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영화 <그 여름의 시간들>과 영화 <허트 로커>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책 <삼체>로 도피하며 끝이 나 버렸다.
영화 <그 여름의 시간들>은 영화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자전적 경험을 영화로 만든 것으로 covid19로 인해 프랑스 봉쇄 조치 당시 시골의 가족 저택에서 갇혀(??) 지내던 때의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아사야스 영화의 뭔지 모를 문화 금수저 느낌(특히 영화<여름의 조각들>)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문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감독이었다.
영화 <허트 로커>는 우리가 흔히 '직장은 전쟁터, 직장 밖은 지옥' 하는 말을 비유도 상징도 없이 직장은 전쟁터, 주 업무는 폭탄제거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다. 사실 영화는 전쟁과 인간성이 주제이고 이 점을 잘 연출 했기에 아카데미 최초 여자 감독상(2010년에서야 첫 여자 감독상, 유리천장 아니고 철큰 콘크리트 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영화가 되었고, 감독은 중학생 때부터 나의 영웅(아카데미보다 내가 더 안목이 빨랐다. 이것들아!!).
늘어나는 흰 머리카락 때문에 주기적으로 염색을 해야 하는, 이제는 나도 직장에서 폭탄 서너 개 정도는 너끈히 컨트롤 가능한 노련한 경력자가 된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니, 그냥 극한직업 전쟁군인 편처럼 보였다. 이 영화의 명대사 3개.
폭탄을 보며 주인공이 하는 말 "오 베이비"
군대 막사 간이 침대에 누우며 주인공이 하는 말 "역시 집이 제일 편하지."
마지막으로 군 고위직이 주인공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많은 폭탄을 제거할 수 있나는 질문에 "죽지 않으면 됩니다."라고 답하는 주인공.
한편 우리의 문화 금수저 프랑스 백인 아저씨는 경치가 끝내주는 저택 주변 숲에서 스마트폰으로 심리상담가와 상담을 한다. "봉쇄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너무 편하고 좋아요. 네, 물론 나는 운이 좋죠. 가족 저택에서 지내니까요. 이걸 봉쇄라고 해야할지도 의문이예요."
하지만 우리의 흙수저 제이미 동지는 전쟁터가 아닌 평화로운 곳에서는 도무지 자극이 없어 지루하고 시시하여 다시 폭탄 속으로 뛰어든다!
퇴근 후 저녁마다 <허트 로커>와 < 그 여름의 시간들> 예고편(미개봉작, 2024BIFF 상영작)을 보면서 퇴직과 존버 무엇이 정답인가를 곱씹기만 하는 직장인 생활을 하던 중
회사에서 아무도 읽지 않은 새 책 <삼체>르 발견하고 냉큼 빌려서 읽기 시작한 후 열탕과 냉탕 같은 두 영화 사이에서 존나 고뇌하던 나는 사라지고 <삼체>의 두 주인공 예원제와 왕먀오에게 빙의하게 된다. 그럼 난 이만 컴퓨터를 끄고 다시 <삼체> 속으로.
ps. <삼체>의 코미디 부분을 옮겨본다.
"헛소리하지마! 아인슈타인은 반동 학계 권위자다. 그는 기회주의자야! 미국 제국주의에 빌붙어 원자폭탄을 만들었어! 혁명적인 과학을 이룩하려면 상대성 이론으로 대표되는 자산 계급 이론의 검은 깃발을 타도해야 한다!
"동지 여러분, 혁명 소장 여러분, 혁명 교직원 여러분,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반동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그 본질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 가장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는 정적 우주론을 제기해 물질의 운동 본성을 부정한 반변증법을 주장했습니다! 우주가 유한하다고 했으니 철두철미한 반동 유심주의입니다."
외계 문명에 발송할 정보: 이 정보를 받은 세계는 주의하십시오. 당신들이 받은 정보는 지구의 혁명 정의를 대표하는 나라가 발송한 것입니다. 과거 당신들은 같은 방향에서 온 정보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지구의 제국주의 초대국이 보낸 것으로 그들은 지구의 다른 초대국과 세계의 패권을 다투며 인류 역사를 후퇴시키려고 합니다. 당신들은 그들의 거짓말을 듣지 않고 정의의 편에, 혁명의 편에 서기를 바랍니다.
소견: 읽음. 당치 않은 글이다! 대자보는 땅에서나 붙이면 되지 우주에까지 보낼 필요 없다.
이 부분들에서 나는 데굴데굴 구르고야 말았다. 약간 커트 보니컷 느낌도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