 정도 겉절이를 먹은 듯. 마지막에 보니 양상추도 있어서 양상추+상추로 겉절이를 해서 처리했다. 


동생 남편은 장보기와 요리만 하는 이기적인 놈이다. 식자재 정리정돈, 요리 재료 재고 정리 및 유통기한 확인, 설거지 등을 아예 하지 않는다고 했다. 주방에 거대한 고오급 에스프레소 기계가 있는데, 그걸 커피를 마시지 않는 여동생이 관리한다. 커피 찌꺼지 조차 한 번도 꺼내서 버린 적이 없다고 했다. 하... 미친 새끼. 내 여동생은 뭐가 절박해서 이런 가사능력 F인 새끼랑 결혼을 한 것일까...(내 추측이지만 여동생은 서울특별시 소재의 그럴싸한 아파트가 필요했던 거 같다...) 


동생 남편은 여러 가지 정신병적 집착이 있는데, 평소보다 식자재가 저렴하면 무조건 구매한다는 것이다. 예의 그 파프리카!! 파프리카가 싱싱한데 세일까지 한다? 대량구매를 하는 것이다. 집에 와서 장바구니에서 물건을 꺼내고 정리하고,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고 상하는지를 살피는 건 다 여동생의 몫. 그러니 여동생은 계속 불안한 것. 저거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하는데, 상하는데...하면서도 여동생 본인은 요리를 잘 못하고, 요리하는 것을 싫어하기까지 하니...이런 동생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지팔지꼰하는 걸 말릴 수도 없고. 어쩌면 여동생은 서울 아파트 부심 하나로 버티는 거 같기도 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더욱이 시골에서 주택살이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서울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싸모님의 마음은 몰라! 알 수가 없어!! 


거실 팬트리를 정리하는데 BOSS 가죽 서류 가방이 빵빵하게 가득 차 있길래 열어보니 태화고무장갑(핑크색) M사이즈 10개씩 2묶음이 들어 있었다. 놀라 자빠지는 줄. 고무장갑이 왜 가죽 서류 가방에?? 여동생 말로는 남편이 대충 아무데나 넣어둔 거 같다고. 싱크대 정리할 때도 고무장갑 2묶음(20켤레)과 낱개 몇 켤레를 발견했다. 그때는 뭐 좀 많네 했는데, 팬트리에서도 발견하자 약간의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왜 이렇게 고무장갑이 많냐? 어디서 얻었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고무장갑 싸게 판다고 50켤레를 샀다고 했다. 와 씨... 정신병자! 사이즈도 전부 M. 본인은 절대 설거지 따위 하지 않겠다는, 배우자만 설거지며 손빨래 시키겠다는 결의인가!! 아니면 남자가 머선 고무장갑이고, 맨손이면 다 되지 하는 기개인가!! 실제로 셀프세차장에 가면 맨손으로 세차하는 남자들이 많다. 나는 "일 년은 52주고 2주에 하나씩 쓴다고 해도 저거 다 쓰려면 2년이 걸리겠다. 고무는 오래 두면 삭아서 버려야 해..."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동생한테 말했다. 동생 역시 힘없는 목소리로 "못 고친다. 그냥 집 안 내력이야. 시부모, 시누이 다 저래."라고 말했다. 저것은 체념인가 해탈인가!!! 


그리고 헬리녹스!!

수 년째 메리어트 호텔 vip 등급(이 등급이 자존감인 사람.. 에효...)을 유지 중인 제부는 단 한번도 캠핑을 간 적이 없다. 사람이 호텔 vip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캠핑을 취미로 하면, 집에서는 언제 자나? 내가 방문한 때에도 동생 남편은 푸켓에 새로 지은 메리어트 리조트로 바캉스를 가고 없었다. 메리어트 호텔 사용 실적을 쌓겠다는 집념으로 일주일 여정의 국외 가족여행(시부모와 시여동생, 부모와 사이 안 좋음)간 것. 난 여동생에게 "니는 왜 안 갔는데?" 했더니 "거길 내가 왜 가. 제주도 2박 3일 정도면 가겠는데 일주일을 시부모랑 여행하라고? 하와이라도 가기 싫다." 라고 했다. 


