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코코넛 - 부와 성공을 좌우하는 '운'의 비밀
로빈 호가스 외 지음, 김정수 옮김 / 비즈니스맵 / 2009년 11월
절판


심리학자들은 이를 '통제감의 착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부른다. 이런 착각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주변 환경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구는 진화 과정 중 많은 부분(농사의 기원에서 화성 탐사, 그 이상까지)을 해명해준다. 문제는 사람이 통제 욕구를 멈춰야 할 때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숫자를 직접 뽑아야 복권 당첨률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노름에서 주사위를 직접 던지면 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직접 던지든 안 던지든 간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것은 순전히 운에 좌우되는 게임이다.-25쪽

우리는 단순히 통제감의 착각을 떨쳐버리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우리 메시지는 그보다 훨씬 미묘하면서도 강력하다. 사람은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욕구를 떨쳐버릴 수가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자신이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얻게 된다.-26쪽

클라우스의 치밀한 계획에 대한 열정은 하나의 생활방식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길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렉싱턴과 3번 애버뉴 사이에 있는 94번가의 고급 주택가에 살았는데, 한참을 걷다가 지하철을 타고 51번가의 6번 애버뉴 쪽 모퉁이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했다. 클라우스는 항상 오전 8시 정각에 집을 나서서 정확히 동일한 경로를 거쳐 출근했고, 날마다 집에서 사무실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록하는 취미가 있었다. 출근에 걸리는 평균 시간은 정확히 43분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집을 나선 뒤 37~49분 뒤 사무실에 도착한다.-280쪽

클라우스는 가까이에 있는 야자수 그늘 속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코코넛 한 개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쿵하고 울려퍼지는 소리와 함께.
호텔 직원들이 달려왔을 때 이미 클라우스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의료진이 그를 살리려고 애썼지만 수포로 돌아갔고, 10분 후 서구에서 교육을 받은 의사(그런 의사가 있다는 것도 클라우스가 푸켓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가 그의 사망을 선언했다. ···중략··· 클라우스의 이야기에는 마지막 반전이 있다. 그것은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만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몇 년 전에 클라우스가 690만 달러에 해당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282쪽

1판1쇄 오타 정정!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X)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O)-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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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가 왜 세계 최고봉인줄 아느냐?"

출판사 설립 30주년을 기념하며 자서전을 낸 나남출판의 조상호 대표가 한 신문과의 인터뷰 도중에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자문자답...
"히말라야산맥에 있으니까...
 히말라야산맥에 있으니 에베레스트도 있고, K2도 있는 거죠.
 일류는 일류끼리 모이게 돼 있거든. 대붕(大鵬)은 큰 숲에서 깃을 내린다고 하잖아요?  
 출판사가 먼저 숲이 돼야 작가들이 날아오게 돼 있어요."

참으로 멋진 말이다.
덧붙여...

자서전 제목이 '언론 의병장(義兵將)의 꿈'이다.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가 그에 대해 물었다. "그럼 조선일보는 뭡니까?"
조상호 사장은 대답했다. "관군(官軍)이잖아."
문 기자가 되물었다. "의병장이 관군은 왜 만납니까?"
조상호 사장은 "의병이 관군이랑은 원래 안 싸우잖아?"라며 재치있게 넘겼다.

몇년 전, 아내와 함께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찾아 남해 바다를 여행하며 돌아 다닌적이 있었는데, 장흥의 제법 호텔스러운 한 여관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었다. 여관방에 걸린 달력이 전부 나남출판의 달력이라 신기했는데, 장흥에서 인쇄소를 한다는 김상봉 선생님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에 그 신비로운 목격담을 들려주니 간단했다.

"그 여관 나남출판 사장꺼야. 그 사람이 여기 장흥 출신이거든..."

빌딩 이름도 지훈 빌딩이고, 지훈 전집도 나오고 해서 조지훈의 후예인줄로만 알았더니...
아들 이름이 지훈일만큼 독실한 추종자에 장흥 출신의 한 때 신문사를 꿈꿨던  출판인이었다.
오늘 퇴근할 때 서점이나 둘러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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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2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나남 사장님이 장흥 출신이군요.
지난번 장흥 가기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걸~ ^^
나남 책은 박경리 토지 21권 있어요.

동탄남자 2009-10-29 16:06   좋아요 0 | URL
저는 고향이 장흥에서 멀지 않은 곳이랍니다.
어렸을 때는 자전거 타고 장흥으로 많이 놀러 갔었지요.
그 시골에서 이렇게 성공한 출판인을 배출했다니 유쾌하군요.^^
 
호주머니에 시를 넣고 다니셔요 - 젊은 세대를 위한 영시선집
김용철 지음, 김은정 그림 / 서프라이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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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작고하신 장영희 선생님의 '생일'이란 책이 생각나는 책이다.
이 책을 오래 전부터 틈틈이 읽고 어설프게 해석하며 시간을 보내왔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라는 생각이다.
책은 50여 편의 멋진 영시를 선정하여 김용철 선생님이 번역하고 해석하였으며, 김은정 선생님의 삽화가 더욱 멋스러움을 제공하였다.

