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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젤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평점 :
2센티미터의 악마. 라고는 했지만 글을 읽다보면 이 존재는 자기가 '악마'류라기보다는 좀 더 우월한 외계 생명체라고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다만 자기 세계의 지도자에 대해 무조건적 충성심과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악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뿐.
'조지'가 불러낸 존재 '아자젤'은 '조지'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그를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 빼고. 아자젤이 조지를 그냥 부자로 만들어 주었으면 많은 인물들이 불행해지지 않았을텐데. 안타깝게도 그런 직접적인 부의 축적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지는 자기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그들로부터 돈을 얻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그의 모든 계획은 실패한다. 절묘하게도 몇가지 요구사항이 잘못되거나 혹은 아자젤이 인식하지 못한 인간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진행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아자젤의 잘못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자연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얻으려 할 때 우리는 그것을 원하는 동안 다른 것들을 고려하지 못하다가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또 저절로 얻어진 어떤 것들은 필요하지 않은 다른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가졌지만 이전에 가졌던 것이 사라지면서 결국 불행해지는 경우 역시 많다. 아자젤이 결국 '악마'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래서 분명하다.
조지는 그를 불러내서 부를 축적할 수는 없었지만, 그를 만들어내어서 소설속 저자에게 술값을 벌어낼 수는 있었다. (가끔 팁도) 그가 만들어낸 아자젤 이야기는 그의 상상력의 결과로서 그에게 성과를 준 셈이다. 따지고보면 오로지 그 벌이만이 조지와 그 주변인에게 아무런 탈도 불러오지 않았다. 그대에게 아자젤이 필요하다면 그 아자젤은 2센티미터의 상상력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