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을 입고 병원밥을 먹으면서 수액걸이를 제3의 다리로 끌고 다니다보니 인간의 생로병사가 단편영화처럼 혹은 대작영화의 3분짜리 예고편처럼 여겨진다. 나는 약간은 <마의 산>의 주인공 한스 같은 기분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친척 병문안을 간 곳에서 7년의 병상 및 요양 생활을 했던 한스처럼 나도 몇 시간 진통제 맞고 약 먹으면 집에 가겠거니 했는데 추석 연휴마저도 병원이다. 


나에게 살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고 싶다. 혹시나 오래 살까봐 열심히 저축하고 있는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그냥 포르쉐나 질러 버리고 싶다. 양육의 의무가 있는 자식 같은 건 만들지 않았으니 사실 아픈 지금도 딱히 근심은 없다. 여전히 암보험에 가입할 생각은 없다. 사람마다 인생관은 다른거니까. 난 암보험도 없이 포르쉐나 타고 다니다가 미련없이 떠날거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이승에 미련이 많은 사람들은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니 왜?? 왜 모든 사람이 이승을 긍정할거라고 생각하지? 당신은 이 이승에서의 생활이 자식까지 낳을 정도로 좋을지 몰라도 나는 정말 싫거든. 그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은 게 이승 라이프거든. 


5인실 병실에서 보호자(혹은 간병인)이 없는 환자는 나 뿐이다. 혼자 거동이 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나는 서로의 시간을 갉아먹는 2인 3각 달리기 같은 2인 1조의 생활방식을 질색하기에 며칠 째 혼자 병원 생활을 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내 옆에 누군가 있다면 그 마음을 받는 만큼 나도 그 마음에 답해야 하는데 그게 몹시 피곤하다. 타인의 선의에 답례할 여유 따위 없다, 나는. 


부끄럽게 살고 산 날들이 모여서 환자복을 입고 수액을 맞으면서 수시로 피검사를 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야생에서의 인간의 자연 수명은 38세라고 하던데 그게 그렇게 근거없는 말은 아니었나보군. 내가 지금 이렇게 별 이유 없이 아픈 걸 보면 말이다. 병실 상황은 50대로 보이는 항암치료 환자 2명, 80세 이상으로 보이는 피부가 쪼글쪼글하고 뼈와 피부 뿐인 할머니와 건강한 80대로 보이는 할머니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다. 공통점은 모두가 배가 아프다는 것. 


힘든 요가 동작을 배울 때마다 요가 동작을 개발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인간의 몸에 고통을 줄까를 목적으로 집요하게 인간 신체 구조를 연구한 사디스트들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여기에 생각이 더해져서 인간을 만든 조물주가 인간을 만든 목적이 그것이 아닐까 한다. 고통이라는 형이상을 형이하라는 인간의 신체로 재현한 것이 아닐까 하는 확신!! 뱃속에 든 장기 전부가 다 고통 덩어리였을 뿐.  


나는 여전히 이렇게 아픈데도 불구하고 삶이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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