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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짤막한 이야기 다섯편으로 되어있는 탐정 소설이다. 대부분 우리에게 친숙한 탐정들이 어려운 사람의 사소한 일에도 귀를 기울이는 반면 이들은 부자들을 태상으로 한 회원제 클럽의 소속 탐정들이다. 그래서 사건이 일어나는 집들은 모두 부잣집이다. 부자들의 복잡하고도 불안정한 인생이란 늘 크고 작은 사건과 의심에 휘말리게 되는 법이니까.
회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클럽이니만큼 다른 탐정들과 다른 점이 이밖에도 많다. 이들은 부자 의뢰인에 의해 사건 현장에 홀연히 나타난다. 살인 사건인 만큼 대개는 의뢰인의 부인에 의해 나타나거나 혹은 그 딸이부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아무튼 이들은 경찰보다 더 뛰어난 수사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대개 일주일 정도 뒤에 수사한 내용을 가지고 의뢰인을 찾아올 뿐이다.
이들을 구분할 특징은 있지만 다른 탐정들처럼 기이하지는 않다. 남자는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어투가, 여자에게는 아나운서같은 정확한 말투가 특징적으로 지목될 뿐이다. 물론 뛰어난 미모도. (아무래도 탐정들의 수사에는 미모가 큰 도움이 되는걸까.) 그런 이들이 굴욕을 당했던 때는 회원의 딸인 의뢰인에게 제시한 금액이 그녀의 설날 용돈쯤이었을 때랄까. 이 시점에서 분명히 이 감정없는 남자도 약간은 당황한 표정을 내비쳤으리라 확신한다. 더 엄청난 굴욕은 범죄자들에게 이용당했을 때지만, 아마 이 경우는 그들이 처절한 응징을 했을 것이기에 굴욕이라고만은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이들은 수사를 해 주고 의뢰인에게 결과를 알려주는 일만 담백하게 수행한다. 자신들을 이용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이들이 스스로 범죄자를 단죄하는 일은 없다. 오로지 수사할 것. 의뢰인이 궁금해하는 진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파헤칠 것. 이 두 강령만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이들의 수사 과정을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사건이 진행되고 이들이 등장하지 않는 동안 독자들은 나름의 수사를 해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어느날 시간을 흘려보내기 좋은 탐정물을 찾는다면 이 소설이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