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갑다고 인사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몇몇 분들에게는. 한 두세분 정도가 그간의 나의 공백을 간혹 묻기는 했지만, 든 자린 알아도 난 자린 모른다 정도의 의문일 뿐이겠지. 하여간 뭐 세간을 관심과 의문을 증폭시키고자 그간 무소식이었던 건 아니다. 무자식이 상팔자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그 몇몇분들의 의문은 이 멜기가 무소식이니 희소식이 있겠거니 지레짐작으로다가 연애를 하느니 하시지만, 그 기쁜 소식, 복된 소식을 세상에 널리 전하리, 멜기의 사랑을, 그 하늘 높이 울려퍼지는 복음을 전하지 않고 배길 멜기가 아니기에 그 짐작은 영락없이 어긋난 것일 뿐이다.
내가 그간 조용했던 것은, 알라딘에 어떤 혐오감을 느껴서도, 불미스런 어떤 일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하다보니, 뜸하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나의 허접한 글쓰기 용량이 다해서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쓰자니, 몇 줄을 못 넘어가고, 그렇다고 수시로 읽고 채우자니, 자꾸 한 쪽에서는 비우고 있어서, 뭐 되는 게 별로 없었다. 날은 덥고, 자자란 일들은 쌓이고, 공부도 좀 하자하니, 놀기도 좀 하자하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그러다보니 이러고 있었다. 아니 그러고 있었다. 처지는 몸, 처지는 마음, 마냥, 졸립기만 했다. 이번 여름 참 힘겹게 지나고 있다.
**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전의 상태에서 어떤 변화, 호전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냥 몇 자 끄적이고 싶어서일 따름이다. 알라딘 공백의 한 1~2달의 기간에 나는, 일도 좀 하고, 공부도 좀 하고, 아주아주 옛날 옛적 오락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걸 구해 해보기도 하고, 바둑도 좀 두고, 기타 치는 사람들 모임도 들락날락, 다시 옛 단골 당구장이 문을 열어 안 치던 당구도 치고, 여전히 아침드라마에 빠져 지내고 있었다.
드라마 이야기가 나와서 얘긴다. 이건 거의 바이러스 수준이다. 마봉춘의 아침 드라마 덕에 여전히 지각을 밥으로 먹고 있다. 아침드라마 '흔들리지마'는 점점 꼬이고 있고, 내 생활은 그에 따라 꼬여간다. 수현이는 밉지만 정이가고, 민정이는 좀 뻔한 캐릭터라 흥미가 반감되며, 강필이는 좀체 못난 구석이 있어 별로고, 보국이는 밥맛이지만, 좀체로 이 드라마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왜일까? 하여간 바이러스다.
마봉춘이 중계한 축구를 보고 참내 답답스럽다 하던 차에, 이어진 오늘 첫방송 '베토벤 바이러스'를 수지니아 때문에 보게 되었다가, 점점 빠져들더니, 아차차, 내일 2편이 와장창 기대되고 마는 것이다. 노나메 칸다빌레 라는 영화(드리마?)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 드라마도 그와 비슷한가? 아무튼 오케스트라 얘기인 듯 한데, 사실 뭐 뻔해 보이기는 하지만(어중이 떠중이가 모여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다, 뭐 그런거) 캐릭터들이 참 재미나다. 수지니아는 괄괄한 말광량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고, 기타등등 다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일테지만, 제각각의 장점 혹은 흥미로움을 담고 있는 듯 하다. 얍삽하게 생긴 남자 주인공은 좀 밥맛이지만, 게중에서 이런 캐릭터가 그나마 젤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보아줄 만은 하다. 그리고 그 "클래식은 개똥이다"를 온몸으로 체감시켜 줄 전직 이순신 장군께서 마에스트로 강으로 나올거라는 사실에 기다감 만빵이다. 아무튼 내일밤 10시부터 매주 수,목 10시는 이 드라마에 고정될 듯한 공포가 몰려온다. 공부는 언제?
*** 축구를 봤는데, 축구 얘기 잠깐 해야겠다. 올림픽 후 축구장에 물 채우라는 둥, 그 물 얼리라는 둥, 축구장에 축구선수를 세워서 진종오 사격연습 시키라는 둥, 우스갯소리들이 있었지만, 그 웃음 속에 뼈아픈 비수가 꽂혀 있었다. 게다가 같은 구기종목으로 야구가 선전에 선전을 거듭해서, 금메달을 땄으니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는 건 당연한 듯도 하다. 게다가 오늘의 졸전이란, 하여간 설상가상이다.
그런데,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때, 축구장에 물 채워도 거기서 박태환이가 수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그 물 얼려도 김연아가 거기서 피겨스테이팅을 할까? 아니 축구장에 축구 선수 세워놓고 진종오가 사격 연습을 하면 그건 살인 혹은 살인 미수가 될 뿐이다. 이명박이 자랑삼아 방문하고 다녔던 태능 선수촌의 그 열악한 수영장을 보수해주거나, 괜찮은 수영장 하나 지어 주는 것이 낫고, 연습 한 번 제대로 할 곳이 없어 외국으로 떠도는 김연아가 연습할 만한 공간을 축구장이 아닌 다른 곳에다가 만들어 주는 게 옳다.
그러니까, 축구를 비난하지 말고 비판하고, 좀 눈 앞의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뭐 그런 주장이다. 감독을 바꿔야 된다,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야 한다, 뭐 그런 소리도 나오는데, 그런 초간단 방법으로 괜히 이 비난을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좀 곤란하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덧붙여, 군면제 논란이 되는 걸로 아는데, 어떤 면에서 강의석에게 동감 하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나는 군면제의 범위와 방식 등을 대폭적으로 확대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메달따면 주는 군면제가 아니라, 올림픽에서 메달따게 주는 군면제여야 한다고 본다. 비단 올림픽 뿐만은 아니겠다. 하여간, 군면제를 늘릴 필요성이 다분하다. 여기에 대한 논란, 그러니까 군면제 비리 같은 것들은 또 다른 문제니 시비걸지는 말자.
**** 오랜만에 쓰는 내 일상의 잡감들이라, 뒤죽박죽이다. 하여간 나는 내일도 이 드라마 바이러스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책은 언제일고, 공부는 언제하고, 연애는? 어디 연애 바이러스를 구할 방법은 없는지 묻고 싶다.
***** 아, 감사할 것이 있다. 내가 없는 동안 이상스레 즐찾이 하나도 줄지 않았다.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하다가, 지난 번 처럼, 나를 즐찾하신 분들을 위한 이벤트를 조만간 실시할 생각이다. 방법은 지난 번과 똑같다. 그러니까, 나를 즐찾하신 분들 중에 즐찾공개 설정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무한 사다리타기를 돌릴 생각이다. 그래서 몇몇 분께 책 한 권을 드리는 거다. 아무튼 이 이벤트 아직 시작 안 한거니깐, 즐찾하신 분들 중에서(새로 즐찾하실 분들도) 이벤트 끝나기 전에 살짝 공개를 돌려 놓으시면 좋겠다. 이만 자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