언젠가는 가고야 말 캠핑(치토스도 아니고)을 위한 캠핑 장비가 현관 팬트리와 거실 팬트리에 가득 있었다. 어떤 것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택배 박스 그대로. 여동생은 이제 헬리녹스 글자만 봐도 짜증 난다고 했다. 헬리녹스 및 기타 캠핑용품은 모두 현관 팬트리로 이동 시킴. 


다시 호텔 vip로 돌아가 보자. 팬트리에는 에어 비앤비를 부업으로 해도 될 정도의 엄청난 수량의 호텔 어메너티가 있었다. 호텔 일회용 칫솔이 최소 200개 이상 있었음. 호텔 칫솔은 품질이 별로라서 본인 칫솔 가져가서 쓰고, 호텔 칫솔은 집에 가져온다고 했다. 청소할 때 등등 솔로 사용한다고 했는데... 200개를 언제 다 쓰나... 사실 우리 집에도 동생에게 얻은 일회용 칫솔이 30여 개 정도는 있다ㅠ 여동생한테 얻은 메리어트 호텔 비누도 30개 정도 있다. 손 씻을 때, 빨래할 때 쓰는 중. 나라면 다 쓰지도 못할 어메너티는 호텔에 그대로 두고 올 거 같은데, 동생 남편은 그런 면에서 마음이 찢어질 듯한 가난뱅이 짠돌이라서 못 두고 오는 것이다. 버려두고 오기가 너무 아까운 것이다. 이것은 마음이 너무 가난한, 돈 많은 사람의 정신병인 것인가?!! 나로서는 이해불가의 영역. 호캉스 1박 할 돈으로 일일 가사 도우미 고용해서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면 될 것을, 집은 창고처럼 방치하고 그 핑계로 호텔에 가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여동생은 어디서 이런 정신병자를 고르고 골라 결혼했을까...


캠핑을 가지도 않으면서 캠핑 장비를 계속 사고,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치해두고, 호텔 vip에 집착하고. 하...병자...


그리고 정말 심각한, 문제의 비닐봉지!!!!!!!

거실 복도 끝에 벽장이 있는데 그 벽장 옆 장식장 아래칸 가득 비닐하우스를 만들어도 될 것 같은 두꺼운 재질의 투명 비닐봉지가 쑤셔 박혀 있었다. 꺼내 보니 2평은 족히 될 듯 큰 봉지였다. "도대체 이런 거대한 봉지를 어디서 구했어?" 하고 물으니 이삿짐센터에서 소파 포장할 때 사용한 거라고 했다. "이건 쓸 일도 없는데 버리지?" 했더니 제부가 이런 건 구하기 쉽지 않다고 소중하게 챙겨둔 거라고 했다. 하... 이건 또 뭔가!!!! 미친놈. "버려도 모를 거 같으니 그냥 버리자."라고 했더니 안 된다고, 이런 유니크한 건 기억한다고 했다. 아... 미친 새끼!! 봉지를 잘 개켜서 벽장 제일 윗 칸에 넣어다. 그 칸을 다 차지함. 


