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6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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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보다 2권에서는 멜러즈와 코니의 연애가 더욱 깊어지게 된다. 코니는 이제 두려울 것도 없이 그에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멜러즈의 남성성은 갑갑하게 살아왔던 그녀의 삶을 다시 되찾아주고, 그녀에게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두 사람이 허름한 오두막에서 맺는 친밀한 육체적 관계는 자세한 묘사 때문에 에로티시즘으로 이해될 가능성이 물론 높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클리퍼드의 거대한 집에 맞선 자연스럽고도 평화로운 공간에서 살아넘실거리는 생명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제 그녀는 다시 클리퍼드에게로 돌아갈 수 없는 여자가 되었다. 그를 떠날 생각은 없었던 여인이 멜러즈와 살기 위해 과감하게 클리퍼드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그것은 클리퍼드 자신으로부터의 독립일 뿐 아니라, 그녀가 몸 담아왔던 지배계급으로부터의 분리, 산업사회와의 분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선택 때문에 베네치아에서 들었던 경고처럼 사회 모두가 달려들어 그녀를 사장시켜버리려고 할 지도 모른다.  

 

로렌스는 이 두 사람을 통해 당시 사회가 건강한 삶을 잃어버리고, 돈에 얽매인 채로 삶을 버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계급을 위해 노동을 착취당하는 이유를 단지 노동자가 돈애 얽매였기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멜러즈는 작은 돈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니 그렇게 아둥바둥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는다. 물론 산업을 소유한 자들의 위선과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한 비판 역시 가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 그저 혀를 끌끌 차는 정도일 뿐 그다지 큰 저항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역시 그 시대에 살아온 사람이 넘을 수 없는 벽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산업사회에 대항한 그의 자연주의가 보다 분명한 메세지로 다가오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약간은 미지근한 그 태도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오해속에 있지만, 인물의 성격과 심리를 표현해 내는 작가의 필력에는 늘 감탄하게 된다. 인물의 내면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한 섬세한 표현들을 통해 독자들은 그가 만들어 낸 인물들의 숨소리까지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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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을 위한 심리학
신의진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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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발칙한 제목이다.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하다니. 그런 엄마의 아이가 행복할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제목은 좀 도발적이라고 생각했다. 오해의 소지 역시 있다.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는 것이지, 나를 아이보다 '앞세운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까, 아이의 일은 제쳐두고 내 일먼저 처리해야 하는 이기적인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느라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나 역시 '사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건강하고 적극적인 엄마를 의미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알게된다. 진짜 이기적인 엄마들도 이 책에 등장하는데 이 엄마들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엄마들로 표현된다.) 

 

불행한 아이에게는 늘 불행한 엄마가 있다. 엄마가 행복하게 아이를 양육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불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아가도 따라 웃는다. 하물며 더 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엄마가 불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노라면, 오로지 엄마의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있다. 엄마들을 불행하게 하는 주변 환경들이 얼마나 많은지 엄마가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법적으로 엄마의 행복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게다가 양육은 엄마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는, 모든 것에 앞선 모성애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민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더하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하고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큰 애를 낳고 기르면서 다양한 육아서를 읽고 최대한 아이에게 좋은 환경이 되어주겠노라고 결심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해지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건 위험한 생각일 뿐 아니라, 불가능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할 수 없고,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만큼 희생적인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을 접은 후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역시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불행해질것이고, 내가 불행한 상태에서 아이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고 아이가 행복해 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와, 내가 할 수 없는 몇 가지를 추려냈고, 그래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주면서 아이와 지금도 행복하다. 80점짜리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는 본능적으로 내 행복을 위해서 80점짜리 엄마를 추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80점짜리 엄마가 되라고 말한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엄마와 거의 분리되어있지 않지만,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결국 점점 아이들을 나로부터 분리해내는 일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더 밀착되어 있으면, 아이들을 둥지에서 날려보낼 수가 없다. 둥지에서 날아가지 못하는 새가 어찌 하늘을 나는 기쁨을 알게 되겠는가.

 

나는 이제 곧 두 아이의 엄마가 될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몇 년간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버려야할 것이고 우울함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다섯끼 하라는 조언이 있었지만.. (아.. 이후 다이어트역시 내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 ㅠㅠ) 아무튼 체력을 길러 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80점짜리 엄마가 되어보리라. 내가 건강한 엄마가 되려고 해야, 아이들 역시 건강하게 자라고, 또 나를 씩씩하게 떠나가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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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 - 엄마 뱃속 9개월에 관한 모든 오해와 진실
애니 머피 폴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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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둘째를 임신하고나서 임신한 여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개월별, 주제별로 분류하여 과학적 실험 결과들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임신한 여인들에게 한 때 체중을 철저히 조절할 것을 요구했던 의사들은 과연 옳았던 것일까. 임신 초기의 영양부족은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떤 음식이 해롭고 어떤 음식이 이로운 것일까. 임신부들에게 괜찮다고 처방했던 약들이 정말 안전했던 것일까. 임신부의 스트레스는 태아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등등. 뱃속의 태아가 그저 기생하고 있는 독자적인 개체가 아닌, 엄마와 밀접하게 연결된 몸의 일부로서,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으로서 각종 장기들을 갖춰가는 순간순간에 처해있는 생명체로서 어떻게 자라나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안내를 하면 글쎄, 제법 괜찮은 책 같지만, 현재 임신 9개월로 출산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다른 임신부들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의 과학적 실험 결과는 물론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지만 과학적 결과라는 것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닌데다, 안그래도 각종 금기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여인들에게 이러이러한 문제로 저러저러한 문제를 가진 아이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높아졌느니 하는 말들을 계속 늘어놓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 주어도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각 장의 결론 역시 애매한데다, 뚜렷한 이유없이 마지막에 작가가 제왕절개를 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것도 도무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태아의 고통에 대한 마지막 장에서 태아에게 가장 고통없는 출산방법이 제왕절개였기 때문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데다, 이런 종류의 결론은 자칫 제왕절개가 좋은 출산방법이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도무지 이 책에는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ㅡㅡ;

