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 - 다시 읽는 이태준 다시 읽는 한국문학 13
이태준 지음 / 맑은소리 / 1999년 9월
품절


"사……게……와 나……미다카 다메이……키……카(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를 부르며 큰길이 좁다는 듯이 휘적거리며 내려왔다. 보니까 수건이 같았다. 나는,
"수건인가?"
하고 아는 체하려다 그가 나를 보면 무안해 할 일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휙 길 아래로 내려서 나무 그늘에 몸을 감추었다.
그는 길을 보지도 않고 달만 쳐다보며, 노래는 그 이상은 외지도 못하는 듯 첫 줄 한 줄만 되풀이하면서, 전에는 본적이 없었는데 담배를 다 퍽퍽 빨면서 지나갔다.
달밤은 그에게도 유감한 듯하였다.

(단편 '달밤' 중)-37쪽

"조선상여는 참 타기 싫어요. 요즘 금칠 막 한 자동차도 보기 싫어요. 하아얀 말 여럿이 끌고 가는 하아얀 마차가 있다면…… 하고 공상해 봤어요. 그리고 무덤도 조선 무덤들은 참 암담해도 정이 가질 않아요. 서양엔 묘지가 공원처럼 아름답다는데 조선 산소들이야 어디 누구의 영원한 주택이란 그런 감정이 나요? 곁에 둘 수 없으니까 흙으로 덮고, 그냥 두면 비에 패니까 잔디를 심는 것 뿐이지, 꽃 한 송이 심을 데나 꽃을 데가 있어요? 조선 사람처럼 죽는 사람의 감정을 안 생각 해주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아요. 괜히 그 듣기 싫은 목소리로 울기만 하고 까마귀나 모여들게 떡조가리나 갖다 어질러 놓고……."

(단편 '까마귀' 중)-67쪽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을 못 팔겠다. 내 아버님께서 손수 이룩허시는 걸 내 눈으루 본 밭이구, 내 할아버님께서 손수 피땀을 흘려 모으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구 어디가 느르지논 같은 게 있구, 독시장밭 같은 걸 사? 느르지논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 마당엣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 그 나무 밑에를 설 때마다 난 그 어른들 동상(銅像)이나 다름없이 경건한 마음이 솟아 우러러보군 헌다.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 팔구 하느냐?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 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 문서쪽으로만 사모으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과 어떤 인연이란 건 도시 생각하지 않구 헌신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밖엔 뵈지 않드라."

(단편 '돌다리' 중)-9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창작과 비평 147호 - 2010.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엮음 / 창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주택가 


- 김행숙 


가정집이 무엇일까
어린 시절은 무엇일까
나는 20세기의 어린시절을 기억하고
당신은 21세기의 어린시절을 기억한다
오늘날 주택가는 그런 곳
너희 엄마 집과 아빠 집의 규칙이 다르듯
누구나 다르게 살아가는 거야
똑같이 보이고 싶어하면서

큰 개를 키우는 사람은 큰 개에 의지하고
작은 개를 키우는 사람은 작은 개에 의지한다
자기 머리통보다 작은 개를 꼬옥 껴안고 우는 사람이 있겠지, 오늘밤에도 주택가는 그런 곳
버둥거리는 개가 있어

