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착한 선택을 해야 하는가 - 선택하는 인간을 위한 옳고 그름의 법칙
이언 킹 지음, 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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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우리는 아주 많은 결정들을 해야한다. 단순하고 매우 개인적인 결정에서부터 복잡하고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결정들을 하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삶은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결정, 또는 선택이라는 것이 중대해질수록 복잡하고 미묘해진다. 그리고 중대한 결정은 대개 개인의 인생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인생과도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에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책임이든, 도의적이고 정신적인 책임이든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착한 선택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우리들 모두에게 꽤 솔깃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본 독자라면, 이 책의 도입부를 읽으면서 그 책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선택 이전에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옳음이라는 것이 정의라고 풀이될 수 있다면 이 두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의사결정의 과정과 최선의 결정을 위한 제안이므로 도입부를 제외하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게 진행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왜 옳은 선택을 해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그렇다면 옳은 결정을 위해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모든 결정에 확실한 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삶은 책보다 더 복잡하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미묘한 순간들보다 더 미묘한 상황들이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옳은 결정을 하기 위해 인류가 끊임없이 노력해 온 것처럼, 그토록 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이 책과 함께 고민해본다면, 우리 앞으로의 결정은 이전보다 조금 더 최선의 것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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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들
로빈 브랜디 지음, 이수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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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 전부터 테레사와 다른 교회 친구들이랑 지내 왔다. 내가 그 종의 일부라는 데에 매우 만족하면서. 그런데 일 - 데니 피어스의 일 -이 생겼고 내 안의 무언가가 변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껍질을 벗고, 혹은 아가미나 다른 무엇이 생겨나는 고통이 있었지만 비로소 나는 새로운 생명체, 지금 여기의 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내 과거의 종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페이지 : 324쪽



 


주인공 미나 리사는 독실한 근본주의 교회신자였다. 그녀는 교회 친구들 이외의 친구들은 사귀지 않았으며 사귈 필요도 없었다. 그러던 중 교회 친구들이 데니 피어스라는 한 남학생을 그가 '게이'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그러니까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회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괴롭히기 시작하자 자신이 속해있던 집단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결국 데니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하고, 그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 미나는 그에게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를 적으며 미안해하는 편지를 보내게 된다. 

바로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조직을 배신한 댓가. 당연히 데니의 부모님은 가해학생들의 부모와 이를 부추긴 교회의 목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이에 미나의 편지가 중요한 증거자료로 사용되었다. 교회 식구들 대부분을 고객으로 하고 있었던 미나의 부모님은 보험규정에 따라 교회 식구들의 손해배상을 해 줄 수 없다는 말을 전해야했고. 교회 식구들은 이에 분개하여 부모님을 고소하겠다고 한다. 사면초가에 빠진 미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과학 시간에 케이시라는 재주 있고 상냥한 남학생을 파트너로 만나면서 미나는 조금씩 회복해간다. 과학 선생님인 셰퍼드 선생님은 과학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미나가 두려워하는 웰즈 목사와도 당당하게 대적함으로써 그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케이시의 누나 케일라는 똑똑하고 밝은 여학생으로 학교 신문 편집장을 맡고 있으면서 자기 개인 블로그에 매일 800명 이상이 방문하는 언론인이다. 그 덕분에 미나는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게 되고, 또 자기의 의견을 지지해 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게 된다. 상처를 받았지만 그를 계기로 자기를 둘러 싼 '껍질'을 깨고 나올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기초는 그녀가 애초에 품었던 깨달음 - 데니가 진짜로 게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어떻든 친구들이 그에게 매우 큰 상처를 주고 있다는 깨달음 - 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나는 자신이 '진화'했다고 여기지만 사실 그것은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껍질을 벗는 것은 진화라기보다는 변태니까. 하지만 어떤 표현이 되었든지간에 그녀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약한 부리로 자기의 껍질을 부수려는 시도를 했고, 그 덕분에 더 단단해진 부리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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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장 속물적인 돈 이야기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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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은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소설 대부분은 인간의 구원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돈을 위해 글을 썼고, 그의 이야기의 대부분은 돈문제에 할애되었다고. 그렇게 놓고 보면 그의 소설은 영이상학적인 구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 즉 현실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작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욕구발달단계라는 것이 있다. 가장 원초적인 욕구는 생리적욕구이다. 먹고 자고 싸는 것. 그리고 안전의 욕구, 그리고 자아실현의 욕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인간의 욕구단계는 계단을 밟듯이 아래층을 밟지않고는 윗층을 밟을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니다. 생리적 욕구가 완전하게 충족되지 않아도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래서 '돈'을 필요로 하기도 하고 '돈'을 거부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돈'은 생리적 욕구부터 자아실현까지 한꺼번에 충족시켜주는 도구이기도 하고, 반면에 자아실현의 욕구보다는 생리적 욕구에 급급하다는 낭패감을 안겨주는 도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키는 그렇게도 돈에 대해 이중적인 인간군상을 묘사했는가보다. 그는 정말 현실주의자다. 

