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책소개를 훑어보다가 최근 출간된 2권의 시집이 있어 관련 기사를 옮겨 놓는다. 시인을 비롯한 문인, 연예인을 소재로 한 '인물시집'이라는 독특한 기획물이다. 

<한용운부터 손예진까지..詩로 그린 초상화>
인물시집 '사랑했을 뿐이다' 등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시인 만해가 있어서 모국어가 민족혼으로 빛나고
    다시 만난 님으로 조국광복이 앞당겨졌느니
    우주만큼 광활하고 하늘과 바다만큼 높고 깊은
    시인 정신, 그 본체이어라
                                  (유안진 '한용운-그 본체이어라' 중) 

한용운, 김동리, 서정주, 박목월부터 최불암, 손예진에 이르기까지 48명의 국내외 문인과 연예인, 예술인 등을 소재로 한 인물시집이 출간됐다. 

시집 '사랑했을 뿐이다', '노래했을 뿐이다'(문학나무 펴냄)에는 오세영, 신달자, 정일근, 유안진, 장석주 등 28명의 시인들이 쓴 인물시 52편이 이인 화백의 캐리커처와 함께 수록됐다. 

시인들이 시로 불러낸 인물들 중에는 김동리, 서정주, 박목월, 이청준, 김남조, 황동규, 윤후명 등 선배 문인들이 가장 많았다. 

    원효로 2층
    어젯밤 쓴 시라며 읽어주시던
    지금 쓰는 것이 대표작이라 하시던 그 목소리 붙잡고
    봄날이 간다를 부르고 싶다
    때로 하느님도 선생님으로 부르는 내 어리광이 덧나
    오늘은 선생님을 아부지 아부지 하고 부르고 싶다
    아부지이- 목월 아부지이-
                              (신달자 '박목월-그 목소리 마시고 싶다' 중) 

    그날 이후
    몇 번을 망설이다 그의 집을 찾았다
    초여름 남색 털모자를 반듯이 눌러 쓴 그는
    이제 약을 끊었다고 선언하듯 말했다
    평생 거짓이야기로 세상을 현혹한 죄와 벌에 순응키로 했다고
 
                                    ('이청준-아직 연습이 필요하다' 중) 

최불암, 김광석, 고현정, 손예진 등 연예인들도 인물시의 주인공이 됐다. 

    아름답던 그 이름들을 지나 모처럼
    청초한 간이역을 만났다
    주변에 맑은 하늘과 향기로운 들꽃을 거느리고
    아득히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
                                   (박남희 '손예진-바람을 바라본다' 중) 

이와 함께 이승하 시인은 당당한 죽음이 인상적이었던 사담 후세인, 이윤설 시인은 화가 모딜리아니의 연인 잔느 에뷔테른, 이경림 시인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초상화를 시로 그려냈다. 

문학나무는 이번 시집을 시작으로 매년 한 권씩 인물시집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2009.01.05) 

 

 

 

 

 

 

 

인물시 하면 떠오르는 시인이 있다. 고은 시인은 萬人을 대상으로 시를 써내겠다며 이십년이 넘도록 열정적으로 『萬人譜』를 펴내고 있다. 올해에는 완간 소식이 들릴지 모르겠다. 현재 26권이 출간되어 있다. 총 3천 400여편에 이른다. 문단에서는 이 작업 자체가 한국문학사에 있어서 엄청난 스케일의 작업이고 최대의 연작시집이란 점이 높이 평가되지만, 시적 질에 있어서는 물음표를 던진다. 문학나무의 이번 인물시 시리즈도 재미난 작업이긴 하지만, 보다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은을 뛰어넘는 문학적 성취가 필요할 것 같다. 고은은 혼자만의 작업이었지만, 이번에는 쟁쟁한 시인들이 여럿 참여하는 공동작업이니 기대를 해본다. 멋진 삶, 멋진 인생을 살아온 이들을 시로 기르는 일은 대단히 낭만적인 일이다. 독특한 점은, 사담 후세인도 그 낭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김종철 시인의 시집 출간 소식도 전한다. 

<다시 고향 앞에 선 '못의 시인'>
김종철 시집 '못의 귀향'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그래그래 이밤 
    어머니보다 더 늙은 우리 내외가
    삐뚤삐뚤 쓰여진 철로 따라 예까지 왔구나
    육십 평생 순례의 끝에서
    아들 같은 젊은 나도 데불고
    그래그래 당신에게로 함께 갑니다

                          ('밤기차를 타고' 중) 

중견시인 김종철(62) 씨가 일곱 번째 시집 '못의 귀향'(시학 펴냄)을 출간했다. 

지난해로 등단 40년을 넘긴 시인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추억을 담은 '초또마을' 연작들로 시집의 문을 열었다. 

초또마을 시편 속에는 곧 고향과 동격이기도 한 어머니에 대한 추억담이 비중있게 등장한다. 