그것은 좋다는 뜻일까, 괴롭다는 뜻일까
말하는 개라면 사실대로 짖을까
말하는 창문이라면 수다쟁이 할멈일거야, 그녀가 마음씨 좋은 할머니래도 당신은 창가에서 더 이상의 독백을 잇지 못하리
밤에 주택가를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밤의 주유소로
환하게 달려오는 차의 속도가 부러워, 당신은 골목에서 걸어나와 골목이 없는 세계로 뛰어간다
착각처럼 무엇이 바뀔까
완전한 착각처럼 무엇을 굳게 믿을까
밤공기가 차가워, 나는 창문을 닫는다
투명한 유리창을 닫고 
불투명한 유리창을 닫고 커튼을 쳐버렸다, 화가 난 듯 했다 
나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계간 창작과비평에서 새롭게 발견하고 인식하는 시와 시인을 얻는 즐거움이 좋다. 
이번 2010년 봄호에서는 김행숙 시인의 '주택가'와 '계단의 존재'가 끌렸다. 101~10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새 어머니하고 사이는 어때요?"
"서로 관심이 없어요."
객관적으로 보자면 역시 절반만의 진실이었다. 새엄마와는 피차 겉으로 무관심한 관계를 가장하며 지내왔다. 하지만 웬만해선 단둘이 부닥치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 애쓴다는 걸 서로가 뻔히 알고 있었다. 가족 안에서 몇 해 동안 대화를 나누지 않는 관계가 있을 수 있느냐고 의아해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은성은 그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새엄마를 단 한 번도 가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생각해본 적 없었다. 여태껏 그녀가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사랑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그래도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혜성과 아빠, 부천 엄마,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이모할머니뿐이었다.
"음, 그럼 두 분 사이는 어떤가요? 아버지하고 새어머니, 원만한 편인가요?"
"……음, 모르겠어요. 잘은 모르지만,"
-17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바일 혁명이 만드는 비즈니스 미래지도 -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 패러다임 비즈니스 미래지도 시리즈 1
김중태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삼국지에서 공손찬과 원소의 입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던 책이다.
190년 하북, 원소는 공손찬이 이민족의 기마술을 배워 준비한 막강 기마대 '백마의종'을 이끌고 공격해 오자 당당하게 기지로 맞선다. 들판에서 맞붙는다면 싸움에서 질 것이 뻔한 상황이므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전쟁터를 바꾸는 전략으로 강을 사이에 두고 비좁은 다리 위로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준비된 에너지를 제대로 발산시켜 보지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다리 위의 싸움을 통과한 공손찬의 기마대는 뒤이어 쏟아지는 궁노부대의 화살을 맞고 무너져 버린다. 그 전쟁 이후 공손찬은 더 이상 재기하지 못하고 역사에서 서서히 사라져 버린다.

21세기 비즈니스의 세계는 그 싸움에서 많은 교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나는 김중태라는 사람을 이제야 알 게 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한다. 진작에 이 분의 글을 읽고 세상 돌아가는 데에 관심을 가졌었더라면 보다 용기 있고 현명한 현대인이 되었을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생활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 되었다. 늦은감이 있긴 했으나 지금이라도 이 책을 통해 김중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게 되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막힘 없이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이면서도 매우 깊이 있고, 참으로 통찰력 깊은 내용으로 현재의 세상 돌아가는 모습과 다가오는 미래의 변화상을 흥미롭고 현실적으로 그려 줌으로써 독자를 확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그냥 세상 멍하게 살아가는 이 사람을 순식간에 똑똑하게 만들어 준듯한 그런 에너지가 넘치는 책이다. 

1999년 이후 웹 문화에 흠뻑 빠져 보냈던 10년의 세월을 돌아 보며, 웹 세상의 최강자인 구글과 네이버 등이 플랫폼의 변화로 인해 당황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국내 이동 통신사들이 제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했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비판적으로 얼핏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기득권을 포기함으로써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AT&T의 정책에 묘한 흥분을 느꼈고, 진정으로 용기 있는 정책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 핵심을 찌르는 매력적인 분석에 푹 빠져버렸다.

세계적으로 전체 휴대폰 판매 대수에서 고작 1%의 판매 대수로 매출액은 8%를 차지하는 아이폰, 더 나아가 영업이익률은 무려 전체의 32%를 차지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아이폰... 세계 휴대폰 시장의 2,3위를 차지 했다고 홍보하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애플의 30%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현실은 너무도 안타까웠다. 어디 그 뿐인가? 단지 휴대폰 판매에 그치지 않고 3조원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애플의 앱스토어. 매달 100명의 백만장자가 새로 탄생하는 애플 앱스토어. 아이폰 사용자들은 애플 앱스토어 사이트에서 아이폰용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유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를 하면서 몇 가지 원칙을 발표했다. 25%의 프로그램은 무료 프로그램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며, 90%의 프로그램은 9.99달러 이하 가격을 유지하며, 수익은 등록자와 7:3의 비율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개발자가 힘들게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매출의 대부분을 이통사가 가져갔으나 애플의 앱스토어는 수익이 아닌 매출의 대부분을 개발자 본인이 가져간다. 누가 더 부도덕하게 사업을 해왔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면 더 심각해 지는 것이 현실이며, 개발자, 콘텐츠 제공자, 이용자 모두에게 희망의 씨앗을 뿌려주기까지 한다는 면에서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앞으로 미래는 모바일이 쥐고 있다는 김중태 선생님의 주장은 너무도 당연하다. 가장 앞서가는 세계가 인정하는 기업을 보라.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은 오래도록 모바일을 준비해 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웹 검색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안드로이드라는 모바일용 플랫폼을 내놓았다. 애플은 애플컴퓨터라는 이름을 애플로 재포지셔닝 한 뒤에 PC 제조업체의 탈을 벗고 2000년부터 아이팟과 아이폰에 주력하면서 게임의 룰을 바꿔 버렸다. 그들 기업에 비하면 아쉬운 점이 없지 않으나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가 선방하는 것도 반도체에 이은 휴대폰 사업의 호황에 힘입은 바 크다. 

