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 급급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그 나름대로는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인간을 위한 효과적인 변명거리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갑자기 바쁜 일이 생기면 그 발등의 불을 끄는 것에 몰두하기에 다른 건 어찌되던 상관이 없어진다. 가뭄이 심각하든, 때이른 폭염이든, 산불이 24시간 지속되었든 그게 다 내 발등의 불이랑 무슨 상관이람 같은 심정이 되는 것이다. 


번식에도 자아실현에도 별 관심이 없는 그래서 별 근심이 없고 발등의 불이 자주 생기는 것도 아니라서 주변을 둘러보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많다. 비오기 직전의 개미떼가 우왕좌왕 하는 것처럼 인간들도 번식과 돈벌이와 커리어(영역싸움? 서열전쟁?)으로 우왕좌왕하는데 그것을 동물의 왕국 인간편을 보는 기분으로 감상을 하노라면 웃기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가소롭기도 하다. 


한동안 로맨틱코미디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서 봤다. 보는 동안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애시튼 커쳐가 나오는 로코는 예전부터 좋아해서(극장에서 본 것도 제법 된다) 10회 이상 본 영화도 있다. 나에게도 인생의 어느 한철에는 로맨틱코미디가 있었지, 다행이야. 라는 생각을 간간히 하면서. 


주5회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익숙해졌다. 백지인 다이어리에 자를 대고서 내 생활방식이 반영된 다이어리 칸을 만들어 넣었고 해야할 일을 기록하고 그대로 하면 된다. 하루치 삶의 분량만큼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하지만 지질학의 시간을 생각하면 인간이 환경을 본격적으로 망가뜨리기 시작한 게 채 100년이 되지 않는데 지구의 시간은 거대하니까 아마도 별 거 아닐지도 몰라 하는 안온한 생각을 하곤 한다. 


일기예보에서 말한대로 폭우였다. 빗소리가 컸다. 가뭄은 일시적으로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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