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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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 혹은 그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등장인물이 우리처럼 나이먹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들의 이전모습을 보기 위해 이미 봤던 이전 책들을 들춰보기도 하고, 그들의 자란 모습을 보기 위해 그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기도 한다. 등장인물이 함께 나이먹는다는 것.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재미있는 일이다.

 

콘웰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사형수의 지문>이라는 추리 소설을 도서관에서 집어들면서부터였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을 주욱 읽어나가다가 도서관에 그녀의 추리소설이 더이상 없어 두리번대다가 집어 든 것이었다. 살짝 들여다보니 그때 유행하던 csi시리즈 비슷한 것인가도 생각되고 해서 읽었다가 그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주인공인 스카페타 박사는 여성이며, 우리에게는 생소한 법의국장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녀는 탐정이거나 놀라운 추리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다. 지극히 직업에 충실한 여인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얼마간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그녀는 살해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따뜻함을 갖고 있다. 시체를 통해 사건의 모든 것을 재구성해야 하는 직업임에도 시체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주인공으로서 그녀가 가진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독자는 그녀의 행동에 애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사형수의 지문>에서 그녀는 꽤나 노련한 법의국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법의관>에서의 그녀는 새내기 법의국장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 모든 장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초급의 형사 마리노에게서 수사를 모르는 여자취급을 받기도 하고, 장관에게 견제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저 끌려가기도 한다. 전임 법의국장의 전설 속에서 살아나가야하는 병아리 후임. 그게 그녀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법의관>은 <사형수의 지문>보다 앞선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미래에서 그녀의 과거로 돌아와 책을 읽게 된 것이었다. 그녀가 어떻게 초기의 어려움을 벗어나게 되었는지 그래서 점점 더 견고하게 자리잡아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범인이 밝혀지는 스릴만큼이나 재미있었다.

 

지금은 거의 최근작인 <악마의 경전>을 읽고 있다. 초반부터 그녀는 매우 강하다. 이제 산전수전 다 겪은 것이다. 견고해진 그녀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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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제국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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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 ' 돌의 집회 ' 를 출근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워 읽어버렸던 기억에 집어들었다. 그 책에서 나타났던 담담하면서도 머릿속을 계속 움직여야하는 긴장을 느낄 수 있을까. 그의 소설에서 보였던 작가와 인물과의 그 엄청난 거리감을 느낄 수 있을까.

 

철저하게 인물을 조종하는 듯한 그의 구성은 인물들의 죽음에 나타난다. 그는 필요하면 그들의 삶을 아주 간단하게 마감해버린다. 주요인물이든 그렇지 않든간에 한 줄로 끝. 죽.었.다. 한 인간의 삶을 그토록 간단하게 마감하는 소설의 잔인함을 나는 그의 소설에서 진지하게 느끼고야 말았다. 장. 루이 시페르의 죽음이 그랬고, 폴도, 세마도. 그들에 대해 독자가 애정을 갖게 될 즈음 그는 그들의 이름조차 제거하고 그저 남자. 여자로 묘사한다. 죽음 뒤에는 이름이 남을 뿐. 돌의 집회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엔 그것이 오히려 더 강렬해졌달까.

 