노키아와 삼성과 엘지가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다고 기뻐하는 순간 게임의 룰은 바뀌어 버렸다. 이제 피처폰의 싸움은 그렇다쳐도 스마트폰의 세계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폰이 그 서막을 알렸다. 아이폰이 몰고 온 혁명적인 미래상은 말할 것도 없고, 안드로이드의 구글이 어떻게 반격을 할것인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는 방법론이 이 책 안에 있다. 무덤덤하게 경기를 관전하던 관중에서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마냥 관중이 아닌 언제 선수로 차출될지도 모른다는 긴장감도 갖게 되었다. 아니 선수가 되고 싶어졌다고 해야할 것이다.

멀게만 느껴왔던 증강현실의 현실적인 적용 사례들과 미국의 인공위성을 통해 무료로 제공되는 GPS 기술이 EU의 갈릴레오 프로젝트와 러시아의 GLONASS 시스템, 일본의 QZSS가 제시하는 대안 등 변화 움직임 등 수많은 의미 있는 고민 거리들을 제공해 줬다. 한 쪽 한 쪽 그냥 넘길 수 없을만큼 풍부한 정보의 보고... 이 책은 전세계의 정보통신 발달상을 꿰 차고 있는 저자의 역작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는 신문보다 더 빠르게 소식을 전하던 매체가 블로그였으나 트위터가 보급된 이후에는 모바일을 이용한 마이크로블로그가 가장 빠른 매체가 되었다. 비행기 사고 현장에서 승객 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사건 현장을 전할 기자는 존재할 수가 없다. 바로 트위터가 가져온 새로운 문화 중에 하나다. 더군다나 웹에서 안심할 수 없는 부정클릭 문제를 일시에 해소시켜 주는 모바일의 세계...  실시간 여론 조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김주하 아나운서의 트위터 활용 사례를 읽으면서 그 동안 가입만 하고 방치해 뒀던 트위터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으며, 그저 편하구나 싶었던 나의 무덤덤한 아이폰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보고 싶어졌다. 또한 내 관심분야 중에 하나인 전자책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나만의 색깔있는 분석도 가능하게 된 것 같다.

거듭 강조되는 재미있는 것보다 편리한 것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심리... 디지털 콘텐츠 판매에 방해가 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불편함이라는 혜안. 노래나 동영상 파일에 DRM을 거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지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득권(필름 시장)을 유지하려다 파산한 아그파,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어 놓고도 기존 필름 시장의 짭짤함을 잊지 못해 캐논과 니콘에게 시장을 빼앗겨버린 코닥의 교훈은 사업하는 사람들 모두가 되새겨야 한다. KT가 그랬고, SKT가 그랬다. Naver는 과연 영원할까? 중요한 건 웹에서 모바일로 옮겨 가고 있다는 것. 지난 10년간 수많은 성공신화를 탄생 시켜온 웹은 이제 엘도라도의 역할을 모바일에 넘겨줘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이 책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주는 긍정적인 미래 지도...
온라인 콘텐츠의 경쟁 상대는 김밥집이며, 주유소이자 서점이라는 주장에 동의 하며...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쓰는 작가의 필력도 끝내줬다고 생각한다.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내용이라... 직원들에게 돌려가며 읽도록 추천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볼까 말까 망설이는 분들에게도 참으로 돈 아깝지 않은 좋은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어졌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0-01-3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문고를 검색하다 좋은 리뷰 올려주신 것 많이 봤습니다. 저같은 기계치는 일부러라도 아이폰을 사서 연구해봐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했던 요즘 좋은 참고서가 될 것 같네요.

커피크루즈 2010-02-01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저도 꼭 봐야할 책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동탄남자 2010-02-0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
184쪽 5줄 - 비도(Bebo)... 비보 or Bedo
262쪽 막줄 - 초판만 50부를 찍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50만부?)

순오기 2010-02-13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셨나요? 이사하신다고 한 이후로 새글이 안 올라와서 궁금했어요.
내일이면 설이네요~ 고향엔 내려오시나요?
복 많이 받으시고 뜻하는 일들이 술술 풀리시길 기원합니다.
 
동네 사진관의 비밀 느림보 그림책 18
정혜경 지음 / 느림보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억에 잠기게 하는 즐거운 그림책, BR31,MS윈도,후지필름 간접광고 마저도 밉지않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나 2009-12-13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셨는지요...
요즘도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고 계신지요....

사실무근님의 서재에 오랜만에 다녀갑니다.^^