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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채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5
A. J. 크로닌 지음, 이은정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촌구석의 작은 마을 블라넬리에 앤드루 맨슨이라는 의사가 에드워드 페이지의 조수로 부임한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수료한 후 학자금을 갚기 위해 조수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젊은 나이의 사회초년병이 그렇듯 그 역시 열정을 품고 마을에 입성한다.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을 실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을 안고. 그러나 시골의 의사들이 의료 지식에 무지하다는 사실과, 한때 능력있었지만 질병앞에 나약해진 페이지 의사, 또 그를 돌본답시고 자기의 권익 추구에 앞선 페이지부인등을 만나면서 현실에 울분을 통하기도 하고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필립 데니라는 의사를 만나게 되고, 거칠고 퉁명스럽지만 능력있는 그의 조언과 임상경험을 통해 한층 성장하게 된다. 그는 이제 지식만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직관을 동원하고 모든 사실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 창궐한 장티푸스의 억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한 후 그는 인기 의사가 되지만 그를 시기한 페이지부인에 맞서고, 결국 스스로 사퇴해버린다.
2부는 블라넬리의 초등학교에서 만나게 된 여교사 크리스틴과 함께 결혼하여 에버럴로 탄광의 의사연합의 의사가 되면서 시작된다. 좀 더 넓은 사회로, 그리고 좀 더 높은 지위를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시골의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블라넬리에서보다 더 큰 위험도 만나게 된다. 신참 의사에 대한 불신과, 구조적인 불합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 게다가 친절하고 상냥한 아내 크리스틴의 도움으로 그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게 되고, 덧붙여 왕립의사협회의 인증까지 받게 된다. 폐질환의 권위자가 되려는 꿈을 착실히 진행했고, 그 결과 뉴욕 광산 위원회의 의무관으로 발탁되면서 2부는 끝난다.
현실에 맞선 이상. 인간의 삶이란 현실과 이상. 이 두가지의 대립과 갈등, 또 결합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실이 이상보다 강할때도 있고, 이상이 현실보다 강할 때도 있다. 아마 앤드루의 시작은 분명 이상이 현실보다 강한. 그 시기일 것이다.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킨다. 그러나 그는 강인하고 불도저같은 인물은 아니다. 이야기 속에서 말했듯이 그는 싸움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그는 불합리를 참을 수 없었고, 자신의 신념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뿐. 나약하고, 자신감 없는 한 인간에 불과하다. 사람들 앞에서면 떨려서 할 말을 제대로 했는지 기억나지도 않을 정도인 인물. 질투때문에 자신의 판단이 흐려졌는지 냉정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먼저 말해버리는 성미를 가진 인물일 뿐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이지만 한편 누구보다 평범한 그의 2권에서의 행보는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