 

국가간 문화적 차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육아서나 교육지침서를 읽으면서 점차 깨닫게 된 것 중에 하나는 외국인의 육아서를 읽지 말라는 것이었다. 살아온 생활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 이토록 다른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 바로 이 육아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내 경험에 하나의 예가 되어주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거나, 혹은 과학적인 실험들과 그 결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의, 그저 태아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 정도가 이 책을 읽어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그닥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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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환자들 - 정신분석을 낳은 150가지 사례 이야기
김서영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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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전집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었고, 그러므로 이 도전은 대학 시절에 순전히 교양삼아 시도한 일이었다. 방학을 맞아 도서관에서 이 책들을 한번 독파해 보리라!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몇 권을 읽다 말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프로이트 하면 떠올리는 성적 욕구에 대한 과한 해석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힘들게 한것은 오히려 그가 제시하는 언어유희였다. 말실수에 담긴 무의식적 욕구라는 것이 도저히 번역본으로는 와 닿지 않는 것이었다. 언어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교양을 위해 거기까지 투자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둔 기억이 난다.
 

프로이트의 환자들에는 '한 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전집!'이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이 붙어있다. 과연 그런가 하고 질문한다면 대답은 그렇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서두에서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한국판 전집의 체계가 생각보다 읽기 힘들게 되어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나처럼 교양삼아 프로이트를 알고 싶은 것이라면 전집에 무작정 도전하기 보다는 이 책을 챙겨보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것이다. 앞부분에 작가의 조금 지루하다싶게 긴 설명을 제외하면 프로이트가 그의 이론 초기부터 실시한 다양한 환자들의 증상과 그에 대한 프로이트의 진단을 들으며 정신분석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나친 성적 해석이 문제가 되기는 했겠지만, 사실 프로이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의식이 어떠한 행동들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었다. 의식하지 않는 부분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꺼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런 프로이트를 반대하는 다른 정신분석학자들이 있었고, 대표적인 인물인 융 역시 이 무의식을 전혀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융의 분석 역시 그 나름대로 매우 유용하기도 하다. 요컨대 정신이라는 것이 단 한가지의 가능성만으로 모두 분석될 수 없기 때문에 학자들 역시 다양한 방법론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환자들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육체적으로 대응했던 무식한 정신과 진료가 시행되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환자들에게 자유연상을 하게 하고 과거를 되짚어보게하고, 환자들의 꿈을 분석하게 하는 등 환자의 내면에 집중하는 방법을 사용했던 프로이트는 분명 유의미한 인물이다. 프로이트가 궁금하다면, 또 정신분석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읽어봄직한 책이다. 덤으로 융과 라캉의 이론에 대해서도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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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살인 사건 매그레 시리즈 7
조르주 심농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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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항해하다 이제는 자그마한 마을의 교수로 재직중인 유쾌한 남자가 살해된다. 당시 그 마을에 강연때문에 와 있었던 프랑스인 장 튀클로 교수가 억류되었기 때문에 멀리 네덜란드까지 날아오게 된 메그레경감. 프랑스어가 능통한 사람부터 전혀 못하는 사람까지 있어 그의 심문은 평소보다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다, 자그마한 마을에서 사회 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포핑아씨 가정에 추문이 생기는 것을 좋지 않게 여기는 경찰과 주변인들 때문에 거짓 증언들까지 난무하기 시작한다. 여전히 아무 생각 없다고 말하며 여기저기 육중한 몸을 들이밀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다니는 매그레 경감!!

 

자기보다 나이는 많지만 지식과 교양을 갖춘 아내를 둔 콘라트 포핑아는 생각보다 정숙하지 않은 남자였다. 매그레는 아마 오래 전 짐작했겠지만, 생각해보면 바다에서 항해를 하며 인생을 보내 온 남자가 매우 정숙하다면 그것도 이상할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지금의 부인은 젊을때부터 함께 해 온 연인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의 삶을 정착시켜 준 아내를 버릴 용기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생기를 잃어버리지도 않았던 이 남자는 주변의 여인들에게 손을 뻗었던 것이다. 이 작은 마을에 사는 순진하고 순박한 여인들에게. 서로에게 목숨을 걸 만큼 가치있는 사랑이 아니었다. 남자는 그저 유희로 생각했고, 여자들은 그를 가능성으로 생각했다는 점이 다른 것일뿐. 이렇게 순진한 여인들을 건드리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과감한 경고가 되는 소설이려나. ^^;;

 

아무튼 매그레가 평소 하지 않던 사건의 재구성같은 추리쇼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이번편에는 있다. 김전일이나 코난이 사람들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물론 마지막에 그가 누구에게도 감사인사를 받지 못하고 쓸쓸히 프랑스로 떠나는 장면은 가슴아프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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