    어머니는 물동이를 이고 우물가로 갔습니다
    밤나무 숲에 이르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고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캄캄해졌습니다
    그 순간 우물에서 무지개가 솟아올랐습니다
      (중략)
    어머니 태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 나이 이순, 몸 깊이 숨겨 둔
    당신의 무지개가
    저세상 잇는 다리로 다시 뜨는 날
    나는 한 마리 학 되어
    한 생애를 날아오를 것입니다

                          ('어머니의 장롱-초또마을 시편ㆍ2' 중) 

또다른 연작 '순례 시편' 역시 인생 후반부에 접어드는 시인이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과 맞닥뜨리고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는 점에서 '초또마을 시편'과 맞닿아있다. 

    환갑 진갑 지나는
    순례의 첫 밤
    그 첫날밤의 꼭두새벽
    두 딸년이 마련해 준 여비로
    일생의 꿈 마무리하듯 기도하다가
    손에 불 덴 아이처럼 쩔쩔매는
    노인네를 보게 되었는데
    그 굽은 못대가리가
    바로 나였다니! 
                         ('개똥밭을 뒹굴며-순례 시편ㆍ5' 중) 

1992년작 시집 '못에 관한 명상'에서 인생은 못 박고 빼는 일의 연속임을 노래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못'과 '망치', '십자가' 등의 은유를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망치를 들어도 좋을 나이입니다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습니다
    눈 감고 못 박아도
    세상의 뒤편인 손등은 찧지 않습니다
      (중략)
    이제는 누구의 관 뚜껑인들 망치질 못 하랴
    이제는 한밤에 못질 되어도 좋을 나이입니다

                                      ('망치를 들다' 중) 

(연합뉴스, 2009.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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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9-01-07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강남역에서 멜기세덱교 홍보전단을 나눠주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그래서 혹시 계신가 하고 둘러봤는데, 없더라구요. 그 종교를 믿으시는건 아니시죠? ㅋㅋ

심술 2009-01-07 22:44   좋아요 0 | URL
진짜 그런 종교가 있나요? 신기하다.

무해한모리군 2009-01-07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시집 표지가 한국화처럼 참 곱네요.
시집은 한달에 한권정도 읽는데 이번달은 '아배생각'을 읽고 있어서, 다음달에 김종철시인의 책을 읽어보고싶네요.

Alicia 2009-01-0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 첫번째 추천은 저예요. 전 지금 박정대시인의 시집 읽고 있어요. :)
멜기님의 슬픔이 없는 십오초, 그때 참 좋았는데.

 

기축년 새해 새 날이 밝았다. 많은 이들이 2009년 1월 1일을 기다릴테지만, 이 날을 더욱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있으니, 지금은 좀 시들해졌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문학청년들의 꿈과 희망의 약속이 담긴 <신춘문예>가 그것이다. 당선자들은 미리 통보를 받았겠지만, 그래도 새해 첫 날 신문에 자신의 작품과 얼굴이 실린 지면을 대하는 느낌은 남다를 것이 분명하다. 그보다도 신춘문예에 도전했으나 아쉽게 탈락한 이들, 언젠가 자신도 신춘문예 당선을 꿈꾸면 올 해는 누가, 어떤 작품이 당선되었나를 유심을 찾아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오늘 일제히 신춘문예를 주관하는 각종 일간지에서 당선자와 당선작을 지면에 실었다. 얼핏 살펴본 느낌은, 이전과는 좀 다른 성격의 작품들이 당선의 영광을 얻은 듯 하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시> 부분 만큼은 그런 특징이 도드라진다. 조금있으면 <문학세계사>에서 당선자들의 작품집을 내겠지만, 여기에 당선작들만이라도 모아놓고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09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맆 피쉬(양수덕) 

    땡볕더위에 잎맥만 남은 이파리 하나
    지하도 계단 바닥에 누워 있던 청년은
    양말까지 신고 노르스름한 병색이었다
    젊음이 더 이상 수작 피우지 않아서 좋아? 싫어?
    스스로 묻다가 무거운 짐 원없이 내려놓았다
    맆 피쉬라는 물고기는 물 속 바위에 낙엽처럼 매달려 산다
    콘크리트 계단에 몸을 붙인 청년의
    물살을 떨다 만 지느러미
    뢴트겐에서 춤추던 가시, 가물가물
    동전 몇 개 등록상표처럼 찍혀 있는 손바닥과
    염주 감은 손목의
    그림자만이 화끈거린다
    채 풀지 못한 과제 놓아버린 손아귀
    청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세상의 푸른 이마였던 그의
    꿈이 요새에 갇혀서
    해저로 달리는 환상열차
    잎사귀인지 물고기인지를 한 땀 바느질한
    지하도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이들이
    다리 하나 하늘에 걸칠 때 

본심 심사를 황지우, 최정례 시인이 맡았다. 심사평에서 "양수덕씨는 다른 응모자들에 비해 개성있는 언어를 활달하게 구사하고 있다. 언어에 개인적 표현이 많아 소통부재의 위험이 보이기도 하나, 당선작 ‘맆 피쉬’에서는 지하도의 걸인이라고 하는 익숙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묘사력과 참신한 비유로 대상을 섬세하게 구현해내었다."고 평가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당선작이 보여주는 '소통부재의 위험'이 아쉬움이 남는 시다. 

