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강남살인남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때문인지 우에노 치즈코 방한 특별 강연에 참가를 신청하는 댓글 열기는 엄청났습니다. 듣기로는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강연을 신청했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저도 이 자리에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운좋게도 초청되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SNS에는 이 강연에 초대 받은 사람들이 증거샷과 함께 자랑도 하더라고요. 이 강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연실은 서강도서관 2층이었는데 장소는 나쁘지 않았다만 강연 시간 동안 배경음으로 깔리는 공사소리가 매우 거슬렸습니다. 해외 인사까지 초청해서 강연을 한다면 그런 부분은 공사하는 쪽과 잘 합의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인 우에노 치즈코는 빨간 쇼트컷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신 분이셨는데, 작은 체구를 지니신 분이라 일본에서 '싸움꾼'으로 악명 높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란 여성인권 얘기만 하면 겁먹는 남자들에게는 어떻게 말해도 싸움꾼으로 비춰지는 법이니까요.

 

 

 강의 내용은 주로 책의 초반부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책에서는 사회 광범위한 부분에서 있는 여성혐오를 다루나 아무래도 단시간 내에서는 한 특정 부분을 다루기 보다는 전체적인 설명을 하시는 것이 더 나았으리라 생각하신듯 합니다.

 

 강의에서 주가 되었더 부분은 역시나 '여성혐오'라는 개념입니다. 여자가 살면서 여자가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기는 어렵습니다. 요즘에서 여러가지 사회이슈로 가시화 되었을 뿐 저 또한 그 전부터 제가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람으로 대우받지 않고 있다고 여러번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에노 치즈코는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사회에서 남자와 남자, 여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를 분석하면서 여성혐오, 즉 misogyny가 무엇인지를 설명합니다.

 

 책을 읽으신 많은 분들이 책에서 보셨겠지만 책에서, 그리고 강연에서 우에노 치즈코는 여성은 남성의 전리품이라고 설명합니다. 남자가 남자로 인정받기 위한 자격, 혹은 남자로 인정 받으면 자연히 뒤따르는 선물 같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에게 무시 당했다고 느끼면 남자가 무시했을 때보다 더 격렬히 화를 내며, 이러한 점은 강남살인남의 가해자가 '여자가 무시해서' 살인을 했다, 라는 부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남자가 여자로부터 무시 받는 것 만큼이나 분노하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자 같아'라는 비판입니다. 남자에게 제대로 된 사람, 즉 남자가 아니라 전리품에 불과한 여자같다고 하는 말은 남자에게 엄청난 모욕이 되는 것이죠. 여기서 남자들의 게이혐오가 이어지는데 남자가 남자인 나를 여자의 대용품으로 생각하고 성애를 한다는 것이 남자에게는 엄청난 충격인 것입니다. 자신이 했던 타인의 성애화, 전리품화를 자신이 당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 여기서 남자들도 잠재적으로는 자신들이 어떤 짓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대접을 받는 여자들의 정신이 온전할리가 없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전투가 아닌 회피를 피하는 여자들의 전략은 주로 두가진데 우에노 치즈코는 이를 각각 출세전략과 낙오전략이라고 말합니다. 출세전략은 자신을 남성화 시킴으로써 같이 여자를 매도하고 자신은 그러한 여자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반 여성과 자신을 분리합니다. 반대로 낙오전략을 쓰는 사람들은 못생긴 나는 어차피 여자가 아니니까 이러한 문제에 상관 없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라는데 그외 다른 전략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포지션은 비슷합니다. '나는 여자가 아니니까' 이 것이 그들이 취하는 전략의 기본모토이며 여성혐오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하는 방법입니다. 여자라서 힘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자를 부정해야 하는, 하지만 부정해도 본인은 결국 여자이기에 고통에서 피할 수 없는 굴레가 안타깝습니다.

 

 주장이 강한여자, 기가 쎈 여자, 말이 많은 여자, 나보다 똑똑한 여자, 나보다 돈을 많이 버는 여자. 남자들이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여자들의 유형입니다. 우에노 치즈코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 유명 스포츠 선수는 '자신보다 한걸음 뒤에서 조신히 따라오는 여자'가 이상형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은 자기 말에 고분고분하며 항상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거처럼 보아주길 원하는 조신한 여자가 이상형인것이죠. 그러면 그런 여자들은 남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줬으니 남자들이 하는 행동에서 받는 고통을 피할 수 있을까요?

 

 가끔 자신에게 연애, 결혼 생활 상담을 원하는 여자들이 있다고 우에노 치즈코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소중하게 대우받고 있냐고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의 여자는 눈물을 떨군다고 합니다. 자신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요. 사람은 사람으로써 당연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면 더욱 소중하게 대우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그런 질문에 답을 차마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는 점에서 고통스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조차 여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해주지 못한다면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더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자가 사회에서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우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페미니즘 이슈가 지속적으로 사회에서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책에서 여성혐오를 멈추기 위해서 투쟁해야 한다, 정도로 책을 마무리 했던 우에노 치즈코는 강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방법이 흥미로워서 다른 사람들도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듯 합니다.

