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 고전시가로 만나는 조선의 풍경
김용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서태지와 아이들'이 불렀던 '하여가'보다 더 유명한 것은 하여가의 원조격인 이방원이 불렀다는 일명 '하여가'란 시조다. 이방원은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조선 건국에 그 공이 매우 컸다. 이후 여러가지 정치적 문제로 인해 결국 두 차례의 난으로 왕위에 올라 태종이 된다. 그가 불렀다는 이 '하여가'하면 또 자연스러 떠오르는 것이 정몽주의 '단심가'다. '일편단심'의 처절한 사랑노래의 원조격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 이방원, 「하여가(何如歌)」

이몸이 죽고 죽어 일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  - 정몽주, 「단심가(丹心歌)」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냐? 저 산의 칡넝쿨 좀 봐라. 얼키고 설키어 잘만 살지 아니하냐? 고려면 어떻고 조선이면 또 어떻겠는가? 우리도 저 칡넝쿨처럼 얼키고 설키어 잘 한 번 살아보자고 이방원은 정몽주에게 이 노래를 전했단다. 어찌보면 이방원이 정몽주에 대한 애착으로 그를 설득하여 조선건국을 함께 하고자 하는 듯이 보이지만, 이래저래, 그냥저냥, 잘 살만 되지 않겠냐고 떠보는 폼이 썩 건방져 보이는 듯도 하다. 그러니 정몽주가 이방원의 진심을 못 알아볼리 만무하다.

이방원의 건방진 듯 떠보는 '하여가'에 답하여 안색을 고치며, 우문현답을 하듯이 단호하게 변절불가, 일편단심을 노래한다. 내가 골백번을 죽더라도, 죽고 또 죽어서 뼈가 문드러져, 한 줌의 넋이라도 존재치 않더라도, 어찌 두 임금을 섬기겠는가? 난 말이야 일편단심이라구. 결국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이방원의 수하들에 의해 피를 토하고 죽는다.

이처럼 '하여가'와 '단심가' 속에는 여러가지 역사적 요소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서로 그저 흥이나 돋구자고 주고받는 노래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오늘날까지 불려졌고, 앞으로 불려질 노래들이 모두들 그러하겠지만, '하여가'나 '단심가'와 같은 시조는 무엇보다도 그 노래가 불려졌던 당대적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활상들이 밀접하게 관계된다.

정몽주나 이방원, 그리고 조선건국에 얽힌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그것을 시조를 통해 접하게 될 때 보다 흥미롭게 이해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조란 장르의 특색이 강하게 부각된다. 국어나 문학 시간을 통해 배우게 되는 일부 시조들의 대부분은 바로 이런 시조의 역사적, 문화적 속성들을 부각시켜 이해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조선후기에 지어진 사설시조류들 또한 당대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 시조를 순수 문학적으로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시조에서 외재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내재적 의미만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은 가능은 하겠지만, 온전한 이해를 갖기에는 여러가지로 힘이든다. 이 점은 또한 시조를 배우고 익히기 어려게 하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편의 시조를 익히기 위해서는 당대의 역사와 문화를 폭넓게 알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시조가 고려말 사대부들에 의해 지어지기 시작하면서, 조선 중기까지 사대부들의 전유물로서 기능해 오다가, 조선후기에 이르러 그 작자층이 폭넓어지며, 시조의 깊이와 폭이 넓어지기에 이른다. 그럼으로 해서 시조는 다채로움을 획득한다. 사대부의 감회와 포부에서부터 당대 서민들의 일상사에 이르기까지 시조는 다양한 생활상들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흔히 시조를 고정된 형식의 틀에 갇힌 매우 딱딱한 장르로 인식하지만, 시조가 담아내는 그 다양함 만큼 비교적 다채로운 형식을 보여준다. 초기 시조의 형태가 단시조, 단가의 형태였다면, 이것이 차츰 연시조의 형태로, 조선후기 작자층의 변화와 더불어 사설시조라는 형태적 변이가 일어난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시조의 특징으로 알고 있는 '종장 첫음보의 3음절'의 제한도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간혹 4음절 이상도 보여진다. 시조가 어떤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서 유연하게 변화하는 포용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유연한 형식은 시조가 다채롭게, 그리고 손쉽게, 즉흥적으로 지어지면서 흥을 돋울 수 있게 한다. 시조란 말이 시절가조(時節歌調)의 준말이라는 것을 볼 때, 이것은 본디 노래로서 기능했음을 알 수 있다. 여럿이 모인 즉석에서, 때로는 혼자서 감흥이 오를 때, 즉흥적으로 이런 유연한 형식에 가사를 붙여 불렀던 것이다.

결국 이러한 시조의 특성이 조선시대를 관통하는 주된 시가의 역할을 시조가 감당하게 만들었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옛 노래인 시조를 통해,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또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가를" 생생히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시조를 보다 깊이 들여다 볼 때, 시조가 담아내고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다양한 당대 생활상들, 그리고 선인들의 내면을 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시조는 "옛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그러한 시조를 통해 우리는 조선시대의 "사회와 문화의 내밀한 풍경화"를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시조를 접하는 기회는 대부분 학교교육을 통해서다. 학교에서의 문학교육이 종종 비판받는 것이 문학을 있는 그대로 감상하지 못하게 하고, 다만 시험을 위해서 순 암기식으로 가르쳐진다는 것인데, 이는 시조에서 더욱 여실히 나타나는 문제다. 시조를 단순히 정형시의 특징들로서만 주목하고 가르쳐지며, 그것을 암기토록 강요하면서, 시조는 따분하고 고릿적 사람들의 얘기들로만 치부하게 만들고,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교육의 문제와 더불어 이제는 사어가 되버린 옛 우리말들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이 더하면서 시조를 수시로 읊고 감상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게 된다.