당선자 양수덕 씨는 늦깎이 신춘문예생이다. 55세의 나이로 문단에 등단한 양수덕 씨의 시인으로서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2009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보기
[2009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 보기
[2009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소감 보기 

[2009 한국일보 신춤문예] 시 부문 당선작 

    무럭무럭 구덩이(이우성) 

    이곳은 내가 파 놓은 구덩이입니다
    너 또 방 안에 무슨 짓이니
    저녁밥을 먹다 말고 엄마가 꾸짖으러 옵니다
    구덩이에 발이 걸려 넘어집니다
    숟가락이 구덩이 옆에 꽂힙니다.
    잘 뒤집으면 모자가 되겠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온 형이
    내가 한 눈 파는 사이 구덩이를 들고 나갑니다
    달리며 떨어지는 잎사귀를 구덩이에 담습니다
    숟가락을 뽑아 들고 퍼 먹습니다
    잘 마른 잎들이라 숟가락이 필요 없습니다
    형은 벌써 싫증을 내고 구덩이를 던집니다
    아버지가 설거지를 하러 옵니다
    반짝반짝 구덩이
    외출하기 위해 나는 부엌으로 갑니다
    중력과 월요일의 외투가 걱정입니다
    그릇 사이에서 구덩이를 꺼내 머리에 씁니다
    나는 쏙 들어갑니다
    강아지 눈에는 내가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옵니다
    학교에서 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나는 구덩이를 다시 땅에 묻습니다
    저 구덩이가 빨리 자라야 새들이 집을 지을 텐데
    엄마는 숟가락이 없어져서 큰일이라고 한숨을 쉽니다 

당선자 이우성 씨는 올해로 서른을 맞는다. 서러운 서른에 대한 위로의 선물로서는 최고의 선물을 받은 셈이다. 심사를 맡은 이는 신경림, 김사인, 김기택 시인이다. "이우성의 시는 감각과 상상력이 희귀하고 개성적이며 생기있고 활력이 있다. 목소리도 힘있고 거침없고 속도감과 리듬감이 있어 신인다운 신선함이 돋보였"고 "함께 응모한 그의 다른 작품들이 편차 없이 고르게 살아있는 감각을 보여주어 앞으로 계속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컸기 때문"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의 당선작을 보면서, 이전과의 당선작의 특징들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연히 느꼈다. 한국일보 시 부문 심사위원들이 심사평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응모작의 경향이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최근 수년 동안 신춘문예나 문예지 응모에서는 젊은 시인들을 중심으로 전개된 포스트모던하고 전위적인 실험시를 흉내 내는 시들이 많았다. 실험정신과 발랄한 어법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젊은 시가 문단에 활력을 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삶의 현장과 역동적으로 맞물리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리는 듯한 아쉬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응모작들에서는 이런 흐름이 크게 줄어든 반면 삶의 현실을 체감하거나 강하게 끌어당겨 미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늘었다. 이것은 기존의 역량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시적 경향이 변화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의 경제적인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09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당선소감, 심사평 보기 

[2009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즐거운 장례식(김지희) 

    생전에 준비해둔 묫자리 속으로
    편안히 눕는 작은 아버지
    길게 사각으로 파 놓은 땅이
    관의 네모서리를 앉혀줄 때
    긴 잠이 잠시 덜컹거린다
    관을 들어 올려
    새소릴 보료처럼 깔고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죽음
    새벽이슬이 말갛게 씻어 놓은 흙들
    그 사이로 들어가고 壽衣 위에
    한 겹 더 나무그늘 옷을 걸치고
    그 위에 햇살이불 끌어당겨 눕는 당신
    이제 막 새 세상의 유쾌한 명찰을 달고
    癌 같은 건 하나도 안 무섭다며
    둘러선 사람들 어깨를 토닥거린다
    향 같은 생전이 다시 주검을 덮을 때
    조카들의 두런대는 추억 사이로
    국화꽃 향기 환하게 건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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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오늘은 달이 다 닳고(민구) 

    나무 그늘에도 뼈가 있다
    그늘에 셀 수 없이 많은 구멍이 나있다 바람만 불어도 쉽게 벌어지는 구멍을 피해 앉아본다
    수족이 시린 저 앞산 느티나무의 머리를 감기는 건 오랫동안 곤줄박이의 몫이었다
    곤줄박이는 나무의 가는 모근을 모아서 집을 짓는다
    눈이 선한 저 새들에게도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연장이 있다 얼마 전 죽은 곤줄박이에
    떼 지어 모인 개미들이 그것을 수거해가는 걸 본 적이 있다
    일과를 마친 새들은 둥지로 돌아와서 달이 떠오를 무렵 다시 하늘로 솟구치는데,
    이때 달은 비누다
    뿌리가 단단히 박혀서 번뇌만으로는 달에 못 미치는 나무의 머리통을 곤줄박이가 대신,
    벅벅 긁어주는지, 나무 아래 하얀 달 거품이 흥건하다
    오늘은 달이 다 닳고 잡히는 족족 손에서 빠져나가 저만치 걸렸나
    우물에 가서 밤새 몸을 불리는 달을 봐라
    여간 해서 불어나지 않는 욕망의 칼,
    부릅뜨고 나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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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술빵 냄새의 시간(김은주) 