주방 싱크대, 팬트리에서 뭔가가 들어 있는 봉지를 계속 발견했다. 그 봉지 안에 뭐가 들었냐 하면 ㅋㅋㅋ 봉지가 잔뜩 들어 있었다. 약간 두꺼운 검정 봉지(위생팩 M 사이즈 정도 크기) 수 십장(이걸 하나하나 펴고 접어서 적당한 크기의 지퍼백에 수납함), 각종 크기의 면세점 비닐 가방... 그리고 아... 호텔 런드리 봉지!!!!!!!!!!!!!!!!!!!!!!!!!!!!!!! 끝없이 끝없이 나오는 호텔 런드리 봉지 수 십장.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도 있었고 새 것도 있었다. 여동생은 체념한 목소리로 "이사 오기 전에 내가 엄청 버렸는데, 내가 못 발견한 것이 저렇게 많았네."라고 함. 저건 전부 제부가 다 여기저기 쑤셔 박아 넣은 것이라고 했다. 왜 버리지 않느냐고 했더니 있으면 또 여기 저기 쓸 곳이 많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저런 투명한 큰 봉지들이 많았다. 재활용 쓰레기 버릴 때 쓰려고 그 봉지들은 내가 가져왔다. 20리터(아무튼 거대한) 정도 부피의 봉지들을 3리터 정도로 줄인 듯. 봉지 접느라 손가락 지문이 다 닳아버린 느낌이었다. 빈 선반 없이 꽉 차 있던 팬트리를 50%만 채워진 상태로 정리 완료.


아무렇게나 자리 잡은 물건들을 다 꺼내서 마침맞은 위치에 배치하는 것에는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한 나절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8시간 풀타입 정리하고 저녁 먹고 더 정리했으니 ㅠㅠ


2-2. 정리 2일차. 옷장

안방에는 12자(문이 7개)정도 되어 보이는 붙박이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중 문 1개 칸만 동생 옷이고, 나머지는 전부 동생남편 차지(하부 4칸은 이불칸은 제외). 이게 끝이 아니라 작은 방에 있는 붙박이장도 동생남편 옷이 들어 있다는 것. 그 옷들의 절반은 유행이 너무 지나서 입지 않는, 작아서 입지 못하는 옷들. 안 입는 건 버리자고 해도 다 비싼 옷들이라며 버리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결코 다시 입을 일이 없는 작아진 청바지들 20여 장을 3단으로 접어서 장롱 제일 위 선반에 넣었다. 신혼집에서는 마루, 브렌따노 같은 브랜드의 옷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건 버리고 이사했구나. 태그를 떼지 않은 새 옷, 비닐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옷도 많았다. 필요하지 않아도 세일을 하면 산다 함.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고 시부모들도 지나가다가 세일하는 거 있으면 사서 주고(부모가 사준 옷 절대 안 입는데도 불구하고) 여행 가서 아들딸 준다고 기념옷도 계속 사 오고(태그도 뜯지 않은 넘나 예쁜 알래스카 여행 니트를 보고 나는 추모의 눈물을 흘렸다. xs이었으면 내가 얻어 입는 건데.)이라고 했다. 총제적 난국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같다.


파우더룸 옆 워크인 클로젯(여동생 전용)에는 이삿짐 센터용의 거대한 봉지 안에 의류 잡동사니(양말, 목도리, 속옷, 손수건, 장갑 등등의 잡화)가 이사 온 날 형태 그대로 들어 있었다. 여동생은 이걸 어디에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대로 처박아 놨다고 했다. 언니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하... 미치겠다... 내 동생은 또 왜 이 모양인가!!! 남의 아들 욕할 입장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여동생은 어릴 때부터 정리를 못했다. 고등학생 때 침대가 붙어 있는 면을 제외한 3개의 벽면에 벽면을 따라 문제집을 빈틈없이 놓아둔 걸 보고, 내가 방 꼬라지가 이런데 공부가 되냐고, 책장에 문제집 좀 꽂으라고 했더니 다음날 북경대학교 기숙사 사진을 보여 줬다. "원래 공부하는 애들은 정리 안 해."라고 하면서. 모니터 속 북경대 기숙사 방은 온갖  책들과 생필품이 널려 있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난잡한 방이었다. 문제지도 출판사별, 색깔별로 정리가 되어 있어야만 공부를 할 수 있었던 내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풍경이었다. 