시조가 담아내는 옛사람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의 생활상과 내밀한 내면의 풍경들을 우리가 외면하고 소외시키는 것은 참 애석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출간된 이 책 김용찬 교수의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한번쯤 들어봤을 시조에서부터 처음 보는 시조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조를 담아내면서, 그것을 당대의 역사와 문화, 생활, 당대인들의 내면을 들추어내면서 올곧이 우리에게 전해준다. 이른다 시조로 보는 옛사람들의 문화사, 혹은 생활사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시조에 대한 딱딱한 설명은 제하고, 친절하고 정다운, 쉬운 말들로의 해석을 들려준다. 거기에 꼼꼼하게도 시조에 얽힌 에피소드들도 시조 읽기를 더욱 재밌게 해준다.

우리가 옛 노래를 통해 당대인들을 이해하고 그 삶을 되돌아보는 것은, 다만 옛것에 대한 앎으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 오늘을 현실을 비추어보고, 오늘을 반성하고 내일을 보다 희망차게 그려보는 것이, 고전 읽기의 가장 큰 이유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이 책에서 담아내고 있는 시조 이야기들은 모두가 오늘의 현실과 관계된다. 저자가 몇 가지의 테마로 엮을 여러편의 시조들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치와 문화, 생활상들에 대한 반추와 반성, 그리고 그로부터의 새로움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그간 외면받아 온 우리 고전시가, 특히 시조로의 충실한 여행 길잡이가 아닐까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를 따라 참으로 흥미롭고 즐겁게 시조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가령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무척 재밌고 익살스런 시조들을 보면서, 옛 선비들의 그 익살스런 내면풍경들을 엿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시조들 말이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玩月長醉) 하려뇨.  - 이정보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請)하옴세
백년(百年) 덧 시름없을 일을 의논(議論)코저 하노라.  - 김성최

 
   

옛 사람들의 술타령이라고 해야할까? 그때나 지금이나 술을 마시는 사연들은 모두들 제각각이었으면, 술로 벗을 부르고, 세상의 시름을 한꺼풀 벗어버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시조들을 통해 몇 백 년 전의 선인들과 교감하고 동감할 수 있는 것이 사실 놀랍기까지 한 일이다. 이렇듯 시조는 선인의 깊은 내면들을 다채롭게 담아내고 있는 거의 유일한 문학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왜 『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인지를 이제는 충분히 알 수 있겠다. 보다 구구절절한 시조 속에 담긴 '조선의 영혼'들을 직접 감상하고 저자 김용찬의 안내를 받아보는 것은 재미난 일일 것이다. 끝으로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재밌게 읽은 대목은 시조 놀이라고 할까? 사랑 놀이라고 할까? 다음 시조를 소개해야겠다.

   
 

북천(北天)이 맑다커늘 우장(雨裝) 없이 길을 나니
산(山)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로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  - 임제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 얼어 자리
원앙침(鴛鴦枕) 비취금(翡翠衾)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  - 한우

 
   

임제는 조선시대의 문인이다. 한우는 그 유명한 평양 기생인데, 위의 두 시조는 당대 문인과 명기의 절묘한 화음으로 빛난다. 그리고 익살넘치고 음흉한 임제의 수작걸기와 한우의 재치넘치는 화답은 만면에 웃음을 가득하게 한다. 한우(寒雨)는 말하자면 차가운 비, 그러니까 찬비다. 그래서 임제가 종장에 "찬비를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는 중의적으로 읽힌다. 평양 기생 한우를 만났으니 함께 어울려 자지 않겠느냐는 노골적 수작인 셈이다. 이에 대한 한우의 화답또한 기막히다. 임제가 (추위에) "얼어" 잔다니까, 왜 따뜻한 "원앙침 비취금" 나두고 얼어서 자느냐? "오늘은 찬비 맞"아서 추우는 따뜻한 이불 속에서 '원앙침' 베고 따뜻하게 "녹아" 자야지? 하는 것이다. 참으로 명문장가의 능청스런 수작에 명기의 재치넘치는 화답이다.

시조의 재미는 이런 즉흥성에서 나타나는 재치와 익살, 그리고 놀이적 특성이다. 장기말을 소재로 절묘한 시조를 지은 소백주의 시조 또한 우리를 놀랍게 한다. 이런 다채로운 시조를 통해 다양한 재미와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사족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현행 우리의 문학 교육, 특히 시교육에서 이런 시조의 특성들을 폭넓게 이용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시조의 유연한 틀(형식)을 이용한 간단한 시(시조) 짓기라든가, 재치와 순발력을 발휘한 글쓰기 등은 시조를 지어봄으로써 효과적으로, 더불어 재미와 함께 기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시조를 감상하고, 거기에 담긴 옛선인들의 자취와 내면들, 그리고 옛사람의 생활과 흥취를 생생히 느낄 수 있어 무척 좋았다. 이런 작업이 고전시가 전반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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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22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고전문학의 안내자는 역시 멜기님이에요!
임제...그 무덤이 우리 집에서 목포 가는 길에 있어요~~~
광주이벤트는 6월 14일 토요일 오전 10시 광주역에서 집결...가사문학의 산실 담양 돌아보기인데 시간 좀 내 보세요!!

멜기세덱 2008-04-2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에서 광주까지~~ 오전 10시면? ㅋㅋㅋ
제가 내일 일을 도통 모르고 삽니다.... 그때쯤 가봐야 광주이벤트의 수혜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ㅎ
 

얼마 전에, 딱히 어디서 어떻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알라딘 돌아다니다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을 보고는 냉큼 보관함에 넣어두었다. 전체 4권으로 우리나라 고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총망라해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다.