    컹컹 우는 한낮의 햇빛,
    달래며 실업수당 받으러 가는 길
    을지로 한복판 장교빌딩은 높기만 하고
    햇빛을 과식하며 방울나무 즐비한 방울나무,
    추억은 방울방울 *
    비오는 날과 흐린 날과 맑은 날 중에 어떤 걸 제일 좋아해? **
    떼 지은 평일의 삼삼오오들이 피워 올린 하늘
    비대한 구름떼
    젖꽃판 같이 달아오른 맨홀 위를 미끄러지듯 건너
    나는 보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후끈 달아오르고 싶었으나 바리케이드,
    가로수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바리케이드
    곧게 편 허리며 잎겨드랑이며 빈틈이 없어
    부러 해 놓은 설치처럼 신비로운 군락을 이룬
    이 한통속들아
    한낮의 햇빛을 모조리 토해내는
    비릿하고 능란한 술빵 냄새의 시간
    끄억 끄억 배고플 때 나는 입 냄새를 닮은
    술빵의 내부
    부풀어 오른 공기 주머니 속에서 한잠 실컷 자고 일어나
    배부르지 않을 만큼만 둥실,
    떠오르고 싶어

*1991년에 발표된 일본 애니메이션 제목.
** '추억은 방울방울' 에 나오는 대사. 

[2009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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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구름모자를 빼앗아 쓰다(최정아)

    한 떼의 구름이 내게로 왔다. 한쪽 끝을 잡아당기자 수백 개의 모자들이 쏟아졌다. 백 년 전에죽은 할아버지의 모자도 나왔다. 그 속에서 꽹과리 소리와 피리 소리도 났다. 할아버지는 끝이 뾰족한 모자를 쓰고 어깨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삼십년 전에 죽은 아버지의 모자를 긴 손에 들고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자 속에서 망사 모자를 집어 들었다. 망사 모자를 쓰자 세상도 온통 모자로 가득했다. 빌딩이 모자를 쓰고 있었고, 꽃들은 모자를 벗겨달라고 고개를 흔들고 있었고, 새떼들은 모자를 물고 날아갔다. 수세기에 걸쳐 죽은 친척들도 줄줄이 모자를 쓰고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고 할아버지는 꽹과리를 치고 새들은 노래를 부르고 나는 그들을 데리고 바다로 간다. 둥둥둥 북을 친다. 풍랑에 빠져죽은 영혼들이 줄지어 걸어 나온다. 파도에게 모자를 던져준다. 모자를 쓴 파도가 아버지처럼 걸어온다. 갈지자로 걸으며 손을 흔든다. 친척들은 환하게 웃으며 춤을 춘다. 아버지가 두루마기를 입고 넘어진다. 그러나 아버지는 영영 일어서지 못한다. 아버지 모자를 다시 구름이 빼앗아간다. 

[2009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당선소감 보기
[2009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 보기 

<세계일보>는 이번에 시 부문 당선작을 내지 못했고, <중앙일보>는 <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변경되어 지난 해 8월쯤에 치러졌다. <서울신문>에서는 정영효 씨의 「저녁의 황사」가 당선되었다는 소식이 있으나 찾을 수가 없었고, <부산일보>에서도 시 부문 당선작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밖의 지역신문에서도 신춘문예 당선작들을 발표했을텐데, 일일이 다 찾기가 힘들어 여기까지만 하도록 한다. 이번 당선작들이 읽고 낭독하기 편하게 시가 짧아진 점도 고무적이라 생각된다. 당선자들 모두 더욱 좋은 시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축하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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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귀염둥이 멜기세덱입니다.
빛나는 재치와 탁월한 아이디어로 기획된
2008 알라딘 최고리뷰 선발대회에 여러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심 가져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18편의 쟁쟁한 리뷰들 중에 고르고 골라(내 맘대로 ㅋㅋ)
2008 알라딘 최고리뷰 후보작 6편을 선정하였습니다.
애초, 5편이었으나, 워낙에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어찌할 수 없이 6편을 본심 대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선정기준은 "제 맘대로" 입니다.
16편의 리뷰들이 한결같이 뛰어났습니다.
(제 리뷰를 2편 씩이나 추천하신 분들! 뭥미?ㅋㅋㅋ 감사합니다.)
가리기가 힘들어서 제비뽑기를 하려 했으나, 이모저모 고르고 재고 가리고 해서
6편을 골라 봤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런 좋은 리뷰를 챙겨 읽을 수 있게 해주신 참가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면, 최종 본심에 오른 6편의 리뷰를 발표하겠습니다. 

2008 알라딘 최고리뷰 선발대회 본심 대상작

파란여우, 「하찮은 삶은 없다」 
오즈마, 「여러분 나는 지금 울고 있어요」  
kimji, 「죽지 말고 아프기만 하세요」 
괴물, 「일본정신을 탐구하는 문화인류학의 훌륭한 고전」 
반딧불이, 「한정특별판이 준 선물」
알리샤, 「그녀의 아름다운 월경기」

이상 6편의 리뷰를 대상으로 본심을 지금부터 31일 24시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본심에는 여러분들이 참여해 주셔야 합니다.
참여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여 방법]
본심 대상인 6편의 리뷰를 읽고 각각의 리뷰에 여러분 맘대로 1~10점의 평점을 매깁니다.
평점은 정수로만 매길 수 있습니다.(7점, 8점, 9점 ○, 7.5점, 8.3점, 9.12점 ×) 

순번은 다음과 같습니다.
1번 - 파란여우
2번 - 오즈마
3번 - kimji
4번 - 괴물
5번 - 반딧불이
6번 - 알리샤
  

그럼, 여러분들은 반드시 '비밀댓글'로(평점 공개시 무효) 각 번호에 따른 평점을
적어주시면 됩니다.
예) 1번 - ☆점, 2번 - ★점, 3번 - ●점, 4번 - ◎점, 5번 - ◇점, 6번 - ◆점
이런 식으로요. 간단하죠? 