이불 커버 속 오리털 솜은 끈을 걸지 않아서 한쪽으로 다 쏠려 있었다. 이불 커버를 뒤집어서 솜을 넣는 방법과 이불을 개는 방법(퀸 사이즈 이불은 일단 대문 접기하여 큐브 모양으로 만들어서 이불이 단독으로 이불칸에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함. 그래야 꺼낼 때 쉽고, 다른 이불과 간섭이 없이 정리정돈 됨)을 가르쳐 주고 실습도 시켜줬다. 대문 접기가 뭔지도 모르는 여동생은 하...유치원을 다시 보내야 하나...<TV 유치원 하나둘셋> 김영만 아저씨의 종이접기를 주야장천 봤음에도 불구하고 대문 접기를 모르다니. 


3. 무능

나는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하여 가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무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소설가 박상영도 무능한 것이다. 삶의 프로라면 직업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시간과 체력과 정신력)를 100% 소모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집안일을 할 에너지는 반드시 남겨둔다, 내 커리어가 망가질 지언정. 커리어가 중요한 만큼 내 생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특히 회사에서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는 남자들이 자신이 얼마나 업무적으로 유능한지 은근 과시할 때마다 속으로 '아 저 가소로운 새끼.' 라고 생각한다. 


동생 남편도 무능하다. 그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집안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세탁도, 청소도, 정리정돈도, 쓰레기 분리배출도. 결혼하기 전까지는 부모님 집에 살았으며, 결혼 후에는 계속 여동생과 살았으므로. 동생 남편이 집에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물건 찾기라고 했다. 물건을 아무 데나 쑤셔 넣어 두니 필요한 순간에 찾지 못하고 또 새로 구매하는 것의 무한반복. 그러면서도 본전 생각나서 물건을 버리지도 못하는. 제부의 부모님도 호더이며 정리정돈을 못하고, 내 여동생은 호더는 아니지만 정리정돈을 못 하는데 하필 호더 남편을 만나서 아주 그냥 집정리를 포기한 채로 지내는 중이었다. 집 정리정돈을 다 끝내자 여동생 왈 "이런 호텔 같은 집은 난생처음이야. 이런 양말 서랍장은 꿈에서도 상상한 적이 없어."라고 말했다. 



4. (운전할 때)나보다 빨리 가면 미친 놈, 더 늦게 가면 병신

모든 것을 스마트폰과 기계에 의존하는 남동생도 정신이 이상한 거 같고, 물건을 계속 사모으고 버리지는 않는 동생 남편은 모든 면에서 정신병자 같고, 불안으로 인해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반복하는 여동생도 이상한 거 같고. 정리정돈을 못하는 여동생을 보면 마치 가수 오지은 같기도 하고(단 오지은과 달리 여동생은 청소는 잘 함. 집에 더러움이 없다. 설거지도 미루지 않는다). 내 부모는 진상 부모 그 자체이고. 내 주변에서 정상인은 나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나 역시도 타인의 관점에서는 충분히 이상한 사람 또는 정신병자로 보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취향이 너무나 견고하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려고 하며, 타인 자체에 대한 신뢰가 없고(신뢰를 가져야 할 대상이었던 부모를 신뢰하지 못했다. 그냥 나는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면서 모든 과업을 수행하면서 살아냈다. 타인은 전부 내 짐일 뿐, 다들 나에게 도움만을 요구했다.

''내가 제일 잘났어.' 하는 편이기도 하다. 내가 유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점을 남에게 인정해 달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 인정욕구는 0에 가깝다. 나는 스스로에게 인정받으면 그만이다. 자기평가가 중요할 뿐. 이런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지독하게 외로운, 병신 그 자체로 보일 수도 있다. 같은 이치로 나 역시 타인의 인정을 지나치게 바라고 요구하는 사람을 불쌍한 병신이라고 생각하니까.