이제야 눈길주기에 등장하게 된 것은 전체가 4권짜리기도 하고, 좀 더 유심히 살펴보고 어떤 책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약간 묵혀두다가 괜시리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이상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직 제대로 확인을 하지는 못한 상태라 뭐라 딱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다. 내가 이상하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이 책이 이상하게도 알라딘에서는 조용하다는 것이다. 제법 언론을 통해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알라딘의 서재지기들이 이 책에 관심을 보이거나, 그런 소식을 전하고 있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이 책에 링크된 리뷰나 페이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이런 이상하다 싶은 생각에서 좀 더 나아가서, 알라딘에서는 우리 고전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많은 분들이 전문가 혹은 준전문가 수준으로 동서양을 막론한 고전들을 소개하고 다루지만, 우리 고전(특히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분들을 그렇게 흔히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런 것은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야심차게 출간되고 있는 보리출판사의 우리나라 고전문학 작품 선집들이 알라딘에서도 주목을 받으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은 크다. 아무튼 많은 분들이 우리 고전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오늘 눈길주기에서는 이 책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고전/문학]
서대석 외,『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휴머니스트, 2008.03.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들이, 우리 고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장장 4권에 걸쳐 소개되는 캐릭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캐릭터,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캐릭터 등등, 각양각색의 자유분방한 고전 작품 속의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구비문학, 고전소설, 한문학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편저자 서대석 선생은 고전 특히 구비문학의 대가이자 권위자로 유명한 분이다. 그 외에 서영숙, 정길수, 손태도, 신동흔 등 고전 문학의 대가들에서부터 소장파 연구자들까지 전천후로 참여한 대작업임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이 책 전체에서 다루고 있는 캐릭터들과 집필자들이다. 꽤 길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1- 고전 캐릭터, 그 수천수만의 얼굴
1. 채봉
너는 내 운명! 채봉과 장필성 - 서인석(영남대 국문과 교수)
2. 석숭
거부가 들려주는 돈의 철학 - 박명숙(중국 쑤저우대학 한국어학과 교수)
3. 강남홍
조선의 로망, 21세기의 로망 - 서대석(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4. 유리
신화적 영웅의 아버지 찾기 - 임재해(안동대 민속학전공 교수)
5. 최치원
출세하고 싶다는, 그 헛된 욕망의 신기루 - 류준필(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6. 범천총
범천총이 호랑이 눈동자를 가린 뜻은 - 정진희(서울대 국문과 강사)
7. 관음보살
여인이 된 관음보살, 사랑과 성불을 돕다 - 이강옥(영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8. 여우 누이
우리 곁에 있는 달콤한 공포 - 김성룡(호서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
9. 경문대왕
엽기적인 개혁 군주의 슬픈 초상 - 심민호(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 물문화관 학예사)
10. 광대 달문
광막한 천지에 부는 바람 같은 사내 - 사진실(중앙대 연희예술학부 교수)
11. 방학중
기막힌 꾀로 무장한 진정한 트릭스터 - 나수호(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
12. 중며느리 먹맹이
굴레를 벗어던진 겁 없는 여자 - 서영숙(청주대 국문과 교수)
13. 초옥
한 상민 여성의 슬픈 착각 - 김대숙(평택대 국문과 교수)
14. 유씨 부인
조선 명문가 여인의 자살, 비밀과 희망의 문 - 김동준(동덕여대 국문과 교수)
15. 양소유
다정다감한 꽃미남 - 정길수(조선대 한문학과 교수)
16. 하옥주
조선 여성이 꿈꾼 커리어 우먼 - 임치균(한국학중앙연구원 학국학대학원 교수)
17. 옥소선
사랑과 성공, 그 모두를 이룬 여인 - 김준형(순천향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교수)
18. 허홍
꿈을 이루기 위한 불굴의 의지 - 안순태(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조교)
19. 비형
도깨비 왕이 된, 건축가 화랑 - 신재홍(경원대 국문과 교수)
20. 오늘이
친절하고 따뜻한 그녀 - 정숙영(서울대 국문과 석사)
21. 홍대권
이쯤 되어야 대장부라 할 만하지 - 김종군(건국대 BK21 연구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2 - 우리가 몰랐던 고전 캐릭터의 참모습
1. 옹녀
어느 하층 여성의 기구한 인생 역정 - 정출헌(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2. 바리공주
소외된 민중의 희망 - 황루시(관동대 미디어문학과 교수)
3. 강감찬
천 년 여우에게서 난 문곡성 - 조태영(한신대 국문과 교수)
4. 웅녀
‘사람’이 된다는 일 - 정운채(건국대 국문과 교수)
5. 유화
드넓은 생명력의 동국 성모 - 이종주(전북대 국문과 교수)
6. 손병사 어머니
나는 소신파다, 귀신도 물렀거라 - 강진옥(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7. 최랑
A형 남자를 향한 O형 여자의 당찬 사랑 - 이인경(인제대 한국학부 교수)
8. 박문수
아이들의 친구, 백성의 벗 - 김경섭(서강대 국문과 대우교수)
9. 한음의 처
오성 대감은 나의 밥 - 강성숙(인제대 기초대학 교수)
10. 장시중 형제
희대의 재담꾼 - 한길연(서울대 기초교육원 전임대우강사)
11. 나교란과 여섬요
기생첩의 육체적 탐직과 정실차지 욕망 - 조광국(아주대 국문과 교수)
12. 홍계월
남자가 되고팠던 알파걸 - 장시광(경상대 국문과 교수)
13. 강임
이승 차사인가, 저승 차사인가 - 최원오(서울시립대 국문과 강사)
14. 호랑이
잔인함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얼굴 - 김미영(호서대 국문과 박사과정)
15. 달래강 오라비
슬픈 오라비의 초상 - 심우장(충북대 국어교육과 박사후연구원)
16. 윤여옥
함께 있으면 즐거운, 쾌활하고 솔직한 다정남 - 이지영(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17. 이몽룡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 - 이유진(서울대 박사과정 수료)
18. 도깨비
병 주고 약 주는 존재 - 김종대(중앙대 민속학과 교수)
19. 마고할미
여성 거인의 서글픈 창조의 몸짓 - 권태효(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 탈춤의 노장
노장 스님, 인간 세상에 왜 내려오셨던고 - 손태도(문화재청 무속분야 문화재 전문위원)
21. 정욱
재치 있거나 건방지거나 - 류수열(전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22 장끼
참 대책 없는 이 친구, 하지만…… - 정충권(충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3 - 고전 캐릭터가 펼쳐 보이는 사랑과 인생
1. 민옹
탁월한 이야기 심리 치료사 - 이민희(아주대 교양학부 강의교수)
2. 양이목사
외부의 부당한 억압이 만들어 낸 비극적 남성 영웅 - 조현설(서울대 국문과 교수)
3. 김방경
오만한 기상을 지닌 거인의 초상 - 박성지(이화여대 국문과 강사)
4. 수명장자
인간 내면의 다중성 - 박종성(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교수)
5. 사정옥
치밀한 여성 가문 경영자 - 김종철(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6. <내 복에 산다>의 막내딸
아버지의 집을 벗어나 홀로 세상에 나선 막내딸 - 김영희(연세대 학부대학 강사)
7. 미얄할미
톡톡 튀는 화법에 섹시한 배꼽저고리 - 박경신(울산대 국문과 교수)
8. 해산모
출산을 축제의 마당으로 끌어낸 여인 - 허용호(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9. 궤내깃또
아버지도 무서워한 영웅 - 이종석(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10. 호랑이 처녀
사람이 아니지만, 가장 사람다운 호랑이 - 류준경(성신여대 한문교육과 교수)
11. 욱면비
빛나는 초월 속에 깃든 민중의 소망 - 김헌선(경기대 국문학전공 교수)
12. 연희
유배 죄인을 사랑한 기생 - 강혜선(성신여대 국문과 교수)
13. 두향
기생이기를 거부한 이황의 그녀 - 홍태한(중앙대 국악교육대학원 대우교수)
14. 백정 박씨
어사 박문수도 막지 못한 인간 해방의 몸짓 - 신동흔(건국대 국문과 교수)
15. 이현영
여성의 자아 찾기, 그 험난한 여정의 주인공 - 이지하(경북대 국문과 교수)
16. 이생원네 맏딸애기
도도한 여인의 사생 결연 - 최현재(군산대 국문과 교수)
17. 김영감
양반 자제를 보쌈한 중인 역관 - 조성진(서울대 국문과 강사)
18. 양씨 부인
여성 학습권을 실현한 조선 여성 - 서정민(서울대?서원대 국문과 강사)
19. <이언>의 여성
이제는 변해야 할 착한 여자 - 김경희(경원대 국문과 강사)
20. 오유란
남자를 잘 아는 요부 - 김준범(아주대 인문학부 강사)
21. 노일제대귀의 딸
팜므 파탈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장유정(단국대 국문과 교수)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4 - 대중문화와 눈부시게 만난 고전 캐릭터
1. 황진이
그리움과 자존심 - 조세형(서울시립대 국문과 교수)
2. 장화와 홍련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함정 - 이승복(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
3. 목화 따는 노과부
그녀만의 작업의 정석 - 박상란(동국대 국문과 강사)
4. 선덕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준비된 왕 - 신선희(장안대 디지털문예창작과 교수)
5. 평강공주
순수남을 영웅으로 만든 자주녀 - 이동근(대구대 국문과 교수)
6. 당금애기
온실의 꽃에서 사막의 숲으로 - 이경하(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 연구원)
7. 수로부인
신물이 탐하는 매력적인 여사제 - 이창식(세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8. 옥영
어질고 지혜로운 이 땅의 아내, 그리고 어머니 - 이상구(순천대 국어교육과 교수)
9. 춘풍 처 김씨
억척 아줌마의 남편 길들이기 - 최혜진(목원대 국문과 교수)
10. 선녀
지상의 남자보다 천상의 고향을 사랑한 여인 - 이지영(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 연구교수)
11. 두두리 도깨비
변화를 꿈꾸는 한국인의 연금술사 - 강은해(계명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12. 삼족구
구미호에게는 내가 천적 - 이홍우(경인여대?평택대 강사)
13. 홍동지
발가벗고 설치는 천하장사 - 박진태(대구대 국어교육과 교수)
14. 전우치
나는야 조선의 뤼팽! - 김탁환(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15. 최생
여기가 용궁? 나 최생이야 최생 - 황재문(서울대 BK21 계약교수)
16. 이여송
기분 나쁘면 힘세져라 - 정재민(육군사관학교 국어과 교수)
17. 오누이 장사
되살아오는 누이 장사의 혼 - 김승필(정광고등학교 국어 교사)
18. 갖은 병신 노처녀
그녀의 우습고도 희한한 혼인담 - 김현식(서울시립대 국문과 강사)
19. 독수공방의 여인
주고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하여 - 박이정(서울대 국문과 강사)
20. 덴동어미
불행하지만 누구보다 삶을 사랑한 억척 여인 - 임주탁(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21. 방귀쟁이 며느리
내숭 따윈 필요 없어 - 조선영(서울대 국문과 석사)