궁금한 예비 독자들을 위해 수록 된 두 편의 짧은 시를 골라 보고, 그 번역과 해석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본다.

Dreams
-Dangston Hughes

Hold fast to dreams
For if dreams die
Life is a broken-winged bird
That cannot fly

Hold fast to dreams
For when dreams go
Life is a barren field
Frozen with snow
– 64쪽



-랭스턴 휴스

꿈을 굳게 지키세요
꿈이 죽어 버리면
인생은 날개 부러져
날지 못하는 새나 다름없는 것이니.

꿈을 굳게 지키세요
꿈이 가 버리면
인생은 눈이 얼어붙은
불모의 들판이나 다름없는 것이니.
– 65쪽


탄탄한 구조와 간결한 문체로 된 2연의 짧은 이 시에서 휴스는 꿈을 잃은 인생이 얼마나 처량한가를 "날지 못하는 새", "불모의 들판" 등의 매서운 비유를 들어 말하고 있다. 이것은 시인이 아끼고 사랑한 당시의 흑인 종족들을 향해 부르짖은 애절한 메시지임에 틀림 없다.
이로부터 30년 후인 1960년대에 킹이 "I have a dream today"라는 유명한 연설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의 굴레 밑에서 허덕이던 흑인 민중들을 설유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 183쪽

참고로 시인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였다.
해석과 함께한 시를 통해 가벼웁게 영어 공부도 좀 하고, 배경 지식도 익힐 수 있어서 좋다.
다음은 여류 시인이 쓴 시인데, 배경 지식 없이 읽으면 어린 혹은 나이 먹은 남자의 시로 착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

The Quarrel
-Eleanor Farjeon

I quarreled with my brother,
I don't know what about,
One thing led to another
And somehow we fell out.
The start of it was slight,
The end of it was strong,
He said he was right,
I knew he was wrong!

We hated one another.
The afternoon turned black.
Then suddenly my brother
Thumped me on the back,
And said, "Oh, come along!"
We can't go on all night--
I was in the wrong."
So he was in the right.
– 154쪽


말다툼
-엘리너 파전

형하고 나는 다투었다.
무슨 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 번 다투니까 또 다투게 되어
어쨌든 우리는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시작은 하찮은 거였지만
끝은 대단한 것이었다.
형은 자기가 옳다고 했고
나는 그가 잘못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는 서로 미워했다.
오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러더니 별안간 형이
내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야, 이리 좀 와!
밤새도록 이럴 순 없잖아ㅡ
내가 잘못했어."
그래서 그가 잘한 것이 됐다.
– 155쪽


파전은 평소에 말하기를 "어린이 시절은 우리 모두가 복귀하는 영원의 경지"라고 하였다. 그녀의 이 시에서 어린 형제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게 되면 사람이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하는 행위에서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말다툼은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맞설 때 일어난다. 그 중 어느 쪽이든지 자기가 옳지 않다고 시인하고 나서면 입씨름이 계속될 이유가 없다.
– 217쪽



이 멋진 시집에 4부에 걸쳐 수록된 52편의 시들은 다음과 같다.

I. Innocence and Childhood 순결과 동심
1. Songs of Innocence: Introduction 순결의 노래: 서시 William Blake
2. Annabel Lee 애너벨 리 Edgar Allan Poe
3. Pippa's Song 피파의 노래 Robert Browning
4. My Heart Leaps Up 나는 가슴이 뭉클 뛰노라 William Wordsworth
5. Rainbow for Joyce 조이스의 무지개 Ida DeLage
6. Some One 누군가 Walter De la Mare
7. I Wonder 나는 알고 싶어요 Jeannie Kirby
8. Who Has Seen the Wind? 누가 바람을 보았을까요? Christina Rossetti
9. Rain 비 Robin Christopher
10. Night Comes... 밤이 오는데... Beatrice Schenk de Regniers
11. The Night Will Never Stay 밤은 결코 머물지 않네 Eleanor Farjeon
12. My Shadow 나의 그림자 Robert Louis Stevenson

II. Dreams of My Own 나만의 꿈
13. Me 나 Walter De la Mare
14. Dreams 꿈 Langston Hughes
15. Hold Fast Your Dreams 당신의 꿈을 굳게 지키셔요 Louise Driscoll
16. Keep a Poem in Your Pocket 호주머니에 시를 넣고 다니셔요 Beatrice Schenk de Regniers
17. Paper Boats 종이배 Rabindranath Tagore
18. Travel 여행 Edna St. Vincent Millay
19. Leisure 여가 William H. Davies
20. November 11월 Alice Cary
21. There Isn't Time 시간이 없습니다 Eleanor Farjeon
22. A Little Song of Life 자그마한 인생 찬미 Lizette Woodworth Reese
23. Beauty 아름다움 Louise Abeita
24. Pebbles 조약돌 Valerie Worth