내 엄마는 나에게 좋은 부모로 인정받고 싶어했(한)다.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부모가 나를 방임한 만큼 나 자신이 내 부모가 되어 나를 돌봤고, 그 방임이 얼마나 싫은지 절망적인지 알기 때문에 어린 동생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봐 주었다.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이 존재한다면 부모는 언제나 강자(또한 나에게 생로병사와 고집멸도의 그 고집을 준 사람들로서 은인이라기보다는 가해자에 가깝다)이며, 동생들은 약자다. 그래서 나는 부모에게는 냉정을, 동생들에게는 애정을 준다. 이렇게 글은 써도 일촌이라는 것은 미스터리해서 이번에 서울 갈 때 엄마를 내 차에 태우고 같이 갔다. 딱히 할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없기에 대화는 나누지 않음. 엄마는 여동생 집에서는 밥 한 끼만 먹고 내려갔는데, 여동생 왈. 엄마 있었으면 집 엉망인 거 잔소리 엄청 들었을 텐데, 엄마 없어서 좋다고 했다.


5. 내집이젤조아

두 동생들의 집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은 드라이기였다. 드라이기에 왜 그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 다이슨이면 5분이면 될 것을 필립스나 JMW는 10분 이상 걸리니...특히 JMW는 송풍구가 너무 길어서 이건 드라이를 하는 건지 손들고 벌을 서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매일 쓰는 드라이기에 돈을 아끼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내 집에 와서  다이슨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데 그 편안함과 속도감이 100배는 더 좋게 느껴졌다. 또한 '아, 드디어 나의 스윗홈에 돌아왔구나!' 싶었다. 


나는 천천히 드립커피를 내려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남동생집에는 보급형 캡슐 커피가, 여동생집에는 거대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었다. 얼죽아인 사람들이야 캡슐이나 에스프레소가 필수겠지만, 나는 한여름에도 뜨겁거나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혹은 상온의 물만 마시는 사람. 드리퍼에 종이 필터를 씌우고 커피 가루를 넣고 드립용 주전자로 물을 붓는 그 과정이 없는 커피는 나에게 커피가 아닌 것이라는 걸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처음 인도 식당에 갔을 때 나는 손으로 밥을 먹었다. 웨이터가 못마땅하게 바라보면서 "지금 막 배에서 내렸나보군요?"라고 했다. 나는 허옇게 질렸다. 조금 전까지도 음식을 음미하는 미뢰였던 손가락이, 웨이터의 눈길에 더러운 게 되어버렸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죄인처럼 손가락은 얼어붙었다. 감히 손가락을 쪽쪽 빨 수가 없었다. 난 죄지은 듯 냅킨에 손을 닦았다. 웨이터는 그런 말이 내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몰랐다. 살에 못을 치는 것 같았다. 나이트와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런 도구는 써본 적이 없었다. 손이 떨렸다. 큰사슴 고기가 맛이 없어졌다.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비단 음식만이 아니라 모든 일상의 행위에서 나는 이제 익숙한 것이 제일 좋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다른 장소에서 하루 이상 지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점점 더 강하게 집의 편안함을 느낀다. 내 침대, 내 화장대, 내 책상, 내 의자가 제일 편하다. 그 편안함 속에서 안정감과 안도감을 되찾게 된다. 이것이 나이 듦에 따른 보수화인가?


문체부 유튜브에서 잼버리 Kpop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다. 일단 알아볼 수 있는 아이돌이 아이브와 뉴진스 말고는 없어서 충격 ㄷ ㄷ ㄷ. 편집의 사기일 것이 뻔하긴 하지만, 저 청소년들은 새만금 잼버리 기간 동안 엄청난 개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 저리 표정이 좋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경험치가 적고(그러니 뭘 경험해도 신기하고 즐거운!), 체력이 좋은 청소년(더욱이 스카우트를 좋아하는 성향까지)이라서 그런 걸까?


