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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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작은 서점을 꿈꾸고 있다. 많은 책을 취급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한 권 한 권 더 의미 있는 진짜 작은 서점. 그 안에서 책을 사랑하는 이웃들과 어떤 방식으로라도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뭐가 됐든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품고만 있다. 서점을 열자니, 그것도 '작은 동네 서점'을 열자니- 여러 가지 현실적인 질문들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그 질문들에 아직 어떤 대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책을 팔아서 월세는 낼 수 있는 거야?', '인터넷 서점을 어떻게 이기려고?', '요즘 누가 책을 읽긴 읽나...'하는 것들.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떠오르는 물음표에 나는 금세 눈만 꿈뻑거리게 된다.

그래서인지- 낯선 도시에 이르면 동네 서점에 들르게 된다. 작은 서점에서는 주인장의 취향이 서가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살피고, 규모가 꽤 있는 서점에서는 어떻게 인터넷 서점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감탄한다. 일단 감탄은 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작은 지방의 소도시라 할지라도, 인터넷 서점은 2-3일이면 집 앞으로 책을 배달해 주니까. (게다가 요즘 인터넷 서점의 굿즈는 얼마나 매력적인지!) ... 이 책의 씨앗이 된 '작가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 역시 지역의 동네 서점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작가'라는 직업이 낯선 지방 소도시에서는 동네 서점에 작가가 상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전환이 될 테니까.

이 책 <환상의 동네서점>은 그렇게 쓰였다. 군산 한길문고가 '작가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에 지원하면서 배지영 작가를 '상주작가'로 품게 된 것이다. 크아, 작가가 상주하는 서점이라니. 그것만으로 책을 사랑하는 동네 사람들이 서점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사실 사업 이전에도 한길문고는 군산 사람들에게 특별한 공간이었다. 데모 나갈 때 가방을 맡아주던 서점, 한없이 책을 읽고 있어도 눈치 주지 않던 서점, 용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사고 싶었던 책을 산 서점, 아무 때든 좋다고 공간을 내어준 서점이었기 때문이다. 군산 사람들은 저마다 한길문고에 대한 추억 한두 개쯤은 품은 채 살았다. 하지만 사업이 주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다. 그것은 쓰고 싶었던 사람들이 '쓰기 시작했다'는 것, 오래된 동네 서점을 넘어 한길문고가 군산 사람들의 '문화살롱'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빛을 받는 물체만이 색깔을 가진다.

서점의 빛은 독자들의 발걸음이 만들어준다.

독자들의 다정한 입소문도 서점의 빛이 되어준다. (본문 중에서, 30쪽)

 

'상주작가'가 된 배지영 작가는 한길문고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설레는 마음으로 '엉덩이로 책 읽기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면서(무려 서점에서!) 추억을 쌓았다. 독서모임과 에세이 쓰기 수업을 하면서는 읽고 싶고, 쓰고 싶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상주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사람들은 쓰고 싶다는 욕망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이런 나도 괜찮을까'하는 조금은 어색하고 쑥스러운 마음은 어느 순간 온데간데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 사이, 누군가는 지역의 매거진에 연재를 시작했고, 다른 누군가는 브런치에서 상을 받아 출간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동네 서점이 낳은 작가들이 늘어갔다. 그 모든 게 신기했다. 사실은, 기적이 아닐까, 생각했다.

읽고 쓰며 다시 인생의 성장기에 들어선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에도 작은 씨앗들이 뿌려지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으샤으샤, 일상의 많은 일들이 읽고 쓰는 일을 후순위로 밀어내 버리지 않도록 내 마음에도 물을 잘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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