 

 우에노 치즈코 책 중에서 '독신자의 노후(一人様の老朽)'라는 책이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번역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에노 치즈코는 거기서 일본어로 '개호'라고 불리는 간병, 간호에 대해서 흥미를 느낀듯합니다. 피부양자는 부양자에 비해서 육체적, 금전적 그리고 그외 여러가지 상황에서 상대적 약자 위치에 처해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지속적으로 부양자들이 피부양자에게 폭력과 폭행을 휘두른다는 이야기가 노출됩니다. 아마 사회에 조명되지 않을 뿐 생각보다 많은 피부양자가 제대로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이고 과거와 달리 이제 고령자의 수가 사회활동 가능인구를 넘어서는 시점이 오면 그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인 여자에게 여성혐오를 용인하는 사회라면 이것이 노인혐오, 혹은 아동혐오 또한 용인하겠지요(아동혐오는 이미 조금씩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또한 요즘 많이 언급되는 여성혐오 다음은 노인혐오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상당히 나오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자가 약자에게 폭력을 행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회라면 그걸 인간의 사회라고 볼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정글을 예로 들며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먹히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지만 인간은 동물이 아닙니다. 심지어 동물들도 무리짓는 동물은 무리 내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않도록 우두머리가 제재를 합니다. 최소한 폭력의 변명으로 동물을 삼는 것은 우리가 인간임을 포기한 다는 증명이 될 것입니다.

 

 여기서 우에노 치즈코가 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한 말이 흥미롭습니다. 우에노 치즈코는 비폭력으르 교육한다,고 말했습니다. 폭력이 학습되어 폭력의 노출된 아이가 폭력을 행할 확률이 높다면 이는 비폭력에서 또한 마찬가지이니, 아이가 비폭력을 행할 수 있도록 비폭력을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어찌보면 당연한 말입니다만 비폭력 또한 교육이 된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해 이 말이 제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연한 것인데 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힘이 있어도 약자에게 휘드르지 않는다, 힘으로 상대를 마음대로 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약자에게 공감한다. 우에노 치즈코는 처음부터 이러한 일을 잘하는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약자를 간병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이러한 감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자들이 이러한 일을 타고났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지만 여자에 비해 이런 일들은 남자의 일이 아니라며 거리를 가질 수 있었던 남자들이 약자를 이해하는 감성을 지니기 더 힘든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에노 치즈코는 여자들이 노약자의 간병이나 간호, 그리고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권리'를 여자들만 가지지 말고 남자들에게 나누어주라고 말합니다.

 

 한국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며 다른 나라 남자들 보다는 폭력에 익숙한 면이 있습니다. 군대라는 것 자체가 폭력을 위한 폭력집단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에노 치즈코는 군대로 남자가 폭력에 익숙해졌다면 약자들을 걔속 접하게 하여 케어하게 하면서 비폭력을 학습하여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 또한 필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의 징병제도는 여러모로 해외에서 많이 관심을 가지는 방법이지만 군대를 갔다오고 흔히들 농담으로 말하는 연서복과 같이 비정상화 된 사람들을 정상적으로 되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저런 제안을 제시 한다는 것은 일찍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장기간 고민해온 일본이라서 나올 수 있는 대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에노 치즈코는 본인 또한 여성혐오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이에 대해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본인은 페미스트이고, 페미니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은 여자가 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그 차별을 인지하는 나는 여성혐오를 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요. 그러면서 본인의 패미니즘에 대해 '약한 사람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약한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본인이 말하는 비폭력 학습과 연결됩니다. 남자가 남자라는 권력을 쓰지 않고 그대로의 여자를 인정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남녀 평등사회가 될 때 그제야 페미니스트는 구닥다리 유물로 남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강연 후기를 쓰기 위해서 들어온 브라우저에서 대형포털에 메인에 떠 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20대 여고사 성폭생' 주민들 "챙겨주려", 19세 여교사, 결혼제안 거부했다는 이유로 산채화형. 그리고 얼마전에 강남살인사건.

 

사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서는 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여성혐오를 다루고 있습니다. 챕터의 제목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비인기남과 여성혐오, 아동 성학대자와 여성혐오 등 다양한 문제에서 여성혐오를 읽고 그에 대한 해석이 있는 책이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입니다. 그런데 사회의 여성혐오를 지우기도 전에 여성혐오로 죽는 사람이 나오면서 이제 페미니즘은 사회의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가 아닌 여성살인을 막자고 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근데 그나마도 이에 대해 어디가 여성혐오냐고 하는 말을 듣는 암담한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저자 강연은 아무래도 책에 나와있는 내용만 다루게 됩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책을 읽지 않고 저자 강연회에 참가하시는 분들도 있으며, 책을 쓰고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저자 강연회를 하는 것이기 떄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2010년에 나온 책이며 이미 6년이 지난 만큼 우에노 치즈코도 이미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고도 남을 시간이죠. 덕분에 책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우에노 치즈코가 관심 가지는 주제, 그리고 책에 썼지만 바뀌거나 아닌거 같다고 하게 된 이야기들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습니다. 실제로 여기서 언급된 비폭력의 학습의 관한 이야기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에서 찾을 수 없는 내용으로 강연 슬라이드도 늦게 추가되어 다른 슬라이드와는 달리 일본어로 쓰여지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알라딘과 은행나무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음에도 이렇게 해외서 좋은 저자들을 초청하여 뵐 수 있는 기회가 많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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