그는 플로베르 연구자였다. 현실을 모르고 문학 연구에만 몰두했던 그가 1989년 28세의 나이로 광고회사를 나와 카메라르포 제작 대행사의 기자가 되어사진 작가 피에르 페렝의 유목 부족 탐방 여행에 동참하여 새 세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는 <파리 마치>, <선데이 타임즈>, <네셔널 지오그래픽> 등에서 특파원 활동을 했고 그래서 세계를 누비며 르포 기사를 썼다. 그가 자연, 환경, 폭력, 과학계의 새로운 발견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은 그의 소설에서도 드러난다. 여러 세계의 모습이 집약된 듯한 소설 속 세계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9.11 테러 사건이 소설속에 등장하면서 그의 상상력과 현실의 절묘한 결합을 느껴볼 수도 있다. 그저 소설 속에서 지나가는 '그냥'사건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사건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플롯의 기이함을 첨단 과학 지식으로 정당화시키는 힘. 인간 사회의 폭력과 고독,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주제의 놀라운 형상화. 이 모든 것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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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복수 1 - 인간 사냥
크리스티앙 자크 지음, 이상해 옮김 / 자음과모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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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체를 읽지 않고 그러니까 전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소설의 경우 더더욱.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 한 그 해였는데. 모두가 좋아했던 그 책. 람세스를 접하면서였다. 내 기억에 상당히 방대했던 그 소설을 읽었던 때가 정확하게 기억이 나는 것은 그 때 내가 아주 묘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생이 막 될 무렵. 그러니까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은 후 2월의 한 달. 입학을 앞두고 놀아도 시원찮을 그 때에 나는 아는 동생의 집에 이른 바 '독선생'으로 들어 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줌마의 이기적인 요구를 받아들인 순진했던 나에 대해 안타까움이 들기도 하지만 그 때 나름 그 집에서 책을 읽을 시간을 벌었던 건 악몽같은 그 때의 한 줄기 그리움이 된달까.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소설의 경우, 또 여러 지식을 바탕으로 한 소설의 경우, 읽으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혹은 자신의 지식이 보잘것 없게 느껴지는 그런 부작용이 이 책에는 없다. 아니 그의 책에는 없다. 그만큼 소설 속에 지식을 녹아내는 재주가 그에게는 있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 수록 나도 그만큼은 알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그게 그의 장점이겠지만. 그리스의 신들 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이집트의 신들. 그리고 그 신들의 권한이 약화되어가고 있는 시대의 정치. 그런 묘한 시대적 시점이 이 소설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필사생 켈은 천재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사이스의 사역원 역관으로 발탁된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 보고 있었던 사역원장은 그에게 암호문서 하나를 해석하라고 하는데, 그 암호문서 때문에 사역원 전체가 독살당하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나이 어린 역관으로 사역원에 우유배달을 담당했던 켈은 바로 그 독살의 위협에서 벗어난 대신 독살한 범인으로 몰려 쫓겨 다니게 된다. 사역원 전체 역관을 살해해 버릴만큼 소중한 암호문서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그리고 왜 죽여야 했을까. 그 정도의 범행을 자행한 우두머리는 과연 누구일까. 의문의 의문을 품게하는 숨가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나는 무엇보다 켈의 친구 베봉이 마음에 들었는데. '아. 쿨~한 그의 인생' 여느 떄처럼 꼭 주인공 주변 인물에 마음을 쓰게 되는 나는 그의 위험이 늘 조마조마했다. 주인공 아니라고 2권쯤에 죽여버리는 건 아니겠지. ㅎㅎ 대개 그런 인물들은 끝까지 살아남으니까,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글쎄. 작가가 서문에 써 놓은 글을 보면 누군가는 죽어나갈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1권을 읽고 바로 2권을 집어들게 만드는 소설. 그 필력에 감탄한다. 좋은 책을 만나게 해 줘서 작가에게 감사. 현대 스릴러물에 살짝 지쳐있다면 신과 인간이 함께하는 도시 사이스의 변혁을 느끼면서 그 도시의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숨결을 함께 호흡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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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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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법의학자라고 할 수 있는 "아델리아"라는 여인이 주인공인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사실 제목을 보면서 뭔가 주술적인 느낌을 떠올렸는데, 의외로 매우 과학적이어서 놀랐다. 표지 그림도 좀 그래보였는데 ^^

12세기 영국에서 여자가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것도 모자라 동시에 해결의 역할을 하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이어서 가능한 것이지 아마도 마녀로 몰려 화형당할 운명이 아닐까 읽으면서 조마조마하기까지 했다. 물론 그녀는 내 생각에 미모도 뛰어난 듯 보인다. 그렇다면 더더욱 마녀일 가능성이 높은데, 어쨎든 그녀를 비호하는 인물들이 쟁쟁하니 앞으로도 그녀가 화형당할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헨리 2세의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정치 능력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는 부분이었다. 원전에 충실하려는 번역이 한편으로는 거슬리기도 하기는 했지만 스토리 자체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어린 아이들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성직자들의 괴이한 추리과정. 그 사이에서 진실을 찾아가려는 "아델리아"의 고군분투.

12세기 영국의 역사. 십자군 원정과 관련된 그 과정과 결과의 포악함이 이 이야기의 살인사건에 더해진다. 피를 부른 그 원전의 죄악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결국 어린이들의 끔찍한 죽음들 이후 헨리 2세는 "보통법"을 성립하고 배심원 제도를 세우게 된다. 성직자들이 자기들의 잣대로 판단하는 비이성적 판결에 대한 정치 개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거대한 역사의 배경에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그녀가 있었다는 소설적 재미를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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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집회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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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소설은 정말 놀라운 집중력을 불러일으킨다.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그 끝을 봐야만 되겠다고 생각하게 만든건.  그의 소설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늑대의 제국을 읽으면서도 느낀 점인데, 그는 그의 소설 주인공들을 아주 쉽게. 죽인다. 그래서 나는 글을 읽다가 헉! 하고 놀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처음에는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설마 얘도 죽는거야? 진짜 죽은건가? 옆에 대화할 상대도 없는 상태에서 작가는 마치 나를 놀리는 듯. 그래. 라고 대답해 주었다. 

글의 주인공을 가지고 노는 재주를 이야기 재주라고 한다면 그는 단연 최고일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는 주인공들의 삶을 그야말로 가지고 논다. 그들의 삶을 이끄는 것은 무언가 그들의 인생이 아니라 그 거대한 섭리가 아니라 작가라고, 그렇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소설이 사실 그러한데 나는 왜 유독 그의 소설만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그리고 그 끝에는 엄청난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더 흡입력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끝을 알 수 없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던 이 글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그리고 마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비한 세계를 엿본듯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인물들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에도 놀라게 될 뿐 아니라 이야기 흐름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놓쳤던 사실들이 있음에도 놀라게 되는 소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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