목차만 봐도 흥미진진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까진 전4권 세트 상품이 있었는데, 금방 절판이다. 왜 세트로 팔지 않는거지? 휴머니스트에서 좀더 영업전략을 세워 판매촉진을 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은 많이 팔려도 좋을 성 싶다.

아울러, 이 책의 출간소식을 다룬 기사들을 옮겨온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서대석 엮음 (서울신문)

고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참면모를 우리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변강쇠가’의 옹녀는 천하의 음녀(淫女)일까. 암행어사 박문수는 예리하고도 강직한 해결사일까. 단군신화 속 웅녀는?

선한 인물과 악한 인물의 전복
우리 고전 속 주요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한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전4권, 서대석 엮음, 휴머니스트 펴냄)에 새로운 해답이 들어있다. 성정 급한 독자들을 위해 먼저 책 속에서 끄집어낸 해답. 옹녀는 섹스에 굶주린 탕녀가 아니라 열악한 환경과 편견 속에서 살길을 찾아보려 발버둥친 서민 여성, 박문수는 능력이 빛났다기보다는 민중 속에서 기꺼이 ‘바보’가 될 수 있는 인간미를 지닌 인간 유형이었다. 환웅에게 선택받아 단군을 낳은 모성적 존재로만 인식돼온 웅녀 또한 편견에 진면목이 가려져온 캐릭터. 한때 삶의 동반자였던 호랑이와의 인연을 냉정히 정리하며 새 삶의 지평을 연 웅녀는 절연과 결별을 통한 비약의 캐릭터로 재해석된다.

