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까말까 망설이던 자켓이 파이널 세일 목록이 되었다. 정가이거나 20% 할인일 때는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으나 50%세일+20%추가 세일이라면 계산이 달라지고 마음도 달라진다. 한국 시간으로는 2021.1.1. 미국시간으로는 12.31.2020 옷 3벌을 더 결재했다. 내가 작년에 마지막으로 한 일이거나 올해 처음으로 한 일은 파이널 세일하는 옷을 결제한 것이다. 없어도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으나 있으면 조금은 더 즐거울 것 같은...


없어도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으나 있으면 조금은 더 즐거울 것 같은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이 바로 성공한 자본주의의 생활상 아니겠는가!!

옷장의 옷 8할 이상이 올해 새로 산 옷들이다. 직구를 몰랐던 시절에는 백화점 좋은 일만 하는 호구였는데 직구를 공부하고 난 후 나는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었다. 

8할 이상이 새로 산 옷이라는 말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의 8할 이상은 처분했다는 의미다. 지금도 우체국 5호 상자를 가득 채운 기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옷들이 내 곁을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옷의 개수를 늘리지는 않는다. 단순히 소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마음이 채워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고, 옷이든 신발이든 가방이든 향수든 반드시 사용을 해야만 하고 내가 그 물건을 좋아하는 마음에 비례해서 그 물건을 사용해야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정이 식어버린 옷은 다른 주인에게로 보낸다. 그 옷을 나보다 더 애정을 가지고 입어줄 누군가에게 보낸다. 

2020년 그러니까 작년은 재택근무도 많이 했고 장기병가로 인해 다른 해에 비해서 옷을 입을 횟수가 상당히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옷을 계속해서 산 것이다. 새 옷들로 인해서 이 막돼먹은 세상을 조금은 덜 불행하게 견뎌낼 수 있었다. 내가 구입한 옷 중에는 재활용 면, 재활용 폴리에스터, 재활용 울로 만들어진 제품도 있으니(재활용 소재라고 해서 더 저렴한 건 절대 아니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가식도 떨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인간따위가 지구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거 자체가 주제 넘은 짓. 차라리 재벌 걱정, 나라 걱정이나 해. 재벌 걱정이나 나라망할 걱정을 하는 인간들도 도무지 이해는 안간다만. 

동생 : 옷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가? 올해 그렇게 다 사 버리면 내년에는 뭐 사려고? 내년을 위해서 남겨 둬야지.
나 : 내년에 또 사면 되지.
동생 : 그럼 올해 옷은?
나 : 기부(??)해야지. 인생은 짧고 이런 옷을 입을 수 있는 젊은 날은 더 짧으니까. 내가 옷 살 돈 아껴서 저축을 해 두는 게 나한테 어떤 이득(즐거움)을 주는지 난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성인용 고급 기저귀 사는 데 써야 할 돈 모아둬야 하는거?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고기를 먹으면서 자식을 낳아 키우는 그야말로 동물적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는데, 술고기를 필요이상으로 먹는 것은 자해 그 자체이며, 자식을 낳는 것은 폭력과 학대야. 내 기준에선 그렇다고. 뭐 어떤 사람은 자식을 낳는 것은 선의로 포장하기도 하겠지만, 그 아이가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는 인생에 꽃길이 펼쳐진 것도 아니고...어린 인간의 싱싱한 기를 빨아먹으면서 부모라는 자가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함이 아닌가? 흔히 사람들이 그러자나, 자식보고 산다고. 그말 들으면 자식이 주유소같고 부모는 주유소 손님같아. 진짜 선의가 있다면 자식을 낳지 않는 것이 선의지. 지구의 미래에 대한 선의 역시도 인간을 더 만들지 않는 것 뿐이지. 
 
살기 위해서 산다, 즉 현상유지를 위해서 산다는 느낌이 너무나 강하게 든다. 먹고, 운동하고, 씻고, 잠자고...그 모든 행위가 전부 생존을 위한 행위이다. 그래서 새 옷을 산다. 화이트 색상의 니트 셋업을 산다. 왜 앙드레김이 흰 색 옷만 고집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파티에 가는 것도 아닌데 투 머치한 샹들리에 귀걸이를 낀다. 물론 마스크를 낄 때 벗을 때 귀걸이에 걸려서 좀 힘들지만, 그런 걸 하지 않고는 비루하고 막돼먹은 그저 생존만을 위해서 산다는 느낌 속에서 익사당할 것만 같다. 

타라 백화점에 가서 재활용 면으로 만들어진 내일의 옷을 사자!!
내일도 어제와 같은 태양이 뜰 것이 뻔하기에 옷이라도 새 것을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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