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읽는 세계박물관 - 하룻밤에 만나보는 세계적인 박물관 탐방과 기행 단숨에 읽는 시리즈
CCTV 지음, 최인애 옮김 / 베이직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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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거대한 지붕을 올려다본 적이 있다. 매우 소규모일 경우를 제외하고 박물관에 들어서면 늘 높아서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붕을 봐야만 했다. 이상하게도 나는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열심히 들여다 볼 때보다 이 천장을 올려다 볼 때 더욱 여기가 박물관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소장품들을 들여다 볼 때는, 우리들이 다 사라지고 난 다음의, 그러니까 밤에 어두울 때 이곳이 어떻게 변해있을지를 상상했다. 아마도 이러한 상상력이 나만의 것은 아닌 듯 하다.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나온걸 보면. 

아무튼 이렇게 이상스럽게 박물관을 둘러보는 나지만 박물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살아숨쉬는 역사들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자기 하나를 들여다 보면서 이것이 만들어져서 거쳐왔을 수많은 '손'들을 떠올리고 또 자리해 있었던 수많은 '곳'들을 떠올리다보면 나 자신이 현재 살아숨쉬고 있는 것보다 더 오랜 세월 숨쉬어 왔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역사를 좋아하게 된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박물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박물관은 애정이 가는 곳이다. 

이 책의 첫 장은 박물관을 좋아하고 직업상 박물관에 자주 다녀야만 하는 두 교수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세계 5대 박물관이라는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에르미타슈 박물관, 자금성 박물관 등. 두 교수가 중국인인지라 중국의 역사에 기대 박물관을 해석해야한다는 약점이 있기는 했지만 이 거대 박물관들을 교수들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구경하는 기분이 들어 꽤 즐거웠다. 

다음 장에서 세계의 주요 박물관들을 둘러보면서 박물관의 역사와 함께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의 역사, 그래서 그 나라들의 역사를 읽을 수 있었다. 그 나라의 유물은 그 나라의 역사는 물론이고 특이한 생활방식, 습관, 제도 등 문화 전반을 드러내주고 있었다. 헬렌켈러가 눈을 뜨고 볼 수 있는 3일의 짧은 시간 중 하루를 박물관에 쏟겠다고 한 이유가 이제 짐작이 간다. 세계 주요 미술관을 다루는 다음 장에서는 작품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세계의 그 수많은 박물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다 구경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유물 사진과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이 한 권이 새로운 하나의 박물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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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딱정벌레 - 철학우화 걸작선 2
베른하르트 랑엔슈타인 지음, 송재홍 옮김 / 이론과실천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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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국왕이 마침내 말했다.

"나에 대한 존경심을 저버릴 수도 있을 텐데."

...

"네가 만일 웃는 날에는 내 손에 죽을 줄 알라!"

...

그는 다름 아닌 난쟁이였다. 그것도 걸치고 있는 흰 담비 모피 아래로 분명히 표시가 나는 곱사등이 난쟁이였다.

"자,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키 작은 국왕이 슬픈 표정으로 소리쳤다.

(중략)

"그 국왕은 자신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셨는데요?"

양치기 소녀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러니까 그분께서는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셨어. 맨 처음에는 아이들한테, 그리고 다음에는 백성들 전체한테."

...

"그 분께선 함께 웃으셨지."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별안간 국왕에 대한 두려움이 경외심으로 바뀌게 되었어. 그러면서 그 분을 사랑하게 되었지."

 

불행한 나라의 난쟁이 국왕. 아무도 그를 본 사람이 없다. 그는 큰 소리를 내며 나라의 모든 일을 다스리면서도 아주 가까운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보이지 않고 두려움 속에서 괴로워만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안에도 난쟁이가 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면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난쟁이. 남에게 보이면 그들의 비웃으며 자신을 업신여길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가리려고 했던 많은 난쟁이들이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날 때,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이면서 함께 웃어버릴때 사랑이 피어오르도록 하는 마술사가 아닐까.

 

사랑은 완벽한 것을 보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을 볼 때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상대가 나에게 의지해도 괜찮다고 생각 될 때 사랑이 생긴다. 나를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아마 아니.. 라고 대답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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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클럽 반올림 6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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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의 책을 읽기위해 모인 윤오, 나원, 효은이의 이야기. 그리고 윤오가 찾아가는 잃어버린 시간들.