대학생 때 나는 여름방학에 일본 여행을 가는 친구들을 도른자라고 생각 했다. 한여름의 도쿄?? 왜 고생을 사서 하나.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여름 여행은 동유럽과 이탈리아였는데, 지구온난화가 덜했던 2000년대 후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체력이 좋은 20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븐에서 익는 듯한 유럽의 더위를 체험(에어컨 없고, 얼음도 없는 ㅜㅜ 로마에서 에어컨과 얼음 음료가 있는 곳은 맥도날드가 유일했다 ㅠㅜ)한 후 나는 다시는 여름에 위도가 비슷하거나 더 낮은 곳에는 절대 여행 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굳이 간다면 북유럽이나 호주 정도(두 곳 모두 여름 휴가에 다녀옴. 여름에 같은 여름으로 절대 가지 않음. 동남아는 겨울에만 감).

내 마지막 여름 물놀이는 2020년 제주도 모 호텔의 야외 수영장이었다. 그때 잠시 태양빛이 덜 할 때 야외 수영장에서 놀았을 뿐이었는데 탄 자국이 다음 여름이 올 때에야 겨우 회복된 것을 보고는 태양을 두려워하는, 필사적으로 태양을 피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피부가 흰 편이었고, 다른 사람보다 덜 탔고, 탔더라도 금세 원래 색으로 잘 돌아와서 태양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led 조명에서도 피부가 타는 것(천계영 만화 <언플러그드보이>를 보면 현겸왈. 형광등에도 자외선이 있을 수 있잖아 ㅋㅋ) 마냥 피부 톤이 어두워졌다. 노화란 정녕 무서운 것이다. 

물놀이에 큰 흥미가 없기에 요즘처럼 냉방이 잘 되는 시대에는 여름 휴가가 아닌 봄가을 휴가가 더 일반적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비분강개하며 주장하는 편이다. 수년 전 추석연휴와 휴가를 이어 붙여서 가을의 로마와 파리를 다녀온 후로는 더더욱 여름 땡볕 여행은 '돈을 줘도 사양합니다.' 하는 인간이 되었다.


이런 나인지라 굳이 자비를 들여 여름 잼버리 캠프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이 다른 인류처럼 여겨진다. Kpop 공연이 주는 도파민을 고려하더라도 저런 해맑은 미소가 어찌하여 연출되는가? 정말 미스터리!!!!!


6. 타인

얼마전에 '타인은 필요조건'이라는 온라인 친구의 글을 읽었다. 최근에 이 친구의 의견이 옳았고 내가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 사례가 있었기에, 타인은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다라는 내 생각을 곱씹는 중이다. 타인 뭘까? 나에게 대다수의 타인은 병신 아니면 미친놈인데 ㅠ


p.s. 위에 쓴 글을 기꺼이 들어주고 공감해 줄 타인이 있었더라면 나는 이렇게 긴 일기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걸 잘하지  못하기에... 그러니 대나무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소리치는 심정으로 계속 일기를 쓸 수밖에.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3-08-22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3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3 16: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24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나는 뉴스를 끊었다, 차단했다. 그래서 지난 폭우(2023.7.15.토) 때 오송지하차도 참사, 경북지역 산사태 등으로 약 50명의 사람이 죽어갈 때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토요일 밤 이후로 뉴스를 조금씩 챙겨보는 중에 '서현역 묻지 마 흉기난동 살인사건'에 이어서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이르게 되자, 

하하하하하하하하

넷플릭스 보는것 보다 뉴스가 더 웃기고 더 잔인하고, 더 파괴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연상: 김현숙(현 여성가족부 장관), 작품상: 새만금 잼버리(제작 현 정부), 감독상: 윤 씨(현 대통령, 나에겐 볼드모트 같은 ㄴ이라서 절대 이른 석 자 불러주고 싶지 않음)


장르: 재난 블랙코미디!!! 

같은 장르의 영화 <화이트 노이즈>(감독: 노아 바움백, 주연: 아담 드라이버)는 <2023 새만금 잼버리>에 비하면 영화과 대학생 졸업작품 수준임. 

ps. 여가부 장관 김현숙은 <옥자>의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와 싱크로 200%!!!!! 볼 때마다 너무 루시 미란도 같아서 미쳐버릴 거 같다. 단발머리와 안경(안경은 설국열차의 틸다 스윈튼), 그리고 아전인수 그 자체인 대사들 어쩔 거냐!!! 답변들이 하나하나 너무 주옥같아서 암기하고 싶을 지경!!!


