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번식과 리치맨을 추구할 때
나는 그것이 내 취향이 아님을 깨닫고 진즉에 '견고한 일상'을 목표로 삼았다.
요즘의 '견고한 일상'은 이렇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손, 발을 깨끗이 씻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1인 리클라이너에 눕다 시피 앉아서 오른손에는 리모컨을 쥔다.
속보나 재난이 있었나 싶어 잠시 뉴스채널을 보고
(어제 방심하고 뉴스봤다가 식겁을 했었다. 화재. 화상은 죽는 게 낫다라고 생각하기에 중상을 입은 분들의 사망을 위해 기도했다. 측은지심은 비열하다고 생각한다. 고통으로 가득한 생을 사느니 죽는 게 현명.)
리모컨의 넷플릭스 버튼을 누른다.
일단 미국 시트콤을 본다. 1회당 30분짜리.
그걸 보면서 머리를 식힌다. 휴식.
30분짜리 코메디가 끝나면 사이드테이블이 있는 영화감상기록용 수첩에 오늘 본 것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한다.
tv끄고 침실로 간다.
전신 거울 앞에 요가 매트를 펴고 요가를 한다.
요가를 할 때는 즐겨듣는 영화 팟캐스트를 듣는다.
20~30분 정도 근육을 쫙쫙 펴주고 난 뒤(이 정도면 허리통증이 완화되겠다 싶을 만큼)
욕실로 가서 샤워를 한다.
이후 1)서재로 가서 책을 읽거나 pc로 이것저것 정리를 하거나 2)영화가 보고 싶으면 다시 거실로 가서 넷플릭스나 왓챠에 접속한다.
밤10시쯤 되면 잔다.
5시~5시 반 사이에 일어난다.
머리감고 아침먹고 출근한다.
출근해서 일한다.
퇴근한다.
손발을 씻고, 편한 옷을 입고, 미국 코미디 시트콤을 본다.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한다.
서재or거실에서 뭔가를 한다.
10시쯤 잔다.
일어난다. 출근한다. 퇴근한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다. 잔다. 일어난다. 일한다. 영화를 보거나 책일 읽는다. 잔다. 일어난다. 일한다. 책 영화를 본다. 잔다. 일어난다. 일한다. 뭔가를 본다. 잔다. 일어난다.
무한 반복.
어느날 드디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