III. The Beauties of Nature 자연의 가경
25.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던 그때 William Wordsworth
26.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눈 오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Robert Frost
27. It Fell in the City 그것이 도시 안에 내리고 나니 Eve Merriam
28. February Twilight 2월의 황혼 Sara Teasdale
29. I Heard It in the Valley 나는 그걸 골짝에서 들었네 Annette Wynne
30. Written in March 3월에 씀 William Wordsworth
31. The First Swallow 첫 제비 Charlotte Smith
32. Snail 달팽이 Langston Hughes
33. Silver 은빛 Walter De la Mare
34. The Secret Song 은밀한 노래 Margaret Wise Brown
35. The Violet 제비꽃 Jane Taylor
36. Our Tree 우리 나무 Marchette Chute
37. What is Pink? 무엇이 핑크색인가요? Christina Rossetti

IV. Faith, Family and Fellowship 믿음과 가족과 친교
38. The Lamb 어린양 William Blake
39. The Clod and the Pebble 진흙덩이와 조약돌 William Blake
40. Indifference 무관심 G. A. Studdert Kennedy
41. My Gift 나의 선물 Christina Rossetti
42. What Do They Do? 저들이 하는 일은 뭔가요? Christina Rossetti
43. Prayer for This House 이 집을 위한 기도 Louis Untermeyer
44. Sweet and Low 부드럽게 잔잔히 Alfred Tennyson
45. The Fisher's Widow 어부의 미망인 Arthur Symons
46. Father 아버지 Myra Cohn Livingston
47. My Mother's Face 엄마의 얼굴 Liz Rosenberg
48. The Quarrel 말다툼 Eleanor Farjeon
49. When You Are Old 당신이 늙게 되면 W. B. Yeats
50. The Little Boy and the Old Man 어린 소년과 노인 Shel Silverstein
51. People 사람들 D. H. Lawrence
52. Sing a Song of People 사람들의 노래를 불러 보세 Lois Lenski 


제목과 달리 결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없는 사이즈라는 것이 아쉽다.
괜찮다면 출판사에서 이 책을 축소된 판형으로 하나 더 만들어서 진짜로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읽을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원어민이 직접 낭송한 수록 시의 낭독 파일이 부록 CD에 수록되어 있다는 것!

좋은 책은 세월이 약이려나?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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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에 시를 넣고 다니셔요 - 젊은 세대를 위한 영시선집
김용철 지음, 김은정 그림 / 서프라이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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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s
-Dangston Hughes

Hold fast to dreams
For if dreams die
Life is a broken-winged bird
That cannot fly

Hold fast to dreams
For when dreams go
Life is a barren field
Frozen with snow-64쪽


-랭스턴 휴스

꿈을 굳게 지키세요
꿈이 죽어 버리면
인생은 날개 부러져
날지 못하는 새나 다음없는 것이니.

꿈을 굳게 지키세요
꿈이 가 버리면
인생은 눈이 얼어붙은
불모의 들판이나 다름없는 것이니.-65쪽

탄탄한 구조와 간결한 문체로 된 2연의 짧은 이 시에서 휴스는 꿈을 잃은 인생이 얼마나 처량한가를 "날지 못하는 새", "불모의 들판" 등의 매서운 비유를 들어 말하고 있다. 이것은 시인이 아끼고 사랑한 당시의 흑인 종족들을 향해 부르짖은 애절한 메시지임에 틀림 없다.
이로부터 30년 후인 1960년대에 킹이 "I have a dream today"라는 유명한 연설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의 굴레 밑에서 허덕이던 흑인 민중들을 설유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참고로 시인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였다.)-183쪽

The Quarrel
-Eleanor Farjeon

I quarreled with my brother,
I don't know what about,
One thing led to another
And somehow we fell out.
The start of it was slight,
The end of it was strong,
He said he was right,
I knew he was wrong!

We hated one another.
The afternoon turned black.
Then suddenly my brother
Thumped me on the back,
And said, "Oh, come along!"
We can't go on all night--
I was in the wrong."
So he was in the right.-154쪽

말다툼
-엘리너 파전

형하고 나는 다투었다.
무슨 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 번 다투니까 또 다투게 되어
어쨌든 우리는 사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시작은 하찮은 거였지만
끝은 대단한 것이었다.
형은 자기가 옳다고 했고
나는 그가 잘못이라고 자신했다!

우리는 서로 미워했다.
오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그러더니 별안간 형이
내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야, 이리 좀 와!
밤새도록 이럴 순 없잖아ㅡ
내가 잘못했어."
그래서 그가 잘한 것이 됐다.-155쪽

파전은 평소에 말하기를 "어린이 시절은 우리 모두가 복귀하는 영원의 경지"라고 하였다. 그녀의 이 시에서 어린 형제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게 되면 사람이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하는 행위에서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세상의 모든 말다툼은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맞설 때 일어난다. 그 중 어느 쪽이든지 자기가 옳지 않다고 시인하고 나서면 입씨름이 계속될 이유가 없다.-2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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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머니에 시를 넣고 다니셔요 - 젊은 세대를 위한 영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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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하신 장영희 선생님의 저서 '생일'을 만난 느낌. 영시를 읽는 즐거움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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