주의하실 점
1. 본인 리뷰에 대한 평점은 반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파란여우 님께서 평점은,
1번 - 0점, 2번 - 10, 3번 - 10점, 4번 - 10점, 5번 - 10점, 6번 -10점 
으로 주셨을 때, 본인에 대한 평점을 제외한 나머지 평점 만을 적용한다는 사실입니다. 

2.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점을 매기신다면, 모든 리뷰에 평점을 매기셔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알리샤 님께서 본인 리뷰에는 평점을 주지 않고 다른 분들께만 평점을 매겼다면, 이 평점은 모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평점을 주실 때는 6편 모두에 대해(본인 여부 상관 없이) 주셔야 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만, 반드시 비밀댓글이어야 합니다. 

자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24시까지. 많은 분들 참여바랍니다.
참여하신 분들 중 1분을 추첨하여 상품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2008 알라딘 최고 리뷰 선발대회 자세히 보기  

2008 알라딘 최고리뷰 선발대회 응모작 모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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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1 0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8-12-3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어제 하려고 했는데, 집에 인터넷이 안되는 바람에... -_ㅠ 투표 참가를 해야겠다. 10점 그냥 준다고 했는데, 날아가버렸네요.

Jade 2008-12-3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저 순위 안에 들면 꼴등해도 "멜기님과 한달간 문자주고받기 쿠폰"받을수 있으니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ㅋㅋㅋㅋ

푸른신기루 2008-12-3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을 달까 했지만..
이렇게 좋은 리뷰들에 감히 제가 점수를 매길 수가 없었어요ㅠㅠ

2008-12-31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ika 2008-12-3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수주기는 간단히 포기! 죄송^^;;;

Alicia 2009-01-0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 한달간 문자주고받기쿠폰은 어디로 갔나요.ㅎㅎㅎ
이벤트 페이퍼에 제이름은 빼주세요. 너무 부끄러워요. >.<

 

*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부터 내리 4일을 정말 말 그래도 푹~ 쉬었더니, 월요일 아침의 출근은 무척 벅차고 노곤하다. 나는 쉬고 노는 것을 일로 삼고 싶다. 예전에 밝혔던 것처럼, 손익계산은 신경 안쓰고 그냥 저냥 동네 후진 골목에 작은 서점 하나 차려 줄 여자만 나타나면 난 바로 팔려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오랜만의 출근날은 아침부터 우중충했다. 난 이런 우중충한 모호한 날씨가 좋다. 후배 녀석이 물었다.  

"오늘 비가 올 것 같아요, 눈이 올 것 같아요?" 
"뭐? 음! 우중충한 인간들만 올 것 같다 겁난다." 

기우였다. 별스런 일도 없어서, 하루 종일 농땡이만 부렸다. 이런 우중충한 날에 나는 줄창 센티멘탈해진다. 내가 이 우중충한 날에 누군가에게 그런 인간으로 다가가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일까? 난 센치해진 짠한 마음으로 혼자서 감상에 빠지곤 한다. 오늘 내 감상을 자극한 것은, 최진실 덕에 알게된 이은미의 노래 <애인있어요>다. 

우선, 싸이월드에 가서 도토리를 무려 6갤 주고 이 노래를 샀다. 사던 김에,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듣게 된 <가브리엘 오보에>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찾아봤다. 있는 건 <가브리엘 오보에> 밖에 없었다. 이 음악을 내 컬러링으로 바꿀 생각으로 오래 찾아봤는데, 컬러링 서비스로는 제공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아무튼 이 두 곡을 무한반복해 틀어놓고, 아무도 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목청껏 불러 제꼈다. 가사가 애잔하다. 

   
 

애인 있어요  -이은미-

작사 최은하
작곡 윤일상

아직도 넌 혼잔 거니 물어보네요
난 그저 웃어요
사랑하고 있죠 사랑하는 사람 있어요
그대는 내가 안쓰러운건가 봐
좋은 사람 있다며 한번 만나보라 말하죠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거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걸 

나는 그 사람 갖고 싶지 않아요
욕심 내지 않아요 그냥 사랑하고 싶어요
그댄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내 입술에 영원히 담아둘거야
가끔씩 차오르는 눈물만 알고 있죠 그 사람 그대라는걸 

알겠죠 나 혼자 아닌걸요 안쓰러워 말아요
언젠가는 그 사람 소개할게요
이렇게 차오르는 눈물이 말하나요
그 사람 그대라는걸

 
   

뒤늦게 안 노래지만, 이 노랫말처럼 누구나 이런 애인 한 명쯤은 있지 싶다. 난 너무 많아서 탈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리 많지 않다. 또 그리 가까이 지내는 것이 아니어서, "좋은 사람 있다며 한번 만나보라 말하"지는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노랫말의 주인공처럼, 누구나 마음 속에 숨겨둔 '애인' 하나쯤 있을테지만, 여기서 우릴 더욱 애잔하게 만드는 것은, 그 '애인'에게 말 못하고 계속 품고 살아간다는 것일테다. 아마도 그는 지금은 남의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합치되면 더욱. 그런데 '언젠가' 말할거라는데, 그때 되어봐야 머리는 백발이 되어있을테니, 그때쯤에는 "세월이 약이겠"다 싶다. 