책은 한국고전문학회 및 한국구비문학회 회장을 지낸 서대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출간됐다. 임재해 박경신 박진태 황루시 강진옥 김종철 정출헌 등 중견학자들과 김헌선 조현설 신동흔 박종성 김탁환 등 소장 연구자들, 박사급 신진연구자들이 1편씩 맡아 모두 85명의 고전 속 캐릭터들을 불러냈다.

책의 가장 큰 묘미는 ‘전복’에 있다. 예컨대 선한 인물의 교본으로 고정된 흥부의 이미지도 충분히 재고해볼 여지가 있다. 이본(異本)에 따르면, 흥부도 극한상황에 맞닥뜨려서는 폭력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는 새로운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광대 달문, 바리공주, 이몽룡, 유화, 마고할미, 관음보살 등 고전을 주름잡은 인물들이 줄이어 등장한다. 저마다의 욕망과 콤플렉스를 안은 이들이 평면적 성향만을 띠고 있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단순히 수백년이 넘은 문학작품 속 주인공들을 불러내 캐릭터를 재조명하는 작업에서 그치지 않았다.‘대중문화와 눈부시게 만난 고전 캐릭터’란 부제가 붙은 4권에서 책은 현재적 가치를 빛낸다. 이야기 소재 고갈에 허덕이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계의 귀가 솔깃해질 내용들로 푸짐하다.

19세기 한문소설 ‘포의교집’에 등장하는 인물 초옥.1864∼1866년 한양이 주무대인 작품에서 초옥은 절세미모를 자랑하는 궁녀 출신 하층민 유부녀이다. 어느날 수작을 걸어온 남자 이생과 눈이 맞아 밤마다 외도를 하는 초옥은 그러나 고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게 당찬 유부녀 캐릭터이다. 자신을 의심하는 시아버지에게도, 동네 사람들에게도 스스로 선택한 사랑에 뻔뻔할 만큼 당당하다.

‘포의교집’을 분석한 김대숙 평택대 국문과 교수는 초옥의 캐릭터를 최인호 ‘별들의 고향’의 ‘경아’, 조해일 ‘겨울여자’의 ‘이화’, 은희경 ‘그녀의 세번째 남자’의 ‘그녀’ 등에 연결시켰다. 현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력만 키운다면, 고전의 글밭에서 서사(敍事)의 소재를 무궁무진하게 캐올릴 수 있다는 역설인 셈이다.

대중문화 콘텐츠로 활용 가능성 점쳐
대중문화 콘텐츠로 고전을 활용하는 방법론에서 좀더 구체적 제언을 하기도 한다. 여성 수난사의 전형으로 꼽히는 대표적 서사무가 ‘당금애기’의 주인공 당금애기. 순진한 처녀였으나 혼전 임신을 하는 바람에 집에서 쫓겨나 ‘아비없는 자식’을 키우는 시련을 겪는다. 시쳇말로 ‘미혼모’인 당금애기의 캐릭터가 현대사회에서는 어떻게 변모하고 수용되는지를 TV드라마에서 찾아보기도 한다.‘비단향꽃무’‘노란 손수건’‘온리 유’‘원더풀 라이프’ 등 일련의 드라마들을 제시하며 현대판 당금애기들의 선택이 시대변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해지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옹녀=탕녀’의 등식과 ‘장화홍련’의 착한 아이 신화를 어떤 논거로 깨부수는지,‘양이목사’를 되짚으며 어떻게 기존 영웅론의 틀을 해체하는지 새로운 고전독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고전작품들을 대면하며 읽는 맛 자체를 챙길 수 있는 묘미는 ‘덤’이다. 책을 엮은 서대석 교수는 “서사문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캐릭터’인데, 근래 문학에서 그것에 대한 논의를 소홀히 했던 게 아닌가 하는 반성에서 책이 출발했다.”고 말했다. 각권 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한국 고전속 인물들 생명을 얻다 (문화일보)
연구자 85명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 분석 /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조선시대 광대로 오늘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은 영화 ‘왕의 남자’로 유명해진 공길과 장생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훨씬 더 광대다운 삶을 살다간 인물이 있다. 광문(廣文)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실존 인물 달문(達文·1707∼?)이다. 그야말로 자유로운 광대의 혼을 가진 달문은 당대 및 후대 문인들의 관심을 끌어 여러 편의 문학작품으로 형상화되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휴머니스트·전4권)에선 이 같은 달문의 행적을 소상히 전하고 있다. 책은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되살려내고 있다.

◆고전 인물들은 어떤 사람들 = 우리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 85명을 소개하고 있는 책은 작가나 작품 위주가 아니라 주인공의 캐릭터에 집중해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흥부나 심청처럼 선하디 선한 인물만이 아니다. 광대 달문을 비롯, 옹녀 바리공주 박문수 최치원 이몽룡 관음보살 등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이들은 평면적인 성향만을 띠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책에 소개돼 있는 최치원이라는 캐릭터는 실존했던 인물인 최치원이 아니다.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창작된 것으로 보이는 한문소설 ‘최치원’의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 류준필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수록문 ‘출세하고 싶다는, 그 헛된 욕망의 신기루’에서 소설 속 최치원을 소재로 진실한 사랑 앞에선 출세에 대한 욕망이 부질없음을 보여준다.

책의 엮은이인 서대석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 고전 속 등장인물들은 언뜻 평면적 인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심각하게 고뇌하고 결단하여 행동하는 인물들이 많다”며 “세심하게 살펴보면 고전문학의 수많은 주인공들에게서 입체적 인물로서의 인간적 체취와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캐릭터로서의 고전 인물 = 최근 세계의 문화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캐릭터의 발굴이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각종 게임과 축제에서도 원형적인 캐릭터를 찾는 일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에서 우리 고전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되살려내는 작업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다양한 캐릭터의 소개는 고전 문학의 새로운 면을 부각시킨다. 책에서 소개하는 캐릭터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 나아가 작품의 주변부에 있던 인물에 대한 조망은 익숙한 고전 읽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독법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옹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신재효가 만들어 놓은 ‘탕녀론’적 해석을 뒤집으며,‘장화홍련’이 만들어낸 ‘착한 아이’ 신화를 꼬집기도 한다.