저자가 쓴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서인지 끊임없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비교되었다. 둘 다 천재였지만 그 재능의 발현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부유했던 톨스토이는 그 부유함을 피해 도망가려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가난함을 피해 도망가려했다. 톨스토이는 자기의 사상을 잘 다듬은 플롯으로 소설화해 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놀라운 직관으로 소설화해 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구원을 열망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젊었을 때의 죄과를 씻어내고 싶어했다. 그래서 그는 노년에 극상의 도덕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한편 도스토예프스키는 끊임없이 돈을 갈구하며 돈으로 구원을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돈을 남에게 사용하면서 만족했던 것은 그것이 자신의 만족감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도 역시 죽음 이후를 생각했다. 죽음 이후에 대한 둘의 열망은 둘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대단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삶을 순차적으로 밟아나갔던 톨스토이와, 아버지의 삶을 증오했지만 결국 말년에는 아버지를 닮아버린(땅에 집착하던 말년을 떠올리면) 도스토예프스키. 아들의 종류에는 이 두가지가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이 두 사람은 여러면에서 왠지 비교해보고 싶어진다. 아마도 두 사람이 끊임없이 대별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겠지만. 

사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돈을 위해 펜을 들었다고는 해도 굉장히 부유하게 돈을 '쓴' 사람이다. 그의 생활이나 그가 친지들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쓴 편지를 체호프나 채만식이 읽으면 코웃음을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원고료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글을 썼던 두 사람은 그에게 뭐라고 말할까? 아마 '그 돈 나 좀 달라'고 하지는 않았을까.

이 책을 읽고 나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아주 자잘한 것들 까지도. 소설을 읽고 감동을 받아 그에 관련된 책을 찾아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반대의 경우는 참 드문 일인데 새삼 저자의 필력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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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미궁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4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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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읽고 나서 가이도 다케루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가 창작해낸 시라토리라는 인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도 (나만 그럴수도 있겠지만) 천재성을 지닌 인물을 기대하거나 그러한 인물이 등장했을때 마음이 확 쏠리기 마련이다. 천재가 들려주는 논리정연한 사건설명을 듣게 되거나, 아니면 작가 자체가 천재라서 작품 내에 그러한 논리성을 펼쳐주거나. 그런 묘기(?)를 보려고 작품을 읽는 것이 아닐까..^^;;

이번 작품에서 시라토리는 그의 부하직원인 얼음공주와 함께 이 미궁속에 잠입한다. 전작을 읽었다면 당연히 히메미야라는 간호사가 얼음공주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이 처음이라면 대체 이 간호사의 정체가 뭘까 의심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실수를 진짜처럼 하는. 아니 진짜가 실수인것 같은 그녀. 시라토리와 호흡을 맞추기에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 두 사람의 조합에다가 이름마저 대길(大吉)인 길할래야 길할 수 없는 남자 덴마가 끼어든다. 운이 억세게 없다고 생각하는 그가 과연 이 미궁을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살인을 다루고 있는 추리물이지만 병원에서의 순조로운 죽음의 형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과연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모든 죽음이 정말 평등하게 다루어질 수 있을까. 죽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을 선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죽음을 선사하는 그는 과연 죽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죽음이든, 남의 죽음이든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죄일까. 아닐까.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해볼 일이다.

가이도 다케루의 시리즈물을 읽으려면 되도록 순서대로 읽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서 아쉬운대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놀랍게도 이번 작품이 그의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운좋게도 내가 원하던 대로 순서대로 그의 시리즈물을 읽는 셈이다. 작품에서 살짝 등장했던 추락한 나이팅게일은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그 정체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등 판타지물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하나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자유롭다. 추리물의 경우에는 판타지보다 현실성이 필요하기 때문인지 아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지 않는 편인 것 같다. 가이도 다케루는 의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충분히 사실성을 확보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서 이른바 가이도 다케루 월드를 구성해냈다. 언젠가는 그의 월드를 파고들어 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 후배 작가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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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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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라 기대감을 갖고 펼쳐들었던 책이다. ~할 수 없어 시리즈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전작이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 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지 않았어도 이번 작품을 읽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 하지만 두 중학생의 결합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각 인물의 성격이 어떠한지를 미리 알고 읽는다면 재미가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아무튼 전작을 만날 수 없었던 관계로 관련된 설명은 생략하고 바로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이번 사건의 서술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오가타이다. 전작에서는 피해자였던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연모하던 구도와 관련된 살인사건에 연루된다. 그녀의 사촌 언니인 모리타 아키코가 가을밤, 벌레 우는 소리를 듣는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시라카와 정원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을 때에 죽어 있는 채로 발견된다. 침 한 방으로 살인을 당한 여인 범인은 노련한 기술을 가진 침술사이거나, 혹은 살인을 위해 길러진 전문 킬러일 것이다. 죽은 사람이 구도가 아닐까 생각했던 오가타는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사촌 언니였던 피해자와 구도씨간에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미묘한 만남이 오갔다는 것을 알게된다. 

첫사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녀 구도를 향한 오가타의 마음과, 그녀와 한때 사귄적이 있었던 추리소년 시마자키와의 삼각관계, 구도를 향한 아키코의 질투, 떨어져 살아갔지만 그래도 부자간의 정을 지니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청춘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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