 

나원이와 윤오, 효은이는 각각 상처를 지니고 살아간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카페의 주인인 오데뜨도 마찬가지이다. 오데뜨의 상처는 끝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지만  추측해야 하기 때문에  더 아련한 상처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아마 나이 든 후에 더욱 상처가 드러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윤오는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고 새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오데뜨처럼 상처를 흉터로 만들어가면서 잃어버린 시간들을 함께 했던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지만, 기억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늘 아름다와진다. 모든 추억이 아름다운 이유는 기억이 계속 아름답게 변모하기 때문이니까. 그러니까 상처를 남겼던 기억들도 점점 아물고, 흉터가 남더라도 나중에는 그 흉터자리가 덜 아프게 되는것이니까.

 

윤오는 프루스트 클럽을 통해 위로를 얻었고 성숙을 얻었다. 그리고 상처도 함께 얻었다. 성숙을 동반하여 온 상처라서 그랬을까. 전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그러나 생각해본다. 효은이는... 효은인 어땠을까. 그 아이의 상처는 그렇게 치유될 수 없는 것이었을까. 그 아이의 성숙은. 어떻게 된걸까. 이야기 마지막이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아마도 효은이에게 가졌던 내 애정 때문일 것이다. 이겨냈으면 좋았을걸. 어떤 상처든. 사라지는 것 말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끝내 책을 덥고도 아쉬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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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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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벵자멩 쁘와렝은 뚱보다. 매우 거대한. 그러나 그는 잣니이 뚱보라는 사실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랄까. 그는 한편으로는 보통 뚱보와는 다르다. 그에게 있어 '먹는다'는 것은 일종의 인생철학이다. 맛있는 것을 만들어서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것! 그러한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은 벵자멩에게는 인생 전체를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생각일 뿐이다. 그러던 그가 클레르를 좋아하게 되면서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결국 얼마간 감량까지도 해 보지만, 대부분의 다이어트 경험담이 그렇듯이 실패하고 만다. 결국 클레르와는 어색해졌다가 다시 친해지게 되는데, 사실 나는 그 스토리 보다도 벵자멩을 상담해주는 아버지의 여자친구가 더 인상적이었다.

 

벵자멩의 아버지도 벵자멩과 같은 뚱보. 그러나 그에게는 클레르처럼 자신의 몸을 줄여야만 좀 더 자신감을 가져볼 수 있는 여자친구가 아닌. 있는 그대로로 충분한 역시 뚱보 여자친구가 있다. 그녀는 몸매만큼이나 자신감과 유머러스함 그리고 지혜가 넘친다. 그녀의 지혜는 벵자멩에게 상담해줄 때 그야말로 빛이 나는데 나는 그처럼 청소년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처럼 쿨하고 센스있는 처방을 내릴 줄 아는 그녀의 재기에 반해버렸다. 나도 그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소설 속 캐릭터를 만났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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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눈동자 1939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
한 놀란 지음, 하정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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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나치주의자 힐러리는 오토바이 사고로 유대인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거기에서 혼미한 정신 속에 유대인 "샤나"의 어린 시절을 경험하게 되는데. 샤나는 어린시절 나치에게 온갖 치욕과 고통을 당했던 인물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 샤난는 계토로 강제 이주 당했다. 그녀는 물론 가족들까지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던 중 탈출계획을 세우게 되나, 결국 잡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가족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녀가 살아남아 할머니가 되어 힐러리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힐러리의 신 나치주의 활동은 그야말로 끔찍한 것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그녀의 동료들과 함께 한 유대인 학생을 학교에 가두기도 했다. 나치의 행동이 어땠는지, 또 유대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안다면 할 수 없는 행동들. 할머니가 된 샤나는 그러한 그녀에게 신 나치주의자였던 경험이 오히려 힘이 되어 사람들에게 나치의 만행을 알리고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한다. 

샤나의 경험을 읽으면서 나는 끔찍함에 놀랐다. 안네의 일기를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 영화였다면 볼 수 없지 않았을까. 아주 끔찍한 장면은 오히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그러한 일을 겪고도 사는구나. 한편으로 생의 끈질김에 한편으로 생의 허무함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소설의 장점은 그러한 경험이 과거의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무분별한 사고방식으로 청소년들에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점이다. 신 나치주의라고 하는. 학생들사이에서 번지는 이유없는 독초에 대해서. 그리고 거기에 몸담고 있었던 한 소녀에게 과거의 잘못을 긍정하고. 미래의 살아나갈 힘으로 바꾸어 주는 원동력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에 더더욱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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