영상이 지나간다. 어린 시절,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동네 오빠, 그와의 행복했던 추억이 살포시 겹쳐지더니,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런 그를 보면서, 그의 행복을 빌지만, 그를 잊지못하고, 숨겨둔 '애인'으로 가슴속에 묻어둔채, 이제는 백발이 되어 서로 홀로 남아, 어느 가을날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난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이 오라버니였쎄여~" 

말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닐까? 여간해서 나는 그 말을 입에 담기가 힘들다. 많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지금의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으니 말이다. 언젠가는 말할거야, 그 사람이 바로 너였다는 걸. 그래봐야 소용없는 짓. 그래서 난 말한다. "애인 없어요!" 이런 말은 가치가 떨어지지만 말이다. 다시, 난 말할 수 있을까? 

** 얼마 전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은 바 있다. 사실 짧은 단상들을 모아놓은 것이지만, 읽어나가기가 여간 힘들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 바르트는 이 글을 늘그막에 썼던 모양이다. 주책이기도 하지! 그 나이쯤 되어서야 사랑을 그렇게 구석구석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나도 바르트처럼, 늘그막에 이러저러 떠벌일 사랑 건덕지라도 있어서, 주책을 떨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 엊그제 KBS 연예대상에서 황현희가 우수 남자 코미디부문상을 수상했다. 알고보니 이 친구, 나보다 한 살이 어리더군. 그의 코미디를 재밌게 봐왔던 나로서는 축하할 일이다. 황현희 PD라고 불리만큼, 올 한 해 인기도 많이 끌었다. 그는 머리가 좋아보였고, 머리쓰는 코미디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타개한 김형곤의 시사정치비판 코미디를 구사할 수 있는 유력한 후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황현희다. 

그런 그가 수상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얼마 전에 모 단체에서 선정한 2008 나쁜 프로그램으로 ‘개그 콘서트’가 선정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걸 한 번이라도 봤다면 그런 선택은 안 했을 것” 

순간, 이상하다 싶었다. 머리가 좋아보였는데 수상소감이 별로다 싶었다. 아마도 수상 소식을 미리 전해듣고 소감을 준비했었던 것 싶은데, 이런 식의 수상소감은 별로다 싶었던 것이다. 안 그래도 어제 뉴스들을 보니 이 황현희의 수상소감이 논란이 된 듯 하다. 대부분 경솔했다는 의견인 것 같은데, 내가 볼 때는 평소 그가 보여준 시니컬하면서도 명철한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그런 소감이었고 본다. 일단 말에 논리성이 결여된, 어린아이 생떼에 불과해 보이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날밤새가면서, 굶어가면서, 고민고민해가며, 고생하면서, 한다는 것에 그 누가 이의를 제기할까 싶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노력끝에 짜낸 코미디라 하더라도, 그게 반드시 좋은 코미디가 되라는 법이 있는가? 사기꾼도 사기를 치기 위해 황현희 만큼 노력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날밤을 새기도 하겠지만, 그가 별을 달면서 이런 식의 소감을 피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비교가 뭣하긴 하지만. 

순간, 떠오른 것은 현 정부다. 이들도 수많은 밤을,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다. 촛불시위때 나온 재미난 말들이 많았는데, 생각하지 말라거나, 진중권이 말한 이명박 대통령은 잠을 더 자야한다고 조소를 보낼때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노력을 많이하고 고민하고 날밤을 새워도, 그게 반드시 옳고, 선하고, 잘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생각하지도 말고, 노력하지도 말고, 잠이나 자라고 그럴까? 황현희의 그 수상소감을 듣고는 아찔해져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황현희는 아마도 그의 유행어를 본인 스스로 돌려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몇몇 잠 안 자고 일찍 일어나는 푸른 기와의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 누군가 나한테, 논쟁을 안하느냐는 물음을 했던 것 같다. 내 주제에 무슨! 난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냉혈치도 못 해서, 그리고 말도 느려서, 말 싸움에는 재주가 없다. 그렇다고 주먹 싸움에 능통한 것도 아니다. 요사이 알라딘 논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도 논쟁의 당사자가 되보고 싶다는. 

아무래도 난 너무 백옥같이 선하고 맑아서, 안티가 없는 탓에, 이런저런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일테다. 그래도 논쟁은 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논쟁을 통해 변화와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게 사회건 개인이건 간에. 그래서, 앞으로는 논쟁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세치 혀, 아니 손가락을 휘둘러야 할까 싶다. 강마에처럼 독설도 쏟아내는 것은 어떨까? 그럼 내게도 안티가 생길까?  