서 교수에 따르면,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박문서관·1913)’의 채봉은 고전 캐릭터의 성격과 가치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채봉은 아버지를 위해 몸을 팔아 기생이 된 인물로, 이광수의 소설 ‘무정’에 등장하는 영채와 그 성격이 흡사하다. 서 교수는 “두 사람을 비교하면 근대소설의 인물인 영채가 더 진취적이리라 예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그 반대”라며 “영채가 소극적으로 타인에게 운명을 맡기는 데 비해 채봉은 적극적으로 제 삶의 길을 찾아 나서 사랑을 이뤄낸다”고 밝혔다.

◆집필진은 누구 = 서 교수를 비롯, 모두 85명의 한국고전문학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임재해(안동대) 박경신(울산대) 박진태(대구대) 황루시(관동대) 강진옥(이화여대) 김종철(서울대) 정출헌(부산대) 교수 등 한국구비문학과 고전소설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중진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 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소장 연구자 그룹도 집필진으로 한몫을 맡았는데, 김헌선(경기대) 조현설(서울대) 신동흔(건국대) 박종성(방송대) 김탁환(카이스트)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최근 학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박사급 신진 연구자들도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책과 삶]고전 속 인간 군상 현대적 재해석 (경향신문)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서대석 엮음 | 휴머니스트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으로 남자 주인공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악녀이자 요부. ‘팜므 파탈’(femme fatale)의 모습이다. 영화팬이라면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우리 고전문학에도 그런 인물이 있다. ‘장화 홍련전’에서 장화와 홍련을 학대하는 계모 허씨나 ‘이춘풍전’에서 이춘풍을 꾀어 재산을 죄다 빼앗는 기생 추월이 등이다. 그러나 팜므 파탈의 전형이랄 수 있는 인물은 따로 있다. 제주도 무속신화 ‘문전본풀이’에 등장하는 노일제대귀일의 딸이다.

그녀는 남선비를 꾀어 가산을 탕진시키고 두 눈을 멀게 한다. 그 부인을 물에 떠밀어서 죽이기까지 한다. 남선비의 일곱 아들마저 죽이려다가 악행이 발각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염한 몸짓과 애교로 남자들을 유혹하면서도 잔혹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선 전형적인 팜므 파탈이다.

우리 고전문학에는 흥부나 심청, 홍길동만 있는 게 아니다. 한없이 착하거나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 심지어 다중성을 지닌 인물들이 즐비하다. 여성이 욕망의 대상이었던 시대에 무모하게 제 사랑의 길을 펼치고자 했던 초옥(‘포의교집’)과 옥소선(‘옥소선 이야기’), 출세에 대한 지식인의 고뇌를 보여주는 최치원(‘최치원’), 악인이면서도 복잡한 내면을 가진 수명장자(‘천지왕본풀이’) 등 스펙트럼이 넓다.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은 이처럼 다양한 얼굴과 성격을 지닌 우리 고전 속 캐릭터 85명을 발굴, 소개하고 있다. 집필에 참여한 고전문학 연구자 85명은 한문학 작품뿐 아니라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화, 전설, 민담 등 구비문학 작품을 대거 수록하고,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이나 악인까지 새롭게 조명했다. 선덕여왕, 이여송 등 역사적 실존 인물은 물론 두두리 도깨비, 선녀 등 상상 속 캐릭터와 장끼 같은 동물까지 나온다.

대부분 낯선 캐릭터들이지만 우리 고전이 서양의 고전만큼 다채롭지 못하다는 편견을 교정시켜주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전국 팔도를 누비며 수많은 팬들을 몰고다녔던 광대 달문(‘광문자전’ 등)은 18세기의 대중스타라 할 만하다. 그는 차별과 억압의 시대에 바람처럼 거침없는 삶을 살았다. 방학중(‘상전을 골려 준 방학중’ 등)은 문화인류학에서 도덕적 관습을 무시하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물을 이르는 ‘트릭스터’(trickster)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면 하저동 출신의 하인으로 남녀 귀천 상관없이 남을 골려주고 자기 이익을 챙기는 희극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인물이다.

책은 특히 고전작품 캐릭터들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을 시도하면서 오늘날 대중문화 속 캐릭터들과의 접점을 찾고자 했다. 범상치 않은 힘을 발휘하는 호랑이 눈동자를 지닌 범천총(제주도 한동리 전설)은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을 그린 영화 ‘엑스맨’의 사이클롭스와 비교된다. 갖은 장애로 인해 나이 마흔이 넘도록 시집을 못간 노처녀인 갖은 병신 노처녀(‘노처녀가’)의 모습에선 드라마 주인공 김삼순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읽는다. 목화 따는 노과부(‘목화 따는 노과부와 엿장수’)는 솔직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성욕을 실현하고 행복을 쟁취한다는 점에서 영화 ‘마파도’의 다섯 할머니와 비교된다.

어느 한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 힘든 캐릭터들의 인간적 체취와 매력은 오늘날에도 호소력 있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우리가 몰랐던 고전 속 인물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 4권. 각권 1만5000원

〈 김진우기자 jwkim@kyunghyang.com 〉

당금애기…덴동어미…묻혀있던 고전의 부활 (한겨레)

신화·민담 속 역동적 캐릭터 85명
백정·기생 등 ‘소수자’들의 주체적 삶
봉건적 사슬에 맞선 당찬 여성상도

우리 고전 캐릭터의 모든 것(전 4권)〉
서대석 엮음. 신동흔 외 85명 지음/휴머니스트, 각 권 1만5천원.


문) 우리 고전에서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 10명을 나열하시오.

답) 효녀 심청, 성춘향과 이몽룡, 흥부와 놀부,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 옹녀와 변강쇠, 홍길동과 허이녹?…???


