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 이유없이 아침부터 사는 게 너무 무의미하다라는 생각이 극도로 많이 들었다. 그런 내 기분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출근할 때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챙겼다. 책은 세월에 닳아 책등은 본래의 색을 잃고 희미해졌고 책장은 누렇게 바랬다. 첫 에피소드 뫼비우스의 띠는 건너뛰고 바로 두번째 에피소드인 칼날을 읽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지 지금 다시 읽으니 선악이 너무 분명하고 너무 도드라진 정의감에 다소 눈쌀이 찌푸려졌다. 어쨌든 세상은 바야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니까 말이다. 


폭우가 쏟아졌고 차량들도 쏟아졌다. 가벼운 접촉사고가 몇 번 목격 되었고. 덕분에 퇴근길은 평소보다 1시간인 더 지연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사태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사고 당하지 말고 살아서 집에 돌아가야만 한다.에 내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비지엠은 바흐의 골든베트크 변주곡.


내일 죽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삶을 정리하고 지낸다. 내일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마지막으로 들은 음악은 골든베르크 변주곡이다. 나쁘지 않다.


지금도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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