안티? 정신차리자. 애인부터 생기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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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12-30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은 "너무 백옥같이 선하고 맑은" 분이셨군요...제가 아는 멜기님과 다른 분인가~? ㅋㅋ

멜기세덱 2008-12-30 10:08   좋아요 0 | URL
맨, 끝부분만 읽었군요~ㅎㅎ
음,,,
제이드에게
멜기 란? ㅎㅎㅎ

L.SHIN 2008-12-30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마음 속에 '숨겨둔 애인 하나쯤'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ㅡ.,ㅡ..힝.

멜기세덱 2008-12-30 10:09   좋아요 0 | URL
저를..마음 속에 숨겨두셔도 좋겠습니다.ㅡ.,ㅡ..행.

L.SHIN 2008-12-31 07:23   좋아요 0 | URL
오옷, 그래도 됩니까?
나중에 '무르기' 뭐..이따위 것은 안 받습니다. ㅡ_ㅡ (훗)

무해한모리군 2008-12-30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후진 골목에 작은 서점 하나 차려 줄 여자만 나타나면 난 바로 팔려가 버릴지도 모르겠다. → 혹여 그런여자 만나시면 저를 알바로 써주십시요.. 저는 동네 서점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서점알바가 되고 싶어요. (전 진짜로 책분류를 아주 잘해요)

그나저나 내 마음속에 있던 앙징맞은 멜기님이 없어져서 아쉬워요.. 흑

멜기세덱 2008-12-30 10:10   좋아요 0 | URL
저는 풋풋한 대학생을 알바로 쓸 작정을 이미 예전부터 하고 있었어요. 서점에도 활력을~~~ㅎㅎ
아참, 저는 동화책을 팔지는 않을 건뎅....ㅋㅋ
그리고 언제 제가 '앙징맞'았을까요?

Arch 2008-12-3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가 어슷어슷하게 맞아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긴밀하게 쫙 틀이 맞는건 아닌데 얘기들의 요소가 기우뚱거리며 맞아들어가는 느낌? 사실 그건 느낌 뿐이라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 그나저나 멜기세댁님~ 2009년엔 숨겨진 애인이 아니라 '나도 애인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애인이 생기길 바랄게요. 한적한 곳으로 유도해 시 한번 읊어주면 바로 넘어올거 같은데 말이죠^^

멜기세덱 2008-12-30 11:04   좋아요 0 | URL
'멜.기.ㅅㅔㄷㅔㄱ'이라고 명명백백히 써주시길 바라요..ㅎㅎ
글고, 시를 읊어주든, 입술을 덮치든 간에,
중요한건.....
한적하고 으슥한 곳으로의 유도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게, 아프와 나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고도의 수법과 능란한 언변과 부드러운 칼있으마가 있어야,
여인네들은 유도되는 법이라지요? 끌고가지 않는 이상에야,
읊어주고 싶어도 읊을수 없는 현실~~~ㅠㅠ;;

Arch 2008-12-30 21:09   좋아요 0 | URL
ㅋㅋ 나 한참 눈을 홉뜨고 내 댓글 봤잖아요. 멜.기 ㅅ ㅔ ㄷ ㅔㄱ님!
전 기술없는 분도 좋아하는걸요. 뭐, 그래봤자 저 역시 끌고가야지 수준이지만^^ 언제 제가 슬쩍 미친듯이 혹은 유도 당하는거야 이러면서 끌려가면 정말 시 읊어주시는거에요? 낭랑한 목소리가 카랑카랑 골목 벽을 타고 오를 정도로 멋지게? 아, 생각만해도...

웽스북스 2009-01-03 02:04   좋아요 0 | URL
멜기님은 노래도 잘하신대요
(이거 왠 뒷북?) --> count 3 (근데 나 이거 왜 세더라?)

멜기세덱 2009-01-03 02:20   좋아요 0 | URL
웬디 count 10개 모으면 노래방 고고씽?^^;;

심술 2008-12-3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에는 맘맞는 애인 얻으세요!

멜기세덱 2008-12-30 19:09   좋아요 0 | URL
브라보~~~

반딧불이 2008-12-3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진행형 외사랑을 내용으로 하는 저 노래를 사랑하는 멜기님.
혹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건 아니셔요?
손익계산은 신경안쓰고 그냥저냥 동네 후진 골목에 작은 서점 하나 차려 줄 여자 <--다른 조건 없으신거 맞죠?(부시럭 부시럭 틱틱-전재산 현금으로 확인하는 소리)

사랑의 단상, 이거 사랑에 빠졌을 때 읽으면 팍팍 옵디다. 별개의 문제지만 바르트가 게이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좀 충격이었죠.

멜기세덱 2008-12-30 19:09   좋아요 0 | URL
전,,, '조건만남' 같은 거 안하는 사람입니다...맹세코~~~
ㅋㅋㅋ
아잉~~그래서 난 충격을 안 받았구나...

