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건강식은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걸까?


입맛이 없는 길고 긴 터널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1인분에 나트륨이 2890mg(1일 영양성분 기준 145%)가 함유되어 있는 CJ 현지의 맛을 집에서 즐기는 사천 마라탕면이었다. 양배추, 렌틸콩, 닭가슴살, 계란, 시래기국, 시금치나물, 생미역, 잡곡밥, 대구탕, 갈치조림, 통곡물빵 또는 두부와 쌀로 만든 베이글, 저염, No msg. 외식 0, 배달음식 0 의 식생 끝에 찾아온 것은 오한을 동반한 복통이랄까 배탈이랄까 암튼 뭐 그런 통증. 설사도 구토도 없었던 정체 모를 복통. 장염은 아니었지만 의사는 장염약 3일치를 처방해주었고 다 먹고도 낫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오라고 했다. 약을 다 먹었을 땐 80%정도 회복. 항생제를 더 먹고 싶지 않아서 병원은 더이상 가지 않았고, 그냥 음식을 더더 가려 먹으면서 버텼다. 그랬더니 100% 회복된 후에도 입맛이 살아나지 않았다. 


입맛이 살아나길 바라며 동기부여의 의미로 자취생 갓생 브이로그(구독자가 무려 99만!!!) 같은 걸 봤다. 요즘 20대들은 뭘 먹고사나? 싶어서 봤는데 이 유튜버가 마라샹궈를 좋아해! 심지어 집에서 홈메이드로 종종 만들어 먹기도!!!


지난 10년 간 먹은 라면이 5개도 되지 않을 정도인 내가 내 발로 냉장식품 코너를 찾아간 대. 사. 건! 떡볶이도 면이라면 면인 걸까? 면요리의 절반은 떡볶이가 차지했고 나머지 절반의 공간에 파스타, 우동, 그 외 국가의 면요리들이 옹기종이 붙어 있었다. 베트남 쌀국수에 손이 닿으려던 그 순간 바로 옆에 있던 마라탕면이 눈에 들어왔다. 마라탕??? 한국땅에서 아직도 마라탕을 먹어보지 않은 자, 그것은 나!! (당연히 탕후루도 먹어보지 않았다.)


밀키트처럼 청경채나 숙주나물이 진공포장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왜 했을까. 아무튼 그것은 조리예였을 뿐이고 현실은 처참했다. 노오란 면과 빠알간 액상소스가 전부였다. 취향에 맞게 홍고추와 화자오를 추가로 넣어 먹으라는 설명과 함께 양념봉지가 있었지만 매울 거 같아서 넣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이게 사람이 먹는 음식이 맞나 의심을 하면서 면과 국물을 먹었는데, 산삼(먹어보지 않았지만)이라도 먹은 듯이 호랑이 기운이 솟아났다. 급하게 마라탕면을 먹고 바로 외출은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전혀 지치지 않았고, 몸 상태가 좋았다. 허기가 생기지도 않았고, 계속 가뿐했다. 이건 뭐지?? 정제곡물 밀가루의 효능인가? 아니면 L-글루탐산나트륨의 효능인가???


잠이 많이 와서 계속 많이 잤다. 평균 수면 10시간 ㅠ 단순 암기력보다 창의력이 좋은 사람이 많이 잔다고 하는 카더라과학으로 자위하면서 계속 잤다. 아프니까 자고, 잠이 보약이라고 하니 자고, 항생제 먹었으니 해독을 위해서 자고, 아무튼 잠을 자야 하는 당위성만을 찾는데 지능을 썼다. 나를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 수면을 버섯발로 달려 나가 환영했다. 책도 읽기 싫었다. 어차피 난 인생천재니까 남의 생각 같은 거 읽을 필요 없지! 일기(글)도 쓰기 싫었다. 그런 거 다 환경파괴지, IT는 2020년대식 위선일 뿐, 꺼져 버려!!! 고강도 하체 운동을 한 후 후들거리는 허벅지 근육과 다음 날의 근육통 속에서만 ‘나라는 픽션’을 지각할 수 있었다. 네, 그래요, 난 아직도 라캉귀신의 씐 상태입니다. 라캉만 물고 빨면 모든 게 다 합리화되잖아요. 전부다 환상이고 픽션뿐이라는데 그냥 정신승리만 하면 되지. 하하하. 싶은 심정. 


CJ 사천 마라탕면을 먹고 원기를 회복한 나는 나의 최근 상태를 정제탄수화물과 나트륨 결핍으로 인한 수면과다와 무기력으로 진단했다. 도파민과 나트륨은 생존 필수 요소였음!!!!(도파민 무죄, 나트륨도 무죄!! 인간만 유죄!!!)

영양제도, 마라탕도, 쇼츠도 없이 2020년대를 견디고 있는 나는 이 시대의 부적응자인가, 최종 생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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