<돌발영상> 코리아 잼버리(야영지 조기 철수...김현숙 장관 "잼버리가 넓어진 것")

https://www.youtube.com/watch?v=s5ntmtdKpxU


(휴가에서 돌아온) 김기현 대표: 대통령, 총리, 장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책임에서 도망치려 한다. 주말 사이에 민주당이 쏟아내었던 잼버리 관련 입장입니다. 객관적인 사실만 우선 짚어보겠습니다. 2023 새만금 잼버리가 확정된 것은 2017년 8월 문재인 정권 시절입니다.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영상까지 찍어서 홍보에 열중했으며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0:24~)


강민국  수석대변인: 이제는 중앙 정부가 직접 움직이기 때문에, 이제는 새만금 잼버리가 아니라 코리아 잼버리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우리당에서 가지고 있고. K 히스토리, K컬처, K푸드 등 이 기회를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는.(01:10~)


김현숙: 영지 밖 활동을 지자체와 같이 개발해서 그걸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잼버리가 조금 더 넓어진다 이렇게 좀 말씀드리고 (영상의 3:24~)


<대한민국 위기 대응 역량을 보여줘...김현숙 장관 발언 또 논란>

https://www.youtube.com/watch?v=cbO2CP5gjT8


김현숙: 지금은 오히려 위기 대응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서 보여줄 수 있고 부산 엑스포에 그런 부분이 잘 반영될 수 있을 거여서 영향을 주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오늘 이 뉴스] 군 복무 BTS 멤버들 잼버리로... 여당 의원 요구에 부글부글

https://www.youtube.com/watch?v=TmUaistTSkc

이 영상의 댓글이 좋다.

국방의 의무로 인해 징집당한 군인은 국가의 노예인가? bts도 이런 수모와 치욕을 당하는데 일반 병사는 어떠하겠나 싶다. 현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다. 

국민=내 노예, 내가 원할 때는 언제든 부려 먹을 수 있는 인력자원.


그러니 세월호 때 아이들이 죽으면 "또 낳으면 되지."라고 하고.

이태원 참사(2022.10.29일 22시경) 이상민(현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고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그런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부터 새만금 잼버리까지 일관 되게 무능하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이 모든 것은 개개인 시민의 위기 대응 능력이 부족하여 발생한 사고지, 정부의 책임은 없다고 한다. 

와우, 진심으로 나는 현 정부를 리스펙 하기로 했다. 나는 당신들을 타산지석으로 삼겠다!!


나는 결심하고 또 결심했다. 

현 정부 같은 인간(주로는 진상)을 만나면 내가 더 심하게 아전인수로 대응할 거다!!!!

"야 인마, 너 위기 대응 능력이 그것밖에 안 돼?? 다 니 책임이야. 전부 니 과실이야. 정신 좀 차려."라고 말해 줄 것이다. 

"위기 대응 능력이 그것밖에 안 되십니까? 이번 일(사고)을 기회로 삼아 내면에 철근 몇 개 더 박아 넣었다고 생각하세요. 순살 아파트를 보세요. 와르르 무너지잖아요. 내 덕에 내면에 철근 더 생겼을 겁니다. 다음에 이런 일 당하면 와르르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틸 겁니다."라고 말해 줘야지!!!!!



몸이 콘크리트라면 정신은 철근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철근이 부족하여 와르르 무너지는 철근콘크리트 아파트들을 보면서 나는 사람을, 특히 자살하는 사람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사람들, 마음의 병을 얻는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 앞에 영웅처럼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숙이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한국땅에서는 김현숙처럼 생각하고 살아야만 자살(당)하지 않고, 마음의 병 얻지 않고, 즐겁게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유감스럽게도 아전인수가, 똥도 된장이라고 우길 수 있는 몰염치함이, 내면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철근이라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