그리 까다롭지 않은 문제 같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곧 막히고 만다. 아마도 이 분야 연구자나 입시생들이 아니라면 대부분 비슷하지 싶다. 문제를 바꿔서, 청소년들에게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어떨까? 아마도 게임과 판타지 소설과 만화영화 속 인물들로 가득 찬 답안지를 자신 있게 내놓을 듯싶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의 인물들을 모르면 외계인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한 세대에게 우리 고전 인물들을 묻는 질문 자체가 난센스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르는 만큼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역발상을 시도한 사람들이 있다. 당대 한국 고전문학계의 대표적인 연구자 85명이 그들이다. 스승인 서대석(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후학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임재해ㆍ박경신ㆍ박진태ㆍ황루시ㆍ강진옥ㆍ김종철ㆍ정출헌 교수를 비롯해 소장 연구자들, 박사급 신진 연구자들까지 망라했다.

서 교수를 비롯한 지은이들이 저마다 한 명씩, 우리 고전 속에 묻혀 있던 무려 85명의 인물을 새롭게 발굴하거나 재해석해 놓았다. 권선징악, 개과천선, 인과응보, 고진감래 등으로 상징되는 교과서식 상투적인 해석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역력하다. 그 덕분에 우리 주변이나 현대문학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다양한 욕망과 콤플렉스와 다중성까지 지닌 복합적이고 역동적이며 입체적인 인물들이 즐비하다.

유리, 최치원, 옹녀, 박문수, 이몽룡, 황진이, 춘풍의 처, 장화와 홍련 같은 익숙한 인물들은 몇 안 된다. 석숭, 방학중, 비형, 민옹, 수명장자, 당금애기, 삼족구, 덴동어미 같은 이름들은 난생처음 듣는 듯 생경하다.

하지만 한 장만 읽어보면 이내 친숙해진다. 양이목사나 궤내깃또 같은 신화 속 인물부터 강임, 바리공주, 강감찬, 오늘이 등 무속의 신들, 얼마 전까지 탑골공원에서 구연자 김한유(금자탑)씨가 들려줘 인기를 끌었다는 ‘천하장사 대장부’ 홍대권(아래 그림) 같은 민담 주인공까지 민중들의 삶 속에서 구전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고아, 장애인, 백정, 기생 같은 소수자들이 시대적 억압이나 운명의 굴레를 뚫고 주체적으로 삶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들은, 고전이 왜 끊임없이 새롭게 읽혀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능동적이고 용기 있게 사랑, 자유, 독립을 추구한 여성들이 수십명이나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준다. 벼슬을 사려고 재상의 첩으로 딸을 팔려는 비정한 아버지에 맞서 기생을 택하고 끝내는 사랑까지 이뤄내는 채봉, 미모ㆍ지조ㆍ문무의 능력까지 갖춰 사랑은 물론 전장에서 신출귀몰 활약해 제후에 오른 강남홍, 남장을 하고 전쟁에 나가 나라를 구한 여성 영웅 하옥주(오른쪽 그림), 관기의 숙명을 탈출해 신분을 초월한 사랑을 이룬 옥소선 …, 한마디로 대장금의 원형들이 차고 넘친다.

우리 고전을 고리타분하게만 느끼는 게임세대들은 물론이고, 상상력과 콘텐츠 고갈로 목말라 하는 대중문화 창작자들에게 ‘강추’할 만한 ‘이야기의 보고’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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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6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만만찮은 책이겠군요. 들어보거나 아는 이름이 절반이나 될까 싶지만 관심은 갑니다.
알라딘에서는 멜기님이 우리 고전을 소개하는 선봉 아닌가요? ^.^
수고하셨고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심술 2008-04-1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겠는데요. 언제 한국 들어가면 사 와야지.

마노아 2008-04-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보니 확실히 흥미가 갑니다. 예전엔 산타님이 고전 소개를 꽤 해주셨는데 요샌 바빠지셔서 못하나봐요. 좀 더 들여다보러 책정보로 가봐야겠어요.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 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하네

언제면 꽃 아래 벗 데리고 완월장취(玩月長醉) 하려뇨.

- 이정보(李鼎輔, 1693~1766)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 덧 시름없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 김성최(金盛最, 1645~1713)

 
   

비는 나려 꽃 적시고 술 한 잔에 울적한 마음

달 없어도 님 생각나고 벗 없으니 서러웁구나

어쩌랴 봄 타는 것에 남녀유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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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4-10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타는 것 남녀유별, 미혼기혼도 유별없어요!ㅎㅎ
 

다들 투표는 하셨어요? 저는 이 페이퍼 쓰고 투표하러 갈랍니다. 올해는 휴일도 별로 없는데, 투표나 자주 했으면 좋겠네. 이 페이퍼 쓰고 투표하고 나서, 밀린 책이나 실컨 읽어야겠어요.

벚꽃이 교정에 흐드러지게 잘도 폈더군요.

[문학/소설]
우영창,『하늘다리』, 문학의문학, 2008.4.

<문학의 문학>에서 제정한 제1회 문학의 문학상 수상작이다. <문학의 문학>이란 잡지는 첨 들어보는 것 같은데, 이 상의 심사위원들이 장난이 아니다. 박완서, 김병익, 황석영이 그들이다. 책 소개를 보면, 심사위원 외에도 작가가 증권사 지점장이고, 소설이 "한국문학사상 최초의 본격 증권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증권소설'의 분류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1회라는 의미도 있고, 내로라하는 심사위원들이 뽑아놓은 거니까, 어느 정도 신뢰가 간다. 요즘 문학을 잘 못 읽는데, 이런 문학상 수상작들만이라도 챙겨둬야겠다. 덤으로 심사위원의 말을 옮겨 놓는다.