무스탕 2008-12-30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인을 만들려고 하지 마시고 누군가의 애인이 되어 보세요.
조금은 쉬운 방법일수도 있지요 ^^

웽스북스 2008-12-30 14:28   좋아요 0 | URL
와 무스탕님. 이 표현 정말 최고.

멜기세덱 2008-12-30 19:06   좋아요 0 | URL
아니 이건 무슨, 주객전도, 적반하장?
(웬디 댓글 count 2)

순오기 2008-12-30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다들 대단한 댓글입니다~~ ㅎㅎㅎ
외로운 멜기님, 어여 애인을 만나셔야죠!^^

멜기세덱 2008-12-30 19:07   좋아요 0 | URL
이제는 절 버리시는 건가요? 장모~~님?
ㅋㅋㅋㅋ

순오기 2008-12-31 03:3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장모님은 항상 유효한데~~
작은 서점 하나 차려주기 어려운 거 같아서~~~ㅋㅋㅋ

2008-12-30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초롬너구리 2008-12-3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그의 수상소감의 요지는 뒷부분에 있었던거 같아요. '웃기 힘든 현실에서 웃기려고 노력한다'는. 물론, '노력한걸 보면 결과가 어떻든 잘봐줘야 하지않냐'란 부분은 아마추어 수준이지만요. 어떤 방법을 쓰던지 간에 웃기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웃는 순간이 적어지는 와중에 웃겨준다는 건 고마운 일이예요.
 

현재까지 9분이 응모하셔서 총 18편의 리뷰가 추천되었습니다. 

이상으로 2008 알라딘 최고리뷰 선발대회 응모 및 추천을 모두 마감하도록 하겠습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8 알라딘 최고 리뷰 선발대회 응모현황(12.30/마감) 

바람돌이, 「내 돈 4만원 돌려줘!!!」
조선인, 「개뼉다구 같은 소리 하네」 
파란여우, 「하찮은 삶은 없다」 
글샘, 「사다리를 걷어찬 나쁜 사마리아인들... 에게 장하준이 던지는 메시지」 
마노아, 「절대적으로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앤!」 
오즈마, 「여러분 나는 지금 울고 있어요」  
순오기, 「삶이 신산할수록 명랑해야한다」 
Jade, 「이 책을 읽고 나면 말하리라. 도스토예프스키에 홀렸다고..」 
오즈마,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었습니다」
kimji, 「죽지 말고 아프기만 하세요」 
괴물, 「진실을 알리고 진실에 집중하기」
괴물, 「일본정신을 탐구하는 문화인류학의 훌륭한 고전」 
chika, 「완벽한 것은 없었다. 단 하나도!」
멜기세덱, 「박노자 선생께 보내는, (다 쓰지 못한) 만감편지」
반딧불이, 「한정특별판이 준 선물」
멜기세덱, 「안도현, '바라봄의 시학, 음식의 시론', 그리고 백석」
알리샤, 「그녀의 아름다운 월경기」
드팀전, 「연애 잘하려면 고전을 읽으라구...」

[각 리뷰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리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쉬엄쉬엄 둘러보셔서 마음 속에 평점을 매겨주세요.ㅎㅎ] 

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현재까지 2008 알라딘 최고 리뷰 후보작으로 18편이 추천되었습니다. 모두 쟁쟁하신 분들의 쟁쟁한 리뷰입니다만, 생각보다 참가가 저조하네요.ㅎㅎ 

참가 마감은 오늘 12월 30일 23시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최종 5편을 24시 정각에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가방법은 본인 리뷰 1편 + 타인 리뷰 1편 = 총 2편입니다.
(단, 본인 리뷰 없이 타인 리뷰만 추천 불가. 타인 리뷰 추천 없이 본인 리뷰 2편은 추천 가능.) 

2008 알라딘 최고 리뷰 선발대회 자세히 보기 

참가신청 마감 되었습니다. 

*주의 : 추천 대상 리뷰는 2008년 1월 1일 ~ 12월 30일 23시까지 작성된 것에 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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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리뷰, 추천할만한게 있냐구...
    from 놀이터 2008-12-30 18:15 
      내 리뷰 추천.  http://lifewithu.egloos.com/2178533    그냥 리뷰 추천만 하면 되는거였나...요? 뭐 어쨌건 알라딘엔 잘난사람들이 너무 많아서..(흥!) 어쩔까 싶지만, 그래도 한 해를 정리하면서 뭔가 좀 끄집어 내봐야하지 않겠어요? ;;; 제가 쓴 리뷰 중에서 추천은...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리뷰입니다. 사실 책이 그닥 끌리진 않았는데 정군의 리뷰인
 
 
chika 2008-12-3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또 완전히 잊어불고 있었다.......

근데 참가는 할 생각이지만, 세댁말대로(큭, 어감좋네요) 쟁쟁하신 분들의 리뷰가 올라와서 추천이 하나도 없을 제 리뷰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는 중임다. ㅡ,.ㅡ

반딧불이 2008-12-30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인 마크를 다신 분들의 쟁쟁한 리뷰끝에 보잘것 없는 글을 구색맞추기로 올립니다. 근데 여기다 올리는거 맞남요?
나의 리뷰: http://blog.aladdin.co.kr/734872133/2236019
추천 리뷰: http://blog.aladdin.co.kr/criticahn/187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