"<하늘다리>는 이른바 '골드 미스'의 다채로운 성 편력이 줄기를 이루지만 이 편력에는 증권회사 엘리트 직원으로서의 분방한 일상과 연결되며 겹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성과 돈이란 두 줄기 욕망이 오늘의 세태 속에서 어떻게 힘차게 요동치고 있는지 그 현장의 모습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묘사는 스피드하며 문체는 박력 있고 어투는 함축적이면서 그 풍경에 대한 소감은 오히려 냉철해서 '쿨'하다. 아마도 재테크의 실제 경험을 가졌음직한 작가의 눈으로 묘사된 <하늘다리>는 천박한 세계를 생생하게 드러내면서도 값싼 인문주의적 센티멘틀리즘으로 비난하지 않고, 그것의 싱싱한 힘을 보여주면서도 그 "어두운 욕망"의 세계가 지닌 비인간적인 속성을 도외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이의 없이 합의했다." - 박완서, 김병익, 황석영

[종교/기독교]
조엘 박,『맞아죽을 각오로 쓴 한국교회 비판』, 박스북스, 2008.4.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책이다. 알라딘 신간안내나 마이리스트에는 보이지 않아서 몰랐다. 조엘 박은 현직 목사다. 대신 소속이 호주쪽인듯 하다. 그래서 이 책으로 "맞아죽"지는 않을 것 같다. 알라딘의 책소개는 이렇다. "2007년 12월 출간된 『한국교회를 향해 통곡하시는 예수』의 개정판으로 한국교회에 대해 개신교 목사가 직접 비판했다. 개교회주의 및 교단우월주의, 교파. 헌금 및 술.담배의 문제, 성전건축이라는 미명으로 진행되는 교회건축문제, 잘못된 설교와 기도, 목회자와 교인의 감투의식, 기복화 된 한국교회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4달만에 개정판이 나오다니? 아마도 제목에서 그다지 주목을 이끌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이제 기도교 비판은 식상해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의 제목도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아무튼 내용은 그간 기독교 비판에서 주로 거론되던 것들인 듯한데, 주의를 끄는 것은 저자가 "술, 마셔도 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문학/작가론]
강영주 외,『그들의 문학과 생애』(전14권), 한길사, 2008.1.

납월북 작가들의 문학과 생애를 조명한 작가론 총서다. 이런 책이 2008년 1월에 나왔는데, 나는 엊그제 봤다. 총 1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다루는 납월북 문인으로는 김기림, 김남천, 박세영, 박태원, 백석, 이기영, 이용악, 이태준, 임화, 정지용, 조명희, 최명익, 한설야, 홍명희, 모두 14명이다. 사실 해금 이후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일정부분 그들의 문학과 생애가 조명된 바 있으나, 그간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의의가 깊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평전' 형식이라는 것인데, 자칫 따분해질 수 있는 작가 연구서에서 벗어나 일반인들에게도 친절히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보여진다.

[사회/정치]
주종환,『뉴라이트의 실체 그리고 한나라당』, 일빛, 2008.3.

주종환 교수의 저작 선집 1권이다. 부제가 '식민지 근대화론의 허구성'이다. 제목에서 보이듯이 뉴라이트나 한나라당이 주창하는 그런 논리들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이 책이 보다 시의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은 뉴라이트계열의 교과서 포럼에서 최근 출간해 논란을 빚고 있는 대안교과서 때문이기도 하다. 그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그런 근대화론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주종환의 이 책을 안 봐도 비디오이긴 하다. 주종환 교수에 대해서는 거의 잘 모르지만, 목차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대목들이 많이 눈에 띈다. 재밌겠다.

[문학/일본문학]
바쇼, 『바쇼의 하이쿠 기행』, 바다출판사, 2008.3.

1권 오타쿠로 가는 길
2권 산도화 흩날리는 삿갓은 누구인가
3권 보이는 것 모두가 꽃이요

바쇼는 일본 에도시대를 살았던 문인이다. 오늘날에는 하이쿠의 대가로 잘 알려졌다. 이 책은 바쇼의 하이쿠 기행문이다. 바쇼의 글과 그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이쿠는 얼마전 유시화가 펴낸 하이쿠 선집을 통해 몇 번 맛을 보았다. 감흥이 남달랐기에, 이번 바쇼의 이 책이 눈에 확 들어온다. 하이쿠가 주는 그 고요한 감흥을 가지고 바쇼의 하이쿠 기행에 동참해 보고 싶다. 오타쿠로 가야겠다.

[문학/소설]
김종광,『처음 연애』, 사계절출판사, 2008.2.

소설가 김종광이 "6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 십대들의 첫사랑에 얽힌 시대별 이야기를 옴니버스 소설로 묶어낸 책"이다. 언제나 첫사랑은 야릇하다. 청소년들의 첫사랑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첫사랑 한 번 못 해 본 나로서는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시대별 1318 사랑의 변천사를 해학적으로 다루었다는 것이 큰 특징인데, 사회가 변하면서 아이들의 애정관이 바뀌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재미다."

[역사]
김기협,『밖에서 본 한국사』, 2008.3.

밖에서 보면 다를까?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 안에서 우리를 보아왔다. 그래서 우리 역사는 무조건 국사다. 일본역사도 국사고, 중국역사도 국사일텐데, 우리에게 우리역사만 국사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우리의 역사는 편협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밖에서, 주류 밖에서, 역사를 볼 때 시각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고저장단이 있겠지만,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숲을 보는, 세계사 속에서 한국사를 보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동아시아 연대가 이런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박노자, 한홍구, 임지현 등의 추천은 그러한 의미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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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8-04-0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첫사랑 짝사랑으로 장식하셨잖아요? 뒷날 첫사랑 남편 된 이에게 죽도록 맞기도 하고. 히히히.

순오기 2008-04-10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끌리는 책들이 많아요~ 요즘 지름신을 지그시 누르고 있는 중입니다.
사들이고 못 본 책이 너무 많아서리~~ㅎㅎ 그래도 추천은 필수!^^
 

봄이다.

봄봄이다.

나의 점순이는 아직 키가 덜 자랐는지,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책은 덮어두고, 이길로 찾아 나서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번 달은 김유정 특집으로 꾸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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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4-03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세댁님 점순이라.....왜 갑자기 로렌초님이 떠오르는 걸까요 ㅎㅎㅎ

웽스북스 2008-04-03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이 은근 좀 어울려요 그죠? ㅋㅋ

순오기 2008-04-0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순이를 아시나요? 꽃처럼 어여쁜 점순이~~'가 생각나는데^^
암탉인지 장닭인지도 있어야 되겠고...곧 있으면 생강나무(동백꽃)가 흐드러지게 필텐데~~~~ 멜기님의 점순이는 어디에 있을꼬?

마노아 2008-04-0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춘심이를 외쳤어요. 책을 덮고 당장 초원(?)으로 나가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